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60화 (57/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60)

18. 겨울산의 영웅 (7)

겨울산의 영웅.

이 단어가 가져다주는 건 엄청난 명예였다.

‘영웅’이란 한 단어가 들어갔을 뿐이지만 대륙에서 이 칭호가 갖는 의미를 생각해 보면 결코 가볍지 않다.

어떤 언덕의 영웅, 무슨 회전의 영웅 등 아주 작은 전투의 영웅일지라도 그들은 그 지역에서 엄청난 명예를 갖고 있다.

적어도 그 지역에서는 영주보다 더한 명예를 갖춘 자로 평가되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언이 지금 그런 영웅이란 칭호를 얻었다.

그것도 작은 의미의 영웅이 아니었다.

각 지역의 정예 병력 사이에서 영웅이라 불리는 것이다.

차원 균열을 봉인하는 데 크게 기여함.

공허충과 헬 카우 그리고 오염된 몬스터들을 상대로 맞춤별 전술을 창안함.

무기별 전술 방법을 강구함.

이 모든 것들이 지난 2년간 아이언이 한 일들이었다.

특히 몬스터를 상대로는 적용하기 어렵다던 근대 무기들을 적절하게 사용한 것이 컸다.

이 덕분에 군사학자들 사이에서 한동안 논란이 될 정도였다.

하나만 하더라도 특진을 노려 볼 수 있는 엄청난 전공들을, 아이언은 독식하다시피 했다.

그리고 다들 쉬쉬하지만 차원 균열을 일으킨 다크 엘프를 발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 역시 그였다.

겨울산이라는 한정된 지역에서 고스트의 활약을 목격한 이들이 한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실 숨기려면 숨길 수 있었지만 사령관인 크림슨이 소문이 퍼지는 걸 방관했다.

아이언과 고스트들이 한 일들을 더 이상 숨기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이 모든 전공이 고작 한 사람이 이룬 일이었기에, 병사들은 경의를 담아 아이언을 ‘겨울산의 영웅’이라 불렀다.

그렇기에 대륙 최강을 다투는 레온하르트 가주를 제치고 전공 서열 1위에 오를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모든 걸 옆에서 지켜본 라이너가 뚱한 표정으로 앞에 앉은 아이언을 바라보았다.

뚱한 표정의 라이너와 다르게 아이언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이 정도면 자신이 북동부에 온 이유를 충분히 증명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인정하마. 머리는 제법 굴릴 줄 아는구나.”

한참을 침묵하고 있던 라이너가 마지못해 내뱉은, 인정한다는 말.

그것은 내기에서 아이언이 승리했다는 것을 뜻했다.

“이제 ‘자유’군요.”

아이언이 자유라는 단어를 강조하면서 말하자 라이너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나와의 내기는 이긴 걸로 쳐주마. 다만 한 가지 확인할 게 있다.”

라이너의 말에 아이언이 표정을 찡그렸다.

“이제 와서 말을 바꾸시려는 건…….”

“나는 분명히 말했다, 네놈의 ‘무력’도 증명해 보이라고…….”

라이너의 말에 아이언의 표정이 굳어졌다.

“뭐 무력의 성장 따위야 상관없을 정도의 공을 세웠으니 내기 자체는 이겼다 쳐주마. 하지만 네가 레온하르트 혈통이라는 건 변하지 않는 법. 가주로서 내 아들이 약한 건 보기 싫다.”

“제가 강해지고 싶다고 강해질 수 있겠습니까?”

아이언의 말에 라이너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끝에만 살짝 휘어진 라이너의 입꼬리를 본 순간 아이언은 순간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2년간 실전을 통해 나름대로 길은 정립했더구나.”

“스토킹까지 하십니까?”

“아무리 하찮더라도 내기는 내기이니 가까이에서 확인해야지.”

라이너가 그렇게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와라. 가문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내가 직접 검을 봐주겠다.”

“……저, 바쁩니다.”

“사령관한테 말해 두었다. 봉인식이 진행되는 일주일 동안 너한테 있는 모든 일과를 빼 주겠다고.”

“제가 없으면 소초가 안 돌아갑니다.”

