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35화 (33/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35)

12. 어린 소초장 (1)

비룡에 올라타자마자 곧바로 최전선의 거대한 장벽을 넘어갔다.

최전선에 가깝게 배치되어 있는 6학년 아카데미 위치상 장벽을 넘어가는 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장벽을 넘어가자마자 성벽에서 바라보던 얼어붙을 것 같은 풍경이 아이언의 코앞으로 확 다가왔다.

추울 것을 생각해서 껴입고 왔음에도 차가운 바람이 두꺼운 가죽옷을 뚫고 들어왔다.

“어? 너무 빨리 가시는 거 아닙니까?”

아이언이 점점 더 속도를 높이는 대위를 보면서 말했다.

겨울산으로 보이는 곳에 위치한 초소들을 지나칠 것 같은 상황이 되자 아이언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비룡을 끄는 고스트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이곳은 선봉 군단 예하 수색대고, 우리가 갈 곳은 사령부 직할이다.”

“그럼 이곳에서 한참 먼 곳입니까?”

“그래, 겨울산 초입이 아닌 심부에 위치해 있는 곳이다.”

“아…….”

고스트의 말에 아이언의 표정이 구겨졌다. 생각보다 심각한 곳으로 가게 되었다는 것을 인지한 것이다.

“그래도 사람 사는 곳이니 너무 겁먹을 거 없다.”

“그…… 그렇습니까?”

“그래, 병사들도 버티는데 간부가 못 버틸 것도 없지 않나?”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말하는 고스트 때문에 아이언은 그런가 보다 했지만 그 마음은 오래가지 못했다.

점점 강풍이 불고, 찬 기운 역시 몇 배는 강해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겨울산이라는 위명에 걸맞게 산에 사시사철 쌓인 눈이 바람을 타고 아이언의 얼굴을 직격했다.

“아! 한 가지 말해 둘 게 있다.”

“무엇입니까?”

“우린 일반 수색대와 좀 다르다.”

“예?”

아이언이 멍청하게 되묻자 그가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사령부 직할 특수 수색대. 그것이 자네가 갈 곳의 진짜 이름이다.”

“아…….”

뭔가 이름부터 ‘특수’라는 단어가 들어가자 위험도가 팍팍 올라가는 느낌이 들었다.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 레온하르트 가문을 뛰쳐나왔는데 어째 점점 위험한 곳으로 내몰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아카데미 당시에는 그렇게 위험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는데, 지금 가는 곳은 환경부터가 극한으로 내몰리는 느낌이었다.

“아까 병사들도 있다고…….”

“있다. 전부 엘리트 병사들이지만…….”

“엘리트 병사라면…….”

“간부가 예정된 놈들이야.”

고스트의 말에 아이언이 멍하니 고스트를 바라봤다.

“아…….”

“아마 자존심이 하늘을 찌르는 놈들이라 관리하기 힘들긴 할 거다.”

고스트가 그런 놈들을 몇 번 봤다는 듯, 다른 엘리트 부대에서 있었던 일들을 설명해 주었다.

흔히 엘리트 부대에 있는 병사들은 소위들이 오면 무시하는 경향이 종종 있었다.

지들이 뭐라도 되는 양 장교들을 무시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물론 대부분은 그 반대가 훨씬 많긴 했다. 뭣도 모르는 소위들이 짬밥 있는 상사들에게 계급으로 밀어붙이거나 짬밥 찬 병사들을 시켜 먹다가 괜히 욕먹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반대도 충분히 나오기는 했다. 조금만 약하게 보이면 맞먹으려 드는 놈들도 나오는 곳이 군대이기 때문이다.

“으으…….”

“괜찮나?”

“버틸 만합니다.”

“최대한 빨리 익숙해지는 것이 좋을 거다. 마력 운용을 해서라도 육체가 빨리 익숙해지게끔 하는 게 중요해.”

“알겠습니다.”

고스트의 조언에 아이언은 곧바로 마력을 운용했다. 그러자 조금은 추위가 가시는 것이 느껴지면서 덜덜 떨리던 입술이 진정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상공의 차가운 바람을 느끼면서 도착한 곳은 사령부 직할 특수 수색대 본부라고 적혀 있는 곳이었다.

