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31화 (29/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31)

10. 영입 전쟁 (4)

카이덴의 물음에 제이든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섣불리 대답하는 순간 모조리 까발려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좋아. 각자 사정이 있는 법이니까.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넌 황실에 대한 적대감을 갖고 있다는 거지.”

카이덴의 말에 이대로 침묵한다면 자신은 황실에 대한 반역자로 찍힐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하는 수 없다는 듯 잠깐의 침묵과 함께 어렵게 입을 열었다.

“단순한 이유의 적대감은 아닙니다.”

“그럼 다른 이유가 있다는 건가?”

“그렇습니다.”

제이든의 대답에 카이덴이 더 해 보라는 듯 말했다.

“어렸을 때부터 생각했습니다, 왜 북부는 발전하지 못하는지. 그러다 문득 궁금해져서 조사하게 되었고, 북부의 특산물 가치에 비해 중앙에서 받는 것들이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리포트는 북동부뿐만이 아니었군.”

“그렇습니다. 그 이유는 유통을 전담하는 상인 연합에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중앙의 장난질이란 걸 어린 나이에 눈치챘다는 건가?”

카이덴의 물음에 제이든은 침묵했다. 지금 자신이 전생에 겪었던 일을 설명할 수 없는 이상 천재적인 재능을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두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재밌군. 그 머리는 둘째 치고 그걸 알 수 있을 정도의 환경은 네가 귀족이라는 걸 증명하겠고, 세부적인 것을 유추할 수 있을 정도의 정보를 알 정도라면 북부의 유력 가문 출신이겠군.”

카이덴의 유추에 제이든은 침묵했다.

그러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카이덴이 나직이 말했다.

“북부의 대표적인 가문은 템페트, 윈스텔, 레온하르트 정도라 치고…… 윈스텔은 손이 귀하니 제외. 템페트의 두 아들은 이제 장성했으니 제외. 남은 건 레온하르트 정도인데…… 장자가 가출했다지?”

“…….”

“레온하르트의 장자가 가출했을 당시 나이가 아홉 살이었지.”

카이덴의 말에 제이든은 말없이 침묵을 지켰다.

“재밌군. 사자를 버리고 강철을 택했다라…….”

카이덴이 흥미롭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면서 제이든을 바라보았다.

“이미 서로 패는 다 까인 거 같은데……. 본심을 까는 게 어떻겠나?”

“후…… 뭘 원하십니까?”

“네 최종 계획. 그리고 뭘 알고 있는 건지를 말해 봐.”

카이덴의 말에 제이든은 잠시 고민했다.

여기서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난다고 말하면 믿어 줄까?

중앙과 갈라서자고 하면 따라 줄까?

북동부가 버틸 수 있을까?

수많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이어서 머릿속을 강타했다.

복잡한 생각에 잠겨 있는 자신을 가만히 기다려 주는 군단장을 보면서 제이든이 생각을 정리하고는 입을 열었다.

“처음 제가 여기에 들어온 가장 큰 이유는 저랑 맞는 환경이기 때문입니다.”

“맞는 환경이라……. 맞는 말이군.”

제이든의 말에 군단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초를 기반으로 길을 찾는 사람들에게 이곳만큼 좋은 환경은 없다.

군단장 스스로가 기초 검식을 기반으로 길을 찾은 사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거대한 벽처럼 절대 뚫리지 않는 검을 만든 카이덴이었기에 제이든이 찾은 길이 어떤 것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확인할 게 있어섭니다.”

“확인?”

“예.”

제이든의 대답에 카이덴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북동부에 확인할 게 있다는 말에 이상함을 느낀 것이다.

레온하르트의 차기 가주로서 북동부 군부를 장악하려 했다면 사자검식을 버려선 안 됐다.

사자를 숭상하는 가문답게 사자검식에 대한 애착 역시 강했다.

다른 검식을 사용하려면 적어도 사자의 신수와 계약이라도 해야 했지만 제이든은 둘 다 아니었다.

그런 제이든이 이곳에 확인할 게 있다는 것에 의문을 가진 것이다.

“몬스터 웨이브의 조짐을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뭐?”

