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22화 (21/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22)

8. 제이든의 가치 (3)

레인저가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기사에게 현재 상황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지금 트롤 영역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갑자기 말입니까? 여기에 오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특별한 문제는 없었잖습니까?”

“후…… 부대원의 말에 따르면 뭔가가 트롤의 영역으로 넘어오면서 혼란이 가중된 것 같다고 합니다.”

레인저의 말에 기사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어디서 넘어온 겁니까?”

“검은 숲으로 추정됩니다. 지금 그쪽에서 넘어온 몬스터로 트롤 영역 일대가 난리가 났습니다.”

레인저의 말에 기사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하필 검은 숲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임을 단번에 눈치챈 것이다.

“그런……. 원인 규명은 아직입니까?”

“그렇습니다. 일단 아이들부터 후퇴시키고 난 후 우리들도 파견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바로 후퇴 준비를 하겠습니다.”

레인저의 말에 기사가 곧장 대답하고는 손짓으로 아이들을 불러 모았다.

“그나저나 검은 숲에서 몰려오다니……. 혹시 그 녀석이 죽기라도 한 걸까요?”

기사의 말에 레인저가 고개를 저었다.

“알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살아 있긴 할 겁니다. 신수 중에서 상위급에 랭크된 녀석이니 몬스터들 몇 마리 몰려온다고 죽을 리는 없지 않잖습니까?”

“그렇긴 합니다만…….”

아카데미가 있는 근방의 지역 중 가장 작은 영역을 차지한 검은 숲이지만 어떤 상위 몬스터도 쉽사리 침범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곳에 자리한 신수 때문이었다.

‘두 개의 달’로 불리는 녀석의 이명은 깜깜한 검은 숲에서 2개의 둥근 빛을 본 순간 죽음을 맞이한다 해서 붙여진 것이었다.

마스터라도 녀석의 영역에선 쉽사리 움직이지 못할 만큼 위협적인 놈인데 그런 녀석의 영역에서 몬스터들이 나왔다면 신수에게 무언가 문제가 생겼다는 뜻이었다.

이는 곧 검은 숲을 두고 대규모 몬스터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암시했다.

“1번은 어디 갔지?”

“잠시 어딜 좀 다녀온다면서 급히 자리를 벗어났습니다.”

“뭐?”

학생의 말에 기사가 기겁하면서 재빨리 제이든을 찾기 위해 기세를 풀어내려 했다.

옆에 있던 레인저 역시 움직이려는 순간 수풀이 움직이면서 제이든이 모습을 드러냈다.

“너 어딜……!”

화를 내려던 순간 기사는 제이든의 품 안에 있는 상처 입은 부엉이 한 마리를 보았다. 더 이상한 건 제이든의 머리에 자리 잡은 작은 새도 있다는 사실이다.

“너…… 그건 뭐지?”

“나중에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상황의 급박함을 알고 있는 제이든이 그렇게 말하자 기사가 한숨을 쉬면서 아이들을 모았다.

“임무는 종료되었다. 지금 당장 아카데미로 복귀한다.”

“트롤 사체도 버립니까?”

학생의 말에 기사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바로 움직인다.”

기사의 대답과 동시에 레인저가 먼저 움직이면서 길을 텄다.

삼백여 명의 학생들과 기사들, 레인저들이 일제히 아카데미로 빠르게 움직였다. 다급함이 느껴질 정도로 재빠르게 움직인 탓에 곧 아카데미의 안전 구역에 다다를 수 있었다.

“여기부터는 통솔 부탁드립니다. 저흰 지금 당장 움직여야 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레인저를 이끄는 장교의 말에 선임 기사가 인사하면서 익숙한 길을 따라 아이들을 데리고 아카데미로 복귀했다.

“지금부터 4학년 ‘생도’들은 전원 완전무장으로 다시 집결한다.”

아카데미에 도착하자마자 기사에게 학생들을 인계받은 교수들이 학생들을 집결시켰다.

게다가 이전처럼 학생이 아닌 군사 아카데미 ‘생도’로서 집결시키는 것이라는 건 정식으로 전투에 참전할 수 있음을 의미했다.

이 의미를 눈치챈 몇몇 학생들이 표정을 굳히면서 평소보다 더 긴장하는 모습도 보였다.

“후…… 일단 응급처치만 했으니까 네가 잘 돌봐 주고 있어.”

-짹!

제이든의 말에 뱁새가 걱정 말라는 듯 날개로 가슴을 통통 치면서 대답했다.

그런 뱁새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려 준 제이든은 완전무장을 한 후 곧바로 연병장으로 내려갔다.

그러자 곧이어 완전무장 한 삼백여 명의 학생들 앞에 교수들이 나왔다.

