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50화 (47/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50)

16. 개판이 된 겨울산 (3)

“소초장님?”

멍청하게 되묻는 찰스에게 아이언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찰스 상병, 넌 여기 남아서 부소초장을 기다려. 그리고 중대장이 오면 아까 내가 말한 대로 보고해.”

“소초장님은 어디 가십니까?”

찰스의 물음에 아이언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난 다른 임무를 수행해야 할 것 같다.”

“혼자서 말입니까?”

“그래.”

찰스가 황당한 표정으로 묻자 아이언이 바로 대답하며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병력에게 휴식 주고 절대 여기서 움직이지 마. 알겠나?”

“소초장님! 상병 몇이라도 데리고 가십쇼!”

“방해된다. 그리고 부상자들을 관리하려면 상병들 전원이 있어야지.”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을 따라 고생한 병사들을 바라봤다.

그러자 찰스도 뒤를 바라보았다.

모두 연이은 전투에 지칠 대로 지친 상황에서 부상자까지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상병들까지 빠져 버리면 이곳은 만약의 상황을 대비할 수 없었다.

게다가 실제로 아이언의 무력을 곁에 본 찰스 입장에선 같이 따라가 봤자 방해만 될 뿐이라는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

‘4단계…….’

아이언의 검에 맺힌 마력검은 약한 듯 보이지만 고블린의 얼음검을 가르고 두꺼운 거대 백곰의 가죽마저 단번에 갈라 냈다.

아이스 트롤의 목마저 단번에 가르는 것을 본 이상 단순 3단계는 넘어섰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자신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능숙함을 본 이상 상병들은 도움은커녕 방해밖에 안 되었다.

이러한 점 때문에 기사들과 레인저들이 자신들끼리 움직이는 것이었다.

“후…… 알겠습니다. 부디 몸조심하십쇼.”

“그래, 우리 임무는 끝났으니까 절대 경거망동하지 말고 여기서 대기해. 알겠어?”

“알겠습니다!”

찰스 상병이 곧바로 대답하자 아이언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노파심에 추가로 명령을 내렸다.

“좋아. 차원 균열에 오염된 몬스터 사체를 최우선으로 지켜. 명심해. 그게 현 임무에서 가장 중요한 거다.”

“명심하겠습니다!”

“좋아. 찰스 상병만 믿겠다.”

찰스 상병에게 고블린의 사체 몇 구와 백곰의 사체 하나를 중앙으로 옮기도록 명령한 아이언은 혼자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부상당한 병사들을 뒤로하고 실버 울프의 영역을 지나서 좀 더 위험지역 깊은 곳으로 이동한 아이언이 표정을 찡그렸다.

점점 짙어지는 인영은 이쪽이라는 듯 자신을 안내하고 있지만 자신의 실력으로는 이 이상 가는 건 무리였다.

저 영역은 겨울산에서도 가장 위험한 몬스터 중 하나인 화이트 와이번들의 서식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옆으로 돌아가는 것은 더욱 어려웠다. 그곳은 6단계는 되어야 사냥할 수 있는 콜드 윙의 영역인 탓이었다.

“……불러야 하나?”

아이언은 잠시 고민하다가 하는 수 없다는 듯, 하늘을 향해 푸른 불꽃을 쏘아 올렸다.

일전의 붉은 불꽃과는 정반대의 색깔이 하늘로 치솟았다.

푸른 불꽃까지 쏘아 올린 아이언이 멀리서 자신을 바라보는 흐릿한 새를 바라보았다.

자신이 이곳까지 다가오자 보다 선명해진 새가 공중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곳 너머에 있다는 거지?”

아이언의 중얼거림을 들은 것인지 투명한 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을 본 아이언이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

직감은 분명 저곳이 실종된 피닉스와 연관이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문제는 또 다른 직감이 절대 저곳을 가면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결국 아이언이 한숨을 쉬면서 그들이 올 때까지 기다리기 위해 텐트를 치고 있을 때였다.

멀리서 수상쩍은 기운이 아이언을 향해 돌진해 왔다.

그와 동시에 아이언이 하던 것을 멈추고 본능적으로 검을 뽑아 들어 정면을 방어했다.

콰아앙!

