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41)
14. 겨울산의 작업환경은 특별해요 (1)
상병들을 독려하며 열심히 계단에 있는 얼음을 깨고 보수 작업을 실시했다.
사실 첫 번째 초소는 그렇게 열심히 보수 작업을 실시하지 않아도 되었다.
옆 중대 초소와 가까웠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다음 초소를 위해 잠시 쉬어 가는 곳이라고 보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언은 첫 초소를 가장 완벽하게 수리하도록 했다.
자재를 나르기가 가장 편하기도 하고, 보통 상급자가 와서 확인할 때면 1~3초소만 보고 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아이언도 인간인지라 상급자한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은 똑같았다.
그렇기에 첫 번째 초소를 완벽하게 수리하고 추가적으로 몇 가지 장치를 더 한 뒤에 두 번째 초소로 움직였다.
“헉……헉…….”
“힘드냐?”
“아닙니다.”
열심히 얼음을 깨고 있는 숀 병장을 보면서 아이언이 물었지만 그는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옆에서 아이언이 놀고 있으면 티라도 내겠지만 곡괭이질을 같이 하고 있는 터라 불만조차 내뱉을 수 없었다.
거의 오전을 통째로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두 번째 초소까지 절반도 못 왔다.
갈 때마다 계단 하나하나의 얼음을 깨고 망가진 계단을 보수 작업을 하고 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나마 마력 각성자가 아니었다면 지쳐 쓰러져서 몇 번이나 쉬었을 고된 작업이었다.
“소…… 소초장님.”
“왜?”
“체력을 남겨 두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이러다 몬스터라도 오면…….”
“여기를? 야, 세 번째 초소까진 안전하잖아. 힘들어서 그래?”
“아닙니다!”
아이언이 노려보면서 말하자 숀이 단번에 고개를 저으면서 대답했다.
“그럼 쉬지 말고 열심히 까라. 밥 먹기 전까진 두 번째 초소에 도착해야지.”
“알겠습니다!”
“그래, 군기 든 모습 좋다.”
이등병처럼 군기 든 모습으로 곡괭이질 하는 숀을 보면서 아이언이 빙그레 웃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방금 전 우연히 길을 잘못 들어선 거대 눈토끼가 나타났을 때 아이언이 직접 나서서 아작을 내 놨기 때문이다.
마치 숀에게 보여 주려는 것처럼 그냥 팔다리를 날려 버리고 목을 쳐서 죽인 후, 그 자리에서 가죽까지 해체해 버렸다.
그 덕분에 상당히 쫄아서 그런지 몰라도 숀은 처음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사실 세 번째 초소까지는 비교적 안전하다고 하더라도 겨울산이다 보니 간간이 몬스터들이 등장하고는 했다.
실제로 거대 눈토끼가 나타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상병들 역시 걱정 어린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그런 그들의 걱정과 달리 아이언은 또다시 등장한 거대 눈토끼를, 이번엔 곡괭이로 때려잡았다.
퍽! 퍽! 퍽!
-끼우우…….
곡괭이질에 구멍이 숭숭 뚫려 죽음을 맞이한 거대 눈토끼를 보면서 상병들의 표정에 두려움이 서리기 시작했다.
오늘 보이는 두 번의 모습에서 ‘소초장이 절대 정상 범주의 인간은 아니구나.’ 하고 깨달은 것이다.
거대 눈토끼를 죽일 때 눈에서 비친 살기와 히죽거리면서 숀을 바라보는 모습은 소름 돋을 정도로 무서웠다.
“오늘은 토끼 고기인가?”
독성이 있는 몬스터 사체를 보며 말하는 아이언을 보면서 다들 억지로 웃었다.
마나로 중화하면 되기는 하지만 식량이 있는 상황에선 굳이 먹고 싶지 않은 게 몬스터 고기였다.
그 때문인지 아이언의 말을 재미없는 유머라고 생각하며 억지로 웃는 병사들이었다.
“쩝.”
자신은 진심인데 장난으로 받아들이는 병사들을 보면서 아이언은 입맛을 다셨다.
몬스터 고기도 잘만 요리하면 어떤 고기도 흉내 낼 수 없는 별미가 되고는 했다. 이곳 병사들은 아직 그것을 모르는 것 같기에 아쉬웠다.
‘가까운 시일 내에 몬스터 고기를 제대로 조리해서 먹여 줘야겠어.’
아이언은 그렇게 생각하며 찰스를 불렀다.
