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59)
18. 겨울산의 영웅 (6)
아이언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차원 균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 중 하나가 일어난 것이다.
“불완전한 균열로도 연결됩니까?”
-그건 모르겠다.
전생에선 없었던 일에 아이언이 표정을 찡그렸다.
비록 차원 균열을 막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했던 일이 쓸모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다크 엘프들을 방해하면서 차원 균열을 불완전하게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차원 게이트가 완전히 고정되지 못하게 만들고 차원 균열 역시 완전히 열리지 않도록 했다.
그것을 구분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반대 공간이 완전히 보이지 않고 일렁인다면 그건 차원 균열이 완전히 열린 것이 아니었다.
차원과 차원 간의 불안전한 연결.
그 상태에서 자칫 잘못 넘어왔다가는 차원 미아가 될 수 있었고, 아니면 넘어오다 몸이 사라져 버릴 수도 있었다.
그런데 지옥문이 그 위험을 감수하고 연결된 것이다.
“중대장님, 일단 헬 카우들이 있는 좌표 좀 불러 주십쇼.”
-방법이 있나?
“있을 것도 같습니다.”
아이언은 그렇게 말하면서 전생의 헬 카우들을 생각해 보았다.
지옥문이 열리면 가장 많이 나오는 놈들이 헬 카우와 아귀, 헬하운드였다.
특히 헬 카우 이놈들은 무식하게 돌진하는 녀석들로 유명한데, 무식한 걸로 따지자면 모든 몬스터들을 통틀어서 톱 3 안에 드는 놈이었다.
게다가 소처럼 우직하게 돌진하는 것도 닮았는데, 그러다 보니 전생에서 헬 카우들을 상대로 하는 수많은 전술들이 생겨났다.
-음머어어어어~.
멀리서 들려오는 소의 울음소리에 아이언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겨울산의 눈을 녹이면서 열기를 내뿜는 붉은 젖소가 보였다.
콧김을 뿜을 때마다 불이 나오는 헬 카우를 보면서 아이언이 한숨을 쉬었다.
점박이 모양이 귀여운 헬 카우들의 문제점은 번식이 빠르다는 것이다.
게다가 젖소란 이름을 가진 녀석들답게 녀석들의 젖에서 가끔 우유 비슷한 게 떨어지는데, 그것이 땅에 떨어지면 주변엔 지옥 불이 생겨난다.
한마디로, 놔두면 공허충처럼 골치 아파지는 놈들이었다.
“지금부터 잘 들어.”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병사들을 불러 모았다.
“너희들은 일단 이 지점에 폭탄을 깔아서 녀석들의 돌진을 막을 준비를 해. 그리고 이 좌표에 포격할 준비를 하라고 하고.”
아이언의 말에 병사들이 다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후…… 지금부터 분대는 2개만 유지한다. 숀 병장 분대는 내게 붙고, 찰스 상병은 부소초장한테 붙어야 한다. 네가 가서 연락해.”
“알겠습니다!”
“우린 헬 카우 담당이야. 그러니까 몇 배는 위험해질 거다.”
아이언이 각오하라는 듯 말하자 병사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첫 번째 포격으로 녀석들을 자극한 다음 내가 직접 이곳으로 유인할 거야. 그럼 내가 지나가는 타이밍에 맞춰서 폭탄을 터뜨려. 한순간이나마 헬 카우들을 멈추게 만들면 돼.”
“그래 봤자 다시 움직이지 않겠습니까? 그 시간이면 포격을 하기엔 부족할 겁니다.”
“그래, 맞는 말이야. 그러니까 녀석들에게 먹잇감을 줘야지.”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작은 지도를 펼쳤다.
“지금부터 우린 헬 카우들을 몰고 다니면서 몬스터들과 공허충들을 정리할 거야.”
아이언이 문득 사악하게 웃었다.
“우리 귀여운 헬 카우들이 또 잡식성이라 가리지를 않아요. 그러니까 배부르게 먹을 수 있도록 여러 먹이를 던져 줘야지.”
이후 아이언은 작전을 설명해 주었다.
다행히 헬 카우들은 조금 움직이면 그 자리에 머무는 특성이 있다.
주변이 지옥 불에 의해 용암으로 변할 때까지 움직이지 않는다.
그런 특징을 이용하면 이런 작전이 가능해진다.
1. 첫 번째 포격을 가한다.
2. 기동성 빠른 이들을 통해 헬 카우들을 유인한다.
3. 중간중간 몬스터들이 있는 곳으로 몰아서 녀석들이 몬스터들과 싸우도록 유인한다. 겸사겸사 공허충도 처리한다.
