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27화 (25/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27)

9. 콧대 높은 부엉이 (3)

부엉이가 놀란 사이 검을 찔러 넣자, 황급히 날개에 마력을 부여해 튕겨 낸 부엉이가 재빨리 제이든을 피해 상공으로 날아올랐다. 그러자 제이든은 재밌다는 듯 다리에 마력을 잔뜩 몰아넣고 뛰어올랐다.

캉!

-부우!

부엉이가 분노했는지 부리로 제이든의 검을 튕겨 내고 오히려 반격에 들어갔다.

한순간이나마 제이든에게 반격을 허용했다는 게 자존심이 상했는지 이전보다 속도가 빨라졌다.

하지만 제이든은 이걸 기다렸다는 듯, 자세를 잡고 부엉이의 모든 공격을 튕겨 내면서 굳건히 버티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부엉이는 더 맹렬히 공격했고, 제이든은 무아지경에 들어선 것처럼 미친 듯이 검을 휘둘렀다.

부엉이와의 실전 같은 대련 덕분인지 안정화시킨 마력이 폭주할 것처럼 날뛰고, 온몸에 마력이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어차피 폭주하라고 시술한 것이기에 마석이 박힌 곳들을 중심으로 마력 회로가 과부하되고, 동시에 온몸이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하면서 온몸의 마력 회로가 자극되는 것을 느낀 제이든이 그 힘을 이용해 더더욱 부엉이의 공격을 맹렬히 막아 냈다.

그렇게 수십, 수백 합이 넘어가자 부엉이가 이것도 막아 보라는 표정으로 부리를 검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부리 자체가 완벽하게 검게 물드는 순간 끝부분이 파랗게 빛나는 것과 동시에, 부엉이는 제이든을 향해 정면으로 돌진했다.

검은 잔영이 남겨지면서 소닉붐을 일으키는 부엉이의 공격.

절대 2단계로는 버텨 낼 수도, 막아 낼 수도 없을 것 같은 공격이었지만 제이든은 오히려 환하게 웃었다.

“느낌 왔어.”

마력 폭주로 인해 일시적으로 체내에 마력이 넘쳐 나는 지금, 전생에 이루었던 경지를 흉내 낼 수 있는 타이밍이 왔다.

아무리 온갖 시술과 영약을 처발라 이뤄 낸 경지라도 5단계 초입에 들어섰던 짬밥은 어디 가지 않는다.

전생에 이뤄 냈던 것의 경험, 감각을 다시금 지금 이 자리에 재현하는 순간 아지랑이처럼 흩어지던 검에 푸르스름한 빛이 발하기 시작했다.

콰아앙!

-부?

“이걸로 끝날 줄 알았냐? 좀 더 해. 느낌 왔으니까.”

그동안 마력의 절대량이 부족해서 시도할 수 없었던 것을 하는 순간 근육이 과부하에 걸린 것처럼 반응하고, 마력 회로는 타 버릴 것처럼 맹렬히 마나를 순환시켰다.

그 과정에서 다량의 마나가 두 팔에 몰려들면서 검으로 흘러들어 갔다.

두 손으로 굳게 잡은 검과 함께 제국검법의 기본 검식 자세를 취하자 부엉이가 눈을 살짝 크게 뜨더니 부리의 양쪽을 살짝 벌렸다.

마치 웃는 것 같은 그 표정에 제이든이 미소를 짓는 순간, 부엉이가 아까보다 더 빠른 속도로 제이든을 공격해 들어왔다.

오랜만에 제대로 몸 좀 풀어 보자는 느낌으로 사방에서 몰아붙이는 것을 넘어 신기술까지 썼다.

부엉이의 날개가 펄럭이는 순간 검은 마력이 바람을 타고 날아들었다. 그것을 베어 내는 순간, 부엉이의 두 눈이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매번 저럴 때마다 오싹한 느낌에 몸서리쳤던 제이든이 이번엔 굳건한 의지로 버텨 내면서 검을 들어 올렸다.

그 순간, 부엉이의 두 눈에서 푸른 빛이 뿜어져 나와 날아들기 시작했다.

