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33화 (31/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33)

11. 첫 부임지는 겨울산 (1)

군단장들의 합의하에 제이든의 행선지가 결정된 이후, 졸업생들의 평가 역시 빠르게 진행되었다.

사령부가 1번을 데려갔기 때문인지 갑작스럽게 2번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는 부대들이 많아졌다.

그래서인지 군단장들끼리 서로 미친 듯이 싸워 대면서 2번을 데려가고 싶어 했다. 게다가 남은 졸업생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실 마음 같아서는 사령부처럼 2번 하나 데려가고 나머지는 포기하고 싶었지만 군단 입장에서는 그러기도 쉽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인지 2번을 데려가는 것도 붕 떠 버렸다.

꿩 대신 닭이라고 3번이라도 데려가려 했지만, 그 역시 재능이 상당했기에 쉽지 않았다.

“1, 2, 3번을 다 포기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큰일이군.”

산악과 안개 군단장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것은 선봉 군단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떻게든 셋 중 하나라도 데려왔어야 했는데 군단장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셋 중 하나를 데려오는 순간 많은 인원을 다른 곳에 양보할 수밖에 없었는데, 절대적인 병력 부족에 시달리는 군단 입장에서는 한 명의 엘리트보단 좀 더 많은 인원이 필요했다.

결국 그들이 선택한 것은 1, 2, 3번을 전부 포기하고 좀 더 다수의 병력을 데려오는 것이었다.

3개의 군단이 2, 3번을 포기해 버리니 남은 건 엘리트 집단뿐이었다.

거의 한 달 가까이 이어진 암중 싸움에서 승리한 건 나이트와 철벽이었다.

기사에 가까운 2번은 나이트의 강력한 주장에 그쪽으로 갈 수밖에 없었고, 3번의 경우 오만함을 지우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굴려야 했기에 철벽의 선택을 받았다.

그렇게 이번 졸업생의 주요 인원들이 전부 행선지가 정해지는 순간, 남은 졸업생들 역시 빠르게 뽑혀 나가기 시작했다.

“이번 기수는 전원이 졸업하는군.”

“얼마 만이지?”

“그러게.”

교수들이 전원 졸업하는 이번 기수를 보면서 기쁜 듯 미소를 지었다.

졸업반인 6학년 아카데미 건물에 자리한 교수들이 이제 곧 몰려들 졸업반 학생들을 생각하면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보통 졸업반인 6학년의 아카데미 건물은 잘 사용되지 않는다.

대부분 최전선에서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실전을 위주로 그동안의 아카데미 생활을 최종 평가받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최전선에서 머무르고자 했다.

그런데 이번 기수는 그 정도가 더 심해서, 처음 며칠을 제외하면 아카데미 건물을 사용한 적이 없을 정도였다.

“왔군.”

교수의 말에 다들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수십 기의 비룡에 다닥다닥 붙어 타고 있는 졸업생들이 눈에 보였다.

비룡들이 하강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많은 학생들이 비룡의 등에서 뛰어내렸다.

“6학년 전원 복귀 완료했습니다.”

“잘 왔다. 다들 안으로 들어가서 정복으로 갈아입고 오도록.”

교수의 말에 모든 학생들이 일제히 기숙사로 들어갔다.

그러자 문 앞에 졸업생들의 정복이 하나씩 걸려 있는 것이 보였다.

그것을 들고 안으로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교수들이 한 명씩 졸업생들을 대강당으로 안내했다.

모두들 갑작스럽게 친절해진 교수들의 행동에 당황했다.

볼 때마다 잡아먹으려 들던 교수들이 친절하게 구니 당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졸업생들을 위한 일종의 관례였다.

그동안 아카데미 생활 속에서 고생한 학생들을 위해 마지막에라도 존중받고 퇴소할 수 있도록 하는 교수들의 마음인 것이다.

특히 전원이 졸업하는 기적적인 일이 발생한 지금, 교수들의 이런 마음은 더 컸다.

제이든 역시 교수의 안내를 받으며 대강당으로 향하자 칸막이가 설치된 여러 간이 건물들이 보였다.

“안으로 들어가면 된다.”

교수의 말에 제이든이 살짝 고개를 숙이고는 안으로 들어가자 군복을 입은 한 남자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앉아라.”

어깨에 다이아 3개를 달고 있는 남자가 제이든이 앉는 순간 한 장의 종이를 건넸다.

