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43화 (41/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43)

14. 겨울산의 작업환경은 특별해요 (3)

프랑코 대위가 믿음직스러운 부하를 얻었다고 좋아하며 칭찬하자 다른 소초장들도 활짝 웃으면서 말을 더했다.

자신들의 중대에서 이제 막 부임한 초임 장교가 네임드를 사냥하는 엄청난 일을 해냈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옆 중대에 밀리고 있던 상황에서 프랑코 대위가 이끄는 중대에서 좋은 일이 일어났으니 한동안 자신들이 기를 펼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다 보니 다들 다른 동료들에게 이 사실을 말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거려 견딜 수 없어 했고, 프랑코 대위도 라이벌이나 마찬가지인 파울로 대위를 놀리고 싶어 칭찬과 동시에 대규모 지원을 약속하며 돌아갔다.

“다들 오늘 고생했다. 오늘 하루 푹 쉬고 일과를 준비하자. 참고로 작업은 병장과 상병들 위주로 진행할 테니 나머지는 쉬면서 근무에 집중하도록.”

아이언이 지친 몸으로 부하들에게 쉬라는 말과 함께 소초장실로 들어갔다.

그러자 숀 병장과 상병들의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이번 전투로 부서진 3초소의 작업이 몽땅 자기 것들이 된 것에 상병들의 눈초리가 대놓고 살벌해지기 시작했다.

숀 병장 역시 그 시선을 느낀 것인지 불편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번만큼은 짬밥 티를 낼 수가 없었다.

자신으로 인해 초래된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 엿 된 건가?’

말디니 중사한테서는 연락이 없고, 반쯤 방관하던 프랑코 대위는 대놓고 소초장을 밀어줄 분위기였다.

이 상태로 갔다간 자신은 소초장한테 찍혀서 밑의 애들한테도 무시당할 처지였다.

상병들 중에서 가장 짬밥이 많은 찰스한테 먹힐 위기에 처한 것이다.

게다가 부소초장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그동안 자신이 그를 무시했으니 아마 자신의 권위가 바닥까지 떨어지는 순간 대놓고 갈굴 것이 분명했다.

그래도 숀 병장은 소초장이 앞으로도 계속 자신을 데리고 다니면서 작업을 시킬 거라곤 생각지 않았다.

소초장이 아무리 또라이라고 하더라도 병장만 작업에 데리고 다닐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랬다간 다른 장교들이 군기를 위해서라도 적당히 하라고 만류한다.

하지만 그런 숀 병장의 생각은 며칠이 지나자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헉……헉…….”

“야, 뭐 해? 벌써 쉬냐?”

“……아닙니다.”

아이언의 말에 숀 병장이 느려지는 움직임을 정상으로 되돌렸다.

그 모습을 본 아이언이 만족스러운 미소와 함께 숀 병장과 함께 열심히 작업 중인 상병들에게 말했다.

“이제 곧 임무 시즌이지?”

“그렇습니다.”

아이언의 물음에 찰스가 열심히 삽질을 하면서 대답했다.

그러자 아이언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 그들에게 말했다.

“한동안 근무 인원을 최대한 줄이고 작업 인원을 대거 투입할 거야. 임무 시즌 전까지 작업을 최대한 마무리할 생각이거든.”

아이언의 말에 상병들과 숀 병장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이젠 좀 쉬엄쉬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니, 적어도 자신들만 개고생을 하는 것은 끝날 거란 생각이 들었다.

또 이 엿 같은 작업 시간도 줄일 수 있다는 생각에 모두들 눈꼬리가 휘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아이언이 미소를 유지하며 입을 열었다.

“다들 작업이 힘들지?”

“아닙니다!”

아이언의 말에 모든 병사들이 일제히 우렁차게 대답했다.

“다 알아. 나도 같이 하고 있으니까 힘든 거 잘 알지. 그래서 생각해 봤는데, 이 힘든 작업을 제일 빡세게 하는 사람은 임무 시즌에 경계 근무로 빼 줘도 될 거 같단 생각이 들어.”

“아…….”

아이언의 말에 상·병장들의 눈에 불꽃이 튀기 시작했다.

“상병 하나에 일·이병 다섯이면 이교대로 돌릴 수 있겠지? 뭐, 임무 시즌이니까 근무를 빡세게 돌릴 필요도 없고 적당히 순찰만 돌면 되니까.”