지이잉!

마치 레이저가 나가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두 빛을 막는 순간 제이든의 몸이 형편없이 뒤로 날아갔다.

-부엉!

저 멀리 날아가 나무에 처박힌 제이든을 향해 날아든 부엉이가 오늘은 그만하자는 말과 함께 나뭇가지에 안착했다.

그러자 제이든이 살짝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가 붉게 달아오른 몸을 바라보았다.

더 이상 하면 신체 자체에 무리가 갈 수 있는 상황이라는 걸 인지한 제이든이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짹! 짹짹짹!

“큭!”

어느새 날아온 뱁새가 제이든이 무리한 걸 보고 머리를 콕콕 찍으면서 혼내기 시작했다.

왜 이렇게 무리하냐고 호되게 혼을 내는 뱁새의 모습에 부엉이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울면서 멍청하다며 제이든을 약 올렸다.

그렇게 무리한다고 없던 실력이 늘어나는 건 아니라며, 멍청한 놈이 제 살 깎아 먹는다고 비열하게 웃어 댔다.

한쪽은 자신을 약 올리고, 한쪽은 호되게 자신을 혼내는 두 신수들을 보면서 쓴웃음을 지은 제이든이 폭주하는 마력을 잠시나마 안정시켰다.

어차피 몸에 박힌 마석이 완전히 녹아들지 않는 이상 마력 폭주는 계속될 것이다.

“으음…….”

마력 폭주로 인한 고통에 잠시 신음을 내뱉은 제이든이 서서히 잦아들기 시작하는 마력을 보면서 잠시 나무에 기대어 쉬었다.

“벌써 조금 녹았네.”

팔에 박힌 작은 마석 조각을 본 제이든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붉게 달아올라 맹렬히 회전하는 마력에 마나 덩어리인 마석의 일부가 융해되어 몸 안에 스며든 것이다.

보통 박아 넣은 마석은 나중에 뽑아내거나 체내 마력에 균열이 일어날 때까지 놔두다가 부숴서 흡수하도록 한다.

그때마다 끔찍한 고통이 일어났고, 그 과정을 버티지 못하고 죽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 말고 완벽히 마석들을 흡수시킬 방법이 있다.

바로 방금 제이든처럼 의도적으로 마력을 계속 폭주시켜서 과부하되며 발생하는 마력 열기에 마석들을 전부 체내로 녹여 흡수시키는 것이다.

한마디로 미친 짓.

끔찍한 고통은 이루 말할 것도 없고, 마력 폭주를 매번 걱정해야 할 판이다.

근데 그 미친 짓을, 지금 제이든이 하고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뒤에 한 미친 존재에 의해 발견된 이 방법은 기존의 마력 흡수의 효율을 수십 배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말 그대로 미친 짓이었고, 성공한 사람도 몇 년 동안 그 남자 한 사람뿐이었다.

그냥 ‘미친놈 하나가 무모한 짓을 벌인 것이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미친놈이 후에 피에 미친 광전사라 불리며 마스터에 올랐다면 얘기가 달라졌다.

제이든조차 그 미친놈 때문에 가능성을 보고 이 방법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그처럼 둔재는 아니지만 범재에 미치지 못하는 재능으로 정신력 하나만 갖고 마스터까지 오른 미친놈이기에 그 방법을 탐구하고 따라가고자 했다.

수많은 잡기술을 익힌 것 역시 이 미친놈의 영향이 컸다.

“후…… 뒈지겠네.”

전생에 숱하게 겪어 본 고통이지만 현생에선 처음이라 그런지 정말 죽을 것같이 아팠다.

뱁새가 치유를 돕고 있지만 어림도 없다는 듯, 고통은 온몸에서 일어났다.

그 상태로 비척거리며 기숙사로 돌아온 제이든이 쓰러지듯 잠들었다.