“부소초장이 나름 쓸 만하더구나. 너 없이도 소초가 잘 돌아가도록 할 테니 걱정 말라더군.”

라이너의 말에 아이언이 식은땀을 줄줄 흘리기 시작했다.

“구…… 굳이 가르쳐 주실 필요는 없습니다. 제 길은 제가…….”

“잔말 말고 따라 나오너라. 아니면 기절시켜 강제로 데려갈 것이니.”

라이너가 협박성 말을 내뱉으면서 은근히 기세를 일으키자 아이언은 결국 고개를 떨구며 포기했다.

“남들은 못 받아서 안달인데……. 내 자식이지만 배가 불렀군.”

“그럼 그 안달 난 사람한테 해 주시면 될 텐데요.”

“자꾸 말끝마다 토를 달면 교육 강도가 올라갈 것이다.”

라이너의 말에 그 즉시 아이언의 입이 닫혔다.

그렇게 아비이자 가주의 협박에 반강제적으로 뒷산에 오른 아이언은 도착하자마자 검을 들어 올렸다.

“지금부터 하는 말은 새겨듣거라, 네가 어떤 길을 가든 이건 통용되는 이야기일 것이니.”

라이너가 그렇게 말하면서 검을 뽑아 들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길이 있다. 같은 혈통, 같은 검술, 같은 마나 수련법, 같은 생활을 한다 하더라도 저마다 검의 방식은 달라진다.”

라이너가 그렇게 말하면서 가볍게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산 한쪽이 움푹 패면서 터져 나갔다.

“역대 가주들은 대부분 이빨과 발톱을 중요시했다. 하지만 그건 나의 길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만의 사자검식을 창안했지.”

라이너가 그렇게 말하면서 아이언을 바라보았다.

“이건 너도 익히 아는 이야기겠지. 하지만 모두에게 통용되는 것도 있다. 그건 바로 재능.”

라이너가 그렇게 말하면서 힘을 끌어 올렸다.

“마스터까지 가는 길은 험난하다. 하지만 크게 4개의 문이 존재한다고들 하지.”

라이너의 말에 아이언은 그가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지 깨달았다.

4개의 문.

첫 번째 문, 마력 각성.

여기서부터 재능에 따라 갈라진다.

어떤 이들은 강제 각성을 해도 마나를 티끌만큼도 감지하지 못한다.

강제 각성으로라도 마나를 각성한다면 그건 곧 재능이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마나를 각성하는 순간 누구나 노력한다면 신체 강화인 2단계까지는 도달할 수 있었다.

두 번째 문, 마력 발현.

마력을 외부로 발현하는 것.

검이나 무기, 아니면 외부의 어떤 형식으로든 자신의 마력을 담아내는 걸 말한다.

이 역시 외부에 마력을 주입한다는 감각이나 재능이 없다면 평생이 걸려도 이룰 수 없는 경지였다.

이 문만 지난다면 결국 4단계인 마력 활용까지는 죽기 직전에는 이룰 수 있었다.

세 번째 문, 특성 각성.

실전, 수련 등 어떤 방식으로든 쌓아 올린 것을 통해 자신만의 특성이 담긴 마력을 개화하는 것.

그것이 바로 5단계의 경지였다.

그리고 이 문을 지나는 순간 자신이 평생에 걸쳐 쌓아 올린 무술에 각인시키는 경지가 6단계였다.

즉, 5단계를 이룬다면 언젠가는 6단계도 넘볼 수 있다는 것을 뜻했다.

네 번째 문, 오러 각성.

6단계를 걸쳐서 쌓아 올린 힘의 정수가 마력 그 자체를 변화시킬 때 이루는 경지.

그것이 바로 마스터란 경지였다.

이 네 가지 문은 대륙에 있는 무인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기초 상식.

그리고 아이언 역시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

재능 없는 자들은 절대 5단계의 벽을 뚫지 못한다는 것을.

반강제적으로 5단계에 이른 아이언조차 결국 다른 5단계 무인들의 감각은 평생토록 얻을 수 없었다.

오로지 재능에 따라 결정되는 잔인한 길.

