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11화 (10/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11)

4. 북동부 군사 아카데미로…… (3)

몬스터와 변종 동물을 가르는 기준은 딱 하나다.

마력의 활용 여부.

변종 동물의 경우 넘쳐 나는 마력을 몸에 받아들이지 못해 변이되어 버린 존재들이다.

반면에 그것을 본능적으로 어떤 방식으로든 안정적으로 쌓은 녀석들은 몬스터가 된다.

몸 자체를 마력에 맞게 조금씩 변화시키면서 마력을 체내에 쌓게끔 진화하다 보니 특이한 특징이 하나 생기는데, 바로 푸른 피였다.

변종 동물의 피는 빨간색이지만 몬스터의 피는 푸른색이라는 것이 괜한 헛소리가 아니었다.

그리고 놀 역시 약하기는 하지만 푸른 피를 가진, 몬스터가 마력을 쌓은 존재답게 움직임은 동물의 그것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커헉!”

“무…… 물러서!”

몇 명이 제대로 대응조차 하지 못하고 당하자 서서히 물러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제이든이 혀를 차면서 가장 앞선 놀의 목을 찔렀다.

겁먹은 아이들에게 정신 팔리다가 제이든의 기습에 그대로 목이 꿰뚫려 죽은 것이다.

“물러나지 마! 물러나면 만만하게 보고 더 달려들어!”

제이든이 고함을 치면서 앞으로 치고 나가자 겁에 질려 있던 아이들이 그 말에 반응하듯 제이든을 따라 앞으로 달려들었다.

변종 동물이기는 하지만 실전까지 치른 녀석들이기에 겁에만 질려 있지 않고 검을 휘둘러 댔다.

반면 몬스터가 내뿜는 살기에 적응하지 못한 녀석들은 끝까지 겁먹어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깨갱!

-끼잉~ 낑!

가장 앞선 놀 몇 마리를 쥐어 패자 몇몇 놀들이 제이든을 피해서 다른 아이들을 노렸다. 갯과 몬스터답게 노련하게 그와 열세 살 아이들을 피해서 약해 보이는 아이들을 노리는 것이다.

그러자 겁에만 질려 있던 아이들 역시 자신들을 노리는 것을 눈치챘는지 철검을 들고 저항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약한 몬스터라지만 실전답게 피가 튀고 부상을 입는 아이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으레 전투가 그렇듯 아드레날린이 잔뜩 분비된 상태의 흥분된 아이들은 놀들이 전부 죽어 나갈 때까지 전투를 멈추지 않았다.

“헉……헉…….”

“도저히 갈 수 없는 자들은 이곳에서 기다려라. 부상자를 호송할 자들이 곧 올 것이다.”

모든 전투가 끝나고 스카이 랭스가 다시 나타나 그렇게 말하고는 천천히 걸어 나가기 시작하자 제이든을 비롯한 아이들은 힘겨운 표정으로 스카이 랭스를 뒤따라 걸었다.

하지만 이번엔 랭스를 따라 걷는 아이들의 숫자가 많이 줄었다. 놀과의 싸움에서 반수 이상이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놀이 나타난 이후로 변종 동물도, 몬스터도 나타나지 않았음에도 아이들의 표정은 죽을 것 같았다. 체력과 마력이 바닥난 상황에서 가파른 산을 올라가야 했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 또 다른 습격이 이어질지 모른다는 긴장감.

바닥난 체력.

한계까지 소모된 정신력.

이 모든 것을 시험하는 것이 아카데미까지 가는 산길이었다.

북동부 입장에서는 이 정도도 견디지 못하는 학생들은 아카데미에 들어가서도 결국 낙오할 것이라 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엄격하게 시험해야 어설픈 자들이 시험을 보려 하지도 않을 것이다.

북동부의 위험지역에 위치한 아카데미답게, 이곳에 입학한 자들은 전부 전쟁 병기 수준으로 강해야 했다.

단순히 육체적인 강함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강해야 살아남는 곳이었다.

그렇기에 애초에 의지가 약한 자들은 처음부터 거르는 것이다.

“헉……헉…….”

제이든은 거친 숨을 내뱉으면서도 악바리처럼 스카이 랭스를 따라갔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숨이 턱 끝까지 몰아쳤지만 끝끝내 스카이 랭스를 따라갔다.

제이든을 제외하고도 몇 사람이 같이 따라오고 있었지만 이미 그 숫자는 열 명이 채 되지 않았다.

다들 동공이 풀린 채로 이를 악물고 스카이 랭스를 따라갔다.