거기에는 여러 개의 이름들이 적혀 있었는데, 그중에는 제이든이 알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이건…….”

“네 앞으로 허락된 북동부 영웅들의 이름이다. 네가 가명을 만드는 데 사용하게 될 라스트 네임의 후보들이지. 군 생활하는 동안은 임시로 자네의 성을 대신하게 될 거다.”

“라스트 네임…….”

“이 라스트 네임은 자네가 전역 후에도 사용될 이름이니 신중하게 고르도록.”

퍼스트 네임은 적당히 짓는다 하더라도 라스트 네임만큼은 평생을 따라다닐 이름이니만큼 신중하게 정해야 했다.

그렇기에 제이든도 신중하게 이름들을 살펴보았다.

그런 그의 눈에 문득 자신과 이름이 같은 영웅이 보였다.

제이든 카터.

198전 26승 172패.

어찌 보면 최악의 지휘관이라도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어째서 북동부의 영웅이 될 수 있었나 싶었는데, 그 영웅 아래에 적힌 설명을 보니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어떤 최악의 전장에서도 부하들의 생존을 최우선으로 삼았던 지휘관이다. 모두가 전멸할 거라 생각했던 아레스트 산맥 전투에서 6할의 병력을 생존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이 이후 그의 이명은 ‘생존왕’이 되었으며 모든 병사들이 그의 휘하에 들어가고 싶어 했다.

이 설명만 보면 그저 도망치기 급급한 지휘관인가 싶었지만 시대 상황을 보면 영웅이라 부르기 충분했다.

이 영웅이 활약했던 전장이 몬스터 웨이브가 있었던 환경이었고, 그 당시 북부 전체가 패배하며 죽어 나가던 상황에서 유일하게 병사들을 생존시켜 중앙까지 후퇴한 인물이었다.

“이분으로 하겠습니다.”

“생존왕이라……. 특이하긴 하지만 그것이 너의 길이라면 존중하지. 이름은 뭐로 하겠나? 기존의 이름을 써도 된다.”

보통 복수든 뭐든 자신이 군대로 오며 다짐했던 것을 잊지 않기 위해 이름을 그대로 쓰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것이 하나의 관례가 되어 현재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기존의 이름을 쓰고는 했다.

“아이언으로 하겠습니다.”

“강철이라……. 알겠네. 자넨 이제부터 아이언 카터로 활동해야 하며 이 이름은 자네가 전역하는 날까지 유지될 걸세. 동의하는가?”

“예!”

제이든, 아니 이젠 아이언이 된 1번의 대답에 장교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종이를 내밀어서 사인을 하게끔 했다.

“이것으로 자넨 정식으로 북동부 군부에 이름을 올렸다. 사령관님의 약속에 의해 졸업식이 끝나는 즉시 자넨 중위가 되며 졸업과 동시에 자대에 배치받게 될 것이다. 알아들었나?”

“예!”

“좋다. 이제부터 자네가 배치될 부대가 어떤 곳인지, 어떤 임무를 받을지 설명해 주도록 하지.”

장교의 말에 제이든이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대에 대해 설명해 주는 경우는 처음 들었기 때문이다.

“자넨 이제부터 북동부 사령부 직속 특수작전 파견부대에 배속되었다. 우리 부대는 고스트란 이명을 갖고 있으며, 자네의 임무지는 최전선 안쪽에 있는 수색 부대인 겨울 매 부대이다.”

“고스……트? 제가 지금 배치된 곳이 고스트란 곳입니까?”

“그렇다. 당연히 들어 본 적은 없을 것이다. 우리의 존재를 아는 자들은 사단장급 이상의 지휘관들에 한하며 그 외에는 극히 소수의 사람들뿐이다. 당연히 네 소속도 임시로 겨울 매 부대로 서류에 작성된다.”

“……예.”

알아들었냐고 묻는 듯이 자신을 바라보는 대위의 말에 제이든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보안 사항이 적혀 있으니 읽는 즉시 폐기해야 한다.”

대위가 그 말과 동시에 가지고 나갈 수 없다는 듯 종이 끝을 잡고 있자 제이든이 고개만 숙여서 자신에게 내려진 명령서를 쭉 읽어 나갔다.

자신의 첫 임무는 크게 세 가지였다.

1. 신수로 추정되는 존재에 문제가 생겼다. 그로 인해 겨울산에 문제가 생겼으니 원인을 파악할 것.