단 일격에 한참을 뒤로 밀린 아이언이 마른기침을 뱉어 내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앞에는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채 거대한 낫을 들고 있는 한 존재가 서 있었다.

일격에 밀려난 아이언은 자신의 검을 보면서 인상을 찡그렸다.

미스릴이 포함된 검에 균열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작 일격을 막은 것에 단단한 자신의 마력검이 풀려 버렸다.

자신의 힘으로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그것을 느낀 아이언이 표정을 일그러뜨리면서 검은 로브를 빤히 바라보았다.

처음 보는 느낌의 이질감.

그건 수상한 새의 형상을 한 것과는 다른 기분 나쁜 기운이었다.

그리고 아이언은 이 기운을 전생에 느껴 본 적이 있었다.

“차원 균열의 기운?”

오염된 마력임을 느끼는 순간 아이언의 귓가에 알림음이 들려왔다.

-유저 최초로 공허의 존재를 마주했습니다. 최초 발견자 특전으로 마련된 특별 보상을 받습니다.

-보상이 유보됩니다. 겨울산의 퀘스트를 클리어할 경우에 한해서 보상을 받게 됩니다.

[겨울산의 알 수 없는 위험을 알아내 해결하십시오.]

보상 : 알 수 없음.

알림음이 연이어서 들려오자 아이언이 인상을 찡그리면서 검을 들어 올렸다.

쾅!

어느새 사라진 검은 로브가 사신처럼 낫을 휘둘러 왔다.

반사적으로 막기는 했지만 충격에 뒤로 날아가 처박히는 것까진 막을 수 없었다.

“쿨럭! 쿨럭!”

반쯤 망가진 검을 보면서 거칠게 피를 토한 아이언이 황급히 검을 버리고 바닥을 굴렀다.

그러자 그 위로 거대한 낫이 날아들었다.

서걱!

거대한 바위와 눈을 동시에 베어 내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언이 식겁한 표정을 지었다.

“어디서 저딴 괴물이…….”

몬스터도 아니고 전생에서도 본 적 없는, 전혀 처음 보는 존재를 보면서 아이언이 표정이 일그러졌다.

어느새 아이언의 앞에 고스트 전용 검이 소환되어서 땅에 박혔다.

그것을 뽑아 든 아이언이 다시금 날아든 낫을 뒹굴면서 피해 냈다.

“하필…….”

아이언은 이를 갈면서 거대한 낫을 든 검은 로브의 인영을 바라보았다.

전생에 수없이 했던 도박을 다시금 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아이언은 이를 갈았다.

고스트가 아무리 빨리 온다고 하더라도 최소 몇십 분은 걸릴 거다.

자신과 눈앞의 존재의 실력 차이라면 몇 분도 버티기 힘들었다.

콱!

“크윽!”

아이언이 가슴팍에 혹시나 싶어서 챙겨 둔 마석을 박아 넣었다.

그러자 순간적으로 냉기가 온몸에 퍼지면서 마력이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고블린들을 사냥하면서 정제한 마석들과 이번에 거대 백곰을 사냥하면서 얻은 마석까지 이용해서 도핑을 끝낸 아이언은 검에 마력을 불어 넣었다.

“후우…….”

입가에서 차가운 입김이 나오면서 주변에 냉기가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그 순간 다시금 거대한 낫이 아이언의 목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그러자 아이언은 압축된 마력검을 휘둘러 낫의 궤도를 틀었다.

하지만 아이언보다 훨씬 실력자인 존재에게 통할 잡기가 아니었다.

힘으로 다시금 궤도를 틀고 아이언의 몸을 통째로 잘라 버리려 했다.

쾅!

“크으…….”

이번엔 튕겨 나가지 않고 간신히 버텨 낸 아이언이 이를 악물고 낫을 비껴 냈다.

동시에 백스텝을 밟으면서 다시금 휘둘린 낫의 영역에서 벗어났다.

파스스…….

검의 표면에 맺힌 서리가 부스스 떨어지면서 넘쳐 나는 마력들을 더욱 압축했다.

아이언은 몸에 넘쳐 나는 냉기를 모조리 검에 때려 박으면서 압축된 마력의 주변에 맴돌게 했다.

하지만 자신보다 몇 수 위의 존재를 상대로 버티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었다.

