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20화 (19/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20)

8. 제이든의 가치 (1)

제이든을 비롯한 1학년들의 활약 덕분에 북동부 군사 아카데미는 혼란에 빠졌다.

아카데미 역사상 가장 많은 유급자들과 월반자들이 나온 것이다.

서른 명으로 제한되었던 이들을 다 풀어 버렸으니 어느 정도 예정된 일이기도 했다.

게다가 2단 승급자들이 많은 만큼 그에 따른 혼란 역시 상당했다. 처음 있는 일이었기에 아카데미 교수들과 학생들 모두가 혼란에 빠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현상 역시 서서히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오히려, 그동안 너무 제한적이었다고 말하면서 북동부의 미래를 위해 앞으로도 이렇게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교수들이 많아졌다.

실제로 아이들의 수준이 훨씬 더 향상되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북동부 아카데미 졸업자들은 전쟁 병기 취급받는 판국에 이제는 아예 괴물로 만들어 버릴 심산이었다.

게다가 굳이 높은 수준의 엘리트들만 뽑으려는 생각 역시 버렸다.

제이든과 1학년 학생들이 다 같이 성장했던 것을 생각하면, 너무 심하게 차이만 나지 않는다면 분위기를 타고 더 많은 학생들이 강해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동안 아이들이라는 생각에 어느 정도 제한을 뒀던 수련 방식 역시 획기적으로 바꿔 버렸다.

아이들의 인권을 생각해 어느 정도 실내에서 자유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 줬던 것을 다시 거둬 간 것이다. 대신 밖에서 시간을 보내게 했다.

야영 활동이라고 명명해 밖에서 자연을 느끼면서 색다른 경험을 해 준다는 의미를 부여했지만, 사실상 실전 경험을 쌓게 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헉……헉…… 정말 선배님들은 이걸 다 했습니까?”

“작년엔 이거의 3배는 굴렀을걸.”

“그러네. 그 미친놈들 훈련량을 생각하면 그 정도는 굴렀겠어.”

한 학생의 물음에 레인저들이 그들을 생각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가장 앞에서 아이들을 이끌던 13번은 자신이 알아서 몬스터들을 사냥하고는 했었다.

“그 녀석은 가르치지 않아도 지가 혼자 다 했는데…….”

“그러게. 괴물이지. 지금 4학년 톱이지?”

“어, 덕분에 시건방진 녀석도 어느 정도 컨트롤되고 있다는 소문이야.”

레인저들이 그렇게 말하면서 지금은 4학년이 된 13번을 생각했다.

1학년 13번으로 들어와 현재는 4학년 1번이 된 그 학생을 생각하면서 서로 잡담을 나눌 때, 옆에서 신입생이 물었다.

“그 선배는 정말 괴물입니까?”

“13번?”

“예.”

“흠…… 재능 자체는 좀 애매해. 근데 실력이 느는 걸 보면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레인저가 파악하기 어렵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기초 검술을 통해 실력을 쌓고는 있고 빠른 속도로 실력이 늘기는 하지만, 천재라고 보기엔 뭔가 애매한 부분이 있었다.

“오히려 순수한 무력적인 재능은 3번이 미쳤지.”

“그렇지. 하지만 그 밖의 전투 센스, 시야, 경험 등은 전부 13번이 사기적이니까. 둘 다 괴물이지.”

레인저들이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들과 함께 다녔던 두 괴물들에 대해서 신입생에게 설명했다. 그러자 듣고 있던 신입생들은 정말인가 싶었다.

이번 신입생들은 평균적으로 전부 열 살이 넘는 아이들이 들어왔다.

애초에 이곳에 아홉 살이 들어온다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인데, 더 웃긴 것은 그 두 명의 아이가 현재 4학년에서 수석과 차석을 찍고 있다는 점이다.

“너희들은 정말 편하게 훈련하는 거야. 작년에 아이들은 그 두 녀석을 좇기 위해서 정말 미친 듯이 굴렀다.”

“덕분에 대다수가 월반했고, 나머지 애들도 월반 예정이잖아.”

“그렇긴 하지.”

작년 서열 결정전에서 결국 선배들을 뚫지 못하고 월반하지 못한 아이들도 다수 존재했다. 하지만 어떻게든 쫓아가겠다는 독심 때문인지 이번에 전부 상위 서열까지 올라가면서 월반할 예정이었다.