2. 이것이 몬스터 웨이브와 연관이 있는지 파악할 것.

3. 겨울산 몬스터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보고서로 제출할 것.

보통 감시 정찰 임무만을 맡은 부대에 배속되면 그것의 연장선에서 임무가 내려오기 마련인데, 자신의 임무는 상당히 독특했다.

“본래 우리 부대 임무가 좀 독특하다.”

“아…….”

대위 역시 임무가 독특하게 내려온 걸 인정하는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전부 숙지했나?”

“그렇습니다.”

“그럼 이건 내가 직접 폐기하지.”

자신이 직접 찢어서 옆에 있는 화염석을 발화시켜 불태워 버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아이언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다른 학생들은 안 하십니까?”

“난 자네만 담당하네.”

“아…….”

“그럼 졸업식이 끝나고 보도록 하지.”

대위가 그 말만 남기고 먼저 밖으로 나가자, 그의 자리에는 언제 놓고 갔는지 모를 작은 패 하나만 덜렁 남겨져 있었다.

그것은 매 문양과 함께 눈으로 보이는 점들이 박혀 있는 모습이었다.

“겨울 매인가?”

그것을 보면서 자신이 갈 곳인 겨울 매 부대를 상징한다는 걸 다시금 깨달은 아이언이 품속에 패를 챙겨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이언 역시 천천히 밖으로 나왔다.

자신이 마지막이었는지, 대강당엔 자신만 홀로 남아 있었다.

밖으로 나오자 다들 이름을 받아서 기쁜지 서로서로 이름을 부르기 바쁜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예상치 못하게 2번이었던 소녀가 아이언에게 다가왔다.

“이름 받았어?”

“어, 아이언 카터야.”

“아이언? 가명?”

소녀의 물음에 아이언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흠…… 그렇구나.”

아이언의 말에 소녀는 살짝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적어도 이름 정도는 알고 싶었던 모양이다.

“넌?”

“아리엘 파브리스.”

아리엘의 말에 아이언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리엘이라……. 넌 진명이야?”

“어. 그나저나 넌 어디로 배속받았어?”

“겨울 매 부대. 최전선 안쪽 수색 부대야.”

아이언의 대답에 아리엘의 눈동자가 커졌다.

“그런 곳으로 바로 배치한다고?”

“……그러게.”

아이언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 아카데미 생활을 너무 잘한 탓인지 겨울산에 배치된 것으로 모자라 고스트가 되어 버렸다.

“넌?”

“나이트.”

“그쪽에서 널 가져갔네. 부럽다.”

아이언이 부럽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고생길이 훤한 자신과 다르게 아리엘은 적어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할 시간이 충분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3번은?”

“궁금해?”

뒤에서 불쑥 나타난 3번의 말에 아이언이 살짝 놀란 표정으로 뒤돌아봤다.

“3번. 넌 어디로 가냐?”

“카드로 지오반니다. 난…… 철벽으로 갈 거 같다.”

“철벽?”

아이언이 의외라는 표정으로 카드로를 바라보았다. 최전선 아니면 나이트 쪽으로 빠질 것 같았는데 전혀 엉뚱한 데로 가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유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알 수 있었다.

“하하~ 난 이유를 알지.”

“야!”

73번이었던 남자애가 카드로를 바라보면서 활짝 웃자 카드로가 분노한 표정으로 그를 돌아봤다.

하지만 73번은 더 이상 무섭지 않다는 듯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저 녀석, 간부들과 교수들에게 찍혔잖아, 오만하다고. 그래서 철벽 사단으로 배치받았어. 아마 지금쯤 저 녀석 굴리겠다고 벼르고 있을걸.”

“아…….”

“너 이 새끼…….”

“여기서 문제 일으키면 거기 가서 더 고생할걸.”

눈을 희번덕거리면서 노려보는 카드로를 보며 남자애가 히히 웃으면서 말했다.

“근데 넌 어디로 배속받았어?”

“흠흠~ 난 후방 군수물자를 담당하게 됐지! 음하하하하~.”

“아…….”

73번의 말에 아이언이 진심으로 부럽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철벽으로 가서 구르게 될 카드로 역시 이번엔 부럽다는 듯 73번을 바라보았다.

주변 소년들 역시 그걸 들었는지 다들 부러운 눈치로 다가왔다.

“하하하~ 다들 이 카를 슈타인 님을 찬양하라!”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