“그렇습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대답하는 상병들을 보면서 아이언이 입꼬리를 올렸다.

“다들 열심히 해 봐. 참고로 이번 임무는 좀 많이 힘들 거야.”

아이언의 말에 상병들의 눈이 돌기 시작했다. 소초장한테 찍힌 병장을 굳이 배려할 필요는 없었다.

어쩌면 작업보다 더 힘들 수도 있는 임무에서 빠질 수 있다는 생각에 아까보다 배는 빠르게 삽질을 하기 시작했다.

상병쯤 되면 병장만큼 현란하게 삽질을 할 짬밥은 되었다.

그렇기에 숀 병장만큼 빠르고 정확한 삽질을 통해 부서진 곳을 메우고 수리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아이언이 매우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상·병장들에게 작업에 대한 목표 의식을 만들어 준 아이언은 곧 일병들과 이병들을 대거 투입해서 작업 속도를 더욱 높이기 시작했다.

간간이 출몰하는 몬스터들을 막기 위해서 완전무장으로 작업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힘들었지만 상병들이 눈에 불을 켜고 작업에 임하는데 불만이 있을 수 없었다.

병장 역시 예전이었다면 띵까띵까 놀면서 했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소초장의 눈치를 보는 것인지 아니면 상병들한테 질 수 없다는 위기의식 때문인지, 평소에 보여 주지 않던 엄청난 작업 속도를 보여 주었다.

덕분에 일·이병들은 한결 편안하게 작업에 임할 수 있었다.

그렇게 임무 시즌은 다가오고 작업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이뤄질 무렵, 소소한 이벤트가 발생했다.

이병들을 위한 이벤트.

지친 이병들을 위한 마지막 보루.

힘든 이병들을 붙잡기 위한 군대의 하나뿐인 소통 창구.

마음의 소리 시즌이었다.

평소라면 상병이나 병장은 시큰둥하다.

오랫동안 같이 생활하다 보면 간부들과 친해지기 마련인데, 그렇게 될 경우 간부들이 알아서 어느 정도는 걸러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소초장한테 찍힌 병장.

그리고 상병과 병장한테 무시당했던 부소초장.

이 두 가지 요소만으로도 불안한데, 거기에다 더해 수색대장이 대놓고 이번 마음의 소리 시즌을 통해 불합리한 점을 조사할 생각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마음의 소리엔 병사들뿐만 아니라 간부까지 조질 생각이라고 했기 때문에 병장들뿐만 아니라 간부들까지 잔뜩 사리고 있었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겨울산에 있는 모든 부대들은 4소초를 주시했다.

소문으로 숀 병장이 엿 됐다는 것을 들은 상태이기도 했고, 평소에 숀 병장의 행실을 잘 알고 있기에 이병들이 찌를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과 다르게 마음의 소리 시즌이 지났음에도 숀 병장은 특별한 징계를 받지 않았다.

처음엔 수색대장이 파울로 대위 라인에 겁먹었나 싶었다.

하지만 곧 파울로 대위를 비롯한 그 라인 간부들이 줄줄이 징계를 먹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그것이 자신들의 착각이었음을 깨달았다.

겨울산 대다수의 부대에서 간부들과 병사들이 수색대장에게 불려 가 호되게 질책당하면서 징계를 먹은 것이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도 가장 핫할 거라 생각했던 4소초는 얌전했다.

“특이하군. 안 그래?”

“……그렇습니다.”

수색대장인 칼 구스타프의 물음에 옆에 있던 장교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가장 뜨거울 거라 생각했던 4소초에서 온 이병의 편지는 지극히 정상적이었다. 아니, 오히려 칭찬하는 말로 가득했다.

안녕하십니까, 수색대장님.

전 4소초에서 근무하는 이병 조지입니다.

저희 4소초는 특별히 문제 있는 간부는 없습니다. 오히려 이병들을 더욱 챙겨 주셔서 항상 감사할 따름입니다.

상·병장들도 예전엔 무서웠고 불합리한 점이 있었지만 요즘은 굉장히 성실하게 일합니다.

이 글을 보면 제가 협박받고 있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절대 아닙니다.

저희 4소초의 작업환경은 굉장히 특별합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제 선임들이 일을 더 열심히 합니다.

