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39화 (37/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39)

13. 실타래를 풀어라 (2)

아이언이 발견한 것은 8초소의 계단이 일부 무너진 곳이었다.

계단뿐만이 아니라 초소의 벽 일부도 무너졌는데, 아무래도 몬스터가 지나가다가 망가뜨린 것 같았다.

게다가 다른 초소들 역시 상태가 안 좋은 게 상당히 많았다.

부소초장이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수공사를 할 시간도 없었고, 그 전에 간부가 교체되면서 상당 기간 수리하지 않았는지 각 초소들의 상태도 썩 좋지는 않았다.

일지에 이렇게 적힐 정도면 실제 상태는 더 메롱스러울 가능성이 높았다.

“이거 전부 고치긴 해야겠는데…….”

일지에 적힌 것을 보니 초소 관리를 개판으로 했는지 성한 곳이 없었다.

보급품을 갖고 오기도 어려운 곳이라 작업하기 까다로운 것도 있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작업을 안 한 것 같았다.

“이참에 더 열심히 굴려야겠네.”

아이언은 사악하게 웃으면서 병장과 상병들을 어떻게 굴릴지 생각했다.

일단 8초소가 산 중턱에 있기 때문인지 그곳까지 올라가는 데 소소한 보수공사가 필요한 초소들 역시 수리하면서 올라갈 생각이었다.

당연히 하루 만에 되지는 않기에 텐트까지 짊어지고 완전군장 형식으로 올라가야 했다.

이곳의 특성상 몬스터가 출몰하니 무기를 챙겨 가는 것 역시 당연했다.

“이참에 좀 더 안전하게 만들어야겠네.”

사악하게 웃으면서 곧바로 초소 관리를 위한 정비 작업 문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일지의 보고와 숀 병장의 건의 사항을 토대로 작전에 심각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사견을 집어넣으며 중대장한테 보낼 보고서를 작성했다.

게다가 중대장이 거절할 수 없도록 최근 몬스터 동향이 포함된 보고서까지 같이 보냈다.

북동부에 몬스터 웨이브 조짐이 일어난 이후 이곳 겨울산에도 심심찮게 몬스터들의 이상행동이 관측되고 있었다.

그렇다 보니 병사들의 불안감이 날이 갈수록 심해졌는데, 이참에 그 불안감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서 초소의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첨부한 것이다.

겸사겸사 초소 보강을 위한 자재들까지 청구하는 보고서를 올렸다.

“으아…… 피곤하다.”

숀 병장을 조진다는 생각에 열심히 보고서를 작성했더니 어느새 자정이 다 되어 있었다.

피로에 찌든 아이언은 대충 의자에서 잠을 청했다. 그리고 얼마 뒤 눈을 비비면서 밖으로 나왔다.

“쓰레기가 내리네?”

하늘에서 눈이 내리는 것을 보고선 아이언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다 문득 좋은 생각이 났는지 입가에 미소를 띠며 곧바로 소초 안으로 들어갔다.

“기상! 기상!”

아이언의 고함 소리에 불침번을 서고 있던 이병 하나가 놀라서 곧바로 경례를 올렸다.

“이쪽은 근무 나간 건가?”

“그렇습니다.”

“이쪽은?”

“눈이 내려서 보급을 도와주러 갔습니다.”

오늘같이 눈이 내릴 때는 보급병이 운반하기 어려워서 간혹 도와주러 가는데, 바로 그 때문에 한 생활관 전체가 비어 있는 듯싶었다.

“부소초장이 인솔했나 보네?”

“그렇습니다.”

“고생이군.”

3개의 조 중에 2개의 조가 각자의 일 때문에 비어 있는 생활관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인 아이언은 마지막 생활관을 바라보았다.

“여기에 숀 병장이 있는 건가?”

“그렇습니다.”

긴장한 표정으로 대답하는 이병에게, 아이언은 미소를 지으며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친히 생활관으로 들어갔다.

“기상!”

아이언의 외침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이병들이었다.

벌떡 일어나 아이언을 발견하고는 재빨리 일어나서 경례를 올렸다.

그러자 뒤늦게 일병들 역시 일어나 재빨리 자세를 바로 했다.

문제는 상병들과 병장이었다.

“어떤 새끼가…….”

“나다.”

“헉!”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일어나려던 상병이 아이언을 발견하고는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초장이 왔는데 아직도 자고 있는 새끼들이 있네?”

아이언의 말에 먼저 일어난 상병이 눈치를 보면서 모든 병사들을 깨우기 시작했다.

“숀 병장님, 숀 병장님.”

“아! 왜 이렇게 씨끄러?”

“빨리 일어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아, 왜.”

“그게…….”

상병의 말에도 인상을 찡그리는 숀 병장을 보면서 아이언이 직접 다가가 상병보고 뒤로 물러나라고 했다.