결국 사방으로 휘둘린 낫의 참격을 피해 내는 데 한계에 다다른 아이언이 어느새 검은 로브의 존재의 덫에 걸려들었다.

이것으로 마무리 짓겠다는 듯 그 존재는 낫을 들어 그대로 아래로 내리그었다.

콰아앙!

거대한 폭음과 함께 아이언의 마력검이 낫을 정면에서 받아 냈다.

죽음의 위기 속에서 폭주하는 마력을 검에 온 힘을 다해 밀어 넣은 끝에 얻은 기적 같은 상황.

검에 빈틈없이 채워 넣어진 냉기가 강철같이 굳건히 버텨 냈고, 동시에 부딪친 낫에 냉기를 스며들게 만들었다.

마치 현대의 무협지에서나 나오는 만년한철(萬年寒鐵) 같은 단단함과 냉기를 품고 있는 마력검이 기어이 낫을 튕겨 냈다.

하지만 기적은 한 번에 불과한 법.

피를 토하는 아이언을 향해 다시금 낫이 날아들었다.

이미 온 힘을 다해 낫을 막아 냈기 때문에 아이언에게 더 이상 낫을 막아 낼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 순간 아이언의 위에서 공간이 일그러짐과 동시에 두 줄기의 빛이 검은 인영을 향해 날아들었다.

지이이잉!

두 줄기의 빛이 뿜어 나오자 예상치 못했다는 듯, 검은 인영이 낫으로 받아 냈음에도 저 멀리 뒤로 밀려났다.

-짹!

작은 뱁새가 피를 토한 아이언의 머리로 올라오더니 부리로 머리를 콕콕 찍으면서 회복시키기 시작했다.

그 곁으로 부엉이가 날아들면서 한심하다는 듯 아이언을 바라보았다.

-부부부부!

고작 저딴 녀석도 하나 못 막아서 자신들을 나오게 만들었냐면서 아이언을 호되게 야단쳤다.

아직 몸이 제대로 회복도 못 한 상황에서 억지로 나오게 한 데다 그동안 제대로 수련도 안 했냐면서 고작 그 정도 강해졌냐는 것이었다.

뱁새 역시 몸을 안 사리고 너무 함부로 굴린다고 야단쳤다.

-짹짹!

-부엉!

두 신수의 야단에 아이언이 쓴웃음을 지으면서 검을 지팡이 삼아 힘겹게 일어났다.

부엉이가 여유 있다는 듯 말했지만 그가 말한 것처럼 아직 힘을 다 회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억지로 나온 상태라 저 검은 인영을 상대로 승산은 낮았다.

어찌 됐든 계약한 상황이기에 아이언의 신수력이 받쳐 주지 않으면 아무리 두 개의 달이라도 검은 인영을 상대로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하기 어려운 것도 제약으로 다가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년에 좀 놀아 봤다는 듯 하늘로 날아오른 부엉이가 화려한 움직임으로 검은 인영을 농락하면서 간간이 눈에서 빛을 뿜어 검은 인영을 막아섰다.

-부엉!

그러다 아직 힘을 회복하지 못한 부엉이가 결국 검은 인영의 낫에 날개를 살짝 다치자 아이언이 억지로 마력을 움직이려 했다.

그러자 뱁새가 고개를 저으면서 단호하게 막아섰다.

-짹!

“부엉이가…….”

-짹짹!

기감을 넓혀 보라는 뱁새의 조언에 청각을 집중시키면서 기감을 넓히는 순간, 하나의 인영이 아이언을 지나 검은 인영을 향해 날아들었다.

콰광!

거대한 폭음과 함께 충격파가 아이언에게 다가오는 순간 한 명의 익숙한 인영이 나타나 검으로 충격파를 베어 냈다.

“고생했다.”

“아…….”

자신을 이곳으로 데려왔던 린텔 베르너가 웃으면서 아이언의 앞을 막아 주었다.

“혼자 힘드실 겁니다.”

“괜찮아. 이래 보여도 고스트 서열 2위다.”

린텔이 그렇게 말하면서 걱정 말라는 듯 아이언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두리번거릴 필요 없어. 주변에 뭔가 오면 내가 직접 처리해 줄 테니까. 이거 먹고 회복에만 전념해.”

아이언에게 포션을 건네준 린텔이 매의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저 녀석…… 반드시 잡아야 합니다.”

