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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15화 (14/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15)

6. 차라리 이론 수업을 들을걸…… (1)

더 이상 이론 수업을 듣지 않게 되자 제이든은 갑자기 시간이 남아돌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제이든을 혼자만 놀게 내버려 두는 건 제국에서 최악의 아카데미로 불리는 명성에 걸맞지 않는 짓이었다.

그래서 교수들이 생각한 건 제이든의 실전에 대한 대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13번.”

“예!”

“넌 지금부터 우리와 함께 움직인다.”

군복을 입고 있는 남자 몇 명이 제이든과 함께 움직였다.

총을 메고 온갖 무기들로 무장한 남자들은 기사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레인저이십니까?”

“눈썰미가 좋은데? 안 그래도 네가 첫날부터 활약한 거 들었다.”

“그러게. 무기를 잘 다룬다며? 나중에 레인저로 들어와라.”

“그래, 잘해 줄게. 실전 경험 쌓기에는 레인저만한 게 없어요.”

제이든의 말에 기분 좋아진 남자들이 레인저가 얼마나 자랑스러운 존재인지 주저리주저리 읊기 시작했다.

그럴 때마다 대충 아는 지식으로 호응해 주면 레인저라는 자부심 때문인지 제이든에게 한껏 잘해 주었다.

처음에 겁 좀 주고 제이든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려는 생각과 달리 애가 참 바르게 자랐다며 칭찬 일색으로 아카데미를 나섰다.

이미 최하위 몬스터를 학살했다는 소식을 접한 후라 고블린 같은 녀석들은 바로 제치고 곧바로 그 위 단계로 향했다.

“이곳이 최하위 몬스터만 있는 안전 지역이라지만 하위 몬스터라도 변이종이 있는 건 알고 있지?”

“예.”

“우린 이제부터 홉 고블린과 놀 워리어 놈들이 있는 곳으로 갈 거야.”

“그렘린들이 우글거리는 접경 지역도 있으니 조심해.”

레인저들의 경고에 제이든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신이 챙겨 온 무기들을 점검했다.

이곳 세상에는 현실 세계처럼 총도 있었지만, 독특한 과학기술에 따라 차근차근 발전해 온 무기들과 시대에 맞지 않는 무기들이 뒤죽박죽 섞여 있었다.

마법이라는 것 하나만으로 이렇게 됐다고 보기엔 뭔가 맞지 않는 점이 있었다.

심지어 불과 200년 전만 하더라도 중세 시대처럼 살았다고 들었다. 즉, 급격한 발전을 이룬 것이다.

200년 전 어떠한 사건으로 인해 던전들이 나타나고 그 이후로 이렇게 뒤죽박죽 섞인 과학 체계를 갖게 되었다고 들었는데, 사료가 명확하게 남아 있지 않았다.

그것들을 조사하기엔 바쁘기도 했고, 딱히 이곳 역사까지 알아볼 만큼 관심이 있지도 않았다.

어쨌든 그 덕분에 마법과 과학기술이 묘하게 섞인 수류탄들이 제이든의 몸에 덜렁거리며 자리하고 있었다.

섬광탄, 연막탄, 폭탄 등을 종류별로 달고 있었고, 마탄을 가득 채운 탄창 2개를 견갑 밖에 자리하게끔 배치했다. 방탄조끼보다 좀 더 보강된 형태의 경갑에는 특수부대처럼 탄창, 단검, 물, 지도, 랜턴 등을 넣을 수 있게끔 주머니가 달려 있었다.

기본적으로 아공간 주머니가 있어서 물이나 식량까지는 필요 없겠지만, 이곳에선 마나 안개의 특성상 아공간 주머니가 먹통이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그것을 대비해서 소량 정도는 들고 다녀야만 했다.

“다 됐어?”

“예.”

“그럼 가 보자고.”

고작 네 명.

하지만 세 명은 베테랑 레인저들이었고, 제이든 역시 경험이라면 무시 못 할 만큼 쌓았다.

“우리 후배 실력 좀 볼까?”

고블린 몇 마리가 나타나자 제이든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단검을 뽑아 들고 멀리서 보이는 고블린의 뒤를 점하고 단번에 암살했다.

베타테스트 시절에 부족한 실력을 커버하기 위해서 암살 교육도 받았었기에 간단한 기습 정도는 간단했다.

‘재능 부족 때문에 안 해 본 게 없네.’

살아남기 위해서 온갖 잡기들을 다 배웠던 지난날을 생각하면서, 제이든은 씁쓸하게 웃었다.

“호…… 그거 암살 기술 아니야?”