그러자 그가 우물쭈물하면서 서서히 뒤로 물러섰다.

그것을 본 순간 아이언이 다리를 들어 올려 그대로 숀을 내리쳤다.

“컥! 어떤 개새…….”

“난데?”

“소…… 소초장님?”

“빨리 안 일어나냐?”

아이언이 싸늘한 표정으로 말하자 숀 병장이 사색이 되어서 재빨리 일어났다.

“내가 직접 깨우러 왔는데 처자고 있네? 너 미쳤어?”

“죄…… 죄송합니다.”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죄송하다고 말하는 숀 병장을 보면서, 아이언은 빙그레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내가 만만하냐?”

“아닙니다.”

“아닌데 왜 그렇게 해?”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다야?”

“아닙니다.”

“아닌데 왜 그렇게 하냐고.”

아이언이 직접 숀 병장에게 무한 갈굼을 시전하자 주변 병사들은 표정이 굳어지면서 긴장한 자세로 딱딱하게 서 있었다.

무한 갈굼의 당사자는 비몽사몽 상태로 갈굼을 받으면서 계속해서 고개를 숙였다.

죄송하다는 말은 덤이었다.

아이언은 그렇게 대략 5분 정도를 갈궈 주고는 상쾌한 기분으로 생활관을 나섰다.

“빨리빨리 튀어나와라.”

아이언이 그 말을 끝으로 직접 밖으로 나와서 기다리자 곧이어 허겁지겁 소초 인원 전체가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눈 오는데 이 새끼들이 처자고 있네? 보급 나간 애들이 위험할지도 모르는데 계속 자고 있을 거야?”

“아닙니다!”

어느새 모인 소초 인원을 보고 아이언이 한마디 하자 녀석들이 잔뜩 긴장했는지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동료 의식이 없네? 개인주의야?”

“아닙니다.”

“그런데 아직도 가만히 있네? 바로 튀어 나가서 눈을 쓸어야 할 거 아냐. 안 그래?”

소초장이 눈치를 주자 곧바로 모든 병사들이 빗자루를 가지러 뛰어가기 시작했다. 물론 그중에 숀 병장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는지 처음엔 좀 뛰다가 천천히 걸어갔다.

상병들 역시 마찬가지로 이병들이 가져온 빗자루를 챙겨서 가장 먼저 튀어 왔다.

“뭐 해? 쓸어야지.”

아이언의 명령에 병장과 상병들이 일제히 빗자루를 들고 눈을 쓸기 시작했다.

“아! 니들 장난해? 그렇게 해서 언제 해? 제대로 안 해?”

깔짝깔짝하는 병장과 상병들을 보면서 눈을 부라린 아이언이 직접 빗자루 하나를 챙겨 들고 가운데서 양옆으로 눈을 쓸어 냈다. 그러자 짬밥이 괜히 있는 게 아닌지 상병 둘이 재빨리 양옆에 붙어서 밀려난 눈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번 시범을 보인 아이언이 빗자루질을 멈추고 숀에게 다가갔다.

“뭐 해?”

“예?”

“해야지.”

“예?”

“내가 계속해?”

“아…… 아닙니다.”

아이언의 말에 숀은 황급히 달려 나가서 아이언이 하던 일을 직접 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짬밥을 날로 처먹은 건 아닌지 제법 능숙하게 눈을 쓸어 냈다.

가장 힘든 일을 병장이 솔선수범해서 하기 시작하자 나머지 병사들도 빠릿빠릿하게 움직였다.

“야, 나보다 못하면 어떡하냐? 장난해?”

“이 새끼, 병장 짬밥 허투루 처먹었네?”

“하! 너 뭐 하냐? 벌써 쉬려고?”

“군 생활 개×으로 했냐? 엉? 군대가 장난이야?”

옆에서 빗자루질을 하면서 제대로 안 하면 계속해서 갈궈 대는 아이언 때문인지 숀은 힘든 티도 안 내고 최대한 열심히 빗자루질을 했다.

뒤에 있는 병사들 역시 숀이 찍혔다는 것을 아는지 바꿔 줄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열심히 뒤따라가면서 빗자루질을 했다.

마력까지 끌어 올리면서 미친 듯이 빗자루질을 하는 숀 병장의 모습은 기계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빠르고 능숙했다.

다년간의 짬밥에 마력을 이용한 신체 강화까지 더해지자 절도 있는 모습으로 미친 듯이 눈을 쓸어 냈다.

그러자 나머지 병사들 역시 마력을 끌어 올려 빠르게 눈이 쌓인 길을 쓸어 내기 시작했다.

“헉……헉…….”

“지쳤냐?”

“아닙니다.”

“그래, 베테랑이 겨우 이 정도로 지치는 건 아니지? 나 실망할 뻔했다.”

