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61화 (58/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61)

19. 북동부에 방문한 황태자 (1)

차원 균열에 의해 북부의 주요 병력이 겨울산에 묶인 2년.

그사이 제국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일단 차원 균열이 일어났다는 것이 중앙까지 알려지면서 제국 전체가 두려움에 떨기 시작했다.

당연히 중앙은 북동부에서 최대한 시간을 벌어 주길 희망하며 막대한 지원 물자를 보내왔다.

북동부를 희생양으로 삼아 몬스터 웨이브를 대비할 시간을 벌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황실은 차원 균열을 명분 삼아 귀족들에게 막대한 재물을 뜯어내기 시작했다. 당연히 귀족들은 손해만 볼 수 없기에 백성들에게 온갖 종류의 세금을 걷어 갔다.

그러는 사이 북동부에서 차원 균열을 봉인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러자 차원 균열이라는 명분이 사라지면서 백성들이 들고일어나기 시작했다.

“황실은 해명하라!”

“대체 그 많은 돈이 다 어디 갔느냐!”

“귀족들은 해명하라!”

백성들이 단체로 들고일어나자 처음엔 강제로 해산시키려 했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곧바로 고쳐먹을 수밖에 없었다.

군대를 이용해 강제로 막아서는 순간 제국 전역에서 백성들이 들고일어나려는 조짐이 보였기 때문이다.

주동자를 처벌하면서 강압적인 정치로 백성들을 죽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는 순간 제국 경제가 멈추게 될 것이고, 그건 곧 엄청난 손해가 될 수밖에 없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연일 회의만 지속했다.

그러자 신문도 더는 눈치 보지 않고 북동부와 차원 균열 그리고 보급 물자 횡령에 대해 기사를 내기 시작했다.

[북동부에 보냈다던 그 많은 지원 물자는 대체 어디로?]

[귀족들이 지금 걷고 있는 세금은 정당한가?]

[귀족들도 억울하다. 중앙에서 차원 균열 방어를 목적으로 뜯어냈기 때문이다!]

[제국, 이대로 정말 괜찮은가?]

이런 기사들이 연일 쏟아지기 시작하자 얼마 후 엄청난 양의 지원 물자들이 북동부로 들어왔다.

그동안 물류 체계가 잡히지 않아 늦어졌다는 이유를 들먹이면서 그동안 못 줬던 것에 2배는 더해서 물자를 보냈다.

그런데 혜택을 받은 것은 북동부뿐만이 아니었다.

고질적인 문제인 병력 부족의 해소를 위해, 북부군에도 제국의 각 지역에서 병력을 선별해 지원해 주었다.

이렇듯 일시적이긴 하지만 제국이 엄청난 지원을 보내 주면서 국민들의 분노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할 때, 대륙의 다른 국가들 역시 북동부를 주시했다.

북동부에서 아직 차원 균열의 위험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과 다크 엘프들이 차원 균열을 이용해 테러했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보고했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각국에서도 관심을 가지면서 대륙 각지에서 차원 균열에 관심 있는 학자들이 북동부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동시에 차원 균열을 연구하기 위해서 마법사, 지질학자, 마나학, 차원학, 역사학 등등 다양한 분야의 마탑 학자들 역시 온 대륙에서 몰려들었다.

북부 마탑이 큰 성과를 냈다고 마탑 회의에서 자랑질을 해 대자 다른 마탑들이 배알 꼴린 표정으로 각 탑에 돌아가 노성을 터뜨린 데다, 북부군이 예상과는 다르게 차원 균열을 잘 막자 안전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북부를 연구하기 위해 몰려든 것이다.

그런데 이때 북동부 사령관이 기자회견에서 폭탄을 던져 놨다.

“우린 그동안 중앙정부에서 거의 지원을 받지 못했습니다.”

중앙 지역 군단장, 작전참모부, 북부 사령관 등을 역임한 크림슨 헤일로 북동부 사령관이 말한 것도 놀라운 일인데 그는 말뿐만이 아니라 확실한 증거를 보여 주면서 해명을 요구했다.

예전이었다면 그냥 묵살했겠지만 제국민들의 관심이 북동부에 쏠린 상황에서 중앙에서도 더 이상 덮어놓고 외면할 수는 없었다.

그동안 북동부가 자꾸만 사람들의 관심사에 오를 때마다 정보를 통제하려 했었다.

