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45화 (43/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45)

15. 소대 임무 (2)

아이언의 명령에 모든 병사들이 얼굴을 구기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소초 안에서 구시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아이언은 피식 웃었다.

“이게 다 지들을 위한 것인 줄도 모르고…….”

아이언이 혀를 찼다.

그도 현대에서 군 생활을 병으로 해 봤기 때문에 현재 병사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만큼 그 또한 웬만하면 휴식을 주고 싶었다.

하지만 미래가 뻔히 보이는 상황인데 얌전히 휴식을 취하다가 죽으라고 할 수는 없었다.

북동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겨울산의 일을 빨리 끝내고 승진해야 했다.

“하…… 괜히 북동부로 왔나?”

아카데미에서도 후회하긴 했지만 왠지 소초장이 되고 나서 더더욱 그것을 느꼈다.

그냥 북동부를 놓아 버리고 싶었지만 어차피 이곳에서 버텨 주지 못하면 대륙 멸망은 막을 수 없다.

‘선택지가 없지.’

아이언이 쓴웃음을 지으면서 소초를 바라봤다.

자신이 욕받이가 된 것이 기분 좋을 리 없는 아이언인지라 이젠 그냥 즐기기로 했다.

이왕 욕먹을 거, 제대로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게다가 군대에 있을 때 장교들의 마음을 알 것 같기도 했다.

“재밌긴 해.”

병사들을 굴릴 때와 낚시를 할 때면 보이는 다양한 표정에 속으로 굉장히 많이 웃었다.

자신도 현대에서 저런 표정이었나 싶을 정도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방금도 병사들이 자신을 보면서 보이는 표정들의 다양성과 아이언이 말을 할 때마다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키득거렸다.

그렇게 아이언이 제대로 욕받이가 되기로 마음먹고 병사들을 기다릴 때, 병사들은 이를 갈면서 소초장을 씹고 있었다.

가끔 절친한 사람이라도 얄미울 때는 악마같이 보인다고들 한다.

병사들에게 소초장이 현재 그렇게 보이고 있었다.

아직 완전히 여물지 않은 어린 모습.

어제까지만 해도 자신들에게 천사 같았던 소초장.

악마 같은 병장을 휘어잡은 멋진 지휘관.

이 모습들이 현재의 모습과 상반되면서 악마 같은 모습으로 변모했다.

“기초 체력부터 길러야겠지? 일단 8초소까지 뛰도록.”

악마 뺨치는 사악한 미소와 함께 모든 병사들이 일제히 뛰어가기 시작했다.

소초장은 뛰느냐?

아니었다.

같이 뛰기라도 하면 불만을 가질지언정 욕은 안 한다.

하지만 그들의 악마 같은 소초장은…….

“편하네.”

보급을 위해 준비된 기구로 하늘로 올라 병사들이 열심히 뛰는지 봤다.

가파른 산을 질주하는 자신의 병력을 보면서 입꼬리를 올렸다.

“제법이야. 확실히 아무리 꿀 빨려고 한들 기초적인 생활 자체가 힘드니 수준이 괜찮네.”

힘든 곳에서 꿀 빨아 보려 한들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인지 다들 기초 체력 하나만큼은 합격점을 줄 수 있었다.

이 정도면 굳이 체력을 기르기 위해 시간 낭비할 필요 없이 곧바로 전술 훈련으로 넘어가도 될 듯싶었다.

보초를 서는 장병들에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훈련량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현대에서도 섹터를 지키는 병사보다 바로 후방에 있는 부대가 훈련량이 빡센 것처럼 이곳 역시 마찬가지였다.

“겨울산이라…….”

기구에서 보이는 풍경을 지켜보면서 아이언은 상념에 잠겼다.

그가 관리하는 8개의 초소는 겨울산의 전체적인 영역에 비하면 굉장히 작았다.

특수 수색대가 관리하는 전체 영역으로 확대해도 겨울산의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그나마 이곳에 인간들이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본래 신수가 있던 영역의 근방이었기 때문이다.

신수의 영역과 몬스터들의 영역이 겹치면서 만들어진 일종의 자유 지역.

