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44화 (42/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44)

15. 소대 임무 (1)

상병들과 병장에게 목표를 준 후 개처럼 일하는 그들을 보면서 아이언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으나, 곧 골치 아픈 문제로 고심하기 시작했다.

거대 토끼들의 습격이 있은 후 그때처럼 대규모 몬스터 습격은 없었지만 간간이 몬스터들이 출몰하고는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멀리서 아이언의 감각을 자극하는 존재가 나타났다.

처음엔 누군가 자신을 감시하나 싶었다.

하지만 반복해서 나타나는 통에 어딘가 익숙한 기운이었음을 깨달았다.

마치 자신에게 경고라도 해 주는 것처럼 몬스터들이 나타날 때마다 어김없이 나타나는 녀석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리던 아이언은 마침내 그 기운의 정체를 깨달았다.

‘처음 뱁새가 나타났던 때의 기운.’

정령이나 신수처럼 주변의 자연환경에 한없이 가까운 기운.

자연의 기운에 가까운 그것이 느껴진 것이다.

자연과 한없이 가깝기에 오히려 그것이 은신 효과를 만들어 내면서 주변에 동화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암살자로 착각했으며, 높은 경지로 착각한 것이다.

어쨌든 그 덕분에 아이언의 감각은 더욱 발전했다.

녀석을 감지하기 위해서 예리하게 감각을 벼렸고, 덕분에 마나에 대한 장악력이 더 늘어나며, 결과적으로 마력 응용에 한 걸음 다가설 수 있었다.

그것은 곧 완벽한 4단계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었다는 뜻이었다.

뜻하지 않게 경지를 높인 아이언은 고스트로서 임무 역시 한 걸음 가까워지는 행운을 거머쥐었다.

“신수라……. 실종된 게 아닌 건가?”

이곳을 다스리던 피닉스가 사라졌다니, 죽거나 다른 곳으로 이동한 게 아니라 아직 여기에 있는 모양이었다.

아이언은 지도를 펼쳐 놓고 4소초 근방의 지형을 바라보았다.

피닉스가 실종된 곳에서 그나마 제일 가까운 곳은 이곳 4소초였다.

하지만 높디높은 겨울산의 8초소에서 실종 지역까지 가려고 하면 얼어 죽을 위험이 높았다.

가기 전에 고위험 몬스터를 만나서 죽을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천천히 수색 지역을 확장시키고 전진기지를 만들 필요가 있었다.

“여기까진 만들어야 할 텐데…….”

8초소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X 자를 친 아이언이 전진기지를 만들 지역으로 꼽아 놓은 그곳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아이언이 점찍은 그곳은, 하필 옆 중대인 3소초의 초소와 더 가까운 지역이었다.

그렇기에 자신이 괜히 그곳에 전진기지를 만든다고 하면 시비를 걸 위험이 높았다.

하필 숀 병장의 뒷배로 있는 말디니 중사가 부소초장으로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잘못했다간 3소초와 4소초 간의 다툼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그래서 아이언은 그걸 방지하고자 임무를 핑계 대고 밀어붙이려고 하고 있었다.

“중대 임무로 밀어붙였다간 개소리하며 시비 걸 게 뻔하니 소대 임무로 해 봐야 할 텐데…….”

아이언이 중얼거리면서 전진기지로 찜한 지형을 바라봤다.

그러다 그냥 임무 수행만으론 답이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옆 중대에서 뭐라 못 할 만큼 압도적인 성과가 필요했다.

마침 그 지형 근처에는 다수의 몬스터들이 서식하고 있었다. 그 근방의 몬스터들의 씨를 아주 말려 버리면 옆 중대도 큰 태클을 걸긴 어려울 것이다.

“결국은 병사들을 더 굴려야 한다는 건데…….”

마침 작업은 거의 끝나 가는 상황이었다.

일주일이면 끝나는 작업 현황판을 보면서 아이언이 턱을 문질렀다.

특수 수색대인 만큼 병사들의 전체적인 수준은 높았다.

가뜩이나 높은 수준인 북동부 평균 병사들의 수준을 훨씬 상회했다.

이곳에 온 모든 병사들이 좀 더 빠른 간부로의 진급을 원하기 때문에 병사들 중 엘리트들만 선발한 것이다.

실전에 특화된 최전선의 병사들보다 더 약간 더 높은 수준의 병사들이었다.

“재능은 있다는 거지?”