역으로 정보를 흘리기도 하고 북부와 북동부 군부를 압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젠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잠자고 있던 사자가 기지개를 펴면서 북동부를 지원하겠다 밝혔기 때문이다.

향간에 떠도는 소문으로는 북동부 군인 중 하나가 사자 가문 사람이라 그렇다는 것과, 가주가 혈족의 부탁을 들어주어 그런 것이라고 했지만 뜬소문 취급을 받았다.

어쨌든 레온하르트까지 이 일의 해명을 요구하자 중앙에서도 더 이성 덮을 수는 없었다.

온갖 곳에서 관심이 집중된 상황이라 어설픈 꼬리 자르기도 통하지 않았다.

“몸통까지는 내줘야 할 겁니다.”

“하…… 그게 쉽소? 만약 그러다가 우리에게까지 오면?”

“제길! 그러게 내 진즉에 작작 좀 해 먹으라 하지 않았소!”

“하필 이런 시기에……. 미치겠군!”

귀족들이 저마다 파벌로 갈라지면서 네가 잘못했네, 내가 잘못했네 하고 싸웠지만 다들 언성을 높이기만 할 뿐 하나같이 시선은 황실로 향해 있었다.

그동안 가장 많이 해 먹은 게 황실이니 황실에서 책임지라는 뜻이었다.

당연하게도 황실은 그럴 수 없다며 단호히 선을 그었다. 그러자 귀족들 역시 책임을 서로 회피하려 하면서 중앙의 혼란은 가중됐다.

그러나 멍청한 이들에게는 불행히도 북동부에 지원하는 물자에 장난질을 친 귀족들의 증거가 하나둘 드러나기 시작했다.

워낙 오랫동안 해 먹은 게 많으니 약간만 조사해도 비리가 드러나는 것이었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어떻게든 정보를 통제하려 했으나 북부 전체가 나서서 차원 균열의 봉인을 훌륭히 수행했다는 걸 학자들이 극찬하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면서 결국 북동부에 대한 정보들이 제국 전체로 퍼져 나갔다.

누가 신문사는 돈 귀신들이라 했던가?

그 별명처럼 북동부 정보가 돈이 된다는 걸 알게 되자 신문사들은 황실의 통제에도 불구하고 몰래몰래 북동부 정보들을 긁어모아 수도에 뿌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그동안 북동부로 향하는 물자와 병력 지원 등 여러 문제들이 한꺼번에 봇물처럼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것을 막기 위해선 북동부가 차원 균열을 막은 것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수밖에 없었다.

중앙 귀족들의 비리를 적당히 몸통 선에서 끊어 내기 위해선 북동부에서 전공을 세운 영웅들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그들을 전면에 내세워 제국을 지킨 영웅들로 포장해야 했다.

동시에 그동안 못 해 줘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중앙에서 북동부에 엄청난 양의 물자들을 약속하고 달래 줘야 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그동안 쌓인 북동부의 민심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적어도 그럴듯한 인물이 나서야 한다는 것에 황실과 귀족들이 모두 동의했고, 그 인물로 황태자가 지목되었다.

“하…… 내가 그까짓 벌레 같은 것들 때문에 북동부까지 가야 하는가!”

“하오나 전하, 지금 전하가 가시지 않는다면 폐하께서 곤욕을 치르실 것이옵니다.”

내관의 말에 황태자가 짜증을 내면서 창밖을 바라보았다.

온갖 금으로 치장된 마차를 타고 워프 게이트로 가는 길에는 성난 백성들이 군인들을 밀치고 있었다.

하지만 군인들은 몽둥이나 창을 드는 대신 방패만 들고 백성들의 분노를 받아 내기만 할 뿐이었다.

괜히 과하게 대응하면 여론이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쯧! 어딜 가나 저런 벌레 같은 것들이 문제군.”

창에 달린 붉은 커튼을 친 황태자가 미간을 한껏 찌푸리면서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다.

어째서 제국에서 가장 고귀한 혈통을 가진 자신이 북동부의 야만인들에게 사과해야 한단 말인가?

이러한 생각으로 가득 찬 황태자였지만, 어렸을 때부터 정치학을 배우고 사교술을 익혔기에 그것을 겉으로 드러내는 우를 범하진 않았다.

워프 게이트에 도착한 황태자는 실로 죄스럽다는 얼굴을 하면서 백성들을 바라보았다.

