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42화 (40/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42)

14. 겨울산의 작업환경은 특별해요 (2)

양쪽에서 이어진 사격에 거대 눈토끼들이 순간 당황하면서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그 틈을 타서 아이언이 재빨리 3초소를 향해 다가갔다.

다행히 아직 전투가 시작된 지 오래되지는 않았는지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다만 거대 눈토끼들이 재빠르게 다가서고 있었기 때문에 조금만 늦었으면 위험할 수도 있었다.

삐이이이~.

교전 중을 알리는 비상음이 계속해서 들려오는 와중에 아이언은 총을 쏘면서 빠르게 3초소 근방에 도착했다.

탄환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어느새 아이언이 갖고 있는 탄창들이 텅텅 비게 되었다.

“모두 근접전에 대비해!”

아이언의 고함 소리에 상병들을 중심으로 검이나 창을 들기 시작했다.

전부 마력 가공을 거친 무기들이었기에 일반 마탄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적을 상대할 수 있었다.

마탄이 유용한 무기이긴 해도 가죽이 두껍고 마력 활용을 하는 몬스터들을 효율적으로 상대하긴 어려웠다.

지금도 그렇게 많은 마탄을 처맞고도 살아남은 거대 눈토끼들이 달려오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이병들은 소총으로 견제하고 일병 이상들은 앞에서 눈토끼들의 접근을 막아!”

아이언이 고래고래 소리치면서 명령을 내리자 정신없는 와중에도 명령을 알아들은 일병들과 상병들이 재빨리 이병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초소를 중심으로 방진을 형성한 병사들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인 아이언이 재빨리 검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짬밥을 처먹은 값은 했는지 아직까지 사상자가 없는 와중에 치열하게 전투를 벌이고 있는 숀을 보면서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다리에 마력을 집어넣었다.

퉁!

가볍게 대지를 박차는 순간 어느새 거대 눈토끼 앞에 도달한 아이언이 검을 휘둘렀다.

푸르스름한 마력이 담긴 검이 궤적을 그리는 순간 거대 눈토끼의 목이 단번에 떨어졌다.

일격에 죽어 나가는 거대 눈토끼를 보면서 숀 병장의 눈이 잠깐 떨렸지만 실전이라는 것을 인지했는지 곧 전투에 집중하면서 천천히 거대 눈토끼를 상대해 나갔다.

-큥!

아무리 마탄에 많이 맞아 전투력이 낮아졌다지만 일격에 죽이는 건 웬만한 실력 갖고는 어림도 없었다.

그것을 인지했는지 대장으로 보이는 거대 눈토끼가 직접 아이언을 향해 다가왔다.

녀석은 거대한 뒷다리에 힘을 주는 순간 엄청난 점프력으로 단번에 달려들었고, 아이언 역시 검에 마력을 집중시키기 시작했다.

쿠우웅!

거대한 몸뚱이에서 오는 무게감과 강력한 발톱이 아이언을 찔러 들어왔고, 허공에서 두 존재가 충돌했다.

한쪽은 작은 소년의 모습, 다른 한쪽은 사람보다 몇 배는 큰 토끼의 모습을 한 두 존재가 허공에서 부딪치자 충격파가 퍼져 나갔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소년이 피 곤죽이 되어 날아가야 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마력을 압축시킨 검이 거대한 토끼의 발톱을 그대로 막아 내는 것과 동시에 발톱 자체를 가르고 들어갔다.

그러자 거대 눈토끼의 대장이 황급히 발을 빼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아이언은 한번 문 먹잇감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면서 검을 계속해서 파고들게끔 했다.

영악한 눈토끼는 이미 몇 번이나 장교급을 상대해 봤는지 단순하게 마력이 담긴 검인 줄 알고 만만히 봤으나 생각보다 강력한 절삭력에 놀라서 계속해서 뒷걸음질을 쳤다.

‘강철의 힘은 단단함도 있지만 의외성이 크지.’

단순히 마력을 극한까지 압축시켜서 가장 단순한 검로에 담아 내는 게 강철이 가진 특성이다.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계속해서 마력을 압축해 극강의 마력검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하지만 언뜻 보기엔 일반적인 마력검과 비슷하기에 만만히 보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생기는데, 바로 지금 같은 상황이 그것이었다.

-큐…… 큐큥!

