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26화 (24/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26)

9. 콧대 높은 부엉이 (2)

“오늘부터 여러분들의 모든 수업은 한동안 쉰다.”

고등 마수학 교수의 말에 모두들 침을 꿀꺽 삼키면서 교수를 바라보았다.

“동시에 그동안 지겹게 수련한 기초 무술 역시 종료하게 된다.”

교수가 그렇게 말하면서 학생들을 지그시 바라봤다.

“오늘부터 하게 될 것은 여러분들을 좀 더 빨리 3단계로 이끌기 위한 작업이다. 위험하기도 하고, 고통을 수반하기 때문에 희망하는 자에 한해서만 이뤄질 것이다. 희망하는 자들은 손들도록.”

교수의 말에 학생들이 일제히 손들었다.

단 한 사람도 예외가 없는 모습에 교수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력 회로를 강제로 자극하는 과정은 고통이 상당하니 도중에 그만둘 자들은 언제든 말해도 좋다. 또한 자신이 마석에 거부반응을 일으킨다면 언제든 말해야 한다. 자칫 목숨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알겠나?”

“예!”

모든 학생들이 대답을 하자 교수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지금부터 특별실로 이동한다. 고통스럽겠지만 죽지는 않을 테니 너무 긴장하지 말도록.”

“예!”

교수가 그렇게 말하면서 앞장서서 걸어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뒤를 따라가는 아이들의 얼굴은 막 설명을 들은 것치고는 지나치게 공포에 질려 있었다.

긴장하지 말라는 말을 듣긴 했지만 다들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문이 떠돌기도 했지만, 특히 각 기숙사의 가구에 이 작업이 이뤄지는 시간에 대한 얘기가 절절히 쓰여 있어서 모를 수가 없었다.

그것도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아픈지가 옷장의 안쪽이나 침대의 헤드 등에 자세하게 쓰여 있었으니 학생들 사이에서는 절로 공포심이 조성될 수밖에 없었는데, 그것이 시간이 지날수록 극대화되어 현재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런 그들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제이든이었다.

둔재의 몸으로 4단계에 들어서기 위해선 무조건이라 할 정도로 이 작업이 필요했다.

그러지 않으면 평생 가도 3단계의 벽을 뚫느냐 마느냐로 싸워야 할 판이었고, 그게 아니더라도 40~50이 되어서야 겨우 도달했을 것이다.

그렇다 보니 안 해 본 게 없었다.

마력 회로 자극은 애들 장난 수준이다.

마석을 신체 일부에 박아 넣거나 고위 몬스터의 피를 정제해 신체에 투여하는 등, 미친 짓을 서슴없이 했다.

마지막엔 황실에서 받은 화룡의 심장 조각까지 박아 넣은 게 그 자신이었다.

“먼저 1번.”

“예.”

“들어가라.”

특별실에 도착한 교수의 지시에, 제이든은 대답과 동시에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러자 마력 회로 자극을 위한 마법진과 그 위에 달린 시술을 위한 여러 장치들이 눈에 들어왔다.

“반갑다. 음…… 무섭게 생기긴 했지만 아프게 할 건 아니니까 너무 겁먹지 말고.”

의사가 겁먹지 말라 말했지만 흉악하게 생긴 도구들을 보는 입장에서는 그렇게 될 리가 없었다.

다만 제이든은 익숙했기에 태연할 뿐이었다.

“생각보다 태연하구나?”

의사의 말에 굳이 대답하지 않고 가만히 기다렸다.

“오늘 할 작업은 마력 회로 자극이다. 그 이후, 지원자에 한해서 마석 각인이나 기타 시술 등을 할 수도 있다. 이 중에서 골라 봐.”

의사가 건네준 종이에는 세 가지의 선택지가 있었다.

단순히 마법진 위에서 마력 회로에 자극을 주는 것과 시술을 통해 자극을 강화하고 몸 안에 마력을 강제로 주입하는 것, 마지막으로 작은 마석들을 일시적으로 몸에 박아 몸 안의 마력을 반쯤 폭주시키는 것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단계가 올라갈수록 죽을 확률도 높고 고통이 극심하기 때문에, 대부분 첫 번째를 선택하고는 했다.

정말 재능이 없는 자들에 한해서 하는 것이 세 번째였고, 그마저도 죽을 확률이 높기에 대부분은 선택을 하지 않았다.

