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29화 (27/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29)

10. 영입 전쟁 (2)

3단계에 대한 갈망이 깊어지면서 동시에 반복되는 실전을 통해 1번에 대한 고마운 마음 역시 커졌다.

간혹 군사 아카데미에 천재가 들어오면 그들은 남들을 깔보거나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혼자 치고 나가는 경향이 있었다.

2번이 딱 그러한 성향이다.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는 듯하면서도 막상 수련에 임할 때면 오직 자신의 길만 보고 치고 나간다.

3번 역시 그건 마찬가지였고, 2번보다 더 심하게 오만함까지 갖고 있었다.

하지만 1번은 달랐다.

검술 수련할 때는 2, 3번처럼 훈련을 하고는 하지만 그 밖의 실전, 전술 같은 것들은 모두와 공유하며 같이 성장하려고 했다.

그리고 그것이 아이들의 마음을 훔쳤다.

1번과 같이 있고 싶은 마음, 적어도 1번의 뒤꽁무니라도 쫓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그들이 노력하는 기반이 되었으며, 그것이 곧 그들의 힘이 되었다.

“1번도 그렘린들의 산성 침엔 딱히 대응할 방법은 없는 거지?”

“뭐…… 방패를 드는 거 말곤 딱히 없긴 하지.”

“에휴…….”

“대신 소총으로 조지면 되잖아. 몬스터치곤 방어력이 형편없이 약한 편이라 소총에도 타격을 입거든.”

“후…… 빨라서 소총으로 잡기는 어려운데…….”

동료의 말에 제이든이 쓴웃음을 지었다.

약간의 마법과 함께 산성 침을 주 무기로 사용하는 녀석들은 빠르게 날아다니면서 병사들을 괴롭히는 것으로 유명했다.

강한 몬스터들, 즉 다이어 울프 떼나 하피 떼가 공격할 때 약한 곳을 노려서 공격하는 영악한 놈들이다.

고블린과 더불어 영악함으로 몬스터 톱 3에 드는 놈들이 그렘린이었다.

그렇다 보니 자신들만의 연금술과 마법을 사용하는 놈들이기도 했다.

“폭탄만 대량으로 사용할 수 있으면 한 방에 정리가 되긴 하는데…….”

“폭탄?”

“어, 그렘린들이 나타날 때 다수의 화염 폭탄을 던져서 증폭 마법만 걸어 주면 일대를 쓸어버리니까 한 방에 정리되지. 마법사들도 단순 증폭 마법이라면 부담은 안 되니까.”

“괜찮네.”

“단점은 가성비가 똥이라는 거야.”

제이든의 말에 옆에 있던 학생이 고개를 끄덕였다.

현시점에서 폭탄은 상당히 고가이다. 아주 비싼 건 아니지만 전생에 한창 몬스터와 대전쟁을 할 무렵처럼 싸지도 않았다.

대량생산 체제에서 마구 찍어 내야 가격이 내려가는데 그게 아니다 보니 가격이 좀 나갈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그렘린들도 문제지만 철갑을 두른 소, 아이언 불도 문제였다.

강력한 힘으로 성벽으로 자꾸만 돌진하기 때문에 성벽 자체에 균열이 일어난다.

그것을 마법과 폭탄으로 처리하려 했지만 웬만한 공격으로는 흠집도 내기 힘든 실정이었다.

마치 전차나 기갑 전력 같은 단단함을 지닌 녀석들이었기에 기사들이 직접 나서야만 했다.

‘현대에선 저런 놈들은 공중폭격이면 아작이 났는데…….’

공격 헬기 정도만 나와도 전차들이 꽁무니 빠지게 도망가야 했던 걸 생각하면 참 아쉬웠다.

나중에 밀덕 출신의 플레이어들이 그 비슷한 걸 만들려 했지만 결국 완성되기 전에 죽었던 걸로 기억했다.

“이곳은 참 희한해.”

“뭐가?”

혼잣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묻는 동기의 물음에 제이든은 쓴웃음을 지으며 아니라고 말했다.

은근 발전한 것 같으면서도 몇몇 부분에선 발전된 과학력을 따라가지 못하는 풍경이 보이고 있었다.

정치체제, 금융 체계, 공업 등 여러 부분에서 미숙한 부분이 보였다.

마치 현실 세계처럼 차근차근 밟고 올라간 것이 아닌 누군가가 강제로 필요한 것들을 때려 박은 느낌이다.

