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21화 (20/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21)

8. 제이든의 가치 (2)

이런 교수들의 생각처럼 제이든은 분명 현시점에서도 북동부에 꽤나 쓸모 있는 인재였다.

문제는 학생 신분이라는 점과, 나이가 어리다는 점이었다.

아무리 마력을 갖고 있고, 초인적인 힘을 가졌다고 해도 어린이는 어린이였다.

어린아이에게 일반 병력과 똑같은 실전을 치르게 한다는 것은 교수들에게도, 기사들과 레인저들에게도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위에서 판단하기엔 다른 모양이었다.

이런 생각을 직접 발안한 제이든을 통해 확인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특히 소년병 역시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했으니 직접 증명하라는 뜻도 담겨 있었다.

언뜻 보기에 너무하다 싶겠지만, 기회이기도 했다.

리스크가 크면 보상도 큰 법.

이번 일을 무사히 넘긴다면 4학년 모든 학생들에게 포상이 내려질 것이고, 제이든 본인은 훈장까지 받을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이 긴장을 하면서도 불만 없이 임하는 것이다.

“오늘부터 대형 몬스터 사냥 실습을 나간다. 한 가지 다른 점은 이번 실습 훈련은 실전과 같다는 점이다.”

아무 말도 없는 학생들을 보면서 실전교육학 교수가 난감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 나갔다.

“진짜 대형 몬스터들을 상대로 싸우는 것이니만큼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도록.”

교수가 경고와 함께 물러나자 곧이어 레인저들과 기사들이 함께 들어왔다.

“후…… 본래는 반쯤 죽여 놓은 다음에 실습하는 게 관례지만 이번에 위에서 내려온 명령 때문에 트롤 서식지로 우리가 직접 사냥하러 간다. 이번 실습에서 동료가 목숨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더더욱 조심해야 하니 긴장하도록.”

기사의 말에 평소에 인정하지 않던 레인저들도 심각한 표정으로 첨언했다.

“너희들이 이번에 최우선으로 삼을 것은 작전 수행이 아니라 생존이다. 이걸 명심해.”

“예!”

레인저의 말에 모든 학생들이 긴장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1번.”

“응?”

“정말 이게 될까?”

기사, 레인저 들과 함께 트롤 서식지로 가는 동안 불안했는지 몇몇 학생들이 제이든에게 물었다.

“가능해. 그리고 어차피 우리에게 위험한 일은 안 시킬 거야.”

제이든은 불안해하는 동기들을 다독이면서 트롤의 서식지로 향했다.

사실 트롤급 되는 중․대형 몬스터에 속하는 몬스터들은 3단계 이상은 되어야 전투에 참여 가능한 최소 조건이 성립했다.

물론 기사급 되는 인물들도 항상 목숨을 걸어야 하기 때문에 안전을 보장받으려면 5단계는 되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학자들의 트롤에 대한 평가였다.

흔히 트롤이라고 생각하면 강력한 재생력만을 생각하지만, 의외로 가죽도 두껍고 주술에도 능한 놈이었다.

투기를 사용하는 대형 몬스터 오우거와 육체 능력이 최상급이라는 사이클롭스 사이에 끼어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게 주술이었기 때문이다.

“겁먹지 마. 트롤, 별거 아냐.”

전생에 몇 번이나 본 적 있는 놈들이었다.

충분히 잡을 수 있는 놈들이었고, 쫄 필요 없는 놈들이다.

영악하다고 하지만 그래 봤자 몬스터 수준이다.

함정을 파 놓고 잘만 유도한다면 힘들이지 않고 잡을 수 있는 놈들이었다.

‘게다가 꼭 잡아야 할 이유도 생겼고.’

제이든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

얼마 전 그가 전술학 교수가 낸 시험에서 아는 걸 적어 내려갈 때였다.

[미래의 지식을 전파하세요.]

북동부의 위협적인 몬스터 중 하나인 트롤을 효과적으로 상대할 수 있게 당신의 경험을 전수하십시오. 북동부의 암울한 미래가 당신의 손에 달렸습니다.

-성공 시 보상으로 새로운 칭호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칭호를 획득할 수 있다는 말에 눈이 돌아간 제이든은 있는 지식 없는 지식 전부 끌어다가 시험지에 빽빽이 작성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현재 이것이었다.

어떤 칭호가 나올지 알 수는 없지만 일단 북동부 사령부에서 임무가 하달될 정도라면 상당히 긍정적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봐야 했다.

칭호의 효과는 중첩되기 때문에 쌓일수록 강해질 수 있었다.

그것을 증명하듯, 겨우 칭호 2개를 가졌을 뿐인데도 괴물들만 모이는 이곳에서 부족한 재능으로 따라가고 있었다.

어떤 칭호가 나올지 모르겠지만 뭐가 나오든 무조건 이득이었다.

