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52)
17. 피닉스 구출 작전 (2)
아이언은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일 검에 주변을 휩쓰는 폭풍검을 만들어 내는 모습에 그저 경외감만 들었다.
전생에도 느꼈지만 마스터라는 존재는 인간을 초월한 존재라고밖에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마스터들조차 초인이 아니다.
학자들은 진정한 초인은 그랜드 마스터마저 넘어선 존재라고 단정 짓는다.
‘이 모습을 보면…… 과연 그런 소리가 나올까?’
아이언은 멍하니 그런 생각을 했다.
흔히들 마스터를 괴물이라고 표현하곤 한다.
인간의 정점에 선 존재들.
일인 군단.
인간이 다다를 수 있는 마지막 단계.
천재를 넘어선 괴물의 영역.
이 모든 것들이 마스터를 표현하는 단어들이었다.
그리고 오늘 아이언은 다시금 이 표현들이 맞다는 것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위험한 거 아닙니까?”
아이언이 칼 구스타프를 보면서 물었다.
어느새 칼 구스타프를 노렸던 강력한 검은 빛줄기가 폭풍을 뚫고 마스터를 노리고 있었다.
마스터답게 그것을 손쉽게 쳐 내고 있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겨울산 깊숙한 곳에 얼마나 강한 다크 엘프가 있는지도 알 수 없었고, 아무리 마스터가 강하다 한들 혼자서 모든 상위 몬스터를 쓸어버릴 순 없었다.
지금 마스터가 있는 곳은 화이트 와이번의 영역이었고, 콜드 윙의 영역까지 폭풍에 휘말린 상태였다.
몬스터와 다크 엘프 전원을 마스터 혼자 죽일 순 없는 노릇이었다.
만약 그게 가능했다면 진즉 북동부 사령관인 크림슨 헤일로가 쓸어버렸을 것이다.
“그래서 불렀지 않나.”
“예?”
칼의 말에 순간 이해하지 못한 아이언이 멍하니 되물었다.
그러자 그가 미소를 지었다.
“고스트는 항상 완벽한 작전 수행을 추구하지. 그런 우리가 고작 마스터 한 명만 믿고 작전을 할 것 같나?”
칼의 말에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아이언에게 옆에 있던 린텔이 말했다.
“저분은 북부 사령관이 아니시다.”
칼 구스타프의 말에 아이언이 멍하니 폭풍을 일으키는 존재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문득 익숙한 기운의 파장이 느껴지자 아이언이 눈을 커다랗게 떴다.
“아!”
“그래, 저분은 북동부 사령관이시지. 우리가 부른 사람은 북부 사령관이잖아.”
이미 오래전 마스터에 오른 크림슨의 힘이 완벽히 개방된 모습을 아이언이 순간 멍하니 바라보았다.
전생에선 볼 수 없었던 모습이고, 북동부로 오고 나서도 한 번도 크림슨이 힘을 쓰는 것을 본 적이 없어서 몰랐었다.
“폭풍검…….”
그의 이명을 떠올린 아이언이 멍하니 바라보자 린텔이 그런 아이언이 귀엽다는 듯 말했다.
“우리가 부른 분은 저기 오시는군.”
저 멀리 상공에서 비룡 한 마리가 열심히 날갯짓하면서 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하늘에서 한 줄기의 섬광이 터져 나왔다.
그 순간 크림슨이 만들어 낸 폭풍이 두 조각 나면서 그 너머에 있던 곳이 깊게 패어 나갔다.
동시에 엄청난 충격이 퍼져 나가면서 대규모 눈사태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자연재해를 만들어 내는 마스터의 위용에 다들 멍하니 그것을 구경했다.
“마스터들은 다 괴물이라니까?”
“동의한다.”
“천하의 빌리 브란트가 내 말에 동의를 다 하네?”
린텔의 말에 서열 2위 빌리 브란트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했다.
앙숙인 두 사람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그저 마스터가 보이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짹!
모두가 멍하니 두 마스터의 신위를 바라보고 있을 때 뱁새가 작게 울면서 아이언의 머리를 콕콕 찍었다.
그러고는 파드득 날아서 아이언의 얼굴 앞에 턱하니 자리를 잡았다.
그러자 아이언이 뱁새를 두 손으로 모아서 앉을 곳을 마련해 주었다.
-짹짹짹!
-부엉.
뱁새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 말하자 부엉이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에 동의했다.
“왜?”
-짹짹!
뱁새가 멀리서 아이언을 지켜보고 있는 흐릿한 형상을 날개로 가리켰다.