4. 움직이는 걸 극도로 귀찮아하는 헬 카우들을 위해서 중간중간 포격으로 자극을 준다.
5. 위의 과정을 반복해 대부분의 몬스터들을 정리한다.
그러기 위해서 2개의 분대가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했다.
“부소초장 분대는 헬 카우와 공허충 및 몬스터가 있는 곳을 수색해야 해. 또 계속해서 중대장과 연계해서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아야 한다.”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좋아. 그럼 우리 분대는 실시간으로 받은 정보들을 가지고 헬 카우들을 몰고 다닐 거야. 포격이나 전투로 죽은 헬 카우들의 보충을 위해선 계속해서 넘어오는 헬 카우들을 합류시켜야 해.”
헬 카우들의 특징은 무리 생활을 한다는 점이다.
더 많은 무리가 있는 곳으로 합류하려는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소수의 헬 카우들을 합류시켜서 움직여 주는 게 중요했다.
“다들 알아들었나?”
“예!”
“좋아. 작전을 시작한다.”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병사들에게 임무를 부여했고, 아이언 역시 중대장이 불러 준 좌표로 움직였다.
“이해되셨습니까?”
-되긴 했네만…….
“소초장 중 한 명으로 저희 임무를 이어받을 수 있는 소대가 필요합니다.”
-음…… 되…… 될까? 나도 힘들 거 같은데.
중대장이 자신 없다는 듯 말하자 아이언이 표정을 찡그렸다.
“그럼 사령부에 보고해서 이 임무를 이어받을 수 있는 자를 보내 달라 청해 주십쇼.”
-흠흠…… 바로 보고하겠네.
냉큼 말하는 중대장을 보면서 아이언이 한숨을 쉬었다.
“아직 몸이 다 회복도 안 됐는데 구르게 생겼네.”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헬 카우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몸을 숨기면서 헬 카우들이 지역을 영역화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녀석들은 젖을 짜는 것처럼 지옥 불꽃을 뿌리면서 추운 겨울산을 용암지대로 만들고 있었다.
아이언이 그런 지옥 젖소들을 향해 불꽃을 쏘아 올리자 얼마 후 상큼한 포탄 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쾅! 쾅! 쾅!
-움머!
-움머어어어!
점박이 무늬가 귀여운 헬 카우들이 당황하면서 날뛰기 시작했다.
그러다 포탄에 직격으로 얻어맞은 몇몇 헬 카우들이 중상을 입자 분노한 헬 카우들이 이 사태를 만든 원흉을 찾기 시작했다.
눈이 벌게져서 단숨에 아작 내겠다는 듯 살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흉악한 표정의 젖소의 모습으로 이리저리 원흉을 찾고 있는 헬 카우들의 모습은 언밸런스했다.
-음머?
멀리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한 소년을 발견한 헬 카우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내 분노한 표정으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움머어어어어!
한 놈이 분노한 표정으로 돌진하자 다른 녀석들 역시 재빨리 뒤따르기 시작했다.
가장 앞에 선 소가 잘못 봤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움직였으니 그를 따라 움직일 뿐이었다.
실로 무식한 놈들.
하지만 그들의 육체와 능력은 절대 무시할 수 없었다.
번식력, 지옥 불, 육체 능력 모두가 웬만한 몬스터는 흉내 낼 수 없는 강력한 놈들이다.
한 놈 한 놈도 무서운데 떼로 몰려다니는 놈들이다 보니 더더욱 골치가 아팠다.
-움머어어어(저놈 잡아라)!
-음머(저 새끼 족쳐)!
헬 카우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어린 소년 하나를 잡기 위해 미친 듯이 달렸다.
그러다 어느새 귀찮아져서 하나둘 달리던 것을 멈추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눈앞에 먹잇감이 들어왔다.
평소라면 쳐다도 안 볼, 오염된 곤충들이었다.
하지만 뛰었더니 배가 고파진 헬 카우들은 다시금 미친 듯이 돌진하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소 떼의 습격에, 한데 모여서 열심히 오염된 마나를 퍼뜨리던 공허충들이 저항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멀리서 아이언이 사악한 미소를 지으면서 바라보았다.
“그래, 개떼처럼 달려들어야지.”
헬 카우들이 압도적인 신체 능력으로 공허충을 물어뜯고 있었지만 공허충들 역시 그냥 죽지는 않았다.
격렬히 저항하면서 헬 카우들을 하나하나 죽여 나갔다.
하지만 워낙 기본적인 힘 차이가 컸기에 결국 공허충들이 전부 죽어 헬 카우들의 배 속으로 들어갔다.
그걸 본 아이언이 또다시 불꽃을 쏘아 올렸다.
펑!