씻을 기운도 없어서 곧바로 침대에서 뻗은 제이든은 그 상태로 거의 사흘을 앓아누웠다. 가뜩이나 시술 후유증이 있는 판에 부엉이와의 격렬한 대련으로 몸을 혹사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회복한 제이든은 다시금 부엉이와 격렬한 대련을 반복했고, 그때마다 몸 안의 마력 회로는 계속해서 과부하에 걸리는 것처럼 달아올랐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학생들은 제이든이 미쳤다고 생각할 정도였고, 3번 같은 경우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일 정도였다.

어째서 이렇게까지 미친놈처럼 목숨 걸고 강해지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위험하다고 알려진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 충분히 빠르게 강해지고 있음에도 제이든은 만족이란 걸 모르는 듯, 목숨을 내놓고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면서 훈련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모든 학생들이 제이든의 행보를 보면서 미쳤다고 소리칠 때, 2번만은 그런 제이든을 보면서 경각심을 가졌다.

어쩌면 자신이 너무 안일하게 생활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자신보다 강한 제이든조차 저렇게 필사적으로 훈련하는데, 최단기간으로 강해지려고 온 자신이 이렇게 생활하는 게 맞는 건가 싶었다.

그러자 그날부터, 가뜩이나 맹렬하게 훈련하던 2번 역시 목숨을 건 것처럼 기사에게 대련을 부탁하면서 실전처럼 훈련하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빨랐던 검속은 더 빨라졌고, 이제는 움직임조차 더욱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2번의 결심에 응하듯, 몇 개월이 지났을 때 그녀 역시 검에 빛 무리가 일어났다.

“괴물 같은 녀석들…….”

3번이 벽을 허문 두 괴물을 보면서 이를 악물었다.

몇 개월 동안 자신 역시 마력 회로를 자극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고통을 이겨 내면서 미친 듯이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1번이 목숨 걸고 미친 짓을 하고 거기에 자극받은 2번 역시 미쳐 날뛰면서, 비슷했던 경지가 이제는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걸 느낀 3번은 위기감에 빠졌다.

자신은 항상 천재라고 생각하며 살아왔고, 그건 이곳에 와서도 다르지 않았었다.

천재인 자신의 재능을 증명하기 위해서 이곳에 왔고 어느 정도는 증명했다 싶었는데, 두 괴물을 보자 처음으로 그 오만함이 완전히 꺾여 나갔다.

1번에게 패배했을 때도, 자신 정도만이 저 괴물에게 어느 정도 비빌 수 있으니까 천재의 영역에 들어서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몇 개월간 두 괴물을 보면서 마지막 남은 한 줌의 자존감마저 박살이 났다.

3번조차 이러한데 다른 학생들이라고 다를 리 없었다.

목숨 걸고 수련하는 두 괴물을 쫓아갈 순 없겠지만, 적어도 그들의 동기라는 타이틀에 폐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미친 듯이 훈련을 시작했다.

여기에는 간절함이라는 무기를 가지고 2번 시술을 받은 아이들이 상위권을 바짝 쫓으면서 위기감이 감돌기 시작한 것의 영향도 있었다.

“드디어 끝났다.”

쌀쌀한 가을바람이 부는 날.

마침내 제이든의 몸에 박혀 있던 모든 마석 조각들이 사라졌다.

-미친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전혀 생각할 수 없는 방법으로 새로운 길을 제시했습니다. 사람들은 당신을 검에 미친 자라 부를 것입니다. 기초 검식과 강제 시술에 미친 당신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칭호 : 검에 미친 자(검술 숙련도 2배 상승, 마력 회로 숙련도 2배 상승, 기초 검술 사용 시 검술 위력 2배 상승).

제이든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옆에 있는 부엉이를 바라보았다.

그동안 자신과 숱하게 싸워 준 부엉이 덕분에 시간이 매우 단축되었다.

“이제 더는 아프지도 않고…… 몸 상태도 쾌적하네.”

제이든이 입가에 미소를 걸면서 부엉이를 바라보자 그런 그를 상당히 못마땅하게 바라본 부엉이가 파드득 날아올랐다.

그러자 부엉이의 뜻을 읽은 제이든이 두 손으로 검을 굳게 부여잡았다.