8초소까지 대대적인 보수 작업이 한창인 저희 4소초는 상·병장이 능숙하고 빠르고 정확하게 작업하면서 저희보다 배는 일합니다.

또 간간이 몬스터가 나오면 앞장서서 움직입니다.

물론 몇 번 선임들이 힘들다고 종종 저희에게 일을 미룰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소초장이 눈치를 주면 선임들이 미친 듯이 일합니다.

믿지 않으실 수 있지만 소초장이 있으면 정말 개처럼 일합니다.

그럼 소초장이 없으면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거의 대부분은 상·병장들 옆에 있어서 문제가 없습니다.

덕분에 패악을 부리던 숀 병장이 지금은 온순한 소처럼 열심히 일만 합니다.

그러니 숀 병장과 상병들에게 징계를 주신다면 전 매우 슬플 겁니다.

개처럼 일하는 선임들이 없으면 저희의 일이 늘어납니다.

존경하는 수색대장님, 부디 저희 4소초를 이대로 놔둬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징계를 주지 말라고 간청하는 이병을 보면서 수색대장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옆에서 그걸 보는 장교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유를 보면 그럴듯했다.

작업에 능숙한 상병들과 병장이 적힌 대로 개처럼 일하고 있다면 굳이 징계를 줘서 4소초를 힘들게 할 필요가 없었다.

조지의 편지만 이렇다면 거짓을 말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이병들의 편지가 이러했고, 일병들 역시 선임들이 없으면 힘들 거라며, 절대 징계를 줘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처음엔 이것을 전달한 장교도 4소초가 단체로 미쳤나 생각했지만 충분한 근거가 있었다.

그 근거란 바로 작업 속도였다.

“4소초의 초소들은 어떤가?”

“전투로 인해 파손된 보수 작업은 끝났습니다.”

“8개 전부?”

“그렇습니다.”

칼 구스타프의 물음에 장교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허…….”

“그게 끝이 아닙니다. 4소초장의 보고에 따르면 이것으로 부족하다며 추가로 작업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

“그렇습니다. 여기, 보고서입니다.”

각 초소마다 앞에 폭탄을 대량으로 묻고 길을 만들어서 병사들에게 외우게 한다.

그리고 각 초소들이 좀 더 오래 버틸 수 있도록 함정을 설치하는 등 추가적인 작업 계획안이 적혀 있었다.

“이걸 다 한다고?”

“그렇습니다. 자신들이 시범적으로 작업해서 효용성을 증명해 보이겠다 합니다.”

“재밌군. 승낙하게. 사령관께 내가 직접 보고드리고 지원 물자를 받아 오지.”

칼 구스타프가 그렇게 말하며 장교를 손짓으로 내보냈다.

“이것도 계획의 일부인가?”

칼 구스타프가 혼잣말로 중얼거리면서 아이언이 보내온 기밀 보고서를 바라봤다.

구스타프의 손엔 소초장으로서가 아닌 고스트 신분으로서 작성한 1급 기밀 보고서가 들려 있었다.

[작업을 하는 종종 몬스터가 나타날 때마다 수상한 존재가 나타났다 사라짐.]

이 문장만 보면 굉장히 큰일처럼 보였지만 그게 아니었다.

[익숙한 기운이 느껴져 계속 조사한 결과 정령 혹은 신수일지 모른다는 추측을 했음. 계속 조사하고 추가로 보고하겠음.]

뒤이어 나오는 이 문장을 본 구스타프는 처음엔 엄청 놀랐었다.

네임드를 사냥한 것으로 모자라 고스트의 임무를 벌써부터 수행하다니 아이언이 정말 미친놈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 뒤에 적힌 요구 사항들을 보면서 자신의 생각에 확신을 가졌다.

[※임무 수행에 필요한 것들.

1. 초소들의 강화에 필요한 물자.

2. 소초와 중대 임무를 통해 주변 수색 확대.

3. 신수 실종 근방까지 전진기지 설치 필요.

4. 겨울산과 몬스터 웨이브의 연관성 확인을 위해 겨울산 전체에 모든 부대들의 수색 범위 확대 필요.]

이것들이 적힌 아이언의 보고서를 다시 한번 들여다본 구스타프는 한숨을 쉬었다.

“후…… 사령관께 보고할 게 늘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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