땀을 주룩주룩 흘리며 대답하는 숀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인 아이언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곧 간부 될 거라며?”

“그렇습니다.”

아이언은 눈을 반짝이며 대답하는 숀에게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근데 이 정도로 되겠어? 좀 더 잘해 봐. 마력 효율이 엉망이던데, 이 정도로는 북동부에서 하사 되기 힘들어.”

비웃듯이 웃으면서 말하는 아이언을 보면서 숀의 표정이 굳어졌다.

마치 너는 얼마나 잘하냐고 묻는 듯 표정에서 기분 나쁘다는 속내가 뚜렷하게 보였다.

“왜? 내가 괜히 지적한 거 같아?”

“……아닙니다.”

“잘 봐.”

애써 대답하는 숀을 보면서 아이언이 빗자루를 쥐고 친히 시범을 보여 주었다.

마력을 끌어 올리는 것과 동시에 빗자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기본 검식을 수련하는 것처럼 절도 있는 빗자루질이 시작됨과 동시에 낭비되는 움직임 없이 깨끗한 움직임으로 눈을 쓸어 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숀이 쓸어 냈던 것과 달리 아이언이 쓸어 낸 길에는 눈이 거의 남지 않았다.

처음엔 ‘얼마 안 가 끝나겠지.’라는 생각과 달리 아이언은 계속해서 빗자루질을 해 댔고, 멍하니 구경하던 병사들도 뒤늦게 마력을 끌어 올려 아이언을 쫓아가기 시작했다.

“후…… 몸 다 풀었다.”

아이언이 땀을 쓸어 내면서 말하자 뒤따라오던 숀 병장의 표정이 굳어졌다.

자신이 보기에도 아이언의 움직임이 완벽했으니 할 말이 없는 것이다. 거기다가 신체 곳곳에 깃든 푸르스름한 기운은 미약한 빛이었지만 효율 자체는 자신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

“이거 병사들이 하도 믿고 따르길래 기대 좀 했더니 생각보다 별거 아니었네? 이래서 간부 되겠어?”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저 멀리서 보급품을 들고는 병사들을 보면서 손을 흔들었다.

“새벽부터 고생이 많습니다.”

보급품을 들고 인솔하는 잭을 보면서 아이언이 반갑게 인사했다.

“아닙니다. 근데 눈은 벌써 다 치우신 겁니까?”

“병장과 상병들이 열심히 치워 준 덕분에 금방 끝났습니다.”

아이언이 활짝 웃으면서 병장을 보며 말했다.

“다들 힘들겠지만 보급품 하나씩 들어 주도록.”

“예!”

아이언의 명령에 짬밥 안 되는 이병들과 일병들이 나서서 보급 상자를 일부 나누어 들었다.

나머지 빗자루들은 아이언의 싸늘한 눈짓에 상병과 숀 병장이 눈치껏 들고 소초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이놈의 쓰레기들은 그칠 줄 모르네.”

아이언이 그새 쌓여 가는 눈을 보면서 인상을 한껏 찌푸렸다.

열심히 쓸어 놨는데 그새 길이 눈으로 뒤덮이기 시작한 것이다.

“어쩔 수 없지 않겠습니까? 나중에 눈 그치면 한번 더 작업하겠습니다.”

“에휴…… 눈 때문에 오늘은 글렀네요.”

“예?”

멍하니 되묻는 잭을 보면서 아이언은 사악하게 미소를 지었다.

“어제 숀 병장의 말을 들으면서 나름대로 조사해 봤거든요. 근데 초소 상태가 영 말이 아니더라구요. 그래서 이참에 초소 전체를 보강하려고 생각 중입니다.”

“아…….”

숀 병장이 건의해서 시작됐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알리기 위해서 일부러 큰 소리로 말하며 사악하게 웃은 아이언이 힐끗 숀을 바라보았다.

숀은 표정이 구겨진 채 차마 자신을 바라볼 용기는 없는 듯 바닥을 보면서 뭐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필시 자신을 욕하는 것이 분명했다.

“뭐…… 초소 자체가 위험하기도 하고 이런 날씨에 어설픈 이병들이나 일병들을 데리고 갈 순 없지 않습니까?”

“설마…….”

“그래서 병장과 상병들만 데리고 갈 생각입니다. 8초소는 너무 심해서, 한 이틀 정도는 거기서 숙식을 해결하며 작업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쪽엔 몬스터들도 많이 나온다고 하니 완전군장으로 가야겠군요.”

아이언의 말에 상병들의 표정이 대번에 찌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닥만 보고 있는 숀 병장을 힐끔거리면서 상병들끼리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자고로 이간계(離間計)만큼 좋은 전략은 없지. 어디 남은 군 생활 쭈구리처럼 지내 봐라.’

아이언은 그렇게 생각하며 히죽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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