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25화 (23/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25)

9. 콧대 높은 부엉이 (1)

4학년 때 믿을 수 없는 업적을 세운 제이든은 마침내 5학년이 되었다.

공중형 몬스터 서식지에 자리한 5학년은 언뜻 보면 굉장히 위험한 실수를 자주 할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4학년들도 대형 몬스터 서식지에 자리하고 있기에 굉장히 위험했고, 트롤들과의 전투에 나선 것처럼 어린 나이임에도 목숨을 걸고 싸웠다.

하지만 긴장했던 것과 달리 5학년 생활은 대체로 평이했다.

대부분의 공중형 몬스터들은 상위 몬스터종이었기에 학생들이 잡기엔 거의 불가능했다.

그래서 이론 수업과 멀리서 공중 몬스터들이 어디 어디에 서식하는지,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지 눈으로 확인하는 선에서 끝나서인지 학생들 대부분의 긴장감이 풀어졌다.

덕분에 제이든 역시 다사다난했던 4학년 때와 달리 상당히 편안한 학생 생활을 즐길 수 있었다.

사실 4학년 때에도 그렇게 지낼 수 있었는데 제이든 때문에 힘든 생활을 하게 된 것이라 볼 수 있었다.

보통 대형 몬스터 실습은 1년에 몇 번 안 되었고, 그마저도 레인저들이 다 잡아 놓은 것에 숟가락만 갖다 댄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5학년이 되고 3개월간 정말 학생 같은 생활을 만끽했다.

“1번은 기초 수련을 목숨 건 것처럼 수련하네.”

“그러게.”

옆에서 제이든을 바라보는 학생들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이었다.

이전과 달리 5학년 때부터는 더 이상 기초 검식과 제국식 기본 검법의 수련을 강제하진 않는다.

4학년 때와 달리 5학년부터는 학생들에게 개인적인 시간이 많이 할애되는데 그 이유는 바로 학생들의 개인 실력을 끌어올리기 위함이었다.

1학년은 기초 상식과 전투 방법의 기초를 배운다면 2~3학년들은 좀 더 고등의 전략 전술을 배운다.

그리고 4학년 때 대형 몬스터와의 전투 방법 등을 가르치는데 이 모든 과정에서 대다수 협동심, 군인으로서의 마음가짐, 기초를 중심으로 한 전략 전술 등을 기본으로 깔아 둔다.

하지만 5학년부터는 달랐다.

졸업반에서 실전을 위한 견습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개인 실력을 끌어올릴 수 있게끔 공중 몬스터에 대한 이론 과정과 실습 과정을 제외하면 모든 시간을 자유 시간으로 보장해 주었다.

게다가 5학년의 도서관은 상당히 특이했는데, 제국의 주요 가문들의 고위 검술서들이 있었다.

심지어 마법서나 정령서, 고등 주술법, 신수에 대한 정보가 담긴 책, 몬스터들의 투술법까지 있었다.

어떤 것을 택하든 학생들이 선택해서 강해질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하는 것이다.

특히 북동부 아카데미는 수준 높은 무서들이 많기로 유명했는데 그것을 증명하듯, 레온하르트의 기본 사자검식부터 몇 세기 전 유명했던 레온하르트 고위 검술서까지 존재했다.

비록 각 가문의 비전절기들은 없으나, 아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것은 전부 구비해 놨다는 뜻이다.

그런데 제이든은 그 모든 걸 차 버리고 기초 검식과 제국식 기본 검법만 수련하고 있으니 학생들 입장에선 의아했다.

“후…….”

제이든은 오늘도 기초 검식의 수련을 마치고 이제는 몸에 익을 대로 익은 제국식 기본 검법의 수련을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학생들이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도서관에서 새로이 찾은 자신만의 검술이나 무술을 훈련하기 시작했다.

‘다들 이젠 제국식 기본 검법은 안 하네.’

제이든이 씁쓸한 표정으로 제국에서 유명한 검술이나 무투 등을 수련하는 학생들을 바라보았다.

자신처럼 제국식 기본 검법을 끝까지 훈련하는 자들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자신을 따라 하던 아이들도 이젠 기초 검식 훈련을 안 하고 있으며, 2번 역시 신검가의 검술을 훈련 중이었다.

그동안 기초 검식을 훈련하느라 멈춘 만큼 더 맹렬히 훈련 중이었고, 3번 역시 중검으로 유명한 검술을 훈련했다.

그렇기에 제국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검식임에도 그것을 수련하는 제이든이 희귀했다.

“각자 맞는 길이 있는 거겠지.”