4학년부터는 필수적으로 들어야 하는 훈련이 있기에 결국 2단 승급을 한 13번과 3번과 같이 있지는 못하겠지만 조금이라도 쫓아가기 위해 작년 신입생들은 미친 듯이 노력했다.

“그보다 그 녀석 때문에 4학년 수업 과정이 빡세진 것이 문제지.”

“그러게. 아! 그거 들었어? 최근에 그 녀석이 대형 몬스터 사냥법에 대해 새로운 방법을 제시해 교수들이 매일 야근한다던데?”

“아! 들었어. 그거 때문에 4학년 레인저들도 실제로 해 본다고 난리잖아.”

레인저들이 키득거리면서 매일같이 수업 방향에 대해 고민하는 4학년 교수들을 생각하면서 잡담을 나누었다.

1학년들을 가르치는 레인저들은 자기 일이 아니기에 편하게 키득거리고 있지만 당사자인 교수들은 미칠 노릇이었다.

처음에 서열 결정전에서 신입생이 톱을 찍을 때만 하더라도 그저 이변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북동부 아카데미는 4학년부터 특수한 과목을 가르치기 시작하는데, 바로 특수한 생태계를 이용한 전술, 전투 방법이다.

4학년의 경우 중․대형 몬스터에 대한 대처 방법을 가르치는데, 일반적으로 상반기는 이론 수업 위주로 가르치고 후반기에 실전 경험을 다질 겸, 레인저들이 거의 다 사냥한 대형 몬스터를 상대로 실전 훈련을 하는 것이었다.

문제는 현재 4학년 톱인 제이든이었다.

“하…… 대체 이 녀석은 뭐 하는 놈이죠?”

일반 마수학 교수가 대형 몬스터 전술학 교수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고는 제이든이 낸 시험지를 바라보았다.

대형 몬스터 전술학의 교수가 낸 시험에서 제이든이 제출한 답안지는 굉장히 묘했다.

트롤에 대한 대응 방안을 서술하라 적어 놨는데 앞부분은 일반적인 답이었다.

회복할 수 없도록 상처를 베어 낸 자리에 마법이나 불을 통해 지지거나 심장 부근을 단숨에 파괴시킨다는 답이었다.

목을 베는 것도 답이 될 수 있지만 트롤은 특이하게 목 부근을 두꺼운 가죽이 둘러싸고 있어 힘들다는 의견도 적어 놨다.

여기까지만 보면 완벽한 답이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일반 병사들이 트롤에 대항할 수 있는 방법

○일반적인 방법

1. 함정을 파 트롤의 진격을 지연시킨다.

2. 화약을 폭발시켜 지반을 무너뜨리고 가둔다.

3. 겨드랑이 부근, 고환, 허벅지 안쪽 등을 집중사격 한다. 이 경우 모기에 물린 것처럼 괴로워하며 물러날 가능성이 있다.

○특수한 방법

1. 폭발을 통해 상처를 입히고 그곳에 샤르네아 산성액을 터뜨린다.

이럴 경우 그 부위는 하루에서 이틀 동안 회복되지 못한다.

2. 아라크네 독을 사용한다.

이 경우 트롤이 신체를 절단하지 않는 이상 썩어 들어가는 걸 막지 못한다.

하지만 위의 공격들로는 시간을 벌 수 있으나 죽이지는 못한다.

○기사가 한 명이라도 있는 경우

만약 기사가 한 명이라도 끼어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위의 방법으로 행동에 제약이 생긴 트롤의 경우, 기사가 손쉽게 죽일 수 있게끔 할 수 있다.

기사를 돕는 방법은 일반 병사들뿐만 아니라 소년병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화약을 폭발시키는 작업과 함정을 파는 작업에 소년병이 활용될 수 있으며, 멀리서 마탄을 사용해 시간을 버는 것 역시 가능하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소년병까지 징집할 경우 위의 작전을 사용한다면 효과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

트롤과의 대규모 전쟁 시 기사 한 명당 소년병 열 명만 배치한다면 효과적으로 저지선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그 학생은 소년병과 기사를 활용해서 트롤을 사냥하는 법과 기사들로만 이루어진 사냥법, 이 두 가지의 장단점을 적어 놓고 어떤 때에 서로의 장점이 더 부각되는지까지 써 놨다.