제이든의 입에서 나온 말은 군단장을 당황시키기에 충분했다.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말하는 건가?”

“예.”

제이든의 대답에 군단장이 한숨을 쉬었다.

현재 몇 년간 북동부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전부 심상치 않은 것들이었다. 그 사건들을 하나둘 엮어 보면 몬스터 웨이브의 전조 현상과 어느 정도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몇 개가 겹친다고 몬스터 웨이브로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몬스터끼리의 대규모 세력 다툼으로 몬스터 웨이브 전조 현상의 유사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역사학자들과 몬스터 학자들도 의견이 분분했다.

정말 이게 몬스터 웨이브의 전조 현상이 맞는지 아닌지에 대한 논문이 수천 건이나 될 정도였다.

“현재 북동부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은 몬스터 웨이브의 전조 현상과 비슷합니다.”

“고작 몬스터 세력권 변동이 일어났다고 몬스터 웨이브와 엮는 건 말도 안 된다.”

“몬스터들의 비정상적 광폭화 현상도 조사해야 합니다.”

“그 역시 가끔 있던 일이다.”

“최근 북동부에 마나 안개가 급격히 사라진 지역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디론가 뭉쳐지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 역시 변동 폭이 너무 작다.”

제이든은 자신의 말에 모조리 반박하는 군단장을 보면서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

군단장의 말처럼 고작 몬스터 세력 간에 대규모 변동이 있었다고 해서 이것을 몬스터 웨이브로 엮는 건 무리가 있다.

그렇다고 다른 전조 현상들 역시 엮기엔 무리가 있었다.

가장 확실한 증거인 검은 마석이나 오염된 마나석, 차원의 틈 같은 것들도 지금 당장 발견할 수도 없었다.

그것들이 나오려면 최소 몇 년은 더 있어야만 했다.

‘아마 다른 녀석들이 넘어오는 시점과 비슷하겠지.’

전생을 경험해 본 바에 의하면 그가 넘어온 시점에서 차원의 비틀림이 동시다발적으로 곳곳에서 나타났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즉, 제이든이 말한 것을 증명하려면 최소 몇 년은 더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제이든에게는 한 가지 더 증명할 것이 남아 있었다.

“종이를 좀 써도 되겠습니까?”

“그래.”

군단장이 대답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종이 몇 장과 펜을 갖다주었다. 그러자 그것을 받아 든 제이든이 종이에 뭔가를 그리면서 적기 시작했다.

“몬스터 웨이브의 수많은 전조 현상 중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는 몬스터 간의 세력 다툼, 검은 마석, 오염된 마나석을 들 수 있습니다.”

“그래.”

“현재 이 중 확인된 건 세력 다툼 단 하나입니다. 확실히 부족하지요. 하지만 이것을 바탕으로 유추할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어떤 거지?”

군단장의 물음에 제이든이 북동부의 몬스터 세력들을 동그라미로 하나하나 만들면서 전체 지형을 그려 냈다. 동시에 변형된 세력권을 세모로 그려 내면서 어떤 현상이 있는지 쭉 만들어 냈다.

“북동부에서 가장 위험한 곳은 북동쪽 차원의 틈새가 있었던 구덩이입니다.”

“그렇지.”

“아직도 그 여파가 남아 오염된 마나가 많이 잔존해 있는 곳입니다. 근데 몬스터들이 그곳으로 들어갔다고 들었습니다.”

제이든의 말에 군단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건 확실히 수상하지. 하지만 돌연변이 같은 놈들이 더 강해지기 위해 종종 그곳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게다가 그것 하나만으로 엮기엔 여전히 부족해.”

“물론입니다. 하지만 여길 봐 주십시오.”

“이건…….”

“어디를 피해서 내려온 것 같지 않습니까? 심지어 몬스터들이 그렇게 피해 가던 구덩이에까지 들어가는 걸 보면, 기존의 위험을 감수할 만큼 다급하게 만든 위험한 무언가가 있다고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제이든이 그린 전체 지형도를 보면서 군단장의 표정이 묘해졌다.

세모가 그려진 지형과 원형이 그려진 지형을 보았을 때, 북동쪽에서 남서쪽으로 이동한 흔적이 보였다.