제이든이 2번의 쾌검과 3번의 중검을 잠시 부러움에 찬 눈으로 바라보다가 자신의 검을 바라보았다.

기초 검식을 기반으로 만든 제국식 기본 검법.

자신은 이 단순한 검로가 좋았고 몸에 맞았다. 단순하기에 대응이 쉽고 온갖 파훼법이 나와서 사장되다시피 한 제국식 기본 검법이지만, 이 단순한 검로로 수련해야만 형편없는 재능의 몸뚱어리가 적응을 할 수 있었다.

그것을 증명하듯, 전생에는 몸에 마석을 박아 넣고 강제로 마력 회로를 과부하시켜서 겨우겨우 성장했던 것과 달리 이번 생에선 괴물들 사이에서 그럭저럭 잘 쫓아가고 있었다.

“재능 없는 자들을 위해 만든 검법답네.”

자신 같은 자들도 천재들 사이에서 버틸 수 있도록 만든 이 위대한 검법을 보면서 제이든은 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오늘도 열심히 괴물들 사이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미친 듯이 검을 휘둘렀다.

그렇게 제이든이 파김치가 되도록 검술을 훈련하고 기숙사로 들어오자 오늘도 노래를 부르면서 부엉이와 놀고 있는 뱁새가 보였다.

“야, 언제까지 있을 거냐?”

-부엉?

부엉이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제이든을 바라보았다. 큰 두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부엉이는 언뜻 보면 순진해 보이지만, 몇 개월간 겪어 본 바로는 천하에 싸가지 없는 놈이 저 자식이었다.

두 번째 신수일지 몰라 잘 챙겨 주던 제이든도 학을 떼면서 이젠 좀 꺼지라고 말할 정도로 싸가지를 수프에 말아 먹은 녀석이었다.

“이제 좀 가라. 다 나았잖아.”

-부엉! 부엉~ 부엉~.

쓸데없는 소리 말고 어서 그거나 가져오라고 말하는 부엉이를 보면서 제이든이 표정을 구겼다.

“내가 네 시종이냐? 앙? 네가 해 먹어.”

-부엉!

자신의 손에 든 훈제 고기를 보면서 부엉이가 눈을 빛냈다.

가뜩이나 커다란 눈이라서 무서운데 거기서 빛까지 나니 더더욱 무서웠다.

“야 야! 그만해.”

-짹!

뱁새가 파드득 날아올라서 부엉이의 머리를 콩 하고 쥐어박자 그제야 얌전해진 부엉이가 제이든에게 재촉했다.

-부엉!

“에휴…… 자.”

훈제된 고기를 던져 주자 날아올라서 용케 캐치한 부엉이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그것을 꿀꺽 삼켰다.

부엉이 주제에 생고기보다 훈제 고기를 좋아하는 특이한 먹성을 지닌 녀석을 보면서 제이든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처음 부엉이에게 먹이를 줬을 땐 뭐든 잘 먹더니 우연히 훈제 고기를 한번 준 이후부터는 그것만 달라고 칭얼댔다.

덕분에 아카데미에서 매번 힘겹게 훈제 고기를 구해야만 했다.

“진짜 안 갈 거냐? 안 갈 거면 나랑 계약이라도 하든가.”

-부엉? 부부부부~.

부엉이가 미친 듯이 웃으면서 마치 네까짓 게 나와 계약할 수 있겠냐는 표정으로 비웃었다.

그러자 옆에서 뱁새가 다시 한번 부엉이의 머리를 부리로 콕 박았다.

-부엉…….

-짹!

-부엉, 부엉.

건방진 부엉이를 호되게 혼내는 뱁새를 보면서 대리 만족한 제이든이 침대에 몸을 뉘었다.

언제까지 저 부엉이를 데리고 있을 수는 없었다.

두 번째 계약이라도 하면 신수력이 높아져 아공간을 열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저 콧대 높은 부엉이 녀석을 보면 계약은 어림도 없는 듯 보였다.

“쯧! 5학년 때까진 어떻게든 데리고 있어야겠네.”

몸이 나았다고 하지만 자잘한 상처까지 완전히 나은 건 아닌 것 같았다.

내상 역시 남아 있는지 가끔씩 힘을 쓸 때마다 고통에 찡그리는 것이 보였다.

그것을 어떻게 아느냐면, 밤마다 자신의 수련을 도와주고 있기 때문이다.

-부엉!

“좀만 쉬었다 가자.”

-부엉!

얼른 나오라는 부엉이 때문에 제이든이 한숨을 쉬면서 다시 몸을 일으켰다.

