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36화 (34/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36)

12. 어린 소초장 (2)

크림슨 북동부 사령관이 무리해서 아이언을 데려와 이곳에 배치한 것에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었다.

단순히 신수 하나만을 본 게 아니라 혹시나 있을 몬스터 웨이브, 그리고 현재 북동부에서 일어나는 수상한 현상에 대한 연관성을 찾는 것이다.

단순히 몬스터 웨이브 하나만 생각하는 것이 아닌 그 뒤에 있는 뭔가를 바라보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일단 이 임무가 언제 끝날지는 알 수 없다. 최소한 몬스터 웨이브가 시작되기 전엔 끝났으면 좋겠지만…… 어렵겠지.”

구스타프가 충분히 이해한다는 듯이 말하자 아이언이 쓴웃음을 지었다.

“임무의 난이도가 높은 건 충분히 알고 있으니 무리하지 말고 일단 부대에 익숙해지는 데 집중하게. 알겠나?”

“알겠습니다.”

“좋네. 그럼 이것으로 특수 수색대 전입은 마치는 것으로 하고 바로 넘어가도록 하게.”

“예! 충성.”

구스타프의 말에 경례를 올리고 나간 아이언.

그런 아이언을 보면서 구스타프가 잠시 문을 바라보다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후…… 이게 맞는 것인지…….”

구스타프는 한숨을 쉬면서 자신에게 신수 능력이 없는 것을 한탄했다.

귀하다는 정령술사보다도 몇 배는 더 귀한 신수 능력자가 온 것은 환영할 일이나 임무 난이도와 첫 부임지가 이런 험지라는 것, 그리고 나이가 어리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보고서를 보면 잘할 것 같기도 한데…….”

가뜩이나 엘리트 부대로 자부심 높은 자들이 과연 어린 소초장을 잘 받아들일지 걱정이었다.

고스트로서 험한 임무를 다해 온 구스타프이지만 어린 장교가 험지까지 와서 무거운 임무를 받은 것으로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 * *

그렇게 캡틴 고스트이자 특수 수색대장의 걱정을 받으며 아이언은 자신의 소초로 이동했다.

“반갑습니다. 4소초 부소초장 잭 도일입니다.”

“반갑습니다. 이번에 소초장을 맡게 된 아이언 카터입니다.”

아이언은 웃으면서 자신을 데려가기 위해 직접 온 부소초장과 악수했다.

“소초까지는 비룡을 타고 가는 겁니까?”

“아닙니다. 비룡이 많은 것도 아니고 그런 게 가능할 리 없지요.”

“그럼 그리폰?”

“하하~ 그건 비룡보다 더 귀하지 않습니까?”

아이언의 말에 웃으면서 말한 잭이 한쪽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기구가 있었다.

“저걸 타고 근처까지 갈 겁니다.”

“허…….”

“초소에 기구가 임시로 내릴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거기까지 이동한 후 소초까진 걸어서 이동해야 합니다.”

장거리 이동이 아니기에 비룡이 아닌 기구를 이용해 근방까지 이동한 다음 남은 거리는 걸어가야 했다.

안전을 위해 천천히 이동하는 기구 때문에 지루해진 아이언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많이 위험하겠습니다.”

“어쩔 수 없지요.”

부소초장이 쓴웃음을 지었다.

“선봉 군단인 1군단조차 이곳까지 보급을 보내기가 부담스러워 결국 사령부 직할이 된 곳입니다. 그렇다 보니 다들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하려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아이언이 잭의 말에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곳까지 보급 물자를 보내는 것도 보통 일은 아닐 듯싶었다.

“그럼 만약 기후 악화로 보급이 제때 도달하지 못할 땐 어떻게 되는 겁니까?”

“올 때까지 말린 음식으로 버팁니다. 정 급하면 몬스터라도 사냥해야죠.”

“후…… 고생길이 훤하겠군요.”

아이언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런 아이언을 보면서 잭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사람 사는 곳이다 보니 살 만은 합니다.”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그보다…… 나이 어린 제가 소초장으로 왔는데 생각보다 놀라시진 않는군요.”

아이언의 질문에 그 의도를 알아차린 잭이 쓴웃음과 함께 대답했다.

“병사들은 모르겠지만 전 아닙니다. 제게 그럴 권한도 없고요.”

잭이 씁쓸한 표정으로 말하자 아이언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으나 차마 더는 물어보지는 못했다.

그러자 잭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적어도 전 아니니 너무 걱정 마십쇼.”

“……그렇습니까?”

아이언의 물음에 잭이 고개를 끄덕였다.

