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46)
15. 소대 임무 (3)
휴식을 핑계로 낚은 아이언은 임무를 핑계로 병사들을 굴리면서 동시에 4소초 주변을 청소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경계를 서는 근무자들은 8초소는 제외하기 시작했다.
왜냐?
훈련자들이 8초소를 매일같이 점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임무 훈련을 한다는 말과 함께 수십의 병사들이 4소초 담당 지역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인 8초소에 돌아가면서 머물고 있었기 때문에 굳이 근무를 설 필요가 없었다.
‘훈련은 곧 실전이다!’라는 말을 정말 철석같이 지키고 계시는 아이언 카터 소초장 덕분에 매일같이 진짜 실전을 치르는 병사들은 항상 완전무장을 하고는 8초소에 머물렀다.
“야! 거기 대형 처지잖아. 제대로 안 해?”
“멍청한 새끼야! 잘 봐. 견착을 하고 쏴! 흔들려? 안 흔들리지? 근데 넌 왜 흔들리냐? 어린 나보다도 견착을 못하면 뭐 하자는 거냐?”
“누가 검을 그따위로 쥐냐?”
“야, 내가 총 그렇게 쏘라고 말했어? 수십 번도 말한 걸 못 알아들으면 사람 새끼냐?”
“넌 오늘부터 똥개다. 내가 말한 걸 제대로 할 때까지 똥개 취급이다. 알았어?”
실전을 하고 돌아오면 여지없이 아이언에게 까였다.
총소리가 난무하고 전투 소리가 들려왔지만 병사들 중 치명상을 입은 자들은 없었다.
위험할 때면 여지없이 아이언이 난입해서 처리해 줬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럴 때면 그날은 지옥이 시작되는 날이었다.
실전을 치르고 피곤한 상황에서 실수라도 하면 그날은 잠 못 자고 훈련하는 날이 되었다.
그렇다 보니 3소초에서 항의가 오기도 했다.
매일같이 밤에 총소리가 들리고 새벽에는 폭탄 터지는 소리가 들려오니 잠을 못 자겠다고 항의가 오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멋있는 소초장님께서는 그것을 그냥 씹었다.
대신 항의하러 찾아온 병사에게…….
“꼬우면 너도 해.”
“예?”
“총소리, 폭탄 소리가 커서 불만이라며? 그럼 거기도 하면 되잖아. 너희도 곧 임무 시즌 아니야?”
“그……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그쪽에서도 훈련하면 되잖아. 훈련도 안 하고 군 생활 날로 처먹으면서 뭐 이렇게 불만이 많아?”
……라는 상큼한 말로 병사의 멘탈을 한번 부숴 주고는 돌려보냈다.
그러고는 상큼하게 돌아서서 병사들에게 ‘다 쉬었지?’라는 말과 함께 훈련을 계속했다.
그러자 이번엔 3소초장이 직접 찾아왔다.
내심 부소초장이 오기를 바랐던 아이언은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자신을 찾아온 3소초장을 맞이했다.
“4소초장.”
“중위 아이언 카터입니다.”
“중위 맥 캘런이다.”
3소초장이 그렇게 말하면서 아이언을 빤히 바라보았다.
“네가 내가 보낸 병사한테 꼬우면 너도 하라고 했다며?”
“그렇습니다.”
아이언이 뭐가 문제냐는 표정으로 바라보자 3소초장이 어이가 없다는 듯 아이언을 바라보았다.
“내 대신 보냈는데 그딴 식으로 대응하면 내가 뭐가 되냐?”
“훈련하는데 시끄럽다 해서 그만둘 수는 없지 않습니까?”
“적당히 하면 되잖아.”
“적당히 말입니까?”
아이언이 멍한 표정으로 되묻자 그가 비웃으며 말했다.
“그래, 왜 이렇게 날뛰는 건데? 눈치가 없는 건지 생각이 없는 건지……. 군 생활은 말이야, 적당히 하는 게 남는 거야. 너처럼 그렇게 날뛰어 봤자 피곤해지기만 한다고. 이게 다 경험에서 나오는 조언이니까 새겨들어.”
철부지 어린이 대하듯 말하는 3소초장을 보면서 아이언은 피식 웃었다.
“그럼 훈련을 멈추라는 뜻입니까?”
“쯧! 멈추진 말고 대충 해. 어차피 소대 임무도 이 근방 정찰 임무잖아. 대대 임무도 아닌데 뭘 그렇게 열심히 해? 네가 아직 초임이라 모르나 본데, 소대 임무는 적당히 하는 게 병사들 사기에도 좋아.”
가르치듯 말하면서도 은근히 이렇게 해야 한다고 단언한다.
마치 4소초도 자신의 영역인 양 말하는 3소초장을 보면서 아이언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제 소초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2중대장께 직접 항의해 시정 조치를 받는다면 그때 고치겠습니다.”