“다들 긴장해라. 여기부터 위험 구역이다.”

레인저의 말에 뒤따라가던 학생들이 일제히 긴장하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아카데미 안전 구역을 벗어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증명하듯, 숲 곳곳에서 살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기사들 역시 그에 반응하듯, 학생들 주위로 호위를 서는 것처럼 큰 방진을 짜기 시작했다.

그리고 레인저들 역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워낙 베테랑들이기에 트롤 자체는 무섭지 않았지만, 학생들이 있는 만큼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기에 긴장하는 것이다.

“멈춰.”

레인저가 수신호와 함께 명령하자 모든 학생들이 걸음을 멈추고 그 즉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몇 번의 실습과 수백 번 이루어진 반복 훈련을 통해 자연스레 방어 형태를 취하는 것이다.

어떤 학생들은 나무로 올라가 총을 겨누고 있었고, 어떤 학생들은 방패를 들고 방진을 짜고 있었다.

“지금부터 이곳에 함정을 판다. 모두 작업을 실시하도록.”

“예!”

“우리가 최대한 적게 트롤들을 몰고 올 테지만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야 하니 절대 긴장을 늦추지 마라.”

레인저들이 그렇게 경고하면서 일제히 사라졌다. 동시에 기사들의 지휘 아래 모든 학생들이 곳곳에 팀을 짜서 함정을 파기 시작했다.

제이든이 작성한 대로 기사 한 명당 십여 명의 학생들이 달라붙어서 이곳저곳에 함정을 파는 작업을 실시했다.

“1번.”

“예.”

“잘될 거 같나?”

“잘 모르겠습니다. 일반적인 트롤이라면 모르겠지만 이곳 트롤은 영악하기로 소문나지 않았습니까? 아마 우리들이 발을 디딘 순간부터 녀석들은 습격할 생각을 하고 있을 테니 많은 숫자가 몰려온다면…… 실패할 확률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제이든이 솔직하게 말하자 기사가 한숨을 쉬었다.

기사 역시 같은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기사도 제이든이 작성한 시험지를 보았는데, 그럴듯한 의견이었다.

다만 그것이 북동부에도 통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다른 지역과 달리 이곳 몬스터는 더 흉포하기도 했고, 수없이 많이 인간들과 싸워 본 녀석들답게 전술이란 걸 활용할 줄 아는 녀석들이기 때문이다.

“넌 어째서 북동부 사령부가 이렇게 무리수를 두는지 아나?”

“그만큼…… 간절하다는 뜻이라 생각합니다.”

“……그래. 북동부는 매번 많은 희생자를 내고 있다. 그러니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일 거다. 미래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말이야.”

기사가 씁쓸한 표정으로 말하자 제이든 역시 쓴웃음을 지었다.

수없이 많은 동료를 잃어 본 자의 씁쓸한 얼굴이란 여전히 보는 것만으로 괴로웠다.

그 자신 역시 전생에 동료라 생각했던 자들의 죽음을 보았을 때 가슴이 먹먹해지는 그 심정을 절절히 느꼈기 때문이다.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곳은 현실이 아니라고 수없이 되뇌어 보아도 결국엔 동료의 죽음에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다.

기사의 씁쓸한 모습에 다른 아이들 역시 눈치를 보면서 말을 아끼고 있을 때, 마침내 기다리던 소리가 들려왔다.

삐이이익!

“온다.”

기사가 살기를 감지했는지 검을 뽑아 들고 오러를 끌어 올렸다.

미리 예열해 두지 않으면 몬스터와의 싸움에서 한 수 차이로 목숨을 잃는 곳이 이곳이었다.

그렇기에 기사는 본능적으로 오러를 끌어 올리면서 언제든 오러를 발출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그 모습을 본 아이들은 준비한 구역으로 움직였다.

제이든 역시 총을 들고 트롤을 견제하기 위해서 자세를 잡았다.

콰아앙!

-그오오오!

거대한 폭음 소리와 함께 트롤들의 찢어지는 비명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동시에 레인저들이 제이든이 있는 곳으로 지나갔다.

“트롤 세 마리, 묶어 둘 수 있겠냐?”

“세 마리……. 가능할 겁니다.”

제이든이 고개를 끄덕이자 레인저는 어깨를 두드리고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러자 곧 트롤 무리에서 세 마리 정도가 레인저의 사격에 반응하며 미친 듯이 쫓아오기 시작했다.

“준비.”

제이든의 고함 소리에 학생들이 일제히 자세를 잡았다. 다른 조와는 다르게 제이든이 속한 조만은 기사가 아닌 제이든이 직접 명령을 내리게끔 했는데, 이것 역시 북동부 사령부에서 직접 명령이 하달되었다고 했다.