“안다. 딱 봐도 수상쩍은 놈이라는 게 보이는데 놓칠 수야 없지.”

린텔이 그렇게 말하면서 피식 웃었다.

“저놈은 이미 살아 나가기 글렀어.”

린텔이 그렇게 말하는 순간 주변에 흐릿한 인영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중앙엔 익숙한 남자가 담배를 하나 물고 나타났다.

“고생했다.”

린텔과 똑같은 말을 하며 나타난 인물은 수색대장인 칼 구스타프였다.

“큼지막한 녀석으로 알아냈구나.”

“저 녀석이 알려 줬습니다.”

멀리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새를 보면서 말하자 칼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에게는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기에 있는 건가?”

“그렇습니다.”

“그럼 저기를 뚫어야 한다는 얘기군.”

칼 구스타프의 말에 아이언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가 웃으면서 고스트들을 바라보았다.

린텔을 포함한 다섯 명의 고스트들이 아이언을 바라보았다.

“저길 뚫어야 한다는데?”

칼의 말에 고스트들이 다들 미소를 지었다.

하나같이 긴장감이라고는 없는 모습들이었다.

아무리 전원 5단계 이상의 강자들이라지만 이곳은 화이트 와이번과 콜드 윙이 있는 곳이다.

이 인원만으로는 전멸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었다.

“몬스터들을 전멸시킬 필요는 없는 건가?”

이름 모를 고스트의 물음에 아이언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기만 하면 됩니다. 다만…….”

“저런 녀석이 더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거지?”

칼의 말에 아이언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서열 2위의 고스트가 쉽사리 결판을 못 낼 정도의 실력자가 더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아무래도 녹색 불꽃을 올려야겠네.”

칼이 그 말과 함께 고스트들을 바라보았다.

“녹색 불꽃을 올리는 데 다들 동의하나?”

“동의합니다.”

“동의합니다.”

“동의합니다.”

“동의합니다.”

“동의합니다.”

그러나 그들이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던 아이언은 멍하니 돌아가는 상황을 보고만 있었다.

그러자 아이언을 향해 모든 고스트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녹색 불꽃이 뭔지 설명 안 했나?”

칼이 린텔을 보면서 말하자 그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대장이 설명한 줄 알았습니다만?”

“쯧!”

오면서 그런 것도 설명 안 했냐고 타박한 칼이 아이언에게 말했다.

“우리 힘으로 해결하기 어려울 때에 한해서 사용할 수 있는 고스트의 권한이다.”

“그게…… 뭡니까?”

“지역을 쓸어버릴 화력이 필요할 때에 한해서 사용하는 권한. 아마 다른 지역의 숨겨진 특수부대들도 이러한 권한들을 갖고 있을 거다.”

“폭탄…… 같은 겁니까?”

아이언이 뭔가 익숙한 느낌에 물어보자 구스타프가 고개를 저었다.

“지역마다 다르다. 서부는 수십 대의 대형선을, 동부는 비공선에 폭탄을 가득 실어 호출하는 것, 남부는 대규모 마법이나 대마법사를 부른다고 들었다.”

“중앙은…….”

“모른다. 거긴 비밀이 많은 곳이니…….”

칼 구스타프의 대답에 아이언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황궁이 있는 중앙 지역에 얼마나 많은 비밀이 잠들어 있는지 전생에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다 아이언이 침을 꿀꺽 삼키면서 물었다.

“북동부는…… 뭡니까?”

“마스터를 부르는 것.”

“예?”

“쉽게 말해 북부 사령관 1일 사용권이라 생각하면 된다.”

“북동부 사령관이 아니라…… 북부 사령관입니까?”

아이언의 물음에 칼 구스타프가 고개를 끄덕였다.

“북동부 사령관은 바쁘니까. 한가한 북부 사령관을 호출해야지.”

한 지역을 쓸어버릴 무력.

마스터라는 한 명의 인물이지만 충분히 가능하고도 남을 전력이었다.

칼은 멍한 표정을 짓는 아이언을 향해 빙그레 웃으면서 물었다.

“그래서…… 너는 동의하나?”

칼의 물음에 아이언이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후 허리춤에서 마도구를 꺼내 녹색 불꽃을 쏘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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