“야, 말귀 못 알아들어? 좋게 좋게 말하니까 이게 정신 못 차리네? 선배 말이 우습냐? 엉? 이 새끼가 타 중대라고 대우해 주니까 어린놈이 까부네?”
맥 캘런 3소초장이 살기를 드러내면서 아이언의 어깨를 강하게 부여잡았다.
동시에 마력을 끌어 올려서 압박하려는 순간 아이언이 피식 웃었다.
그래도 짬밥 좀 먹었다고 마력을 밖으로 끌어내 유형화했다.
중위가 된 지 4년 차인 맥 캘런은 짬밥을 먹은 만큼 3단계에 이른 실력자였다.
하지만 아이언은 그냥 가소로웠다.
“프랑코 대위 믿고 이렇게 설치냐? 그쪽 라인 탔냐? 엉? 근데 어쩌냐, 우리 중대장님은 소령(진)인데. 그리고 초임이면 초임답게 굴어야지 선배한테 하극상이나 하려고 들고. 나한테 교육 한번 받고 싶냐?”
맥 캘런은 자신의 중대장을 거론하면서 아이언이 저항할 수 없도록 하려 했다.
그런 그를 보고 아이언이 비웃듯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그렇다고 타 중대 소초장을 마음대로 협박할 수도 없죠. 그리고 같은 중위인데 하극상이라뇨?”
“너 이 새끼…….”
우득!
맥 캘런이 조금도 겁먹지 않은 아이언을 보면서 뭐라 말하려는 순간 아이언이 그의 손을 꽉 잡고 강제로 떼어 냈다.
“그리고 협박하려면 실력부터 키우십쇼. 이건 뭐…….”
“너 이 새끼…….”
히죽 웃으면서 무시하듯 말하는 아이언을 보면서 맥 캘런의 눈에 핏발이 섰다.
“마지막으로, 따지려면 수색대장께 따지십쇼.”
“뭐?”
아이언의 말에 맥 캘런이 멍하니 되물었다.
“잘나신 소령 진 중대장한테 건의해서 수색대장님한테 제발 좀 훈련을 멈춰 달라고 부탁해 보십쇼. 정식으로 명령이 내려오면 그만두겠습니다.”
나름 머리는 돌아가는 양반인지, 아이언의 말에 뭔가를 깨달은 맥 캘런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지금 하는 것이 평범한 소대 임무가 아니라는 걸 눈치챈 모양이었다.
인맥 타고 군대에서 정치질 하는 양반답게 눈치가 보통이 아니었다.
“파울로 중대장이 수색대장님보다 더 잘나셨는지 시험해 보고 싶으시다면 건의하셔도 좋습니다.”
아이언은 그렇게 말하면서 은근히 살기를 끌어 올렸다.
맥 캘런보다 한 수 위의 기세에 그가 움츠러들었다.
그런 그에게 아이언이 슬쩍 다가갔다.
그러자 그가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려 했다. 그런 그의 옷을 잡아끌어 머리를 끌어내렸다.
그리고 그 귓가에 작게 말했다.
“파울로 중대장님 뒷배가 어디까지 이어졌는지 모르겠지만…… 그거 믿고 함부로 나대다간 뒈지는 수가 있습니다. 못 믿겠으면 시험해 보십쇼.”
아이언이 그 말을 끝으로 상큼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그의 옷을 툭툭 털어 주었다.
마치 처음부터 그럴 의도였다는 양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그에게 고개를 숙이고는 물러났다.
하지만 맥 캘런은 멋대로 물러나는 아이언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본능적으로 아이언과 수색대장이 뭔가로 엮여 있다는 것과 그들의 뒷배에 거대한 뭔가가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감히 자신 따위는 알지도 못하는 거대한 싸움이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깨닫자 그는 겁을 집어먹었다.
함부로 입을 열 수도, 그렇다고 힘들게 인맥을 만든 지금의 끈을 놓을 수도 없는 처지에 놓인 맥 캘런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자신의 소초로 돌아갔다.
그러자 흥미진진하게 구경하던 병사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한발 물러설 줄 알았던 자신의 소초장이 중위 중에서도 짬밥 좀 되는 맥 캘런을 발라 버렸기 때문이다.
“다들 구경은 잘했어?”
아이언이 웃으면서 묻자 병사들이 잔뜩 긴장하기 시작했다.
“충분히 쉬었으면 훈련 시작해야지? 이제 슬슬 심화 과정으로 들어가도 될 것 같아.”
그렇게 말하면서 병사들을 자신의 앞으로 집합시켰다.
“다들 거대 토끼나 잡으니 심심했지? 이제 슬슬 다른 몬스터 영역으로 가 볼 때가 된 것 같아.”
“아…… 아직 임무가…….”
“아! 걱정 마. 그냥 수색이나 하는 거야. 다른 영역이라곤 해도 8초소 근방이니까 너무 겁먹지 말고.”
찰스가 소심하게 저항해 보았지만 씨알도 안 먹히는 소초장을 보면서 병사들의 안색은 파랗게 질려 갔다.