괴물 혹은 괴물이 될 예정들만 모아 놓은 전투 병기 양성소가 북동부 아카데미였다.

게다가 그 역시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이번 기수의 졸업자들은 전원 평균 이상의 졸업자들이라는 걸.

그것을 증명하듯 아직 어린 아이언에겐 2개의 다이아가 붙어 있었다.

“여기부터는 걸으셔야 합니다.”

“생각보다 잘되어 있군요.”

군데군데 나무로 만들어진 계단을 보면서 아이언이 말하자 잭이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군대 생활이 원래, 작업이 7할 이상 아닙니까?”

“후…… 작업이라…….”

현대에서도 군 생활을 했던 아이언이라 그게 어떤 것인지 뼈저리게 잘 알고 있었다.

눈 오면 치우고, 비 와서 무너지면 보수공사 하고, 풀이 자라면 제초 작업을 하는 등 뭐만 있으면 작업을 해야 했다.

“피곤하겠군요.”

“군인이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죠.”

아이언의 말에 잭이 쓴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군바리라면 작업과는 뗄 수 없는 존재였다.

특히 이런 폐쇄된 곳이라면 무조건적으로 작업에 인원이 투입되어야 했다.

“소초에 있는 놈들이 조금 과격할 겁니다. 그걸 감안하고 들어가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과격이라……. 부소초장께서 계시는데 설마 대놓고 그러겠습니까?”

“으음…….”

뭔가 사정이 있는 듯한 표정에 아이언이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부소초장의 경고를 들으며 도착한 소초는 상당히 잘 만들어진 곳이었다.

다 무너져 가는 오래된 건물을 생각한 것과 다르게 건물 자체는 괜찮았다.

게다가 마나석 보급도 잘되는지 건물 근처로 가자 온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소초장님 오셨다!”

부소초장의 고함 소리에 문이 열리면서 병사들이 일제히 달려 나오기 시작했다. 다들 긴장한 표정으로 서 있는 것을 본 아이언은, 부소초장의 경고를 들은 직후라 이상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아직 다 나오지 않았습니다.”

부소초장의 말이 끝난 후 얼마 뒤에 병장과 상병 무리가 천천히 걸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것을 본 순간 아이언이 어이없는 표정이 되었다.

“죄송합니다. 작업이 있어서 좀 늦었습니다.”

부소초장을 보면서 말하는 병장의 모습엔 조금도 죄송스럽다는 표정이 담겨 있지 않았다.

그것을 본 아이언이 눈살을 찌푸리면서 병장을 불렀다.

“야.”

“예?”

아이언이 싸늘한 표정으로 묻자 병장이 멍청하게 되물었다.

어린애가 인상을 찌푸리면서 말하자 순간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잠시 고민한 것처럼 보였다.

“관등성명부터 대야지. 다시 해.”

“벼…… 병장 숀 윅스.”

“늦게 왔으면 빠릿빠릿하게 움직여서 줄을 서야지. 나한테 개기냐?”

“죄송합니다. 시정하겠습니다.”

아이언의 말에 숀이 당황한 표정으로 재빨리 줄을 맞추고 섰다. 새로 온 소초장이 어리긴 하지만 뭔가 심상치 않은 것을 다년간의 짬밥에서 얻은 감으로 느낀 것인지, 일단은 맞춰 주는 모양새였다.

그러자 불량해 보이는 상병들 역시 제대로 각을 잡고 서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여기서 한번 조져 줄까 고민하던 아이언은 일단 한번 참기로 했다.

일단 부소초장에게 어째서 이런 꼬라지로 돌아가는지 사정을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다들 반갑다. 이번에 이곳 소초장으로 온 아이언 카터라고 한다. 졸업과 동시에 오게 되어 당황스럽지만 제군들이 도와준다면 훌륭히 헤쳐 나갈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추운데 길게 말할 것 없겠지. 여러분과의 인사는 이곳으로 끝내도록 한다. 해산.”

“해산!”

아이언이 병사들을 해산시키고는 잭에게 눈짓하면서 소초장실로 향했다.

그러자 잭이 쓴웃음을 지으면서 아이언의 뒤를 따랐다.

“어떻게 된 겁니까?”

아이언이 잭을 보면서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그가 쓴웃음과 함께 말했다.

“다 제가 부족한 탓입니다.”

아이언의 말에 잭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그러자 그런 대답을 원한 게 아닌 아이언이 다시 물었다.

“이유가 뭡니까? 병사 주제에 감히 간부한테 저따위로 행동하는 개 같은 이유가?”