이곳에 있는 자들 중 간절한 자들이 두 번째를 선택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세 번째로 하겠습니다.”

“뭐? 그건 그냥 기재만 해 놓은 거야. 너 정도면 두 번째…… 아니 첫 번째로도 충분할 거 같은데?”

제이든의 천재성을 생각한 의사가 그렇게 말했으나 제이든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세 번째. 이걸로 하겠습니다.”

“하…… 너 그게 어떤 시술인지는 알고 말하는 거지?”

“예.”

“고통이 끔찍할 거다. 네가 선택한 건 사실상 사장된 기술이야. 정말 간절한 자들에게만 하는 시술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제이든이 충분히 인지했다는 듯 대답하자 의사도 더는 말리지 못했다.

“일단 나가 있어라. 다른 애들부터 해야겠어.”

“알겠습니다.”

제이든이 고개를 숙이고 밖으로 나가자 2번이 왜 이렇게 빨리 나왔냐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던 2번이 안으로 들어가자 3번이 제이든에게 조용히 물었다.

“안 했냐?”

“어, 나중에 할 거 같다.”

“너…… 시술을 할 생각이야?”

3번의 물음에 제이든은 대답을 아꼈다.

사실 재능이 있는 자들에겐 시술이 그리 좋은 게 아니었다.

훗날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대한 영향을 덜 주면서 빠르게 다음 단계로 넘어갈 발판을 마련하는 마력 회로 자극 정도만 하는 것이다.

하지만 두 번째 시술부터는 달랐다.

“왜 네가…….”

3번이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을 지었다. 뒤에서 듣고 있던 다른 학생들 역시 제이든의 선택을 이해하지 못했다.

교수 역시 인상을 찌푸렸다.

이들의 반응이 어떻든 제이든은 묵묵히 마지막 차례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단순 마력 회로 자극만 선택한 만큼 빨리빨리 끝났다.

몇몇 하위권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삼백 명의 학생들 중 두 번째 시술을 선택한 학생들은 고작해야 열 명 내외.

“178번, 들어와라.”

“어? 나 먼저?”

제이든이 있는데 자신이 먼저 들어갈 줄 몰랐다는 듯, 178번이 의아한 표정을 짓더니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곧 고통에 찬 비명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악!”

고통에 몸부림치는 소리가 들려오자 남은 학생들의 표정에 두려움이 깃들었다.

하지만 다들 간절한 자들인지 이내 두려움을 밀어내고 단호함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역시…… 이 시술을 받고 죽었다는 소문이 거짓은 아니었어.”

“후…….”

“그래도 해야지.”

학생들은 긴장 어린 표정으로 고통에 찬 비명 소리를 들으며 초조하게 자신의 순번을 기다렸다.

단순 자극이 아닌 정제된 마력을 강제 주입하는 것이니만큼 몸에 고통이 장난이 아니었다.

첫 번째 시술조차 고통스러워서 비명을 지르는 게 태반이었다.

그러니 다음 단계인 두 번째 시술은 정말 기절할 만큼 고통스러웠다.

심신이 약한 자들은 이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백치가 되거나 트라우마가 생겨서 은퇴하기도 했다.

그런 만큼 정말 간절하고 정신력이 굳건한 자들에게만 이 시술을 시키는 것이다.

다행히 십여 명의 학생들은 정말 간절한지 전부 다 이를 악물고 버티면서 정신을 잃지 않았고, 하나같이 비틀거리면서 밖으로 나왔다.

“후우…… 1번.”

“예.”

“들어와라.”

의사의 말에 제이든이 안으로 들어갔다.

“정말 3번을 할 생각이냐?”

“예.”

“왜 너 같은 애가 굳이 이런 위험한 걸 하는 거지? 너처럼 재능 있는 애들은 무난하게 가는 게 훗날을 위해 좋아.”

“전 재능이 없습니다.”

의사의 말에 제이든이 단호하게 그렇게 대답했다.

“네가?”

“……예.”

제이든이 씁쓸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자 의사가 더는 묻지 않고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이곳에 오는 자들 중 사연 없는 자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알았다. 네 선택이라면 존중해야지. 다만…… 이건 죽을 확률이 굉장히 높은 시술이라는 점만 기억해라. 언제든 괴로우면 멈춰 달라 해.”