“지금부터 조를 짜서 아카데미 방어에 나선다. 중․대형 몬스터들이 나올 가능성이 높으니 절대 앞으로 나서지 말고 견제 위주로만 도울 수 있도록 한다. 알겠나?”

“예!”

“실제 상황이니만큼 긴장감을 늦추지 말도록. 이상.”

교수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학생들이 실습에 나갔던 대로 기사들과 조를 짜서 각 지역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이든 역시 자신의 담당 기사와 함께 아카데미 근방으로 움직였다.

수없이 많이 토벌을 하면서 안전 지역을 설정한 아카데미 근방에서 북소리가 들려왔다.

둥! 둥! 둥!

“이건 설마…….”

제이든이 설마 하는 표정으로 기사를 본 순간 기사 역시 상황의 심각성을 직감한 듯 아이들에게 곧바로 말했다.

“뒤로 물러나! 너희들이 감당할 일이 아니야!”

“여기서 물러나면 끝장입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저 북소리는 트롤이 대규모로 전투에 임할 때만 내는 소리야! 여기서 막았다가는 몰살이다.”

기사의 말에 제이든도 동의하기는 하지만, 여기서 물러난다 한들 군대가 올 때까지 버틸 가능성이 없었다.

“사령부에서 금방 지원이 온다면 여기서 막는 편이 낫지 않습니까?”

“검은 숲이 뚫렸다면…… 사령부에서 지원 오는 시간은 30분, 아니 1시간은 되어야 할 거다. 그 시간 동안 너희들이 여기서 버틸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기사의 물음에 제이든이 무겁게 고개를 숙였다.

실습 때 기사와 레인저가 했던 대화가 현실로 다가왔다.

“일단 너희들은 물러나라.”

기사가 재차 말하자 제이든이 할 수 없다는 듯 뒤로 물러났다.

대규모 트롤들이 몰려온다면 자신들은 방해만 될 것이 뻔했다.

자신이 제안한 전술 방법이 완벽하게 훈련된 상태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방해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자 아이들 역시 상황을 인지했는지 두려움이 가득 찬 눈으로 재빨리 아카데미 안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기사들뿐만 아니라 교수들까지 방어선에 투입되었는지 아카데미 안에는 학생들만 가득했다.

“이대로 지켜만 봐야 하는 거야?”

“지금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있을 것 같냐?”

한 학생이 분통 터진다는 듯 말하자 3학년 1번이었던, 지금은 4학년 3번으로 내려앉은 남자아이가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트롤에게 제대로 된 상처라도 내려면 3단계는 되어야 했다.

그마저도 운이 좋아야 숨통을 끊을 수 있지, 아니라면 그대로 목숨을 잃을 각오를 해야 했다.

그런데 현재 학생들 중에 3단계에 이른 아이들은 전무했다.

“할 수 있는 건 있어.”

“뭐?”

“있다고.”

3번의 물음에 제이든이 확답을 하듯 대답했다.

그러자 3번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폭탄을 설치하고 아까처럼 총으로 견제만 한다면 어느 정도 시간을 벌 수 있을 거야.”

“괜히 나섰다가 죽기라도 하면 그게 더 문제야! 지금은 가만있을 때라고.”

3번의 말도 일리가 있다. 다만 그건 북동부 사령부에서 지원이 빠르게 왔을 때의 얘기였다.

“맞는 말이야. 단지…… 트롤들이 대규모로 몰려온다면 지원이 오기 전에 기사들과 교수들이 전부 죽고 우리도 몰살당할 거라는 게 문제지.”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잖아.”

“트롤이 북소리를 낸다는 건 대규모 전투 때에만 하는 거다.”

제이든의 말에 3번의 표정이 굳어졌다. 다른 학생들 역시 굳은 표정으로 제이든을 바라봤다.

“한 달에 몇 번씩 감시하는 레인저가 당황할 정도의 사태가 벌어졌어. 사령부도 당황하고 있다는 얘기야. 특히 검은 숲이란 곳이 뚫렸다는 것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걸 보면……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사태일 수도 있어.”

“그래서?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제이든의 말에 결심했다는 듯 2번이 자신들이 할 일을 묻자, 3번도 입술을 깨물면서 제이든을 바라봤다.

“아까 말한 대로 시간을 버는 데만 집중하는 거야. 다행인 점은 우리가 전원 2단계라는 점이지.”

아카데미 역사상 역대급으로 힘든 서열 결정전을 통해 올라온 4학년답게 수준은 전원 2단계 상위 단계에 들어선 학생들이었다.

즉, 신체를 일시적으로 강화해서 빠르게 움직이는 것쯤은 눈 감고도 할 수 있을 정도였다.

특히 엘리트층인 30번대까지는 미약하게나마 검에 마력을 불어 넣을 수 있었다.