정규 시간이 끝나고 개별적 자유 시간인 지금, 몇몇 아이들은 휴식을, 어떤 이들은 공부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연병장에 남아 검술을 훈련하고 있었다.

“시작할까?”

-부엉!

제이든의 말에 부엉이가 힘찬 대답과 함께 눈을 빛냈다.

그 순간 부엉이의 깃털이 검게 물들면서 순식간에 제이든에게 날아들었다.

인식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도 있지만, 부엉이의 주변에 생성된 검은 안개가 마력 감지를 방해하고 있었다.

캉!

“이번엔 막았지.”

-부엉? 부부부!

겨우 한 번 막은 것 가지고 좋아한다며 제이든을 비웃은 부엉이가 다시금 재빠르게 날아들었다.

이번엔 좀 더 속도를 높이겠다는듯, 부엉이는 제이든 주위를 어지러이 날아다니다 그의 빈틈을 노렸다.

캉! 카가가가강!

순식간에 수십 번의 공격을 받아 낸 제이든이 가볍게 손을 털었다.

부엉이 입장에서는 가볍게 놀아 주는 수준인 것 같은데, 제이든은 신체 강화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손목이 시큰거릴 정도로 충격이 있었다.

“아직 안 끝났어.”

-부부~.

제법이라는 표정으로 다시금 날아드는 부엉이를 향해 제이든이 제국검법의 기본 검식으로 맞상대했다.

이 모습을 주변 아이들이 부럽다는 듯 바라보았다.

마치 실전을 치르는 것 같은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검술 훈련 역시 저런 식으로 진행된다면 빠르게 강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4학년 때 제이든이 구해 와서 어느 순간부터 같이 살게 된 녀석인데, 희한하게 제이든 말고는 그 누구의 수련도 도와주질 않았다.

그래서 제이든이랑 계약한 건가 싶었는데 그건 또 아니라고 했다.

교수들한테 직접 확인한 바로는, 교수들도 계약도 안 한 부엉이가 제이든과 이렇게까지 함께 지내는 걸 신기해한다고 했다.

그래도 다들 제이든이 부엉이와 계약할 수도 있으므로 괜히 눈치 주지 않고 둘이 함께 있을 땐 가까이 다가가지도 않았다. 괜히 자신들 때문에 부엉이와의 교감이 끊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동료들의 배려 덕분인지, 최근 들어 제이든은 부엉이와도 쥐꼬리만큼은 가까워졌다.

싸가지도 여전했고 콧대 높은 점도 여전했지만, 제이든이 부엉이와 가까워졌다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물론 그건 주변 사람들 생각이었고, 제이든 본인이 생각하기엔 그냥 재수 없는 부엉이일 뿐이었다.

“하아…… 하아…… 그만! 힘들어.”

-부부부!

나약한 녀석이라면서 혀를 찬 부엉이가 파드득 뱁새를 향해 날아갔다.

그런 부엉이를 보면서 제이든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고생했어.”

“고맙다.”

자신에게 물통을 건네는 아이에게 고맙다는 말과 함께 엉덩이를 툭툭 털고 일어났다.

“근데 너나 2, 3번 같은 애들이 아직도 3단계에 못 들어선 걸 보면 벽은 벽인가 봐. 후…… 난 언제쯤 3단계에 올라설까?”

“글쎄…… 큰 차이는 안 날걸.”

“그럴까?”

“어, 5학년엔 그게 있잖아.”

제이든의 말에 옆에서 한숨을 쉬던 학생이 살짝 몸을 떨었다.

“그렇긴 한데……. 그거 아프다고 들었어.”

“그렇다고는 하더라.”

“으으…….”

제이든의 말에 어린 학생이 몸을 잘게 떨었다.

“하기 싫다.”

“그래도 해야지. 유급되는 거보다는 낫잖아.”

“그렇긴 하지. 에휴…… 버텨야겠지?”

“그럼.”

제이든의 말에 어린 학생이 결심을 굳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한번 해 보자.”

“그거 할 때까진 얼마 안 남았으니까 몸이나 열심히 만들어 두자.”

“응.”

둘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오늘의 수련을 마무리하는 스트레칭을 끝으로 노곤한 몸을 이끌고 기숙사로 들어갔다.

항상 노력하는 제이든이 들어갔음에도 아직까지 연병장에는 몇몇 학생들이 남아서 개인적인 수련을 더 하고 있었다.

그들도 이제 곧 그날이 온다는 걸 알기에 최대한 몸을 만들어 두기 위해 마지막으로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것이다.

그런 아이들의 노력 어린 수련의 나날들이 이어졌고, 마침내 모든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순간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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