거대한 토끼가 당황하면서 거대한 앞발을 계속 휘둘러 보았지만 아이언은 쏙쏙 피해 내면서 상처 입은 발을 지독하게 노렸다.

작은 몸으로 요리조리 피하면서 날렵하게 공격해 들어가니 토끼 입장에선 쥐새끼가 빠르게 움직이면서 물어뜯는 것 같은 짜증을 느꼈다.

그렇다고 그 이빨이 별거 아니냐고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검에 담긴 마력만큼은 진짜인지, 일전에 상대했던 장교와는 비교도 안 되는 아픔이 느껴졌다.

겨울산에 살면서 몇 명의 실력자를 상대한 나름 베테랑인 거대 눈토끼 대장은 이번만큼은 정말 위험하다고 느꼈다.

처음 상대했던 자는 어설프게 마력을 담아 낸 초짜였고 그 후로 몇 번이나 상대했던 인간 실력자들 중 가장 위험한 놈이 눈앞의 작은 인간처럼 푸르스름한 마력검을 완벽하게 만들어 낸 자였다.

하지만 그자도 아이언 같은 날카로움을 갖고 있지는 못했다.

부딪칠 때마다 살을 파고드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든 피해 보려고 했지만 아이언이 그걸 가만 놔둘 위인이 아니었다.

-큐우웅!

영악한 녀석이 당황한 척하면서 뒷걸음질을 치다가 아이언을 노리고 공격해 들어갔다.

하지만 아이언 역시 짬밥이 어디 가지는 않는 건지 기습적인 공격에 정면으로 대응하며 반쯤 잘린 발을 완전히 잘라 버리고는 그대로 토끼의 목덜미를 베어 나갔다.

쿵!

아이언의 검이 거대한 토끼의 목을 잘라 내자 사람의 몇 배나 되는 크기의 토끼의 신형이 그대로 뒤로 쓰러졌다.

-겨울산의 영악한 인간 사냥꾼을 쓰러뜨렸습니다. 앞으로 거대 눈토끼들이 당신을 두려워하게 될 겁니다. 눈토끼 한정으로 150%의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됩니다.

-칭호 ‘겨울산의 사냥꾼’을 얻었습니다.

-이 칭호는 성장형이며 겨울산 몬스터를 사냥할수록 능력이 강화됩니다.

-겨울산의 사냥꾼의 능력으로 냉속성 마력을 얻게 되었습니다. 겨울산 몬스터를 사냥할 경우 냉속성 마력이 강화됩니다.

-최연소 네임드 사냥꾼이 되어 칭호를 얻었습니다.

-이 칭호는 성장형이며 네임드를 사냥할 때마다 마력이 대폭 상승하게 됩니다.

-최연소 타이틀로 인해 네임드를 사냥할 때마다 얻는 마력이 2배가 됩니다.

아이언의 앞에 수많은 투명 창이 뜨는 것과 동시에 검에 차가운 냉기가 스며들기 시작했다.

칭호의 효과로 인해서 거대 토끼가 품고 있던 냉기가 몸 안으로 스며드는 것과 동시에 검에서도 냉기가 발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후…… 냉속성 마력이라…….”

아이언이 혼잣말로 중얼거림과 동시에 자신을 보고 있는 거대한 토끼들을 바라보았다.

이제는 막아야 할 적이 아니라 자신의 먹잇감에 불과한 토끼들을 향해 아이언이 활짝 미소를 지었다.

거대한 토끼를 죽인 지 얼마 되지 않아 지칠 만도 하건만 활짝 웃으면서 토끼들을 학살하러 나가는 아이언을 본 병사들은 열심히 전투를 벌이다 말고 몸을 떨기 시작했다.

웃으면서 몬스터를 학살하고 있는 아이언의 모습이 두려울 정도로 섬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모습과는 반대로 같은 편인 지금만큼은 안전하기도 했다.

심성에 약간(?)의 문제가 있다고는 해도 전투에서 강한 존재는 그만큼 믿고 따를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병사들의 사기 역시 오르기 시작했다.

상관에 대한 두려움과는 별개로 전투에서 이기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사기가 오르면서 남은 거대 토끼들을 향해 병사들이 달려들었다.

그러자 대장을 잃은 토끼들이 점점 사기가 꺾이면서 결국 다수의 동료들을 제물 삼아 남은 녀석들이 후다닥 도망쳤다.

“후…… 꽤 좋은데?”