레인저의 말에 제이든이 씁쓸한 미소와 함께 대답을 아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레인저가 말을 건 남자를 보면서 고개를 저었다. 북동부에 오는 자들 중 과거를 숨기고 입대하는 자들도 있는 만큼 상대의 과거에 대해 묻지 않는 것이 관례였다.

“이런……. 미안하다.”

“괜찮습니다.”

제이든은 괜찮다는 듯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다시 작전을 이어 나갔다.

이번 목표는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마나 코어 생성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보통 정식 군대의 경우 차원 균열을 우선하지만 아직 아홉 살에 불과하기에 지도할 겸 마나 코어를 찾는 것이다.

가끔가다 차원 균열로 인해 오염된 기운이 마구잡이로 주변에 퍼지는데, 이놈을 제거한다고 하더라도 주변 일대가 이미 오염되거나 차원 마나가 다량으로 들어와 마나가 비정상적으로 많아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바로 이것 때문에 마나 코어가 생성된다.

마나가 계속해서 쌓이고 쌓이다 보면 마나석처럼 뭉쳐지는데 여기서 더 뭉쳐진다면 자체적으로 마나를 생성하는 마나 코어가 되는 것이다.

마나가 많아지는 게 뭐가 문제냐고 할 수 있는데, 마나가 인간에게도 도움이 되지만 동시에 몬스터를 강하게 하는 요소가 된다는 점을 본다면 무조건 좋은 건 아니었다.

마나 코어는 마나 자체를 증폭시키기 때문에 이걸 제거하지 않고 놔둔다면 고블린이 오우거도 갖고 놀 정도로 강하게 되는 경우도 생겨 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방어 때문에라도 마나 코어를 수색하고 거둬들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현실 세계로 따지자면 방사능 때문에 수십 년간 그곳을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이곳 북동부도 원전 사고가 일어난 지역처럼 대규모 차원 균열이 일어났던 지역이어서 100년 넘게 관리하고 있는 지역이었다.

“전방 30m 앞에 고블린 무리 발견. 스무 마리 이상으로 추정된다.”

“좌측 1km 지점 놀 워리어 세 마리 발견.”

“우측 700m 지점 그렘린 발견. 그렘린 영역에서 가까운 것으로 추정됨.”

레인저 세 명이 마도구 호크아이를 통해서 주변 몬스터들이 뭐가 있는지 계속해서 확인했다.

동시에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몬스터들을 죽이면서 마나 코어가 있을 만한 지형인지 계속해서 수색했다.

그 과정에서 제이든을 시험하기 위해서 몬스터를 죽이라고 명령을 내리거나 수색 지점을 갔다 오라고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짬 처리 같지만, 레인저 입장에선 손쉬운 일이기에 짬 처리라 부르기도 애매한 명령들이었다.

문제는 그 간단한 것들이 하루가 되고 이틀이 지나 사흘째가 되니 슬슬 제이든도 힘들어졌다. 어린아이의 몸이다 보니 아무리 마력이 있다 한들 체력 자체가 떨어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이거…… 우리가 가르칠 게 별로 없네.”

“그러게. 생존에 관한 건 대부분 알고 있네?”

“흠…… 이 이상 뭘 가르치려면 레인저 기술을 가르쳐야 될 거 같은데…….”

레인저들이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제이든을 바라보았다. 생존에 관한 기초적인 건 몸에 밴 것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먹을 풀과 아닌 것을 어느 정도 구분할 줄 알고, 길을 잃지 않도록 나무에 표시 등을 하면서 가는 것과, 지도 보는 법, 기습, 관찰, 은신 등도 훌륭했다.

특히 어디서 배웠는지 몬스터들이 지나간 자리를 구분하는 법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심지어 무기 사용법 역시 상당히 훌륭했다.

이 정도면 기본적인 레인저 기술은 알고 있다고 봐야 했다.

“검술이야 그렇다 치는데, 총기 사용은 어떻게 그렇게 잘하냐? 어디서 배웠어?”

“조금 배웠습니다.”

레인저의 물음에 제이든이 쓴웃음을 지었다. 사실 총기야말로 제이든에게 가장 익숙한 무기였다.

현생에서 군대를 다녀오며 총을 사용했고, 이곳에서도 대규모 전쟁에 투입될 땐 언제나 총을 챙겼기 때문이다.

사람 일이란 게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마력 하나만 갖고 깝치면서 검을 휘두르다간 골로 가기 십상이었다.

실제로 그런 이들을 자주 보았고, 자신을 제외한 다른 갓 게임의 유저들이 그렇게 하나둘 죽어 나갔다.

마법, 검법, 정령술, 마공학, 드루이드 주술법 등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은 많았고 그것들을 얻은 유저들은 순식간에 강해졌다. 하지만 끝까지 살아남은 것은 그들이 아닌 자신이었다.

