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47)
15. 소대 임무 (4)
모두가 패닉 속에서 허우적거릴 때 아이언이 진중한 표정으로 말했다.
“참고로 수색대장님께도 보고가 들어갔고 별말이 없으셨다. 오히려 지원해 주셨지.”
아이언이 그 말을 끝으로 미소를 지었다.
수색대장님이 허락했으니 괜히 반항하지 말고 열심히 하자고 협박하자 병사들이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반항해도 씨알도 안 먹힐 사람이지만 수색대장까지 나오니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던 의지마저도 바스러졌다.
저항할 의지를 잃은 병사들을 데리고 다시금 섹터를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순찰을 도는 병사들이 아이언과 병사들을 보면서 경례했다.
그러자 아이언이 경례를 받아 주었다.
하지만 병사들은 손을 내리지 않고 여전히 올리고 있었다.
위험한 임무를 나가는 자들에 대한 존중의 의미로 멈춰 서서 모든 병사들이 지나갈 때까지 경례 자세를 하는 것이다.
초소들을 하나하나 지나 마침내 훈련 내내 몬스터들을 죽인 지역에 도착했다.
“여기부터는 위험지역이다. 3소초에서 더 가까운 지역임에도 그 위험성 때문에 오지 않는 곳이기도 하지.”
아이스 고블린의 영역.
위험하기로 유명한 북동부 몬스터 중에서 고작 아카데미 학생들에게도 사냥당할 만큼 약한 개체.
하지만 이곳 겨울산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눈 마법을 사용할 줄 아는 놈들이다.
그중에 주술을 이용해 눈골렘을 사역하는 놈들도 있는데, 바로 그 때문에 녀석들은 이곳 겨울산에서 굳건히 버티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고블린들을 상징하는 독침 역시 가지고 있었으며, 스키를 이용해 눈 속에서 빠르게 움직이기도 했다.
즉, 이 겨울산에 한정한다면 고블린들은 굉장히 까다롭다 볼 수 있었다.
“아이스 고블린들은 유격전에 특화된 놈들이다. 놈들의 게릴라성 공격을 경험해 본 상병들이라면 위험성 정도는 알 거라 생각한다.”
아이언의 말에 상병들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본인들 영역을 지키기 위해 많은 숫자가 공격해 오지는 않지만 가끔가다 습격할 때면 무조건이라 할 만큼 피해를 입었다.
녀석들은 전술을 제대로 활용할 줄 아는 놈들이기 때문이다.
다른 몬스터들은 강력한 힘이 위협적이라면 녀석들은 영악한 머리 그 자체가 최대 위협이었다.
마법, 주술, 독침 등 다양한 위협이 있지만 마력을 다룰 줄 아는 병사들 입장에선 맞는다고 바로 죽을 만큼 위협적인 건 아니다.
하지만 밤낮을 가리지 않고 습격하고 빠르게 도망치는, 치고 빠지기 전법을 사용하는 고블린들은 짜증 그 자체였다.
분노해서 쫓아간다 한들 빠른 움직임 때문에 결국 잡지 못하고 체력만 빠져 버렸다.
게다가 쫓아가는 동안 비어 있는 소초를 공략해 물자를 탈취하기도 했다.
“지금부터 이곳에서 녀석들과 전투를 벌인다.”
“예? 바로 말입니까?”
“그래, 그 후 바로 이 영역으로 넘어간다.”
“그곳은 실버 울프 영역이 아닙니까?”
“그래.”
몬스터들 중 상위종에 속하는 실버 울프의 영역에 들어간다는 말에 병사들의 눈에 두려움이 일기 시작했다.
“이번 작전명은 이이제이. 앞으로 우리가 쭉 사용해야 하는 전술이기도 하다. 몬스터들의 영역에 침입해서 녀석들끼리의 다툼을 유도한다. 그만큼 위험하기에 절대 깊숙이 들어가서도 안 되며, 내 명령에 따라 빠르게 빠져나와야 한다.”
아이언의 말에 병사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생각보다 위험한 임무에 다들 긴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식은땀을 흘리는 병사들을 보면서 아이언이 미소를 지었다.