하지만 아이들의 체력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었다.

곧 비틀거리면서 하나둘 쓰러지기 시작했고 제이든 역시 비틀거렸다.

그러자 마침내 그의 발걸음이 멈춰 섰다.

“다들 수고했다.”

스카이 랭스가 제이든을 비롯한 아이들을 보면서 활짝 웃었다.

“첫 시험을 멋지게 통과했구나.”

스카이 랭스의 말에 쓰러진 아이들은 물론이고, 제이든 역시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직 군사 아카데미는 보이지도 않는데 통과했다는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애초에 이 시험은 너희들의 의지를 보는 것이다. 정말로 군사 아카데미까지 가는 시험이 아니라는 뜻이야.”

“아…….”

랭스의 말에 제이든이 멍하니 바라보았다.

“너희들의 의지는 충분히 봤어. 아마 좋은 점수를 기대해도 좋을 거야.”

“그럼…… 앞서 포기한 자들도 전부 합격입니까?”

“대부분은? 다만 겁에 질려서 가장 먼저 포기한 자들은 아마 합격하기 힘들 거야.”

랭스가 그렇게 말하면서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그러자 은신이 풀린 수정구 하나가 새의 발톱에 고정된 상태로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 저것으로 보고 판단하겠지. 한 가지 확실한 건 너희들은 상위권이야.”

“저희 말고 또 시험을 본 사람들이 있는 겁니까?”

“그럼. 너희들이 마지막이야.”

랭스의 말에 제이든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남아 있는 너희들은 조기 졸업을 기대해도 좋을걸. 그러니 열심히 해라. 기사로 지원하면 더 좋고.”

스카이 랭스가 사람 좋은 표정으로 말하자 그제야 긴장감이 다 풀렸는지 제이든을 비롯한 다른 아이들이 푹 퍼져서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그런 아이들을 사람 좋은 표정으로 바라본 랭스가 잠시 휴식을 취했다가 뒤에서 오는 사람들과 함께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이전처럼 무작정 걷는 게 아닌 적절한 휴식을 취하면서 가파른 산을 올라 마침내 북동부 군사 아카데미가 있는 곳까지 도착했다.

산 중턱에 위치한 아카데미는 척 보기에도 좋은 시설이 아니었다.

여기저기 낡은 것은 물론이고, 산 중턱에 있다 보니 건물에 자라난 넝쿨들로 뒤덮여 있었다.

“건물은 낡았지만 안은 생각보다 쓸 만해.”

랭스가 그렇게 말하면서 안으로 들어가자 다들 과연 이런 곳에서 훈련이 될까 싶은 표정으로 건물 안에 들어갔다.

그런데 건물 내부는 밖에서 보던 풍경과는 완전히 달랐다.

온갖 마도구가 달려 있었고, 깔끔한 대리석으로 내장된 벽은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놀랐지? 사실 외부 풍경만 보고 간 사람들은 북동부 아카데미를 거지 소굴 취급하는데 그건 아니거든. 일부러 저렇게 남겨 둔 거야. 일종의 전통이랄까?”

“아…….”

과거를 잊지 않는다는 것과, 새로운 혁신을 함께 건물 안에 담아 내기 위해 이런 풍경을 만들어 낸 것이다.

다른 아이들도 그것에 감탄했는지 멍하니 내부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깔끔한 건물 내부를 지나 목적지에 도착하자 비슷하게 상거지 꼴을 하고 있는 아이들이 대강당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제이든까지 포함해 삼백 명이 넘는 아이들이 대강당에 자리하자 한 늙은 남자가 단상에 섰다.

“다들 반갑다. 이곳 북동부를 맡고 있는 크림슨 헤일로라고 한다.”

크림슨 헤일로의 이름을 알고 있는 몇 명의 아이들이 감탄사를 내뱉었다. 한때 북부 사령관의 지위에 있었던 자가 크림슨 헤일로였기 때문이다.

현 북부 사령관이자 마스터의 일인인 제든 윅스에게 자리를 넘겨주기는 했지만 제국 13인의 마스터 중 일인으로, 오랫동안 북부를 담당한 베테랑이었다.

“이곳까지 오느라 피곤해 보이니 단 한마디만 하고 마치겠다.”

크림슨 헤일로가 그렇게 말하면서 좌중을 둘러보았다.

“이곳은 제국의 그 어떤 곳보다 위험한 지역이다. 그러니 한순간도 방심하지 마라. 방심이 곧 너희들의 목숨을 가져갈 것이니까. 알겠나?”

“예!”