“찰스.”
“상병 찰스.”
“내려가서 요거랑 아까 잡았던 사체를 가져가서 처리하라 그래.”
“알겠습니다!”
아이언의 명령에 다들 찰스를 부럽다는 듯 바라보았다.
“뭐 해? 일 안 해?”
멍하니 바라보는 그들을, 아이언이 싸늘하게 바라보고는 곡괭이를 짊어졌다.
“슬슬 몬스터가 나오기는 하네.”
그렇게 말하던 아이언은 저 멀리 눈으로 뒤덮인 언덕 위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한 인영을 발견했다.
뭔가 이질감이 느껴져서 본능적으로 바라본 곳에서 우연히 발견한 그 인영은 자신의 시선이 느껴진다 싶으니까 곧바로 사라졌다.
그러자 아이언이 재빨리 마력을 퍼뜨리면서 그곳을 탐지하기 위해 시력을 집중했다.
하지만 이미 사라졌는지 흔적도 없었다.
멀어서 그런지 마력은 잔향조차도 파악할 수 없었기에 아쉬웠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범상치 않은 놈이었다는 것이다.
“뭐 하는 놈이지?”
아이언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마력을 끌어 올렸다.
부엉이가 잠든 지금 자신을 암살하려고 한다면 위험할 수 있었다.
4단계에라도 완벽하게 도달했다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그마저도 완전한 것이 아니었기에 최대한 사려야 할 때였다.
“몬스터? 암살자? 아니면 타 중대 사람?”
어떤 존재든 자신에게 적대감을 갖고 있다면 좋을 것은 없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라기엔 특유의 살기가 느껴지지 않았고, 그렇기에 더더욱 기척을 판단하기 어려웠다.
자신에게 적대감을 갖는 이들이라면 은연중에 갖고 있을 살기로 판단하기 쉬웠을 텐데, 그런 게 전혀 없었다.
하지만 어디선가 느껴 본 적 있는 묘한 느낌이 자꾸만 아이언의 심기를 건드렸다.
“짜증 나네.”
묘하게 간질거리는 느낌에 아이언이 얼굴을 찡그렸다.
아이언이 미간을 찌푸리면서 한곳을 응시하자 곁에 있던 병사들의 표정도 덩달아 안 좋아졌다.
“뭔가 발견하신 겁니까?”
숀 윅스의 질문에 아이언이 찌푸리던 미간을 풀면서 대답했다.
“뭔가가 우릴 바라보고 있었던 것 같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저 거리에서 여길 바라볼 정도라면 상당한 실력자겠지?”
아이언의 말에 병사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어디쯤이었습니까?”
숀의 질문에 아이언이 손가락으로 아까 봤던 곳을 가리켰다.
“전 아무것도 못 봤습니다.”
“저 역시…….”
다들 아무것도 못 봤다고 말하자 아이언이 기대도 안 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간신히 볼 정도라면 다른 병사들은 어려울 것이 분명했다.
“만약 몬스터라면…….”
“위험하단 거겠지.”
“작업을 중단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아이언의 말에 숀이 살짝 몸을 떨면서 말했다. 누구나 자기 목숨이 소중한 법이기에 괜히 위험을 자초할 필요는 없었다.
“일단 작업은 중단한다. 그리고 브라이언 상병?”
“상병! 브라이언.”
아이언의 부름에 곧바로 대답한 브라이언 상병이 군기 있게 각 잡고 섰다.
“넌 지금 8초소까지 근무하고 있는 모든 병력을 3초소로 집결시켜. 그리고 나머지들은 3초소에 모여서 그곳 보수 작업을 마무리하고 거기서 대기해. 숀 병장.”
“병장 숀 윅스.”
“네가 지금부터 내가 올 때까지 3초소에 대한 지휘권을 갖는다. 집결한 모든 병력을 통솔해서 만약을 대비해. 알겠나?”
“알겠습니다!”
아이언의 명령에 숀이 경례를 올렸다.
“완전무장으로 대기한다. 만약의 상황이 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는 알지?”
“그렇습니다.”
“좋아.”
아이언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바로 아래를 향해 몸을 날렸다.
순식간에 사라지는 아이언을 보면서 병장을 비롯한 상병들이 몸을 떨었다.
“새…… 생각보다 더 강할 수도 있겠는데?”
“이미 보셨지 않습니까? 최소 3단계 근처에는 도달했을 겁니다.”