‘만약 발전된 무기 체계처럼 전체적인 공학 수준도 같이 올랐다면 좀 더 다양한 방식으로 몬스터들을 조질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북동부라…….”

오늘도 치열한 전투를 치른 채 피투성이로 성벽 너머를 바라보는 제이든이 몬스터들이 득시글거리는 산맥의 풍경을 살폈다.

대륙 전체를 위험하게 했던 차원 균열이 일어났던 곳답게 이곳에는 변이된 생물체로 가득했다.

그렇다 보니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전체적으로 동료애가 강했다.

한 명이 죽게 되면 그 비어 버린 자리를 메꾸기 위해 동료들 모두가 갈려 나가기 때문이다.

이 부분만큼은 전생에 대규모 몬스터 전쟁을 치를 당시보다 훨씬 더 강했다.

수십 년 넘게 이곳에서 싸운 자들답게 자연스럽게 동료애가 쌓여서 생긴 문화이기 때문이다.

이 모습을 보면서 제이든 역시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았다.

처음에 왔을 땐 그저 최대한 빨리 전역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었을 뿐이었는데 지금은 군에 머물 때만이라도 북동부에 뭔가 도움 되는 일을 하고자 했다.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북동부가 최대한 버텨 주기는 해야 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미래 지식을 전부 풀어야 할까?”

자신이 아는 모든 지식을 풀어서 북동부가 좀 더 몬스터에 대응하기 편하도록 하는 것.

그것이 현재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렇게 제이든이 북동부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무렵, 북동부의 군부대들에서는 현재 졸업하는 학생들을 서로 데려가기 위해서 물밑에서 치열한 암투를 벌이고 있었다.

“128번 데려가. 우린 131번 데려간다.”

“야, 걔는 딱 기사야.”

“그래서 둘 다 데려가겠다고? 양심 없는 새끼냐?”

“그럼 140번대는 전부 레인저에게 양보한다.”

“꺼져. 128번과 131번 둘 중 하나는 무조건 우리 쪽에서 데려간다.”

북동부 최전선 중 동쪽 끝에 위치한 검은 산악 부대에서 레인저부대와 기사단이 서로 이번 졸업생들을 데려가기 위해서 싸우기 시작했다.

서로 원하는 학생들이 같을 경우 일종의 뽑기를 통해서 배치되는 게 일반적인데, 이번 기수의 졸업생들의 수준이 괜찮다고 소문이 났는지 어떻게든 한 놈이라도 건져 가려고 사력을 다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북부의 부대 전체에서 때아닌 졸업생 영입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특히 가장 큰 건은 1, 2번이었다.

“최전방에서 1번을 원한다고?”

“2번도 데려가겠답니다. 바로 즉시 전력감으로 쓰겠다고…….”

“그래서 사령부로 한 사람도 데려올 수 없다?”

“3번을 주고 7번까진 양보하겠다고…….”

장교의 보고에 북동부 사령관인 크림슨이 인상을 찌푸렸다.

“이놈 이거 좋게 봤더니 욕심이 과하네? 야, 우리가 할 수 있는 거 뿌려. 그 새끼한테 한 놈도 안 준다. 알겠어?”

“알겠습니다!”

당장 즉시 전력감이 될 수 있는 1번과, 압도적인 실력으로 부족한 경험을 커버하는 2번.

둘 다 어딜 들어가든 지금 당장 밥값을 할 수 있는 인재였고, 성장 속도를 생각하면 10년만 지나도 그 부대의 영웅이 될 확률이 높은 자들이다.

그런데 그 둘 모두를 최전선으로 데려가겠다는 것이니 사령부 입장에선 짜증 날 수밖에 없었다.

흔히 사령부는 전술, 전략을 짜는 기관이거나 지휘부 역할만 수행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가장 위험한 지역에 특수 인원을 파견하는 일도 맡고 있다.

북동부에 위치한 온갖 위험지역들을 탐색하고 원인을 파악해 규명하면서 혹시라도 생길 대규모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사령부 역시 인재 부족에 시달리고 있었고, 1번과 2번은 그런 사령부에게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들이었다.

3번 역시 굉장히 훌륭한 인재이기는 하지만 괴물들만 모아서 훈련시키는 북동부 아카데미에서 2~3년에 한 번씩은 나오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1번과 2번은 달랐다.

그렇기에 1, 2번을 데려가고 3번부터 7번까지 넘겨준다 했을 때 사령관 입장에선 불쾌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카이덴에게 전해라, 짬밥도 안 된 새끼가 욕심 부리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 주겠다고.”