크림슨 헤일로의 고함 소리에 아이들이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그런 아이들의 목소리에 만족한 듯 옆을 보고 살짝 고개를 끄덕이자 한 남자가 조용히 말했다.

“모두 북동부 사령관께 박수.”

짝짝짝짝!

다들 손뼉을 치라고 해서 치긴 했지만 순간 아이들의 얼굴에 의아함이 깃들었다.

제국에 다섯 명밖에 없다고 알려진 사령관인데 어째서 크림슨 헤일로에게 북동부 사령관이라고 했는가 해서다.

크림슨이 한때 북부 사령관이었던 것은 맞으나 현재는 은퇴했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잘못 말한 것인가 싶었지만 헤일로를 비롯한 모든 이들의 얼굴에는 잘못 말했다는 기색은 없었다.

‘비공식 사령관이군.’

전생에 들어 본 적 있었다.

북동부 같은 특수 지역은 비공식적으로 사령관의 지위를 갖고 있다고.

제국에는 북동부와 남부 밀림 지역이 있었고, 남부와 동부 왕국들에도 그와 비슷한 제도가 있었다.

3대 위험지역에 있는 국가들은 전부 비공식적으로 사령관과 특수부대를 두고 있었다.

그렇게 모두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마침내 아카데미 학장이 단상에 올라왔다.

“랜던 학장이라 한다. 다들 피곤하니 나도 짧게만 하겠다.”

학장이 잠시 말을 멈추고 학생들을 바라봤다.

상거지 꼴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느껴지는 기세는 썩 나쁘지 않았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 잠시 고개를 끄덕인 학장이 말을 이었다.

“이곳은 다른 아카데미와는 다르다. 어설픈 마음가짐으로는 절대 이곳에서 버틸 수 없다. 이곳 아카데미는 여러분을 전쟁 병기로 만들 것이다. 수없이 많은 고통과 인내가 필요할 것이며, 그 모든 것을 버텨 내면 더 큰 지옥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니 마음 단단히 먹도록.”

랜던 학장이 경고와 함께 내려가고, 곧이어 각자의 숙소로 안내되기 시작했다.

군사 아카데미답게 여학생들도 있어서 여기숙사와 남기숙사를 나누어서 들어갔는데 거기서도 세분화 작업을 시작했다.

보고서에 적힌 대로 임시로 만든 특성에 따라 기숙사를 배정했다.

동시에 배정된 기숙사의 침구류에 적힌 번호를 기준으로 자신의 번호도 배정받았다.

제이든의 새로운 번호는 13번.

‘열세 번째라는 뜻인가?’

그의 위로 열두 명이나 더 있었지만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이 정도면 잘하면 조기 졸업이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제이든은 상쾌하게 샤워를 하고 잠들었다.

그러나 바로 다음 날 새벽, 이곳이 왜 미친 곳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기상! 모든 학생들은 지금 당장 완전무장으로 집결한다. 다시 한번 말한다. 모든 학생들은 지금 당장 완전무장으로 집결한다.”

마도구로 기상 방송이 나오면서 갑작스럽게 경고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현재 상황은 실제 상황이다. 모두 완전무장으로 집결하도록.”

새벽같이 나온 기상 방송이 완전무장으로 집결하라는 내용이라 다들 멍한 표정으로 있다가 허겁지겁 준비하기 시작했다.

반면에 제이든은 전생의 짬밥이 어디 가는 건 아닌지, 재빠르게 준비하고 곧바로 연병장으로 향했다.

솔직히 제이든도 준비하면서도 내심 아이들을 겁주기 위한 상황인 줄 알았는데, 모든 아카데미 교수들이 무기를 들고 뛰어나오고 있었으며, 아카데미를 지키는 병사들은 벌써부터 전투를 시작하고 있었다.

‘미쳤네. 첫날부터 실전 상황이라고?’

아카데미 첫날부터 실전을 치르게 생긴 아이들의 얼굴은 말 그대로 멘붕이었다.

다들 급하게 달려오기는 했지만 진짜 대규모 전투를 치르게 생긴 상황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제이든만이 침착하게 상황을 바라보았다.

“아직 교육을 시작하지 못한 관계로 신입생들은 이곳에서 대기하도록.”

교수조차 예기치 못한 상황인지 그렇게만 말하고 훌쩍 사라져 버렸다. 그런 상황에서 아이들의 당혹감은 가중되었고, 아카데미 역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이러한 예기치 못한 상황은 누군가를 영웅으로 만들어 주기 충분했다.

그 중심에는 다년간 짬밥으로 무장한 제이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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