아이언의 물음에 잠시 입을 다물었던 잭이 어렵사리 답했다.

“이곳의 특수성 때문입니다.”

“특수성?”

아이언이 눈썹을 꿈틀거리면서 묻자 잭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이곳은 무력이 뒷받침되어 주지 않으면 병사들한테 무시당하기 일쑤인 곳입니다.”

“무시라……. 상부에 보고하면 되지 않습니까?”

“하는 순간 부대 내에서 왕따를 당하게 되겠지요.”

“왕따? 병사들 주제에 감히?”

아이언이 미친 거 아니냐는 표정으로 묻자 잭이 한숨을 쉬면서 설명했다.

“해당 병사가 처벌은 받겠습니다만…… 다른 병사들은 결국 그 간부에게 적대감을 갖게 되고, 소문이 퍼져서 다른 간부들에게마저 좋은 시선을 받지 못하게 됩니다.”

“그게 무서워서…….”

“다들 쉬쉬하는 거지요. 하루 이틀이 아니다 보니…… 관례처럼 굳어지게 되었습니다.”

“개판이군요.”

아이언의 말에 잭이 고개를 숙였다.

“부소초장의 실력이 병장보다 많이 모자랍니까?”

“그건 아닙니다. 다만 얼마 차이가 안 나다 보니…….”

잭의 말에 아이언이 표정을 찡그렸다.

“대체 병장의 실력이 어느 정도입니까?”

“2단계 초입입니다.”

“부소초장도 그 정도입니까?”

“그렇습니다.”

잭의 말에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다고 말하자 그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사실 잭의 실력이 그렇게 달리는 편은 아니었다. 나이는 오히려 병장보다 젊은 편이며, 빠르게 하사가 된 인물이기도 했다.

최단시간으로 하사가 된 편이었고 엘리트 코스를 밟기 위해 이곳으로 왔지만, 재수 없게도 병장이 하사와 비슷한 실력을 갖고 있었다는 게 문제였다.

열여덟 살의 하사 잭과 스무 살의 병장 숀.

둘의 실력은 비슷했지만 나이는 오히려 숀이 더 많아, 숀은 이러한 상황에 불만이 많았다.

하지만 특수 수색대에서 나름 짬밥이 있었는지 다른 간부들과도 친하게 지내면서 자연스럽게 병사들을 장악해 갔고 또 다음 해에 하사가 될 예정이었기에, 숀은 잭과 급이 같아질 날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그쯤에 오기로 했던 부소초장이, 갑자기 상황이 변해 잭으로 대체되면서 계획이 틀어진 것이다.

그렇다 보니 숀의 불만은 극에 달했고, 알게 모르게 소초 내에서 잭을 따돌리는 간 큰 짓을 벌이기 시작했다.

그게 반복되다 보니 잭의 입김은 자연히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된 겁니다.”

“미쳤군.”

간부가 된 것도 아니고 고작 예정된 병사 주제에 이렇게 행동하는 걸 보면 미친놈이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이게 전부입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만 갖고 저렇게 간 큰 짓을 하는 건 아닐 것 같은데요.”

“소문으론 뒷배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뒷배라……. 간부? 장교?”

“장교는 아닐 겁니다.”

장교라면 문제가 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크게 문제 될 게 없었다.

설령 장교라고 하더라도 고스트인 자신이 직접 수색대장에게 보고한다면 해결될 문제이기도 했다.

‘일단 뒷배 문제는 클리어고.’

병사들도 2단계 초입이니 실력 면에서도 문제 될 게 없었다.

‘무력도 클리어. 남은 건 병사와 간부 간의 불화인가?’

병사들의 구심점인 병사를 잘못 건드렸다간 간부와 병사 간의 불화로 이어질 수 있었다.

이런 폐쇄된 공간에서 그건 최악의 선택지였다.

그렇기에 명분이 중요했다.

‘이래서 처음에 힘들 거라 한 건가?’

비룡을 타고 오면서 린텔 베르너가 했던 경고가 단순히 군 생활이 힘든 게 아님을 깨달은 아이언은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사실 이런 하극상은 이곳에서만 일어나는 특수한 일은 아니었다.

수도 같은 경우는 더욱 심했다.

귀족가와 연줄이 있는 병사가 백 없는 간부에게 대드는 게 흔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북동부도 이럴 줄은 몰랐는데……. 재밌어지겠네.’

아이언은 싸늘한 표정으로 부소초장이 건네준 보고서를 들여다보면서 병장과 상병들을 어떻게 조질지 고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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