어느새 상당히 쌓인 냉속성 마력을 보면서 아이언이 활짝 웃었다.

오랜만에 만족스러운 칭호를 얻은 아이언이 기분 좋은 표정으로 3초소로 걸어가자 병사들이 움찔거렸다.

미친놈처럼 활약한 아이언이 자신들에게 다가오자 절로 몸이 반응한 것이다.

“다들 전투를 치르느라 수고했다. 소초 주위에 경계 근무를 설 병력만 남기고 모두 철수한다.”

“예!”

아이언의 명령에 3초소에 모인 모든 병력이 일제히 후퇴했다.

허겁지겁 아이언의 뒤를 따라 뒤늦게 합류한 병력이 그새 다친 병사들을 부축하면서 소초로 복귀하자, 어느새 중대장이 몇몇 장교와 부사관을 데리고 비룡에서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

“전투는 끝났나?”

직속상관인 프랑코 대위가 아이언을 보면서 걱정스레 물었다.

“중위 아이언 카터, 전투는 무사히 끝났으며 가벼운 부상자를 제외하곤 피해는 없습니다.”

“몬스터는?”

“거대 눈토끼 무리였습니다. 다만 무리를 이끄는 눈토끼 하나가 상당히 까다로웠던 걸 제외하면 큰 문제는 없습니다.”

아이언의 대답에 프랑코 대위가 혹시나 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혹시 그 토끼 몬스터의 눈가에 상처가 있지 않았나?”

“있었습니다. 아시는 몬스터입니까?”

“그건…….”

“사체가 저기 오고 있으니 직접 확인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이언의 말에 프랑코 대위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장교들과 함께 사체를 확인하러 갔다.

“미친. 정말 인간 사냥꾼이었군.”

“허…… 저 나이에 네임드를 사냥했다고?”

“미쳤어. 신임 소초장이 소문의 수석 졸업자인가? 대단하군.”

“확실히…… 수석 졸업자라면 말이 되긴 하지만……. 정말 소문대로 미친 재능 아냐?”

프랑코 대위와 다른 소초장들, 그리고 부사관들이 사체를 확인하다가 아이언을 바라보았다.

“비록 큰 피해는 없었다지만 부상자도 있으니 한동안 경계 임무는 쉬게. 며칠간은 5, 6소초에서 경계 임무를 대신 서도록 하지. 5, 6소초장?”

“그렇게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제4소초는 잠시나마 휴식 시간을 갖는 듯했다.

그때 아이언이 누구도 상상 못 한 말을 내뱉었다.

“그럼 그동안 보수공사 좀 진행하겠습니다.”

“보수공사?”

아이언의 말에 근처에서 듣고 있던 병사들의 표정이 구겨지기 시작했다.

실컷 전투 끝내고 왔더니 하는 말이 보수공사인 것도 짜증 나는데, 쉬라는 중대장의 말을 안 듣고 보수공사를 하겠다고 하니 열불이 터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전임자가 바빴는지 초소들이 엉망이더군요. 그나마 폭탄을 묻어 둔 덕분에 시간을 벌었지만 초소의 상태가 많이 미흡했습니다.”

“흠…… 괜찮겠나? 휘하 병력이 지친 듯 보이는데…….”

“오늘 하루는 푹 쉬게 할 생각입니다.”

아이언의 대답에 프랑코 대위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 내 지원할 게 있다면 최대한 지원하지.”

“감사합니다.”

“그런데 듣기론 소초장도 늦었을지 모른다던데 피해가 없군?”

중대장의 말에 아이언이 자신도 의외였다는 듯 숀 병장을 힐끔 보면서 대답했다.

“숀 병장이 잘 지휘한 덕분인 거 같습니다. 앞에 폭탄을 깔아 둔 것부터 소총으로 견제하며 시간을 버는 것까지 썩 괜찮은 전술을 구사한 덕분에, 제가 도달하기까지 시간을 벌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 그거 말인가?”

아이언의 설명에 중대장이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아카데미에서 활약한 한 학생의 전술을 적용한 거네. 이번 기수 수석 졸업자가 상세하게 기술한 전술을 북동부 전체 부대에 적용시켰는데 그게 효과를 본 것 같군.”

“아…….”

프랑코 대위가 빙그레 웃으면서 말하자 아이언이 머쓱한 표정으로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

그런 아이언의 모습에 재밌다는 듯 웃은 프랑코 대위가 아이언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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