“맞습니다. 병장님이 상대도 안 될 정도의 마력 운용이라면 그쯤은 될 겁니다.”
병장의 말에 상병들이 일제히 자신들이 봤던 것을 토대로 아이언의 실력을 추정했다.
숀 역시 그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자신이 넘볼 인간이 아니었던 거다.
조금만 더 선을 넘었다면 아이언이 자신에게 직접 손썼을 거고, 그럼 그날부터 전역 전까지 지옥 같은 시간이 벌어졌을 수도 있었다.
지금이라도 그것을 깨달아서 다행이었다.
“일단 애들을 모아서 소초장이 명령한 거나 다 해 놓자. 괜히 꼬투리 잡히면 피곤해진다.”
숀의 말에 상병들이 알겠다고 대답하며 움직였다.
하지만 숀이 안 보이는 곳에선 다들 투덜거렸다.
애초에 이렇게 된 것이 다 숀 병장 때문이었다.
소초장이 처음 왔을 때부터 적당히 맞춰 주며 생활했다면 상황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처음 소초장이 보인 행동을 보면 그 정도 유도리는 있는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상병들은 점점 숀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었고, 숀은 숀대로 잘못된 판단 때문에 뒷배로 있는 말디니 중사가 뭔가 손써 주길 간절히 바랐다.
그렇게 상병들과 숀 병장이 각자의 생각에 빠진 채 열심히 아이언이 내린 명령을 이행할 때, 소초로 순식간에 돌아온 아이언은 전 병력을 소집했다.
“다들 지금부터 하던 것 멈추고 완전무장으로 3초소에 집결한다.”
“무슨 일이 있는 겁니까?”
“수상한 인영을 목격했습니다.”
아이언의 대답에, 물어봤던 부소초장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몬스터입니까?”
“알 수 없습니다. 제가 자세하게 알아보려 한 순간 사라져 버리더군요.”
아이언의 대답에 부소초장이 표정이 안 좋아졌다. 여기서 제일 강한 아이언이 움직임을 놓쳤다면 그만큼 위험한 존재라는 뜻이었다.
적어도 자신과 병사들이 대적할 수 없는 존재일 가능성이 높았다.
“위험하군요.”
“부소초장은 지금 당장 중대장님께 보고하러 가 주십쇼.”
“소초장님이 직접 가시는 게 낫지 않습니까?”
잭의 말에 아이언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저는 남아서 병사들을 이끌고 수색을 진행해 볼까 합니다.”
“위험합니다.”
“공격할 거면 진즉 했을 겁니다. 일단 초소를 올라가면서 그 근방부터 샅샅이 수색할 생각이니 걱정 마십쇼. 겸사겸사 미루고 미뤄 둔 진지 공사도 싹 다 끝내 버려야겠습니다.”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미소를 짓자 부소초장이 못 말리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조심하십쇼.”
아이언에게 조심하라는 당부와 함께 부소초장이 직접 중대장이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그것을 본 아이언은 병사들과 함께 곧바로 3초소를 향해 움직였다.
다급하게 움직여서 그런지, 순식간에 1초소를 지나 2초소를 향해 가고 있을 때였다.
콰앙!
폭발 소리가 들려오자 아이언이 다급하게 고개를 들어 3초소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2초소에 가려져서 그런지 3초소는 보이지 않았다.
다만 산발적으로 들려오는 폭발음 소리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려 주고 있었다.
곧이어 3초소에서 적과 교전 중이라는 비상벨이 들려오자 아이언은 다급하게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찰스 상병.”
“예!”
“난 먼저 갈 테니까 병력을 인솔해서 최대한 빨리 합류해.”
“알겠습니다!”
찰스 상병의 대답을 들은 아이언은 재빨리 3초소를 향해 움직였다. 그러자 곧 높은 곳에서 총소리와 함께 교전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거대 눈토끼? 수가 많은데?”
위험한 수준의 몬스터는 아니었지만 수가 많다는 게 문제였다.
그것을 본 아이언이 재빨리 위쪽을 바라보면서 움직였다. 계단 몇 개를 훅훅 넘어가면서 순식간에 3초소 근방까지 도달한 아이언이 뒤에 메고 있던 총을 꺼내 사격했다.
일단 3초소에 집중된 공격을 일부라도 자신 쪽으로 분산시키는 것이 중요했다.
탕!
아이언이 사격을 시작한 순간 3초소 위쪽에서도 사격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브라이언 상병이 데려온 병사들이 3초소를 돕기 위해 사격을 시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