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51화 (48/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51)

17. 피닉스 구출 작전 (1)

겨울산에서 녹색 불꽃이 솟아오르는 것을 확인한 고스트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원 5단계에 이른 이들답게 모든 고스트들이 일제히 검은 로브를 입은 수상한 자를 제압하러 나선 것이다.

서열 2위라 불린 고스트의 검에서 수십의 검은 참격이 일어나 적을 묶었다.

그 뒤를 이어 린텔의 초가속의 검격이 로브를 찢어발겼다.

남은 고스트들 역시 낫을 든 자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흐릿한 검으로 사신의 빈틈을 노리고.

잔영을 일으키면서 상처를 입히고.

번뜩이는 검으로 적의 시야를 차단했다.

그리고 상공에서 떨어지는 한 줄기의 검은 검.

제각기 다른 특성을 지닌 고스트들의 검에는 각자만의 개성이 뚜렷하게 남아 있었다.

‘저게 전원 5단계의 힘인가?’

각자의 특성이 담긴 검을 보자 아이언이 부럽다는 듯 속으로 중얼거렸다.

전생에 자신도 올랐던 경지이지만 온전히 5단계를 각성한 자들의 힘은 여전히 부러웠다.

고작해야 화룡의 심장으로 불길이나 뿜어내는 불완전한 자신과는 차원이 다른 힘.

“부럽나?”

칼 구스타프가 돌아보며 묻자 아이언은 씁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급할 거 없다. 고스트 생활을 하다 보면 너도 곧 오를 거다.”

칼 구스타프가 너무 조바심 내지 말라는 듯이 말하면서 점점 마무리되어 가는 전투를 체크했다.

그렇게 10여 분이 지났을 때였다.

“그래, 뭔가 튀어나올 줄 알았지.”

칼이 그렇게 말하면서 곧바로 검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강하게 허공을 긋는 순간 강력한 검파가 날아가면서, 숨어서 접근하던 뭔가를 가격했다.

쾅!

“제법.”

가볍게 휘두른 검격이었지만 상대에게 조금도 타격을 입히지 못했다는 것을 확인한 칼 구스타프가 본격적으로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쌍검을 든 뭔가가 빠르게 날아들었다.

그 순간 칼 구스타프의 검이 움직이면서 상대를 튕겨 냈다. 강력한 충격파가 주변을 휩쓰는 것과 동시에 본격적으로 움직인 칼의 검에서 연이어서 충격파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마치 검과 한 몸이라도 된 것 같은 움직임.

검을 휘두를 때마다 강력한 충격파가 터져 나오면서 주변을 휩쓸기 시작했다.

“6단계?”

아이언이 멍하니 중얼거렸지만 자세히 보면 완벽한 건 아닌 것 같았다. 검이 움직일 때마다 충격파가 일어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하고도 남았다.

그 증거로 쌍검을 휘두르는 검은 로브의 사내가 연신 밀리고 있었다.

강력한 충격파 때문인지 그가 입은 로브는 벌써 대부분 찢겨 있었다.

-짹!

아이언도 뭔가 해 보려고 움직이려는데 뱁새가 머리를 콕 찍으면서 움직이지 말라고 말렸다.

어느새 온 부엉이 역시 어깨에 사뿐히 안착하면서 아이언을 멍청하다는 듯 타박했다.

-부부부!

부엉이가 그 실력으로는 낄 생각도 말라는 듯 타박하자 아이언이 얌전히 앉아서 주변을 정찰했다.

어느새 린텔이 뒤로 빠지면서 아이언의 곁으로 다가왔다.

“전 괜찮습니다.”

“그 몸으로? 신수도 상처 입은 것 같은데?”

린텔의 말에 아이언이 말없이 입을 닫았다.

그런 아이언을 보면서 린텔이 그의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이럴 땐 얌전히 선배를 믿는 거다. 엄청난 공을 세운 후임인데 선배 입장에서 이 정돈 해 줘야지.”

린텔이 그렇게 말하면서 점차 끝나 가는 전투 상황을 바라보았다.

로브가 찢어지면서 드러난 낫을 든 존재는 귀가 뾰족한 다크 엘프였다.

그리고 캡틴 고스트인 칼과 싸우는 존재 역시 같은 다크 엘프였다.

“다크 엘프라…….”