“충성!”

“수고한다.”

고스트가 가볍게 인사를 받으면서 아이언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충성. 린텔 베르너, 수색대장님의 명을 받아 아이언 중위를 데려왔습니다.”

“수고했다. 아이언 중위는 남고 자네는 이만 나가 보도록.”

수색대장의 명령에 린텔 베르너가 경례와 함께 물러났다.

이내 문이 닫히자 수색대장이 아이언을 의자에 앉혔다.

“반갑다. 난 수색대장 칼 구스타프라고 한다.”

“아이언 카터 중위입니다.”

“그래, 오는 길에 힘들지는 않았나?”

“그렇습니다.”

볼이 벌겋게 달아오른 아이언을 보면서 피식 웃은 칼 구스타프가 따뜻한 차를 따라 주었다.

“일단 한 모금 마시면서 이야기하지.”

“감사합니다.”

따뜻한 차를 마시자 몸속에 따뜻한 기운이 돌면서 차가웠던 몸이 어느 정도 녹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자 수색대장이 미소를 지으면서 임무서를 하나 건넸다.

“이건…….”

“내가 어떻게 갖고 있는지 궁금한가?”

“아닙니다.”

경직된 채로 대답하는 아이언을 보면서 칼 구스타프가 조용한 음성으로 말했다.

“나 역시 고스트이네. 정확히는 모든 고스트를 총괄하는 캡틴 고스트이지.”

“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내가 영광이지. 이렇게 최연소 고스트를 보게 되니 말이야. 뭐 일반적으론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그만큼 자네가 낸 의견이 엄청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니……. 뭐 불만은 없네.”

보통 5단계 이상만 받는 고스트에 4단계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자신이 왔음에도 큰 불만은 없다고 말한 칼 구스타프는 아이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첫 임무지가 이런 험지라서 힘들겠지만 그만큼 자네를 중용한다는 뜻이니 너무 고깝게 생각하지는 말게.”

“아닙니다.”

“하하~ 이거 너무 분위기를 잡았나? 흠흠! 뭐 지금은 어쩔 수 없겠지. 일단 자네 임무부터 말하는 게 좋겠군. 임무서는 린텔 베르너에게 받았다 했지?”

“그렇습니다.”

“그럼 얘기하기가 쉽겠군.”

칼 구스타프가 차를 한 모금 마시면서 아이언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자네가 얘기한 몬스터 웨이브에 대한 의견대로 사령부에서 자체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그리고 얼마 전에 조사 결과가 나왔지.”

칼 구스타프의 말에 아이언이 침을 삼키면서 그를 바라보았다.

“그들이 말한 바에 의하면 확률이 7할이 넘어간다 한다.”

“7할…….”

“시기는 아직 특정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지만…….”

“10년 이내. 그 안에 뭔가 나올 겁니다.”

“그래, 과거에도 그러했으니 이번에도 그러하겠지. 그래서 북동부 사령부는 자네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기로 했네.”

칼 구스타프의 말에 아이언이 순간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자네가 말한 북동부 자립 계획과 몬스터 웨이브를 대비한 요새화 계획 말일세. 좀 더 다듬기는 해야겠지만 사령부에선 그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보기로 했다는 말일세.”

“아…….”

“아직은 비밀리에 진행되어서 자네에게 훈장이나 진급을 시켜 줄 순 없겠지만…… 사령관님이 개인적으로 이걸 내리기로 하셨네.”

칼 구스타프가 그렇게 말하면서 아래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길죽한 상자를 보자 순간 검이 담겨 있음을 직감한 아이언이 떨리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미스릴 50%짜리 검이다. 통짜 미스릴로 만들면 좋겠지만 그럼 너무 강도가 낮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합금으로 만들었다. 대신 검심은 아다만트를 약간 박아 넣었다. 검 자체만 보면 내 거보다 좋은 거야.”

“이…… 이런 검을…….”

척 보기에도 미친 수준의 검임을 직감한 아이언이 떨리는 눈으로 검신을 바라보았다.

손잡이와 검신의 연결 부위에 겨울 매가 그려져 있고, 그 아래로 작게 ×자 역시 그려져 있었다.