“예! 장군!”

북동부 최정예들만 모이는 최전선의 군단장 카이덴 월.

북동부 사령관을 맡고 있는 크림슨 헤일로.

이곳을 대표하는 두 사람이 천재들을 영입하기 위해서 정면으로 부딪치자 다른 이들 역시 몸이 달아올랐다.

“하…… 나도 1번 데려가고 싶은데……. 우리 부대에 딱이거든.”

“난 2번.”

“솔직히 3번도 괜찮긴 해. 우리 부대에서 굴리면서 사람 만들면 되거든. 아! 그냥 셋 다 욕심난다.”

세 명의 사단장들이 오랜만에 사령부에 모여 인재 욕심을 냈다.

북동부에서 최전선을 제외하고 가장 빡세기로 유명한 사령부 직속 3개의 사단.

최정예 레인저들로만 구성된 레인저 사단.

북동부 최고의 기사들로 구성된 기사 사단.

북동부 최후의 보루인 사령부를 지키는 철벽 사단.

이 3개의 사단은 역시 최전선 군단 못지않은 엘리트들로 유명했다. 그만큼 부대를 이끄는 수준 역시 높았는데 전원 6단계에 이른 실력자들이었고, 수십 년을 북동부에서 구른 베테랑들이기도 했다.

그렇다 보니 북동부 사령관과 2인자이자 부사령관 취급받는, 최전선에 선 선봉 군단장이 욕심을 내고 있음에도 1번과 2번을 빼 올 생각을 하는 것이다.

게다가 1번과 2번이 유명하지만 그들 외의 이번 졸업자들도 다들 엘리트급에 비견될 정도로 훌륭하다고 하기 때문에 몇 명이나 자신의 부대로 데려올 수 있는지도 관심사였다.

이들뿐만 아니라 최전선을 지키는 선봉 군단을 제외한 2개의 군단인 산악 군단과 안개 군단에서도 욕심을 냈다.

북동부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일단 엘리트 집단임을 의미하기에 충분히 욕심낼 만했다.

게다가 사령부의 직속부대들 중에서도 다수가 이번 기수 중 한 명이라도 빼 오기 위해서 군침을 흘렸다. 상위 클래스는 어렵더라도 삼백 명 중 한 명 정도는 자신들이 데려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렇게 모든 부대의 상급자들이 이번 군사 아카데미 졸업생에게 관심을 보이자 북동부의 많은 부대원들 역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는 와중에 최전선에 있던 일부 병력이 소문을 내기 시작했다.

“이번 졸업생은 실전 경험이 풍부하던데?”

“우리보다 더 베테랑처럼 몬스터들을 사냥하더라고. 전원 2단계 이상이라 그런가?”

“그러게. 우리도 마력 각성 정도는 했는데…….”

최전선에 선 정예병들이 그렇게 말하면서 아직 어린아이들의 활약을 얘기했다.

보통 처음으로 최전선에 온 졸업생들은 긴장감에 실수하거나, 오만함에 취해 병사들을 깔보면서 분위기를 흐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번 졸업생들은 달랐다.

자신들은 장교가 될 예정이니 병사들과 부사관들보다는 우위에 있다는 흔한 착각.

동시에 실전 경험이 많지 않은, 안전한 곳에서 안전한 사냥이 몸에 밴 학생들의 진짜 실전에 대한 두려움.

이 두 가지가 이들에겐 없었다.

오히려 몬스터를 잘 사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병사에게 묻는 학생들이 다수 존재했다.

처음엔 이 학생들이 왜 이러냐는 표정을 짓던 병사들도 실전을 치르고 난 뒤 곧바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학생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중심에는 1번이 있었던 것이다.

“1번 그 친구는…… 말이 안 나와.”

“그러게. 웬만한 중사 뺨치는 거 같더라니까?”

병사들의 말에 옆에 있던 병사가 1번뿐만이 아니라는 듯 다가와서 말했다.

“2번은 어떻고. 사실 난 그 소녀가 젤 무섭더라고. 무슨 사신처럼 몬스터들을 썰어 댄다니까. 그게 무슨 3단계야? 기사님들도 그렇게는 못하는 것 같던데.”

“3번 친구도 엘리트긴 하더라.”

“그러게. 앞의 두 사람이랑 비교돼서 그렇지, 그 정도면 훌륭하고도 남지.”

이런 병사들의 증언에 이번 졸업생들에 대한 기대감이 수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기대감 상승 요인에 방점을 찍는 일이 발생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