아이언은 그렇게 생각하며 병사들의 신상 정보가 적혀 있는 서류들을 하나둘 점검했다.

생각보다 4소초의 병사들 수준이 높았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그가 가장 눈여겨보는 병사는 숀 병장도, 찰스 상병도 아니었다.

“존슨이라…….”

4소초의 병사들 중 아무도 보지 못했던 인영.

그가 신수라 생각하는 그것을, 흐릿하지만 두어 번 정도 본 것 같다고 대답한 것이 존슨이었다.

그렇기에 자신과 같이 신수에 대해 재능이 있거나 혹은 정령에 대한 재능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인물이었다.

정령사의 자질은 애초에 쉽게 파악하기도 힘들었고, 척 보니까 워낙 미약해서 그런지 이번 일이 아니었다면 쭉 몰랐을 것 같았다.

즉, 존슨에게는 아이언이 소초장으로 온 것이 행운인 것이다.

‘정령에 대한 재능만 있어도 1~2년 정도는 우리 소대가 최강이겠군.’

부소초장의 수준이 다른 소초보다 좀 떨어지는 측면이 있지만 그건 소초장인 아이언이 커버하면 될 일이다.

나머지 병사들의 수준은 다른 소초들보다 높았다.

간부 예정인 숀 병장은 물론이고 찰스 상병 역시 나쁘지 않은 수준이었다.

거기다가 존슨 정도만 더해져도 특수 수색대의 모든 소초 중에 자신들이 최강일 것이다.

‘그럼 발언권이 강해지지.’

그가 강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대의 전체적인 무력 수준이 높아지는 것 역시 중요했다.

힘이 강해지는 건 곧 발언권이 강해지는 것이고, 그럼 남들이 쉽게 시비 걸지 못하는 건 물론 물자를 받는 것에서도 우선권을 주장할 수 있었다.

게다가 임무에 있어서도 좀 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었다.

여기까지 생각한 아이언이 소대 임무를 실행할 날짜를 생각해 보았다.

생각보다 병사들의 작업 속도가 빨라서 그런지 보름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는 상황이었다.

“훈련을 좀 시켜야겠네.”

아이언이 그렇게 생각하면서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겸사겸사 자신도 훈련하면서 거의 완성된 4단계를 완벽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기간으로 정했다.

그렇게 마음먹은 다음 날.

열심히 작업 중이던 병사들을 향해 아이언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다들 작업 힘들지?”

“아닙니다!”

병장 숀이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자 다른 병사들 역시 절대 아니라는 표정으로 뒤이어 대답했다.

“다들 알겠지만 곧 소대 임무가 있을 거다.”

아이언의 말에 상병들과 병장의 표정이 굳어졌다.

혹시 여기서 근무로 빠질 사람을 정하는 건가 싶어서였다.

“누가 소문을 냈는지 모르겠지만 작업을 가장 열심히 한 상병들과 병장 중 한 사람은 근무로 빠지게 될 거다. 그런데 근무 혼자 서는 거 아니잖아? 당연히 이병과 일병 중에서도 근무로 빠질 사람을 뽑아야지.”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사악하게 웃어 보이자 일· 이병들의 눈동자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 명단을 작성했다. 여기에 적힌 녀석들은 작업을 끝마치는 대로 근무에만 집중하면 된다. 나머진 임무가 시작될 때까지 작업 열외다.”

아이언의 말에 병사들의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혹시 명단에 적힌 사람 중 작업 열외를 하고 싶은 인원은 지금 말하도록.”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명단을 건네주었다.

그러자 병사들이 고심하기 시작했다.

과연 현재의 편안함이냐 나중의 편안함이냐를 두고 깊은 고민을 하는 것이다.

그런 병사들을 보고 아이언이 사악하게 웃었다.

‘이런 게 낚시꾼의 마음인가?’

작업에서 열외한다고 했지 쉰다는 말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은 아이언이 속으로 활짝 웃으면서 가만히 기다렸다.

편히 상의하라고 휴식 시간을 주고 자리를 피하자 병사들끼리 격렬한 토론을 이어 나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나온 것은 상·병장들이었다.

훈련을 같이 가면 개같이 까일 게 뻔하니 차라리 작업하는 게 낫겠다고 말한 숀이 작업하기로 정해졌다.

상병들은 그나마 병장보단 나았기에 현재의 휴식을 선택했다.