“모든 건 나의 잘못이다. 황실을 대표해 사과하겠다.”

황태자가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자 방금 전까지 과격하게 행동하던 백성들이 조용해졌다.

“여러 외교 문제를 처리하느라 정신없어서 북부를 소홀히 했지만 이런 변명에 북부인들의 분노가 사그라들긴 어렵다고 생각한다. 무릎 꿇고 사과하더라도 반드시 북부인들의 분노를 잠재울 터이니 수도의 제국민들이여, 부디 나에게 한 번의 기회를 다오.”

황태자가 그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숙이자 제국민 중 하나가 눈시울을 붉혔다.

“황태자 전하를 믿습니다!”

“북부인들과 병사들도 전하의 진심을 알아줄 겁니다.”

“부디 몸조심히 다녀오십시오!”

“전하가 제국의 희망입니다!”

백성들의 응원을 들으면서 꼭 그렇게 하겠다고 미소를 지은 황태자는 뒤돌아서서 워프 게이트로 향했다.

“멍청한 것들.”

자신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는 백성들을 벌레 보듯 곁눈질한 황태자는 황급히 워프 게이트로 향했다.

역겨운 벌레들과 한 공간에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몸이 썩어 들어가는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고생하셨습니다.”

옆에 있던 시종이 황태자에게 고생했다면서 손수건을 건네자 그가 몸을 닦아 내면서 황급히 워프 게이트의 마법진에 올라섰다.

“후…… 이젠 더 역겨운 곳으로 가야 하는가?”

“이번 일로 전하에 대한 폐하의 믿음이 더 굳건해지실 것이옵니다.”

“쯧! 그래. 며칠만 참으면 건방진 반쪽짜리를 떨궈 낼 수 있을 테니 내 참아 보지.”

“예, 이번 기회에 확실히 4황자를 눌러 버려야 합니다.”

황태자의 말에 시종이 눈에 힘을 주면서 말했다.

그러자 황태자가 그 말이 만족스럽다는 듯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이참에 멍청한 북부인들의 지지를 받아 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황족이란 본래 멍청한 것들을 교화시키는 존재이니…….”

황태자가 그렇게 말하면서 눈을 감았다.

그러자 시종이 그의 말에 무조건 맞다고, 대단하시다고 맞춰 주면서 마법사들에게 눈짓했다.

위이이이잉!

워프 게이트에서 마력이 맹렬히 회전하면서 빛무리가 황태자를 감싸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눈을 뜬 황태자의 눈앞엔 수많은 무기들이 빈틈없이 정돈되어 있는 북부 사령부의 모습이 펼쳐졌다.

“황태자 전하를 뵙습니다. 북부 사령부를 맡고 있는 제든 윅스입니다.”

“오오! 반갑소. 부족하지만 황태자 자리에 있는 알렉사르라 하오. 차원 균열을 막아 낸 영웅을 이리 보니 참으로 반갑소.”

황태자가 호들갑을 떨면서 말하자 제든 윅스가 웃으면서 황태자를 안으로 안내했다.

“전하께 부족하겠지만 쉬실 수 있도록 사령부로 안내하겠습니다. 북동부로 떠나시기 전에 잠깐이라도 쉬시지요.”

“허…… 이리 환대해 주어서 감사하오. 사실 오자마자 욕먹을 줄 알았소.”

“전하께 제가 어찌……. 북부군은 언제나 황실에 대한 충정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제든 윅스의 말에 황태자가 감탄하면서 북부군의 용맹을 찬양했다.

하지만 황태자나 제든 윅스 둘 다 서로가 개소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았다.

북부군의 황실에 대한 증오를 누구보다 잘 아는 황태자였고, 제든 윅스 역시 믿을 만한 정보를 통해 황태자가 겉과 속이 다른 여우 같은 놈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북동부에 도착하길 기다리며 두 사람이 마음에도 없는 피곤한 담소를 나누던 때였다.

“내 듣기론 이번 차원 균열 봉인에 제일 큰 공을 세운 것이 두 사령관도, 레온하르트 가주도 아니라지요?”

“그렇습니다.”

황태자의 물음에 제든 윅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런 제든 윅스의 모습에 황태자가 눈을 빛냈다.

“그 친구가 나와 나이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던데……. 이번 기회에 그 친구를 좀 볼 수 있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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