린텔이 심각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심각한 건 아이언 역시 마찬가지였다. 전생에 다크 엘프가 나타났다는 말을 소문으로 들은 적 있지만 그들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 다른 엘프들과는 반대 노선을 타고 있으며 인간들에 대한 강력한 적대감을 갖고 있다는 정보뿐이었다.

‘이 상황에 다크 엘프라고?’

두 명 다 실력이 범상치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대체 왜 전생에선 나타나지 않은 것인지 의문이었다.

‘왜지? 저 정도 실력이면 충분히…….’

5단계 이상의 실력자는 전생에서도 충분히 대단한 경지였다.

4단계까지는 어느 정도 흔한 편인 것과 다르게 5단계부터는 극도로 희소해지기 때문이다.

마스터가 사령관급이라면 6단계는 최소 장성급이거나 특수부대의 장으로 있을 정도로 희귀하다.

그럼 5단계는?

그냥 가만히 짬밥만 먹어도 대령까지는 무난하게 달 것이고 조금만 노력하면 별을 달고 전역할 수 있을 정도다.

아이언이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에 빠질 때였다.

어느새 제압을 끝낸 고스트들이 칼을 도와서 나머지 한 명의 다크 엘프마저 제압을 끝냈다.

그냥 죽였다면 진즉 끝냈을 일이나, 살려서 제압한다는 조건 때문에 상당히 시간이 걸렸다.

“임무 완료했습니다.”

“잘했다.”

칼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고스트들을 치하했다.

“일단 이 녀석들을 데려가서 심문을…….”

칼이 그 말과 동시에 눈을 크게 뜨고 재빨리 검을 휘둘렀다.

콰앙!

강력한 충격파와 함께 아이언이 저 멀리 날아갔다. 다른 고스트들 역시 충격만으로 피해를 입었는지 다들 뒤로 밀려났다.

그런데 아이언과 고스트들이 뒤로 밀려난 게 문제가 아니었다.

“쿨럭!”

“대장!”

린텔이 피를 토하는 칼을 보면서 고함을 질렀다.

고작 한 번의 공격을 막은 것만으로 내상을 입은 칼 구스타프를 보면서 모든 고스트들이 경악하며 칼을 불렀다.

그러자 칼이 다급히 고스트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전부 산개해!”

자신을 부르는 린텔의 말에 칼이 재빨리 명령을 내리자 모든 고스트들이 재빨리 산개했다.

아이언 역시 부엉이의 발을 잡고 상공으로 날아올랐다.

지상을 보니 고스트들이 사로잡았던 녀석들이 자살한 상황이었다.

“이런 미친! 미친! 미친!”

린텔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욕설을 내뱉으면서 재빨리 내달렸다.

칼을 비롯한 모든 고스트들이 산개하자 주변으로 폭격이 떨어지듯 무언가가 날아들었다.

마치 다크 엘프들의 시신조차 찾지 못하도록 뭉개 버릴 요량 같았다.

쾅! 쾅! 쾅!

“대체 어디서…….”

부엉이의 도움을 받아 빠르게 상공으로 날아가던 아이언의 눈으로도 확인하기 어려운 곳에서 뭔가가 날아들었는데, 그것이 6단계 초입으로 추정되는 칼 구스타프를 일격에 내상을 입힐 가공할 만한 파괴력을 보여 주고 있었다.

“왜 처음부터 나서지 않은 거지?”

저 정도 실력이라면 고스트들이 다크 엘프들을 압박할 때 나타났으면 됐을 일이다.

그런데 둘이 당할 것 같자 나타났다.

도망조차 치지 못하게 철저하게 움직임을 봉쇄했기 때문이다.

인질이 되어 버릴 찰나 그들이 스스로 죽을 시간을 벌어 주려는 것 같은 공격.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생각하자. 생각해.”

아이언은 다급한 상황에서 미친 듯이 머리를 굴렸다.

어째서 강력한 존재가 이제야 나타난 것일까?

부하들을 하찮게 생각해서?

그렇다고 보기엔, 그들의 명예를 지켜 주려는 것 같은 움직임이었다.

“뭔가를 숨기고 있다.”

첫 번째로 생각할 수 있는 건 부하들이 자살할 시간을 벌어 줄 정도로 숨겨야 할 비밀이 있다는 것.

“만약 뭔가를 하고 있던 중이기에 어쩔 수 없이 나선 거라면?”

하루라도 빨리 뭔가를 해야 하는데 예상치 못하게 자신들 때문에 방해된 거라면?