그러자 일병들과 이병들 역시 하나둘 토론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무늬만 임무를 많이 했다곤 하더라도 이번 소초장 역시 그러리란 법은 없었다.

특히 이번 소초장은 괴상한 짓을 하도 많이 했기 때문에 역대급으로 힘든 임무 시즌이 될 수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인지 차라리 작업을 선택하는 병사들이 많았다.

특히 소대원 중 실력이 떨어지는 병사들은 모조리 작업을 선택했다.

나름 실력에 자신 있거나 임무를 수행해 본 경험이 있는 병사들은 현재의 휴식을 선택하자 곧 완벽한 명단이 작성되었다.

‘다행이네.’

자신이 점찍어 둔 존슨이 명단에 없는 것을 확인한 아이언이 속으로 웃으면서 병사들을 바라봤다.

“그럼 당장 오늘부터 시작하도록 하지. 명단에 적힌 녀석들은 작업에 집중하고, 나머진 소초로 복귀한다.”

“우와아아아!”

아이언의 명령에 병사들이 환호성을 질러 대면서 황급히 짐을 싸기 시작했다.

반면에 작업을 선택한 병사들은 표정을 구기면서 부러운 듯 바라보았다.

지금 당장은 그들이 훨씬 부러웠다. 숀 병장 역시 부럽다는 눈빛이 역력했으나 할 수 없었다.

“여기 작업은 부소초장한테 맡기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숀 병장이 괜히 애들을 갈구지 않도록 부소초장을 남긴 아이언은 임무를 수행할 병력과 함께 소초로 복귀했다.

“그동안 고생했으니 오늘 하루는 자유 시간을 주겠다. 근무 나갈 인원 빼곤 다들 편히 쉬도록.”

“감사합니다!”

아이언의 명령에 찰스가 대표로 감사하다고 대답했다.

곧이어 생활관에서 환호성과 함께 오랜만의 자유 시간을 만끽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자유는 예상보다 훨씬 짧았다.

고작 하루.

자신들이 임무 시간까지 자유 시간을 가질 거라는 믿음이 산산이 부서지는 데 걸린 시간이었다.

“모두 임무 시즌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알 거다. 그런데 임무에 들어가기에 앞서 본 소초장은 너희들의 실력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에 실망했다.”

다음 날 아침이 되자 집결시키더니 소초장이 저런 소리를 내뱉고 있자 모두들 가슴속에서 불안감이 싹트기 시작했다.

설마설마하는 표정으로 불안하게 바라보는 병사들을 보면서 아이언이 잔인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본 소초장은 생각했다, 여러분들을 임무에 걸맞은 남자로 만들어 주겠다고.”

“아…….”

누군가 탄식 어린 신음을 내뱉는 게 보였지만 모른 척해 주면서 말을 이어 나갔다.

“본 소초장이 직, 접! 여러분들을 지도해 특수 수색대에 걸맞은 병사로 만들어 주겠다. 여러분들을 위해 본 소초장은 어제 날을 새우며 훈련 일정을 짜 왔다.”

촥! 아이언이 상황판에 종이를 펼쳐 병사들이 다 볼 수 있도록 고정시켰다.

빽빽하게 적힌 글자들을 본 병사들은 순간 자신이 잘못 본 것이라 착각하며 눈을 비볐다.

그러나 여전히 아이언이 펼친 일정표는 빽빽했다.

현실 부정을 하는 병사들을 보면서 아이언이 확인 사살을 위해 입을 열었다.

“오전부터 오후까지 전술훈련, 저녁엔 야간 훈련까지 쉴 틈 없는 훈련 일정을 짜 왔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병사들을 위해 훈련을 지도해야 하는 내 입장에서도 피곤한 일이다. 하지만 여러분들이 강해지는 길을 내 한 몸 편하자고 외면할 수는 없는 법.”

아이언의 말에 그냥 안 하면 되지 않느냐는 말이 목구멍까지 치솟았지만 그 누구도 그걸 입 밖으로 내뱉지는 못했다.

“여러분들을 위해 이렇게까지 한다고 고마워할 필요는 없다. 휘하 병력이 강해지는 건 나도 기쁜 일이니까.”

뻔뻔하게 말하는 아이언을 보면서 죽방 한 대 갈겨 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으나 모두들 사력을 다해 참아 냈다.

그런 병사들을 보면서 아이언이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훈련은 오늘부터다. 모두 완전무장으로 집결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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