그렇게 소초장과 맥 캘런의 싸움을 구경한 대가는 훈련의 심화 과정이 되어 버리면서, 아이언은 좀 더 깊고 위험한 영역으로 실전 훈련을 위해 움직였다.
본래 임무에서나 하는 일을 훈련이라는 명목으로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병사들은 심화 과정이 진행될 때마다 중대 임무에서나 하던 위험한 강도의 임무를 수행하는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불만은 없었다.
짧은 시간의 훈련이었지만 전과는 다르다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매번 상병들 위주로 사냥을 진행하던 것과 달리 이젠 일병들과 이병들도 제 몫을 어느 정도 해 주고 있었기에 편안함을 느꼈다.
그렇게 8초소를 중심으로 주변을 청소하듯 쓸고 다니자 몬스터들도 위기감을 느꼈는지 주변에서 물러나고 있었다.
본래라면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한 인간과 전면전이라도 벌일 놈들이 얌전히 물러나자, 아이언은 그동안 이상하게 생각했던 모든 것들에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겨울산에 균열이라도 일어난 건가?”
아이언은 전생의 경험과 정보를 토대로 추론하면서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지금 자신이 추론한 것을 보고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도 고민했다.
몬스터들의 영역이 급격하게 좁아지고 시야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는 것은, 녀석들도 살기 위해 어디론가 이동했거나 뭉치기 시작했다는 것을 뜻했다.
그렇다는 것은 강력한 뭔가가 생겼다거나 몬스터들이 느낄 정도로 주변 환경 변화가 급격히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보통 몬스터들이 이런 현상을 보일 정도의 원인은 강대한 존재가 터를 잡았거나, 그것도 아니면 작은 균열이 열리는 것뿐이었다.
“이 당시 북동부 정보가 너무 부족해.”
전생에서 나름 높은 위치에 있었기에 많은 정보를 머리에 담고 있는 아이언이지만 북동부만큼은 정보가 너무 부족했다.
그가 뭔가를 알기 훨씬 전에 멸망당했기 때문이다.
결국 아이언은 머리를 박박 긁으면서 본래 계획을 좀 더 세밀하고 빠르게 진행시키는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혹시 모르기 때문에 수색대장에게 보낼 보고서를 만들어 두었다.
“소대 임무라……. 이참에 빨리 대위를 달아야지. 엿 같아서 못 해 먹겠네.”
맥 캘런을 발라 버린 이후 감히 선배에 대한 존중이 없다면서 항의 서한을 보내왔다.
대부분 개소리였지만 파울로 대위가 정식으로 경고하는 것은 조금 피곤했다.
프랑코 대위조차 조금은 자중하라고 말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이런 피곤한 일을 겪지 않으려면 최대한 공을 세워서 빠르게 진급하는 수밖에 없었다.
현대에서라면 진급에 어느 정도 한계선이 있지만 이곳은 그딴 거 없었다.
누구도 무시 못 할 공을 세우면 훈장과 함께 진급되기 때문에 겨울산에서 제대로 된 공만 세운다면 소초장 정도는 발라 버릴 대위 계급이 되는 것도 꿈은 아니었다.
“더러워서 대위 단다!”
아이언은 그렇게 말하면서 다음 날 있을 임무를 위해 잠을 청했다.
간밤에 이를 갈면서 잠든 아이언은 새벽같이 일어났다.
임무를 위해 오랜만에 자유 시간을 준 아이언이 새벽같이 일어나 밖으로 나오자, 어느새 병사들이 완전무장한 상태로 기다리고 있었다.
그동안 아이언의 성격을 겪어 봤기 때문인지 다들 빠릿빠릿하게 움직인 것이다.
“오늘부터 임무가 시작된다.”
아이언의 말에 병사들이 긴장하기 시작했다.
이미 수차례나 위험할 거라고 경고했고, 훈련조차 실전을 겪으면서 빡세게 움직였다.
훈련이 이 정도라면 진짜 임무는 정말 위험하다는 것을 뜻했다.
그것을 느낀 병사들이 침을 꿀꺽 삼키면서 아이언을 바라보았다.
“그동안 논 거 아니니까 너무 쫄지 마.”
아이언이 장난스레 말하면서 그동안 숨겨 온 임무를 설명하기 위해서 나무판에 종이를 펼치고 고정시켰다.
“우리 임무는 바로 이것이다.”
아이언이 X 자로 표시된 곳을 중심으로 둥그런 원이 그려져 있는 곳을 가리켰다.
“오늘부터 이 원 근방을 소탕할 거다. 그리고 그것이 완료되면 중대장님한테 건의해서 이곳에 전진기지를 세울 거다.”
임무 설명에 병사들은 패닉에 빠졌다.
원 안에는 여러 개의 몬스터 영역들이 있었는데 X 자로 표시된 곳은 그곳의 중심이었다.
그동안 위험하기에 자극을 피해 왔던 지역의 중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