아마 실전에서도 제이든이 역량을 발휘하는지 확인하고 싶은 것 같았다.

“제가 말하기 전까지 나가지 마십쇼.”

제이든의 말에 기사가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레인저 하나가 백무빙을 치면서 나뭇가지를 밟고 뒤로 스쳐 지나가더니 눈 돌아간 트롤들이 무서운 기세로 쫓아왔다.

“지금!”

제이든이 명령을 내리는 순간, 거대한 폭음이 들려오면서 함정을 파 놓은 곳을 중심으로 지반이 일부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열심히 달려오던 트롤들이 당황하면서 그대로 지하로 빨려 들어갔다.

워낙 다급해서 그리 깊게 파지 못해 트롤들의 가슴께에 걸쳤지만 상관없었다.

“사격! 눈과 사타구니, 겨드랑이 중심으로 사격해.”

제이든의 말과 동시에 일제히 사격이 실시되었다.

푸른 마탄이 파란 빛줄기를 그리면서 트롤들의 약점을 향해 일시에 날아갔다.

“아직입니다.”

학생들의 사격이 시작된 순간 출발하려던 기사를 향해 제이든이 고개를 저었다.

영악한 트롤들은 기사가 나타나면 수비적으로 나오며 웅크릴 것이다. 그러면 상황은 복잡해질 수 있었다.

아이들밖에 없다는 것을 확인한 녀석들이 손해를 무릅쓰고 무리하게 되는 순간이 기사가 나서는 순간이었다.

-그오!

-그오오!

그리고 마침내 때가 왔다.

눈과 겨드랑이를 최대한 보호하면서 주변을 살피던 영악한 트롤들이 흉악한 이빨을 드러낸 것이다.

녀석들은 자신들이 쫓던 레인저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동료 하나를 먹잇감으로 던져 주고 함정을 나오려고 했다.

“지금.”

제이든이 말하는 순간 기사가 재빠르게 뛰쳐나갔다.

동시에 제이든 역시 정밀사격으로 본격적으로 보조하기 시작했다.

중․대형 몬스터에 속하는 트롤답게 팔뚝이나 등에는 마탄을 박아도 크게 대미지를 입지 않았다.

그나마 겨드랑이에 마탄을 박아야 얇은 가죽을 뚫고 핏줄까지 파고들어 회복을 늦출 수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폭탄으로 인해 전신에 상처를 입은 녀석의 회복력이 한차례 낮아진 상황에서, 정밀사격으로 한 번 더 회복력을 저하시킨다면 그때부터는 기사의 밥이었다.

녀석의 가장 큰 무기인 비상식적인 회복력을 봉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상처로 인해 정신없는 상황이라 고도의 정신력을 요하는 주술 역시 사용할 수 없으니 그저 몸집 크고 가죽 두꺼운 변이 동물이나 다름없게 되었다.

-크륵…….

베테랑 기사답게 날카로운 마력이 담긴 검으로 두꺼운 목을 그대로 갈라 냈다.

심장을 파괴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지만, 가끔 심장을 파괴해도 재생하는 변종 트롤이 있는 만큼 능력만 된다면 목을 베어 내는 게 가장 안전했다.

-그오오!

푹! 푹! 푹!

동료의 죽음에 흥분한 트롤이 몽둥이를 들어 올리는 순간 겨드랑이를 향해 마탄이 박혔다.

그러자 벌에 쏘인 것처럼 따끔거려 마구 날뛰던 트롤의 심장을 파괴한 기사가 마지막 트롤을 향해 움직였다.

베테랑 기사의 검에서 발현된 마력이 맹렬히 회전하면서 그대로 마지막 남은 트롤의 숨통을 끊어 버렸다.

-그륵…….

“저것이 4단계…….”

“멋있다…….”

아이들은 4단계에 이른 기사의 전심전력을 다한 공격을 보고 눈이 풀려 버렸다.

“정신 차려. 아직 안 끝났어.”

제이든의 말에 정신 차린 아이들이 긴장한 표정으로 트롤에게 다가갔다.

워낙 재생력이 높은 몬스터인 만큼 마지막까지 안심할 수 없기에 확인 사살이 필요했다.

그렇게 트롤 세 마리의 목숨을 확실히 끊어 주기 위해 검으로 반복해서 찌르고 베는 작업을 하는 동안 기사 역시 지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몬스터가 득시글거리는 숲인 만큼 언제 어디서 또 튀어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짹!

“응?”

갑자기 들려오는 익숙한 소리에 제이든이 고개를 돌리자 작은 나뭇가지에 푸른 뱁새가 앉아 있었다.

“너…… 여긴 어떻게……?”

-짹! 짹짹잭!

뱁새가 작은 부리로 제이든에게 뭔가를 설명한 순간, 레인저 하나가 다급하게 기사를 향해 다가왔다.

“비상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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