3단계가 아닌 이상에야 낭비되는 힘도 심하고 불완전하지만 타이밍만 잘 잡으면 트롤의 약점을 공략할 수는 있었다.

“그게 전부야? 그냥 총 쏘면서 도망 다니는 거?”

“응. 하지만 우리라고 트롤을 공략할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야.”

2번의 말에 제이든이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3단계가 아닌데 트롤에게 무슨 수로 타격을 주려고?”

“겨드랑이도, 사타구니 쪽도 사실 가죽이 두꺼운 편이라 우리의 힘으로는 치명상을 입히긴 어려워. 하지만 이런 우리라도 30번대까지는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곳이 한 군데는 존재해.”

제이든의 말에 학생들이 일제히 궁금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항문.”

“뭐?”

“트롤의 항문은 조직이 약한 편이지. 두꺼운 엉덩이 살에 가려져 있지만 트롤을 바닥에 눕게만 만든다면 우리라도 항문에 검을 찔러 넣는 것쯤은 가능해. 게다가 검에 독이라도 발라 놓는다면 효과는 더 클 수 있지.”

제이든의 말에 몇몇 학생들이 인상을 찡그렸다.

트롤의 항문을 공략해야 한다는 점이 비위 상한 것 같았다. 하지만 죽을 위기에 처했는데 그딴 걸 신경 쓰는 건 멍청한 짓이었다.

쾅!

둥! 둥! 둥!

거대한 폭음과 함께 트롤의 북소리가 더욱 크게 들려오는 순간 제이든이 아이들에게 말했다.

“어쩔래?”

제이든의 물음에 아이들이 자신들이 찬 무장을 확인했다.

폭탄도, 총도, 각종 무기들도 전부 무장이 완료된 상태였다. 게다가 혹시 몰라 연병장 한구석에는 탄약과 폭탄이 든 상자들이 잔뜩 놓여 있었다.

“해 보자. 네 말대로라면 어차피 기다리다 죽나 싸우다 죽나 매한가지니까.”

“그래.”

“좋아! 해 보자! 왠지 트롤 몇 마리쯤은 우리도 잡을 수 있을 거 같아.”

제이든의 말에 아이들이 저마다 자신감을 드러내면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러자 2번이 나직이 중얼거렸다.

“항문…… 항문…….”

“음…… 2번?”

어딘가 이상해 보이는 2번을 걱정 어린 표정으로 바라보던 제이든이 황급히 정신을 차리고 애들을 데리고 아카데미 정문으로 향했다.

그러자 곳곳에서 기사들과 교수들이 전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 보였다.

북동부에는 희귀한 편인 마법사 출신인 마수학 교수가 마법으로 견제하면서 발을 묶고 기사들과 교수들이 재빨리 트롤을 정리하고 있었지만, 트롤들이 주술까지 사용하는 통에 점차 밀리고 있었다.

“잘 들어. 지금부터 우리가 할 일은 아카데미 정문을 날려 버릴 만큼 폭약을 설치하는 거야.”

“정문은 보존하는 게 좋지 않을까?”

127번의 물음에 제이든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상당히 큼지막한 정문은 잠시나마 트롤을 막아 주기 충분할 것이다. 하지만 제이든이 생각하기에 트롤을 상대로 이 정문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은 몇 분도 되지 않았다.

그럴 바에야 그냥 함정으로 사용하는 게 몇 배는 나아 보였다.

“폭약 설치가 끝나면 전부 모여. 퇴각 소리를 낸 후 교수님들과 기사들이 안으로 들어올 때까지 우리가 시간을 벌어야 해.”

제이든의 말에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저마다 맡은 임무를 위해 흩어지기 시작했다.

‘북동부 아카데미의 궤멸……. 그게 이 시기였나?’

임무를 위해 흩어지는 아이들을 보다가 제이든이 심각한 표정으로 저 밑에서 개떼처럼 몰려드는 트롤들을 바라보았다.

북동부가 전생처럼 궤멸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일단 이 아카데미를 지키는 게 중요했다. 그래야 자신의 군 생활이 끝나는 시점까진 안전하기 때문이다.

살기 위해서,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선 이 아카데미를 무조건 지켜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건 뭐든 해야 했다.

-난이도 상승으로 클리어 시의 보상이 대폭 강화됩니다.

-아카데미를 무사히 지켜 부엉이를 보호하십시오. 클리어 시 추가적인 신수 계약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습니다.

-아카데미를 지켜 낼 경우 추가적인 칭호를 얻을 수 있습니다. 트롤들의 습격을 완벽하게 방어하세요.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기계음에 제이든이 숨을 가다듬었다.

이렇게까지 명분을 주는데 열심히 안 할 이유가 없었다. 어떤 칭호를 줄지, 또 두 번째 신수는 무엇일지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이번 트롤 습격을 완벽하게 막기 위해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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