그것이 다 살아남기 위해 잡기를 익히고 악착같이 생존하기 위해 온갖 생존법을 익힌 덕분이었다.

“흠…… 이대로는 시험이 안 되겠어.”

앞으로 제이든을 보다 확실하게 가르치기 위해서라도 한계까지 제이든을 몰아붙일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미친 짓을 감행했다.

갑자기 본실력을 발휘한 레인저들이 총을 난사하면서 주변 몬스터들을 죽여 나갔다. 그러자 순식간에 주변 일대가 피 냄새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무슨 짓을…….”

제이든이 놀란 표정으로 레인저들을 바라보는 순간 그들이 입가에 미소를 그리면서 말했다.

“우리를 쫓아 2km만 와 봐.”

“그럼 곧바로 이 시험을 끝내 줄게.”

그렇게 말하면서 그들이 먼저 앞으로 가자 피 냄새를 맡은 몬스터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런 미친…….”

제이든은 욕설을 내뱉으면서 다급하게 레인저들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은 피 냄새가 널린 이곳을 벗어나는 것이었다.

어느새 몰려든 변종 늑대를 보면서 재빨리 연막탄을 터뜨렸다. 동시에 한쪽에 폭탄을 던진 후 반대편으로 튀어 나갔다.

그러자 이번엔 고블린 무리가 독침을 쏘면서 제이든을 노리고 공격해 들어왔다.

상공에서는 그렘린 십수 마리가 먹잇감을 노리듯 배회하며 중간중간 제이든과 고블린들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그러자 주변 지형을 확인한 제이든이 이번엔 섬광탄을 터뜨리면서 아래로 몸을 날렸다.

몬스터들을 죽이는 게 아니라 단순 생존이라면 섬광탄이나 연막탄도 충분히 효과적이었다.

실제로 그것들을 이용해서 거리를 벌린 제이든은 이를 갈면서 레인저들의 흔적을 좇았다.

중간중간 마주치는 몬스터들은 총을 쏘거나 단검을 날려 견제하고는 레인저의 흔적만 찾아 이동했다.

그렇게 미친 듯이 구르며 마침내 레인저가 있는 곳에 도착하자 홀로 서 있던 레인저가 기막히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헉……헉…… 끝……난 겁니까?”

자신이 도착한 곳에는 레인저가 한 명만 서 있었다. 나머지 두 명은 제이든이 혹시 몬스터에 당할까 봐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것이다.

한데 정말로 그 몬스터들을 뚫고 자신이 있는 곳까지 도착하자 레인저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방금 제이든이 한 훈련은 레인저에 지원할 경우 행하는 시험이었다.

군인이라면 최악의 훈련 중 하나로 평가되는 극악의 훈련에 포함된 시험 중 하나로, 지옥의 생존 기간에 행해지는 시험 중 하나였다.

그걸 군사 아카데미 졸업생도 아니고 이제 막 입학한 학생이 통과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비록 진짜 레인저 시험은 이보다 훨씬 힘들고 극악이지만 나이를 생각하면 충분히 놀랄 만했다.

“흠…….”

“난감하네.”

“그러게.”

레인저들이 난감한 표정으로 제이든을 바라보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너 아카데미 졸업하기 전에 레인저 자격증 좀 받아 볼래?”

“예?”

제이든이 지친 표정으로 멍하니 레인저를 바라보자 그들이 사악하게 웃기 시작했다.

“이참에 최연소 레인저가 되어 보자.”

“좋네.”

“그래, 이대로 데려가면 괜히 기사들에게 뺏길 수 있지. 이참에 좀 더 굴려야겠어.”

“괴물 레인저를 만들어 보자고!”

레인저들이 서로 의기투합하면서 제이든을 제대로 된 레인저로 만들기 위해 예정보다 더 길게 숲에서 머물렀다.

물론 그 과정에서 레인저들과 함께 숲에서 구른 건 덤이었다.

대충 기초만 가르치려던 처음과 달리 웬만한 건 다 알고 있는 제이든 때문에 레인저 정식 훈련에나 배우는 기술들을 하나둘 가르쳐 주면서 미친 듯이 굴렸다.

나중에는 제이든도 가면을 벗고 욕설을 내뱉으면서 제발 좀 가자고 할 정도까지 굴렸다.

그렇게 레인저들의 욕심에 의해 무려 보름 이상을 숲에서 구른 후 돌아온 제이든에게 이번엔 기사들이 찾아왔다.

레인저들이 제이든을 욕심내면서 자신들 쪽으로 끌어들이려 한다는 걸 들은 모양이었다.

그걸 본 제이든이 흐린 눈으로 하늘을 보면서 말했다.

“아…… 그냥 다 꺼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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