“×자는 우리 고스트를 상징하는 문구다.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다는 뜻이지.”

“아…….”

“앞으로 자네가 부대에 배치될 때마다 그 검에 하나씩 문양이 그려질 거다. 뭐…… 임무 특성상 어려운 임무만 맡게 될 테니 다른 이들처럼 많은 곳을 순환 배치하지는 못할 테지만…….”

칼 구스타프의 말에 아이언이 멍하니 검을 바라봤다.

“이런 검을 받아도 되겠습니까?”

“자네도 고스트니까. 뭐…… 아다만트까지 넣은 건 사령관님이 그만큼 몬스터 웨이브에 대해 말해 준 자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는 뜻이니 좋은 마음으로 받아 두게.”

“감사합니다.”

더는 거절하지 못하고 검에 손을 대려는 아이언을 칼 구스타프가 잠깐 제지했다.

“이 검은 이제 고스트 전용 검이야. 정말 필요한 순간에만 쓰여야 한다는 뜻이지.”

구스타프의 말에 아이언이 순간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구스타프가 빙그레 웃으면서 팔찌 하나를 건넸다.

“이건…….”

“자네의 피와 마력을 주입하게. 검에도 같이.”

구스타프의 말에 아이언이 피를 떨어뜨리고 마력을 주입하는 순간 팔찌와 검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팔찌 안으로 검이 쏙 들어가 버렸다.

“시동어는 ‘강철’이네. 안에 고스트 전용 방어구도 같이 들어 있으니 시동어를 말하면 검과 함께 방어구 역시 자네에게 입혀질 걸세. 그리고 이건 자네가 대외적으로 사용할 검.”

구스타프가 또 다른 검을 건네주자 아이언이 그 검을 바라보았다.

“미스릴 10%짜리일세. 졸업하고 자대 배치되면 받는 장교의 검이지. 자네가 강철을 담고자 하기에 특별히 마법은 담지 않았네.”

“감사합니다.”

마법검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검에 마법을 부여하는 순간 내구도가 깎이게 되고 또 마력 전도율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기에 아이언의 검에는 어떤 장치도 하지 않았다.

대외적으로 사용하는 검 역시 겨울 매가 그려져 있었다.

“축하하네. 이것으로 정식으로 특수 수색대에 전입이 완료되었군.”

구스타프가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악수를 청했다.

“다시 한번 반갑네.”

아이언이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구스타프의 두꺼운 손을 마주 잡고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하하! 자, 그러면 앞으로 자네가 갈 곳을 설명하도록 할까? 저기 보이나?”

“그렇습니다.”

“그래, 저기 4소초가 자네가 담당할 곳이야. 총 8개의 초소가 연결된 섹터를 담당해야 하지. 초소를 중심으로 몬스터들의 활동 반경, 영역 싸움 등에 대한 보고를 지속적으로 해 주면 되네. 물론 여기까진 수색 대대가 할 일이고, 고스트로서 할 일은 이곳을 조사하는 것이네.”

구스타프가 지휘봉으로 가리킨 곳을 바라본 아이언이 조용한 음성으로 물었다.

“저곳이 신수가 있던 곳입니까?”

“그러네. 지금은 사라졌지. 죽었는지 아니면 어딘가에서 잠든 것인지는 알 수 없네. 다만 그로 인해 이곳이 훨씬 더 추워지고 있다는 게 문제일세.”

“어떤 신수가 있었던 것입니까?”

“피닉스.”

“예?”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대답에 아이언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물었다.

“이곳은 예전 화산 지대였네. 휴화산이긴 하지만 안에 용암이 들끓고 있기 때문인지 피닉스가 종종 발견되고는 했네. 덕분에 겨울산에 있는 몬스터들이 함부로 활동하지 않았지. 적어도 피닉스가 있는 지역에선 말이야.”

“언제 사라진 것입니까?”

“몇 년 됐네. 다만 최근 북동부에 대규모 몬스터 이동이 시작된 이후 겨울산 역시 사태가 심각해지기 시작했네. 그래서 사령관께선 이곳 역시도 몬스터 웨이브의 영향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계시네.”

구스타프의 말에 아이언이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그리고 어째서 사령관이 자신을 이쪽에 배치했는지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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