하늘로 솟아오른 불꽃이 터지는 순간 또다시 폭격이 시작되었고, 열받은 헬 카우들은 다시금 아이언에게 달려들었다.
겨울산에 있는 몬스터 영역부터 공허충들까지 하나하나 헬 카우들의 밥으로 만들어 주면서 돌아다니기 시작하자 이것을 보고받은 북부 사령관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저게 되네?”
제든 윅스의 말에 크림슨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처음 아카데미에서 아이언에 대해 보고를 받았을 때도 놀랐지만 지금은 그저 헛웃음만 나왔다.
헬 카우들을 이용해 공허충과 몬스터들을 정리하는 것도 정상적이지 않지만, 쉬지 않고 헬 카우들을 계속해서 이용하겠다는 생각도 정상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전투로 죽은 헬 카우들을 지옥문에서 계속해서 보충해 나가며, 마치 끊임없이 돌아가는 마탑의 기계처럼 헬 카우들을 굴리고 있었다.
중간중간 인원을 바꿔 가면서 포격으로 자극하고, 밥 먹이고 자극하고 밥 먹이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처음엔 좀 독특하다 싶은 전술이었지만 이내 겨울산 전체를 돌아다니면서 엄청난 성과를 보이자 겨울산에 있는 모든 부대에서 이것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작전명 ‘헬 카우 몰이사냥’.
독특한 이름의 전술이 겨울산 전체에 퍼져 가자 암담하기만 했던 부대의 분위기가 반전되어 갔다.
동시에 중앙에 차원 균열에 대한 보고가 이뤄지고 차원 게이트가 나타났을 때를 기준으로 한 막대한 지원 물자들이 오면서 겨울산에 주둔 중인 부대들의 표정에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주가 흘렀을 무렵, 또 한 가지의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차원 균열이 줄어들었습니다!”
“역시 내 가설이 맞아 들었군! 하하하하!”
“말은 바로 해야지. 아이언 중위의 가설이 맞은 거다.”
장교의 보고에 마일드 프리스턴이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말하자 크림슨이 인상을 찡그리며 그의 말을 고쳐 주었다.
“후…… 아이언 중위 말이 맞아 들었다니 그나마 다행이군.”
크림슨은 그렇게 말하면서 마일드 프리스턴과 함께 막사에서 나와 차원 균열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언제쯤 봉인할 수 있겠나?”
“2년…… 아니, 그보다 좀 더 일찍 봉인할 수 있겠어.”
마일드 프리스턴의 말에 크림슨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2년이라…….”
크림슨이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차원 균열을 바라보았다.
“고작 불완전한 차원 균열에 2년이란 시간을 허비하는 건가?”
“이걸 연구하다 보면 더 좋은 방법이 나올 걸세. 한번 경험했으니 다음번에는 좀 더 확실한 봉인 방법을 찾을 수 있겠지.”
“그런가?”
크림슨이 친우의 말에 씁쓸한 미소를 지으면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족히 2년간은 북동부의 모든 역량을 이곳에 쏟아부어야 한다는 걸 의미했다.
“바쁜 나날이 되겠군.”
“다 늙어서 이 무슨 고생이야.”
마일드 프리스턴이 혀를 차면서 말하자 크림슨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의 말처럼 정말 다 늙어서 이게 무슨 고생인가 싶었다. 하지만 힘 있는 자들 혹은 높은 위치에 있는 자들에겐 그만한 책임이 필요한 법이었다.
그것을 알기에 두 늙은이는 피곤함을 참아 내며 차원 균열을 막아 내는 데 사력을 다했다.
사령관과 차기 마탑주뿐만이 아니라 북동부에 있는 모든 이들이 차원 균열을 막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
그러자 시간이 흐르면서 공허충과 헬 카우를 비롯한 오염된 몬스터들을 상대하는 데 노하우가 생기고 쌓였고, 결국 차원 균열이 생긴 것치곤 상상도 못 할 정도의 작은 피해로 틀어막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모두의 노력과 희생을 바친 끝에 마침내 차원 균열의 크기가 완전히 줄어들었다.
그리고 그건 곧 차원 균열이 봉인되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동시에 연결되었던 지옥문도 완전히 닫히면서 겨울산은 안전 지역으로 돌아왔다.
이렇게 되자 겨울산에 모였던 엄청난 전력이 슬슬 자신들의 자리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그리고 미루고 미뤄 두었던 전공에 대한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한 가지 의외인 점은 겨울산에서 최고의 전공을 세운 건 마스터인 사령관들도, 차기 마탑주인 마일드 프리스턴도 아니라는 것이었다.
최고 전공의 주인공은 아직 앳된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한 어린 중위였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중위를 ‘겨울산의 영웅’이라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