전생의 짬밥이 어디 가지 않는지 3단계에 오르기 무섭게 제국검법 중급편을 마스터한 제이든은 현재 제국검법의 마지막 편인 고급편을 수련 중이었다.

그건 곧 4단계에 다가섰다는 얘기였다.

단순히 마력을 무기에 담아 내고 체내의 마력 흐름을 무기까지 연결하는 경지를 넘어 그 마력을 응용해 다양한 기술을 발휘하는 단계.

전생의 경험과 단순하기 그지없는 검법 덕분인지 제이든은 그 경지에 일찍 도달했다.

다만 현재 제이든의 경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게 부엉이와 그 자신뿐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목표는 강철 용병.’

제이든이 진지한 표정으로 검을 들어 올리면서 생각했다.

전생의 자신에게 조언을 해 주었던 강철 용병.

그의 검은 무엇에도 부러지지 않는 검 그 자체였다.

극한의 쾌검.

모든 걸 뒤덮는 환검.

회전력으로 강력한 파괴력을 갖는 폭풍검.

야수와 같은 맹수의 검.

모든 걸 분쇄하는 파괴의 검.

세상에 존재하는 최상위 검식들은 저마다 독특한 특징을 갖고 있으며 복잡하고 어려웠다.

그 복잡하고 어려운 검식을 몸에 각인시키는 건 이 둔한 재능으로는 무리였다.

그렇기에 단순하게 검에 모든 마력을 압축시켜 그 무엇에도 부러지지 않는 검을 만드는 것.

제이든이 목표하는 검은 그러한 것이었고, 그 목표에 성큼 다가선 상태였다.

그리고 오늘, 부엉이를 상대로 그 검의 일부를 시험해 볼 작정이었다.

-부우우!

오늘은 평소와 다르게 몇 배는 위험해 보이는 부엉이의 공격에 제이든이 긴장한 채로 전력을 다해 검을 휘둘렀다.

한 번의 충돌만으로 손목이 아려 오고 몸이 떨려 왔다.

그만큼 오늘의 부엉이는 진심으로 공격해 오고 있었는데, 제이든은 본능적으로 이것이 자신을 향한 시험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그렇기에 악착같이 버틸 요량으로 모든 마력을 끌어 올렸다.

거의 2시간 넘게 이어지는 실전 같은 대련.

어서 쓰러지라고 강요하는 듯한 부엉이의 맹렬한 공격에도 제이든은 끝끝내 버티며 바로 섰다.

피를 흘리면서도 일어섰고, 비틀거리면서도 검을 겨누었다.

마치 이것이 자신이 가진 유일한 재능이라는 듯, 독기를 눈에 가득 담은 채 부엉이의 압도적인 힘에 저항했다.

그 모습을 싸우면서 쭉 지켜본 부엉이가 마침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신수 ‘두 개의 달’에게 인정을 받았습니다. 최상위 신수인 ‘두 개의 달’이 당신의 두 번째 신수가 되고자 합니다.

-극심한 부상으로 ‘두 개의 달’의 능력은 현재 극히 제한적입니다. 다만 격이 높은 ‘두 개의 달’과의 계약으로 계약자의 신수력은 대폭 증가합니다.

-이제부터 신수를 담아 둘 수 있는 아공간을 완벽히 생성할 수 있습니다.

-‘두 개의 달’이 회복을 위해 당신의 아공간에 들어갑니다.

-뱁새가 ‘두 개의 달’의 회복을 돕기 위해 아공간에 들어갑니다. ‘두 개의 달’이 일정 수치까지 회복되기 전에는 소환할 수 없습니다.

“아…….”

기계음을 들은 제이든이 짧게 탄성을 내뱉는 순간 부엉이가 수고했다는 듯, 제이든의 머리를 날개로 두드려 준 후 검은 구멍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자 근처에 있던 뱁새 역시 그 구멍으로 날아들었다.

-짹!

마치 나중에 보자는 듯 짧게 운 뱁새가 작게 좁혀지는 구멍에 쏙 들어간 순간 제이든의 몸이 그대로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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