제국 간에도 계속되는 전쟁으로 휴전하기 위해 중간에 휴전 지역을 만들어 두는 것처럼 몬스터들 역시 그런 것이 존재했다.

그곳에 인간들이 자리 잡으면서 초반엔 좀 힘들었지만, 일정 영역 이상을 나오지 않기 때문인지 현재는 몬스터들도 인간들의 영역을 인정하고 있었다.

문제는 최근에 그 평화로움이 조금씩 깨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것도 몬스터 웨이브의 영향일까?”

초소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높은 기구에서는 간간이 보이는 몬스터들의 사체.

영역 다툼인지, 온전해 보이는 몬스터들의 사체들이 곳곳에서 발견되었다.

현재 초소가 확장된 영역은 아슬아슬한 몬스터 간의 경계선상.

간간이 하는 임무들 역시 수색하고 정찰하는 것에 불과했다.

그래서 절대적인 훈련량이 부족하다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아이언은 단순 수색 정찰을 넘어서서 근방 몬스터를 토벌하고 신수 실종 지역 근방까지 전진할 생각이었다.

‘몬스터 간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아.’

아이언이 소초장으로 부임하면서 쭉 읽어 본 근무 일지를 토대로 계산한 바에 의하면, 이곳 역시 북동부의 다른 부대들처럼 점점 몬스터들의 습격이 잦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특이한 점은 검은 숲 사건이 일어나기 전부터 이곳에서는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워낙 조금씩 늘어나고 있었기에 별거 아닌 것으로 치부되었다.

군대란 곳은 문제가 있으면 일단 덮고 보는 특징이 있다.

괜히 자신의 부대에 문제가 있으면 문책을 받을 수 있기에, 혹은 거짓으로 대충 근무를 섰다는 것도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사소한 건 덮는 경향이 있었다.

“너도 그렇게 생각하냐?”

아이언이 저 멀리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희미한 인영을 보면서 물었다. 그리고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땀범벅이 되어서 미친 듯이 내려오고 있는 병사들을 보면서 아이언도 줄을 타고 아래로 내려갔다.

“기준!”

“사…… 상병 찰스!”

가장 먼저 온 십여 명을 끊어서 줄을 세웠다.

그럼 나머지는?

“뭐 해? 다시 뛰어.”

아이언이 사악하게 웃으면서 말하자 뒤늦게 온 병사들이 사색이 되면서 애써 발걸음을 돌렸다.

그런 병사들의 모습을 보면서 아이언이 활짝 웃었다.

“가장 늦게 온 새끼는 나랑 일대일 면담이다. 기대해도 좋아.”

아이언의 말에 지친 표정으로 천천히 올라가려던 병사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그 모습을 보면서 2열종대로 서 있던 병사들이 잔뜩 긴장했다.

“너희들은 나름 빨리 왔네. 아슬아슬하지만 내 기준에 합격이야.”

아이언의 말에 병사들의 표정이 환해졌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훈련을 시작해야겠지?”

쉴 줄 알았던 병사들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말과 함께 환하게 웃는 아이언을 보면서 다리를 휘청거렸다.

“설마 방금 좀 뛰었다고 훈련이 끝난 줄 착각한 건 아니지?”

“아…… 아닙니다.”

“그래, 몸 좀 푼 거 가지고 훈련으로 착각하면 곤란해.”

아이언의 말에 병사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지금부터 전술훈련을 시작하겠다. 모두 내가 말한 대로 서라.”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기초적인 전술 대형을 말해 주었다.

그러자 훈련소와 수색대 전문 교육기관에서 충분히 훈련받았는지 병사들은 바로바로 알아들었다.

“이건 말 그대로 기초 전술 대형이다.”

탱커가 되는 병사 몇 명이 방패를 들고 선 위에 서고 나머지 병사들이 총으로 견제하는 방식.

하지만 아이언이 지금부터 가르칠 방법은 이런 기초 방식이 아니었다.

“기본은 이 기초 대형이야. 모든 몬스터와 이런 기본 대형으로 싸웠다간 목숨이 10개라도 부족해. 그러니까 너희들은 지금부터 내가 알려 준 대형들을 조합해서 싸워야 한다. 그럼 이 기본 대형은 왜 다시 가르치느냐?”