“지난 2년간 지켜본 결과, 네가 4단계에서 이룰 수 있는 건 이미 오래전에 끝났다. 단순하게 그저 검에 마력을 압축하고 또 압축하고 검로조차 단순한 너의 길. 그렇기에 빠르게 오를 수 있는 것일 테지.”

라이너가 그렇게 말하면서 가볍게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주변 마나가 휘감기면서 아이언에게 날아들었다.

“큭!”

아이언은 반사적으로 마력을 끌어 올려 라이너가 가볍게 휘두른 검격을 막아 냈다.

그저 파리 쫓듯 단순하게 휘두른 검에도 아이언은 전력을 다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닌 듯 라이너는 연이어서 허공에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그때마다 아이언은 사력을 다해 버텨 냈다.

“실전과 수련을 통해 네놈의 검술은 그 단계에서 이미 완성형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5단계에 이르지 못한다는 건 둘 중 하나다. 재능이 없거나, 무언가에 막혀 있거나.”

라이너가 그렇게 말하면서 좀 더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재능이 없다면 거기서 멈출 것이나, 네놈의 검을 보면 분명 쥐꼬리만큼이지만 성장은 하고 있다. 그렇다는 건 네 길이 어긋나 있다는 것.”

라이너가 매의 눈처럼 아이언이 막아 내는 검로 하나하나를 관찰했다.

그리고 자신의 검격을 막아 낼 때마다 일어나는 일을 분석했다.

강철이 되고자 하는 아이언의 의지처럼 검은 단단했다.

어떤 것에도 부서지지 않겠다는 아이언의 의지가 반영된 것처럼 단단하게 결속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만약 재능이 없었다면 결코 여기까지 도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네놈이 어째서 이 모양인지 알겠군.”

라이너가 파악 끝났다는 듯 혀를 찼다.

“냉기란 놈에 현혹돼서 본질을 잊었군.”

“큭! 무슨…….”

“빙하 깊숙이 파묻혀 있다는 서리 강철이라도 이루고 싶었느냐?”

라이너의 물음에 아이언이 순간 움찔했다.

그러자 라이너가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너의 강철이란 놈은 상황에 따라 변질되는 그런 하찮은 것이었나?”

“아…….”

“멍청한 놈. 지난 2년간 그릇된 길을 걸었군.”

라이너의 타박에 아이언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처음 자신이 가진 신념.

그건 강철을 이루고자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냉기를 얻고 나서 그 신념이 변질되었다.

“강철은 차가워질 수도 뜨거워질 수도 있지. 하나 그것은 강철을 이루고 난 뒤에 할 수 있는 일이다. 강철조차 이루지 못한 놈이 서리 강철? 우습다!”

라이너의 호통에 아이언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의 말이 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쯧!”

라이너가 혀를 찼다.

“검을 들어라. 일주일, 그 시간 동안 네놈의 그릇된 길을 부숴 주마. 다시 쌓는 건 알아서 하거라.”

라이너가 그렇게 말하면서 매섭게 검을 휘둘렀다. 지금까지는 장난이었다는 듯 엄청난 속도로 아이언을 굴렸다.

그리고 이따금씩 냉기를 사용할 때면 호되게 야단쳤다.

그렇게 라이너에게 반쯤 죽을 때까지 굴려지자 순식간에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지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차원 균열의 봉인식의 날이 다가왔다.

이미 최소한의 균열만 남은 차원 균열은 봉인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봉인식이라는 건 그 최소한의 균열에서 나오는 오염된 마나조차 막고 외부와 격리시키는 작업을 뜻했다.

얼핏 보기에는 평범한 작업. 그러나 이 봉인식이 특별한 건 바로 차원 균열이 있는 이 자리에서 전공에 따른 보상을 받기 때문이다.

마침내 한계까지 압축된 차원 균열을 마법과 결계로 봉인하고 이 봉인진을 지킬 부대를 구성하는 것으로 봉인식이 끝났다.

그리고 북동부에서 가장 크게 활약한 세 명의 마스터가 단상에 서서 지난 2년간 공훈을 쌓은 사람들을 하나하나 치하했다.