“쫄지 마. 어차피 우리로는 절대 이곳에서 대규모 전투를 만들지 못한다. 기껏해야 겉에서 깔짝이는 정도. 하지만 그것만으로 몬스터들 간에 불화는 만들 수 있다. 우리 임무는 딱 거기까지다.”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병사들을 바라보았다.
“이번 임무가 성공하면 중대 임무로…… 그리고 성과가 좋으면 특수 수색대 전체의 임무로 발전할 거다. 즉, 우리가 임무의 선봉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는 뜻이다.”
아이언이 눈을 빛내면서 말하자 두려움에 떨던 병사들의 눈이 달라졌다.
특수 수색대의 선봉에 서서 임무를 수행한다는 것.
그것은 곧 살아만 남는다면 엄청난 명예를 얻는 것과 동시에 빠르게 진급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선봉의 중요성은 다들 알 거라 생각한다.”
아이언의 말에 병사들이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살아만 남자. 살아 돌아가면 진급이다.”
아이언이 확언하듯 말하자 병사들의 눈빛이 완전히 달라졌다.
사기가 오른 것을 확인한 아이언이 미소를 지었다.
“훈련한 대로만 해. 그럼 살아 돌아갈 수 있다. 알겠나?”
“예!”
“좋아. 그럼 움직인다. 기도비닉 유지해.”
아이언과 병사들은 천천히 움직이면서 아이스 고블린들의 영역으로 진입했다.
실버 울프와 아이스 고블린들의 영역 근방의 중립지대를 타고 움직이면서 목표했던 지형으로 이동한 아이언은 병사들에게 진지를 구축하라고 명령하고는 가장 믿음직한 찰스 상병을 비롯한 상병 세 명을 데리고 움직였다.
“기습입니까?”
“그래, 기습은 내가 할 거다.”
“그럼 저희는 무엇을 합니까?”
“삽질.”
아이언의 말에 상병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함정 설치해.”
“함정이라면…… 소초장님께서 유인해 오시는 겁니까?”
“그럼 내가 해야지.”
“위험합니다.”
찰스의 걱정에 아이언이 피식 웃었다.
“네 걱정이나 해.”
자신을 걱정하는 찰스에게 웃으면서 말해 주고는 뒤를 돌았다.
“하지만 고블린들이 속겠습니까?”
찰스가 ‘그 영악한 녀석들이?’라는 표정으로 바라보자 아이언이 피식 웃었다.
유격전에 특화된 녀석들이니 쓸데없이 도발한다면 의심부터 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사악한 그들의 소초장은 미소를 지으면서 확신하고 있었다.
“글쎄…… 속을 수밖에 없을걸.”
아이언은 그렇게 말하면서 상병들에게 몇 가지 작업 명령을 추가로 내리고 자신은 아이스 고블린들을 죽이기 위해서 움직였다.
그러자 상병들은 말없이 함정을 설치했다.
그사이 아이언은 재빠르게 고블린들이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유격전을 사용할 정도로 훈련된 고블린들이 바로 아이스 고블린들이다.
게다가 기본적으로 마나까지 사용하는 녀석들이다 보니 위험도는 웬만한 중형 몬스터들을 뺨쳤다.
-끽?
감각에 뭔가가 걸린 듯 고개를 돌리는 고블린을 향해 아이언이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인간인 것을 본 고블린이 재빨리 독침을 입에 가져다 댔는데, 어린 인간의 모습이 조금 이상했다.
환한 표정으로 자신을 보면서 손을 흔들고 있기 때문에 저게 지금 자신을 적대하는 것인지 아닌지 의아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공격을 하다 말고 옆에 있는 고블린을 바라봤지만, 그 녀석 역시 미친 인간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끽끽끽!
-끽?
부하의 보고를 받고 온 아이스 고블린이 어린 소년을 향해 걸어갔다.
모습은 어린 소년이지만 완전무장한 걸로 봐서 결코 얕봐선 안 된다는 생각에 부하들을 죄다 끌고 갔다.
가끔 인간들 중에선 어린 모습으로 미친 실력을 보여 주는 녀석들이 있기 때문에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됐다.
-끽…… 인간!
“안녕?”
-여긴 왜 온 거냐? 우리 영역을 침범하려는 거냐?
아이스 고블린의 물음에 아이언이 잠시 대답을 아끼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고?
“응.”
-선전포고냐?
“응.”