“알겠습니다.”

의사가 더 이상 만류하지 않고 시술을 위해 준비했다.

그동안 제이든은 마법진 위에 올라갔다. 그러자 곧 의사가 제이든의 피부 곳곳에 특수한 액체를 바르기 시작했다.

1단계인 마력 회로 자극을 위한 액체를 바르자 곧 마력 집적진에 반응해서 대량의 마나가 피부 곳곳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피부를 찌르는 듯한 감각이었으나 신음 하나 내지 않는 제이든을 보면서 의사가 다음 단계를 준비했다.

“이제부터 네 마력 회로에 마석을 박을 거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고통스러우면 말해.”

“……알겠습니다.”

의사의 말에 제이든이 곧장 대답하고는 마석이 박히길 기다렸다.

그러자 푸르스름하게 핏줄처럼 드러난 마력 회로에 아주 작은 조각의 정제된 마석들이 박히기 시작했다.

그 작업이 끝나자 곧, 마력이 압축된 액체가 제이든의 몸에 주입되었다.

“큭!”

순간적으로 아찔할 정도로 온몸에 고통이 일어나는 순간 제이든은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내뱉었다. 그러자 의사가 급하게 마력 주입을 멈추려 했으나 제이든은 고개를 저었다.

계속하라는 제이든의 의지에 의사가 조심스럽게 남은 액체를 신체 곳곳에 주입했다.

“내 할 일은 끝났다. 이제부터 1시간가량 이곳의 마력을 흡수하고 나가면 된다. 다만…… 고통스러우면 언제든 말해라.”

그러나 제이든은 몸에 들어온 마력을 제어하는 데에 집중하느라 의사의 말에 답하지도 못했다.

‘이 정도 고통은 애들 장난이지.’

그가 전생에 드래곤 심장 조각을 박았을 때에 비하면 별거 아니었다.

이가 덜덜 떨릴 정도의 고통이 온몸을 휘감았지만 이를 악물고 버텨 내는 제이든을, 의사는 독종을 보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도저히 인간 같지 않은 정신력이었다.

고통에도 신음 하나 흘리지 않으면서 1시간을 전부 끝마치자 제이든은 비틀거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 있어도 된다.”

“괜……찮습니다.”

어차피 마력을 전부 흡수한 이상 여기서 더 있을 이유가 없었다. 방으로 돌아가 뱁새에게 회복의 효과를 받으면서 있는 것이 훨씬 나았다.

비틀거리는 제이든이 위태위태했는지 의사가 직접 부축해서 밖으로 나가자 교수가 놀란 표정으로 제이든의 반대쪽 팔을 잡고 부축해 주었다.

“괜찮나?”

“……예.”

교수의 물음에 간신히 대답한 제이든이 기숙사까지 부축을 받으면서 도착했다.

-짹? 짹짹!

제이든이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침대에 눕혀지자 뱁새가 놀라면서 파드득 날아들었다.

부엉이 역시 의아한 표정으로 주변으로 날아들었다.

“뱁새야…… 좀 도와줘.”

제이든의 부탁에 뱁새가 단번에 몸의 상태를 파악하고는 몸 곳곳을 콕콕 찍으면서 회복을 도왔다. 그러자 한결 고통이 덜어진 제이든은 곧장 마력을 제어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그렇게 무려 3시간을 추가적으로 마력 안정화 작업을 한 후, 간신히 눈을 뜬 제이든이 부엉이를 바라보았다.

“밥값 좀 하자.”

-부엉?

무슨 개소리냐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묻는 부엉이를 강제로 데리고 연병장으로 향했다.

“실전처럼 부탁한다.”

-부엉…… 부부부!

제이든은 ‘네 몸이 걸레짝인데 미쳤냐?’라고 말하는 부엉이를 보면서 피식 웃고는 검을 들어 올렸다.

“개소리 말고 들어와.”

제이든의 도발에 부엉이가 빡친 표정으로 깃털을 검게 변화시켰다.

그리고 곧, 제이든의 사방에서 빠르게 배회하면서 사각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캉!

-부엉?

부엉이가 ‘이걸 막아?’라는 표정으로 제이든을 빤히 바라보는 순간 처음으로 제이든의 반격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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