“마지막으로 아이언 카터 중위. 앞으로.”

멋들어지게 차려입은 크림슨 헤일로가 아이언을 단상에 부르자 모든 이들이 아이언을 부럽다는 듯 바라보았다.

하지만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전공을 세웠기에 부러워는 할지언정 질투는 하지 않았다.

“그대는 겨울산에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전공을 세웠다. 그건 양지뿐만 아니라 음지에서도 포함된다.”

크림슨이 모두가 있는 자리에서 아이언이 고스트로서 올린 전공까지 인정했다.

“그렇기에 북동부를 대표하는 사령관으로서 그대에게 경의를 표하며 녹색 철십자 훈장과 함께 2계급 특진을 허한다.”

크림슨의 말에 모두가 경악 어린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납득하기 시작했다.

훈장과 1계급 특진 정도를 생각했지만 믿을 수 없는 공훈을 세운 아이언에게는 뭔가 부족한 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크림슨이 직접 아이언의 철십자 훈장에 녹색 보옥을 박아 주고는 다이아를 떼고 직접 클로버를 달아 주었다.

“북부 사령관으로서 그대에게 경의를 표하며 이 표창을 수여한다.”

이번엔 북부 사령관이 표창을 건네주면서 덕담을 건넸다.

마지막으로 레온하르트 가주.

“그대에게 경의를 표한다. 어떤 전장에서든 무운이 깃들길 바라지.”

라이너가 그렇게 말하면서 아이언에게 꽃다발을 건넸다.

아이언이 표창장과 꽃다발을 받아 들고 뒤돌아서 경례하는 순간.

모든 이들이 박수를 보내며 겨울산 최고의 전공을 세운 아이언을 축복해 주었다.

-다크 엘프들의 음모를 밝혀내었습니다.

-차원 균열을 훌륭히 막아 내었습니다.

-겨울산을 지켜 내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새로운 전술을 정립하셨습니다. 사람들은 그대를 근대 전술의 아버지라 부를 것입니다. 앞으로 군을 이끌 시 병사들이 당신을 따를 확률이 200% 증가합니다.

-칭호 ‘겨울산의 영웅’을 획득하셨습니다.

-영웅에게 다른 칭호는 필요치 않습니다. 앞서 얻은 모든 것들은 영웅의 업적이 되어 줄 뿐입니다. 이 시간부로 앞에서 얻은 모든 칭호들이 사라집니다.

-그동안 얻은 칭호 효과는 업적으로 남아 그 효과를 유지합니다.

-겨울산의 영웅 : 영웅의 육체(육체 능력×3), 영웅의 정신(모든 종류의 저항력×3), 영웅의 마력(마력 회복․마력량×3).

-업적 : 짬밥은 어디 가지 않는다, 북동부의 신성, 몬스터 학자, 검에 미친 자, 겨울산의 사냥꾼, 최연소 네임드 사냥꾼.

-‘신입생의 패기’는 삭제되었으므로 업적에서 제외됩니다.

“아…….”

아이언은 한꺼번에 엄청나게 떠오른 알림창을 보면서 멍하나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런 아이언을 보면서 크림슨이 빙그레 웃었다.

“고생했네. 그리고 축하하네.”

크림슨의 말에 아이언이 멍하니 있다 고개를 숙이며 어깨를 두드려 주는 크림슨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곤 단상을 내려갔다.

그런 아이언에게 부대원들이 다가와 들어 올렸다.

“모두 소초장님을 들어!”

“으쌰!”

부대원들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아이언을 들어 올렸다.

“자…… 잠깐!”

“소초장님, 축하드립니다.”

잠깐 멈추라는 아이언의 말에도 못 들은 척 부대원들이 단체로 아이언을 들어 올려 헹가래를 해 주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모두가 웃으면서 바라보며 다시 한번 박수 세례로 축하해 주었다.

그렇게 모두의 축하 속에서 마침내 아이언도 기분 좋게 웃을 수 있었다.

아마도 오늘이 이곳으로 온 이후 최고로 행복한 날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설령 살아남아 현대로 돌아간다 해도 이날만큼은 잊지 못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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