아이언의 물음에 병사들의 눈에 의문이 떠올랐다.

“전투가 끝나면 항상 이 기본 대형을 유지해야 하니까.”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표정을 짓는 병사들의 모습에 아이언이 진지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이번 소대 임무는 장난이 아니야. 너희들 중 몇몇은 내가 최근 이상한 조사를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을 거야.”

아이언의 말에 몇몇 상병들이 움찔거리는 게 보였다.

중요한 것 같아 다른 병사들한테도 말하지 않고 입을 다물고 있었으나 개인적으로는 궁금할 것이다.

“솔직히 말할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 지금 겨울산은 굉장히 위험하다.”

아이언은 병사들에게 자세하게 설명할까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설명한다 한들 다 알아듣지도 못할뿐더러 고스트의 임무까지 발설할 수는 없기 때문에 설명에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럴 바에 설명을 생략하고 밀어붙이는 편이 좋다.

“궁금하겠지만 묻지 마라. 그냥 따라와. 그럼 살아서 겨울산에서 나갈 수 있다.”

아이언의 말에 병사들이 움찔거렸다.

절대 장난하는 게 아니라는 듯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는 아이언의 모습에 병사들의 눈에 혼란이 가득 들어찼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검을 뽑아 들었다.

그러자 그 검엔 어느새 마력이 가득 들어차기 시작했다.

“내 입으로 이런 말 하긴 좀 쑥스러운데…….”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몇 번 헛기침했다.

“흠흠! 이 정도 실력을 가진 내가 굳이 여기로 왜 왔을까?”

아이언의 말에 병사들이 표정을 구겼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내 자랑 같아서 그렇지만, 나름 전술 능력이 꽤 괜찮아. 실력도 이 정도면 괜찮지. 아카데미에서도 성적 좋았거든?”

연이어서 자랑질을 해 대는 소초장의 모습에 몇몇 병사들이 이를 갈았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 아이언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생각해 봐. 이런 내가 굳이 여기까지 온 이유를 말이야.”

“혹시…….”

“더 알 생각은 말고. 뭔가 눈치챘더라도 혼자 알고 있어.”

아이언은 머리 좋은 찰스가 뭔가 말하려 하는 것을 가로막았다.

“그냥 살고 싶으면 내가 가는 대로 따라와. 그럼 살려 줄게. 물론 진급은 덤이야.”

아이언이 그렇게 말한 후 입가에 진한 미소를 그렸다.

“이번 임무는 애들 장난이 아니야. 진짜 목숨 걸어야 할 테니 살고 싶으면 불만 있더라도 꾹 참고 따라와라.”

그 말을 끝으로 전술 대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병사들도 ‘정말 뭔가 있는 건가?’ 하고 생각하면서 일단 아이언이 시키는 대로 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생각하기에도 아이언이 굳이 여기로 배치된 게 이해가 안 갔기 때문이다.

몇몇 상병들이 상부의 누군가한테 찍혀서 이곳으로 배치된 게 아닐까 추측했으나 방금 한 말을 들어 보니 그건 아닌 듯싶었다.

모두들 의아함, 불만, 귀찮음을 꾹 참고 아이언이 시키는 대로 전술훈련을 하고 있을 때, 열심히 8초소를 찍고 온 병사들이 하나둘 전술 대형에 참가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늦은 밤까지 아이언이 설명한 몇 가지 전술 대형을 반복했다.

하지만 다들 이 정도 훈련이 전부라면 나름 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귀찮기는 하지만 훈련 자체는 그렇게 힘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다음 날이 되자마자 바로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전술 대형을 익힌 지 하루 만에 8초소에 올라 위험지역으로 갔기 때문이다.

“실전만큼 좋은 훈련은 없지. 안 그러냐, 얘들아?”

환하게 웃는 소초장의 모습에 병사들은 꾹 참고 있던 살의가 터져 나왔다.

기회가 되면 정말 패 죽여 버리고 싶을 정도로…….

다만 그들로선 넘볼 수 없을 정도로 수준의 차이가 나기에 그저 주먹을 꾹 쥐고 참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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