아이언의 말에 아이스 고블린이 잠시 할 말을 잃은 듯 멍하니 아이언을 바라봤다.
바로 그때 아이언이 재빨리 총을 들었다.
“잘 가.”
-미친 인간!
자신을 공격하려는 미친 인간을 향해 아이스 고블린이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아이언은 곧바로 백스텝을 밟으면서 총을 난사했다.
본능적으로 마력을 활용해 얼음을 만들어 낸 아이스 고블린들은 총알을 튕겨 내거나 위력을 감소시켜서 상처를 최소화했다.
-끼기기긱끽!
다짜고짜 공격하는 아이언을 보면서 아이스 고블린들이 발광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아이언이 마력을 최대한 발휘해서 후퇴했다.
그러면서 간간이 총을 사용해 녀석들을 계속 자극하자 아이스 고블린들은 앞뒤 볼 것 없이 달려왔다.
-끼긱!
대장 고블린이 뭔가 이상하다는 듯 애들을 진정시키려 했다.
아무리 봐도 함정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투두두두두!
상병 찰스를 필두로 상병들이 일제히 총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다급히 얼음 마법을 이용해 탄환을 막아 내었지만 폭탄이 던져지기 시작하자 고블린들은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들이 쫓아온 길목엔 이미 인간들이 폭탄을 던지고 설치고 있었고, 얼마나 많은 병사들이 포위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다른 곳으로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유일하게 뚫을 만한 길목을 발견한 아이스 고블린들이 그곳으로 화력을 집중했다.
만약 조금만 더 생각할 수 있었다면 이것조차 함정이라는 것을 깨달았겠지만, 안 그래도 분노 때문에 반쯤 이성이 날아간 상황에서 다급한 상황까지 겹치자 고블린들은 그것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리고 그 판단은 그들에게 재앙으로 다가왔다.
콰과광!
미리 파 둔 함정에 걸리면서 다수의 고블린들이 폭발에 휘말렸다.
게다가 뒤에서 날아오는 탄환들이 무방비해진 그들을 뚫고 지나가면서 피해는 더 커졌다.
-인간!
고블린이 분노한 외침과 함께 아이언을 바라봤지만 그는 자신을 비웃고 있을 뿐이었다.
-더러운 인간 새끼!
아이스 고블린은 피 토하는 외침과 함께 부하들을 희생시켜서라도 살아 나가기 위해 발버둥 쳤다.
이대로 있으면 전멸뿐임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자신이라도 살아 나가려는 것이다.
부하들을 살려 보내기엔 실력이 너무 부족했다.
누구라도 살아남아 이 사실을 알리고 인간에 대한 복수의 전쟁을 해야만 했다.
그렇게 다수의 고블린들이 자신들을 공격한 인간을 증오하면서 죽어 나갔다.
“이게…… 맞는 겁니까?”
처절하게 복수를 울부짖는 고블린들을 보면서 찰스 상병이 무겁게 말했다.
다른 상병들 역시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내가 너무한다 생각해?”
아이언의 물음에 상병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분명 너무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고, 저들은 자신들의 적이기 때문이다.
“잘 생각해. 몬스터이기 전에 생명체고 너무한다 할 수 있지만, 그 전에 적이야. 게다가 유격전으로 우리를 괴롭혔던 녀석들을 생각해 봐. 녀석들에게 죽은 동료들한테도 너무하다 말할 건가?”
아이언의 물음에 상병들은 입을 다물었다.
“전쟁은 기본적으로 잔혹함을 안고 가는 거다. 우린 겨울산에서 전쟁을 시작했고,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하늘을 바라봤다.
“살아남기 위해선 뭐라도 해야 해. 상황은 점점 안 좋아지고 있고, 가만있으면 전멸이 예정된 미래야. 우린 이것저것 재면서 움직일 시간이 없어.”
어느새 하늘을 바라보는 아이언의 얼굴에도 짙은 씁쓸함이 감돌고 있었다.
“온갖 비열한 짓을 해서라도 살아남자.”
“……예.”
찰스는 아이언에게 대체 그 미래가 뭐냐고 묻고 싶었지만 우울함과 씁쓸함을 같이 담고 있는 아이언의 얼굴을 보고선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그건 다른 상병들 역시 마찬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