이 답안지의 의미는 매우 컸다.

만약 트롤의 숫자가 소수라면 기사들로만 이루어진 사냥법이 더 신속하고 편하겠지만, 대규모 전쟁에선 필수적으로 이런 방법이 동원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데 북동부의 경우 지속적으로 토벌을 하기는 하지만 전원 엘리트들만 뽑아 놓기 때문에 이런 식의 방안은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중앙에서 이런 방안이 논의될까?

그렇지 않았다. 보통 제국의 수도에서는 다른 왕국과의 전쟁, 즉 인간끼리의 전쟁을 심도 있게 논의한다.

즉, 몬스터와의 대규모 전쟁에 대해서 심도 있게 논의하는 건 북동부 정도였고 북동부조차 엘리트를 중심으로 쓸어버리는 전술을 심도 있게 연구할 뿐이었다.

“이거 어떻게 할 생각이세요?”

“일단 내가 원한 답은 다 나왔으니 만점일세. 다만…… 문제의 그 답은 나도 잘 모르겠군.”

“레인저들이 이거 진짜 해 본다고 난리예요. 그렇게 태평하게 계실 때가 아니라고요.”

일반 마수학 교수의 말에 늙은 교수가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

“안 그래도 오늘 그 녀석에게 정말 이게 가능할 것 같냐고 물었지.”

“그 녀석은 뭐라고 합니까?”

“이걸 주더군.”

“현대 병기 활용법이라…….”

그것을 가만히 읽어 보던 일반 마수학 교수가 한숨을 쉬었다.

“이거 다 자기 생각이겠죠?”

“그래, 근데 전혀 허황된 말은 아닐세. 실제로 몬스터의 약점을 기반으로 마탄과 폭탄을 이용한 전술 방법을 기술한 것이지. 레인저들도 가끔 써먹는다고 하네.”

이미 레인저들에게도 물어보고 온 교수가 한숨을 쉬었다.

제이든이 기술한 방법들은 그냥 어린아이가 상상으로 썼다기엔 상당히 현실적이었다.

상세하고, 각 몬스터들의 약점과 그를 공략할 방법을 정확하게 써 놓았기에 베테랑 레인저들조차 혹해서 실험해 본다고 난리치는 것이다.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일단 마수학과 전술학 교수들을 모아 놓고 논의해 봐야겠지.”

“그걸로 안 끝날 거 같은데요.”

“이미 북부 사령부에 보내 놨네. 그쪽에서도 자체적으로 실험해 본다고 하는군.”

대형 몬스터 전술학 교수의 말에 일반 마수학 교수가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

“괴물 같은 학생 하나가 와서 참 고생이네요.”

“그래도 기쁜 일이지. 만약 이 학생이 말한 것들이 들어맞는다면 북동부 입장에선 엄청난 일이 될 테니까.”

“그렇겠죠. 후…… 어쩌면 최연소 장군이 탄생할지도 모르겠네요.”

일반 마수학 교수가 그렇게 말하면서 제이든의 시험지를 다시금 바라보았다.

시대를 앞서가는 듯한 제이든의 답안지는 교수들에게 단순한 충격 그 이상을 가져다주었다.

그도 그럴 게, 최근 북동부에서 몬스터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고고학자들은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날 전조 현상처럼 보이기도 한다며 경고하고 있었고, 마수학자들은 강력한 뭔가가 깨어나면서 일어나는 일일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만약 그들의 경고가 둘 중 하나라도 맞게 된다면 북동부는 몬스터들과 대규모 전면전을 치러야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상황에서 제이든은 북동부에 복덩이가 굴러들어 온 것이나 다름없었다.

설령 대규모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나지 않는다 한들 상관없었다. 이러한 전술적인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제이든의 가치는 높을 수밖에 없었다.

최소 10년, 아니 6~7년 동안만 잘 키워도 제 몫을 톡톡히 해낼 인재였다.

이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었고, 실제로 모든 교수들이 제이든은 북동부의 핵심 인재가 될 거라 생각했다.

다만 몇몇 교수들의 생각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미래가 아닌 현재의 제이든 역시 이미 한 분야에서 완성된 인재라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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