“아!”
-짹!
그제야 뱁새가 뭘 말하고자 하는지 인지한 아이언은 곧장 칼 구스타프에게 뭔가를 말하려다가 멈칫했다.
자연재해를 일으키는 두 마스터가 있는 곳을 보고선 ‘과연 저기를 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 것이다.
자다가 날벼락을 맞은 화이트 와이번들이 상공에서 브레스를 뿜고 있었고, 어느새 나타난 콜드 윙이 냉기를 뿜어내면서 상공을 맴돌았다.
지상에선 다크 엘프들로 보이는 존재들이 참격을 날리거나 마법을 발현해 저항하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무슨 일이지?”
아이언이 멍하니 있자 칼이 그를 상념에서 깨워 주었다.
“아, 뱁새가……. 아니, 저…….”
“침착하게.”
말이 꼬였던 아이언은 잠시 심호흡을 한 후 정신을 가다듬었다.
“아무래도 피닉스로 추정되는 신수를 구해야 할 것 같습니다.”
“구한다라…….”
“확실하진 않지만 신수와 차원 균열 간에 뭔가 연결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아이언의 말에 고스트들이 의문에 찬 표정을 지었다.
구스타프 역시 아까 슬쩍 듣긴 했지만 좀 더 자세히 듣고 싶다는 표정이었다.
“아까 도망치면서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이언이 이곳까지 날아오면서 자신이 생각한 바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우선 다크 엘프들이 어째서 이곳에 있는지부터 설명한 그는 그들이 자살하는 모습을 보고 추론한 것들을 바탕으로 차원 균열과 연관 지은 뒤, 뱁새와 부엉이에게 물어보면서 확신을 얻게 된 차원 균열과 신수의 연관성까지 쭉 풀어 나갔다.
“신수와 차원 균열의 연관성이라……. 흥미롭군.”
칼 구스타프의 말에 다른 고스트들 역시 흥미롭다는 표정이었다.
“정령사보다 귀하다는 신수 계약자답네.”
린텔이 재밌다는 듯 웃으면서 말하자 다른 고스트들 역시 동의했다.
처음엔 5단계에 이르지 못한 아이언이 고작 신수 계약자라는 희귀성 때문에 고스트에 오게 된 것에 불만을 가진 이들도 있었다.
아무리 아카데미에서 활약하고 여러 제안들이 사령부에 통과되었다지만 그 정도로 고스트에 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고스트에 온 이들은 다들 한가락 하는 데다 공훈이라면 너 나 할 것 없이 상당히 쌓은 자들이었기 때문에 자부심이 대단했다.
하지만 오늘 그 생각을 완전히 고쳐먹었다.
아직 어린 몸으로 몬스터 웨이브의 위험을 발생시킬 차원 균열에 대한 단서를 찾았으며, 신수와의 연관성까지 찾아냈기 때문이다.
이건 고스트들 중에 그 누구도 못할 성과였다.
“빨리 5단계가 돼라.”
“예?”
오늘 처음 본 서열 2위의 빌리 브란트가 아이언보고 협박하듯 말했다.
갑자기 그런 말을 하니 아이언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린텔이 키득거리면서 설명해 주었다.
“네가 마음에 든다는 거다. 5단계에 올라야 고스트에 온 네가 괜한 소리를 듣지 않을 테니 빨리 오르라는 뜻이지.”
“아…….”
“사실은 그냥 인정한 거야, 네 능력이 고스트에 어울린다는 걸.”
린텔이 그렇게 말하자 다른 고스트들 역시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자! 잡담은 그만하고……. 이제부터 캡틴 고스트로서 명령하겠다. 작전명은 ‘피닉스 구출’.”
칼 구스타프의 말에 모든 이들이 칼을 바라보았다.
“피닉스가 어디에 있는지는…… 귀여운 신수가 가르쳐 주나?”
칼의 물음에 아이언이 뱁새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뱁새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부리로 멀리 있는 투명한 새를 가리켰다.
“저 녀석이 알려 줄 거 같습니다.”
아이언의 말에 칼이 미간을 찌푸렸다.
자신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른 고스트들 역시 허공을 바라보다가 신기한 듯 아이언을 돌아보았다.
“흠흠…… 그럼 저 피닉스로 추정되는 존재를 따라가면 된다는 뜻인가?”
“그렇습니다.”
칼이 헛기침을 하면서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묻자 아이언이 웃음을 간신히 참아 내면서 대답했다.
“좋다. 지금부터 피닉스 구출 작전을 시작하지.”