“이거 역시 확인했다.”

“무엇입니까?”

“……블랙 드레이크. 그것도 변이가 굉장히 많이 진행된 놈이었다. 추정 무력치는 드래곤에 근접해.”

카이덴의 말에 제이든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이것만 보면 그 드레이크 하나를 피해서 몬스터들이 이동했다고 추정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드래곤도 아니고 드레이크 하나 때문에 몬스터 대이동을 한다?

말이 안 된다. 설령 드래곤이라도 북동부 몬스터가 대규모로 이동한 근거라기엔 부족했다.

“다른 몬스터는 없었습니까?”

“있었지. 서리 거인이 나타났다는 흔적을 발견했다.”

“또 있습니까?”

“확실하진 않지만 만티코어도…….”

카이덴이 말을 하다 말고 생각에 잠겼다.

‘변종 드레이크와 서리 거인, 만티코어라는 최상위 개체의 몬스터들 때문에 현재 북동부의 몬스터 세력권이 급변하고 있다.’

처음엔 이렇게 생각할 수 있었다.

실제로 북동부에서 가끔가다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몬스터 세력권 변동 상황은 예전과 다르게 매우 급박하고 거대하게 흘러갔다.

동시에 최상위 개체가 이렇게까지 많이 움직인 적도 처음이었다.

그러니 ‘최상위 개체조차 피해서 이동해야 할 만큼 강력한 뭔가가 있다!’라고 생각해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설마…….”

카이덴이 설마 하는 표정으로 제이든을 바라보았다.

익숙했기에 놓친 부분.

또한 가장 확실한 증거인 검은 마석과 변이된 마나석, 치원의 틈 등을 발견하지 못했기에 안심했던 부분들.

그리고 자잘한 흔적들이기에 놓칠 수 있는 증거들.

하나하나 놓고 보면 가끔가다 돌발적인 변수로 발생하는 사건들이다.

하지만 모든 걸 조합해 보면 몬스터 웨이브 전조 현상과 비슷했다.

“검은 마석과 오염된 마나석은 차원의 틈이 나오기 직전에 나오는 것들이라 확인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그때가 되면 이미 늦습니다.”

“그렇지.”

“그렇다면 우리는 그 밖의 것들로 유추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겠지만 많은 현상들이 몬스터 웨이브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적어도…… 조사는 해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제이든의 설득에 카이덴이 깊이 고심하기 시작했다.

“후…… 그래. 조사는 해 볼 수 있겠지. 내가 정식으로 사령부에 제안하겠다.”

“감사합니다.”

제이든이 고개를 숙이면서 대답하는 것을 본 군단장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다가 멈칫했다.

그러고는 제이든이 했던 말들을 곱씹어 보기 시작했다.

“잠깐…… 너…….”

얼마간 생각에 잠겨 있던 카이덴이 눈을 커다랗게 뜨면서 제이든을 바라보았다.

북동부를 독립시키고, 북부와 북동부 해안, 서부까지 연결해서 강력한 라인을 구축한다.

동시에 몬스터와의 전투를 위한 준비를 진행한다.

“몬스터 웨이브…….”

제이든이 말한 모든 것에 몬스터 웨이브를 끼워 넣자 대재앙을 막기 위한 준비 과정으로 보였다.

그리고 동시에 제이든이 생각하고자 하는 것이 하나하나 연결되기 시작했다.

‘눈치챘나?’

자신의 계획을 눈치챘다는 것을 확인한 제이든이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나쁜 결과는 아냐.’

북동부에서 사령관 다음으로 힘이 강한 카이덴이 몬스터 웨이브를 대비하기 시작한다면 좋은 일일 수 있었다.

동시에 자신이 계획한 대로 북동부 독립 과정을 밟아 나가기만 한다면 적어도 단번에 무너지지 않을 정도는 될 수 있었다.

제이든이 더는 숨기지 않겠다는 듯 입가에 미소를 그리자, 자신의 생각에 확신을 가진 카이덴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너 설마, 대륙 북부 전체를 몬스터 웨이브를 막기 위한 기지로 만들 셈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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