맨 먼저 아이언을 재빨리 제거하려 했으나 그러지 못했고, 뒤이어 수상하다며 동료가 왔으나 고스트들의 실력이 예상보다 뛰어나 붙잡혔다.

그런 상황에서 정보라도 숨기기 위해 다크 엘프들이 자살할 시간을 마련했다.

그럼 그들이 준비하던 건?

“준비가 부족하더라도 일단 뭐라도 하려나?”

아이언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면서 근처의 암석 뒤에 몸을 숨겼다. 부엉이가 부상당한 날개와 마력으로 오래 날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몸을 낮춘 채 생각을 거듭했다.

“차원 균열? 설마…….”

아이언이 설마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내밀어서 화이트 와이번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멀리서 자신을 바라보는 흐릿한 새의 형상을 바라보았다.

“다크 엘프들이 차원 균열과 연관이 있는 건가? 그럼 피닉스는?”

아이언은 중얼거리면서 미친 듯이 머리를 굴렸다.

그러다 문득 뭔가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신수와 차원 균열 간에 연관성이 있나?”

아이언이 중얼거리면서 뱁새와 부엉이를 바라본 순간 녀석들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 이런 미친……. 진짜라고?”

아이언이 자신의 추론에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자 부엉이가 잘 추론했다는 듯 날개로 아이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뱁새 역시 짹짹거리면서 머리 좋은 아이언을 칭찬하듯 콕콕 찍어 주었다.

신수들의 칭찬을 들은 아이언이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았다. 충격이 너무나도 컸던 탓이다.

그러나 곧 부엉이가 날개로 귀싸대기를 올리자 황급히 정신을 차렸다.

-부엉!

정신 차리라는 부엉이의 말에 황급히 제정신으로 돌아온 아이언은 짹짹거리면서 자신의 상처를 치료해 주는 뱁새를 바라보았다.

“더 자세히 알려 줄 수 있어?”

아이언의 물음에 뱁새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부엉이 역시 말해 줄 수 없다는 듯 작게 고개를 저었다.

결국 스스로 알아내야 한다는 뜻이었다.

“하…… 몬스터 웨이브가 전부가 아니라는 거지?”

전생에 대륙을 멸망으로 몰고 갔던 몬스터 웨이브가 사실은 그저 거대한 뭔가의 파편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 대륙에는 몬스터 웨이브 이상으로 거대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것이 뭔지 알아내는 것, 그리고 그것을 막아 내야만 한다는 것에 아이언이 인상을 찡그렸다.

“몬스터 웨이브 하나 막는 것도 그렇게 힘든데 그 이상을 해내야 한다고?”

아이언은 갑자기 몰려오는 좌절감에 잠시 동안 말을 잃었다.

이건 북부를 강하게 키워 놓고 어딘가로 피해 있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이다.

몬스터 웨이브를 막는다 하더라도 그 이상의 뭔가가 있다면 결국 자신이 목표치까지 생존하기는 글렀다는 뜻이다.

“한 가지만 물어볼게. 혹시 몬스터 웨이브를 일으키는 차원 균열 전체가 신수와 관련된 거야?”

아이언의 물음에 부엉이가 작게 고개를 저었다.

신수와 연관된 건 이 겨울산의 차원 균열 문제에 한정된 것 같았다.

“그럼 내가 아카데미에 있을 때 생긴 문제는? 너로 인해 문제가 생긴 거야?”

아이언의 물음에 이번엔 부엉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부엉이의 긍정에 아이언이 생각에 잠겼다.

“다크 엘프들로 인해 신수에게 문제가 생기면서 북동부에 차원 균열이 일어나 뭔가 일이 생긴 거구나.”

아이언이 그렇게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날 때였다.

“얘기는 잘 끝냈나?”

어느새 나타난 칼 구스타프가 묻자 고스트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예. 그런데 몸은 괜찮으신 겁니까?”

“이 정도야 일상이지.”

칼이 문제없다는 듯 말하자 아이언이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보다 후퇴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럴 필요 없다.”

“상대가…….”

“강하지.”

아이언의 말에 칼이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으로선 감당하기 힘들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그래서 불렀잖나, 괴물을…….”

“예?”

“저길 보게.”

칼이 손가락으로 뭔가를 가리키는 순간 상공에서 뭔가가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거대한 폭풍이 화이트 와이번의 영역을 쓸어버렸다.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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