칼이 그렇게 말하면서 손가락으로 바닥에 그림을 그리며 작전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선 마스터들이 정신없이 싸우고 있는 전투 지역을 피해 피닉스가 있다고 추정되는 곳에 간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은 상공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는데,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게 비룡이었다.
칼이 특수한 피리를 불자, 저 멀리 상공에 떠 있던 북부 사령관이 타고 온 비룡이 서서히 칼이 있는 곳으로 날아왔다.
그리고 그렇게 상공을 통해 피닉스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에 진입하고 나면 아이언을 안내원 삼아 피닉스가 있는 곳을 찾는다.
만약 그 과정에서 습격당한다면 그것을 방어할 고스트들을 남겨 둔 채 소수 인원만으로 피닉스를 찾는다는 게 이 계획의 주요 골자였다.
“1조는 나와 아이언, 린텔이다. 나머진 2조로 적을 막는 데 주력하도록.”
“예!”
칼의 명령에 고스트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좋아. 그럼 마지막.”
칼이 계획의 마지막 단계를 설명했다.
“만약 피닉스를 찾은 상황에서 위험 상황이 펼쳐진다면 아이언은 먼저 밖으로 탈출하는 데 주력하도록.”
“저…… 혼자 말입니까?”
“그래.”
아이언의 물음에 칼이 곧바로 대답했다.
“뭘 망설이는지는 안다. 하지만 고스트라면 무엇보다 임무를 우선해야 한다.”
칼의 말에 아이언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이번 작전으로 너를 제외한 우리 모두가 죽는다 해도 문제 될 건 없다.”
칼이 만약의 상황을 얘기하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역시 작전에서 나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죽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작전은 성공했고 덕분에 수많은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이번 작전은 그때보다 훨씬 더 중요한 작전이다.”
칼 구스타프가 그렇게 말하면서 아이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무조건 작전이 우선이란 걸 명심해라. 알겠나?”
“……알겠습니다.”
아이언의 대답에 칼이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 고스트를 바라봤다.
“작전을 수행하겠다. 상당히 어려운 작전이 될 수도 있으니 마음 단단히 먹도록.”
“예!”
칼의 당부에 모두가 곧장 대답했다.
그러자 위에서 지켜보고 있던 비룡 기사가 슬며시 비룡을 하강시켰다.
“잘 부탁합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칼이 고스트라는 걸 알고 있는 비룡 기사가 침을 꿀꺽 삼키면서 대답했다.
모든 고스트 인원이 비룡을 타기엔 버거웠지만 중요 작전이란 걸 감안해서인지 비룡 기사는 억지로 고스트를 전부 태웠다.
비룡의 발에 매달리는 고스트 인원들도 있었다.
“몸은 괜찮나?”
칼이 자신의 뒤에 탄 아이언을 향해 물었다.
“버틸 만합니다.”
극심한 내상을 입었다는 걸 알고 있는 칼이 걱정스레 물었지만 뱁새의 도움으로 아직까진 큰 문제는 없었다.
게다가 뱁새 덕분에 지금도 실시간으로 치유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뱁새의 노래 덕분인지 근처에 있던 칼 역시 아까 입었던 내상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었다.
“신기하군.”
-짹짹짹짹!
열심히 노래하는 뱁새를 칼이 정말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다른 고스트들 역시 몸에 활력이 돌기 시작하는 것을 느끼면서 멍하니 뱁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들었다.
그렇게 뱁새의 치유와 활력의 효과에 만족하는 동안 상공에 진입한 비룡이 폭풍이 몰아치는 전투 지역에 진입했다.
다행히 두 마스터 덕분에 정신이 없는지 멀리 돌아가는 비룡을 신경 쓰는 몬스터는 없었다.
하지만 좀 더 안쪽으로 진입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캉!
멀리서 요격하듯 날아오는 검은 화살을 막아 낸 칼 구스타프가 다급히 말했다.
“위험하겠지만 좀 더 안쪽으로 진입해 주십시오.”
“예.”
칼의 부탁에 비룡 기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위험을 무릅쓰고 좀 더 안쪽으로 진입했다.
“지금부터 하강한다. 다크 엘프로 추정되는 존재가 우릴 노리는 거 같으니 하강 즉시 2단계 작전을 실시한다.”
“예!”
칼의 명령에 모든 고스트들이 일제히 대답과 동시에 비룡에서 뛰어내렸다.
“무운을 빕니다.”
아이언은 비룡 기사에게 작게 고개를 숙인 후 마지막으로 비룡에서 뛰어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