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7)
3. 입대 (1)
입영 관리소에서 제일 처음 하는 일은, 이 사람이 본인이 맞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그걸 확인하는 작업이 굉장히 오래 걸렸는데 요즘은 상당히 간편해졌다.
이유는 바로 혈액과 마력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입영 신청서에 피 묻은 지장으로 확인하는 건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피와 그곳에 묻은 마력으로 본인과 일치하는지 안 하는지 확인하면 곧바로 다음 장소로 이동하게 되는데, 바로 신체검사장이었다.
제이든 역시 길게 늘어선 줄에서 간단하게 검사를 하고 곧바로 신체검사장으로 넘어갔다.
그곳에서 시력이나 장애 여부 등을 판단하는데, 신체검사장치고 너무 간단한 검사만 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으나 이게 다가 아니었다.
진짜는 바로 훈련소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마력 검사, 자세한 신체 스펙 등을 전부 그곳에서 검사하고 동시에 극한의 훈련을 통해 이 녀석이 과연 버텨 낼 수 있는 존재인지 여부도 판단한다.
그만큼 훈련과 일정 등이 힘들기 때문에 도중에 탈락하는 자들 역시 많았다.
거기까지가 끝이라면 북부군의 악명이 이 정도로 높지는 않을 것이다.
“신체 확인이 끝났습니다. 정상 1급입니다.”
“예.”
신체검사 표를 확인한 제이든이 고개를 끄덕이자 곧바로 다음 직원이 나와서 자신에게 신분증과 지참한 물품 등을 넘기라고 했다.
이 과정까지 끝나야 정식으로 북부군 훈련소에 들어갈 수 있었다.
신분증과 모든 물품을 넘기는 순간 그는 번호표 하나를 받게 되는데, 훈련소 생활 내내 이 번호가 이름을 대신하게 된다.
“1223번을 부여받았습니다. 앞으로 이 번호가 당신의 이름을 대체하게 될 겁니다. 동의하십니까?”
“예.”
“좋습니다. 밖에서 어떤 일을 하셨든 어떤 신분이든, 그 신분은 전역하기 전까지 사용할 수 없습니다. 동의하십니까?”
“예.”
“확인 절차가 끝났습니다. 당신의 물품은 북부 사령부로 이동될 것이며 전역 날 받을 수 있습니다.”
안내원이 그 말과 함께 신분패와 물건 등을 작은 상자 안에 담고서 한쪽으로 밀어냈다.
그리고 다음 순번의 아이를 부르자 제이든은 다른 안내원의 안내에 따라 이동했다.
입영 관리소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끝마치고 번호를 부여받은 훈련생들이 밖에 있는 연무장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대략 이백여 명의 훈련생들이 모여 있었는데 전부 천 번대 이상의 아이들이었다.
아마 레온하르트령이 천 번대 이후부터 뽑혔기 때문에 이런 번호를 부여받은 모양이었다.
‘다양하네.’
고아원에서 쫓겨 나온 아이부터 사생아, 창부의 아이, 거지 패거리까지 다양한 아이들이 모여 있었다.
전부 살기 위해서 북부 입영 관리소에 지원한 것이다.
적어도 이곳에 지원하면 먹고살 수는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먹을 것을 주고 미래에 살아갈 돈을 받을 수만 있다면 위험천만한 일이어도 할 만한 아이들이었다.
눈에 독기가 가득 들어찬 이들이 대부분인 것과 다르게 소수의 귀족 출신 아이들도 보였는데, 멀끔한 아이들이 대개 그런 아이들이었다.
마력 호흡법을 배우고 가문의 검술 등을 배웠지만 세력이 밀리거나 밀려날 예정인 아이들이 스스로 살길을 찾기 위해서 들어온 것이다.
“여러분들은 지금부터 북부 사령부로 이동한다. 질문 있나?”
날카로워 보이는 남자의 말에 모두들 침묵을 지킨 채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자 남자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인솔하기 시작했다.
몇몇 아이들은 무거워진 분위기에 기가 질려 하기도 했고, 다른 몇몇 아이들은 두려움에 떨기도 했다.
갈 때는 마음을 다잡고 왔지만 막상 들이닥치니 두려움이 몸을 잠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북부군의 훈련소로 가기 위해 대형 마동차에 아이들을 태우고 마력 기차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마력 기차…….”
멀리서 보이는 거대한 마력 기차를 보면서 제이든이 중얼거렸다.
사회 전반에서 볼 수 있는 기술력은 현실 세계의 1800년대와 1900년대 사이와 비슷하지만 그중에는 2000년대의 물건도 있는 묘한 곳이 이곳 세상이었다.
그 현상의 중심엔 마력이란 것이 존재했고, 바로 그것 때문에 주력 가문들이 총 대신 검과 마법을 쓰는 것이다.
“모두 기차에 올라타도록.”
날카로운 남자의 말에 아이들이 말없이 기차에 올라탔다.
기차 안에는 총을 휴대하고 있는 인솔자들이 이곳저곳 돌아다니고 있었다.
마력을 각성하기만 하더라도 총에 크게 다치지는 않는다.
총알 자체를 쳐 내지는 못해도 쏘려는 순간 반응해서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2단계인 신체 강화의 경지만 완벽하게 되어도 날아오는 총알에도 어느 정도 반응할 수 있다.
바로 이 때문에 총의 힘은 현실 세계처럼 절대적이진 않았다.
게다가 이곳 세계에서 총기가 힘을 잃은 결정적인 이유가 존재하는데, 그것은 바로 몬스터였다.
태어날 때부터 마력을 어느 정도 품고 있는 놈들이고 가죽 역시 동물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두껍다 보니 총이 위력을 발휘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그런 총이라도 일반인들을 상대로라면 여전히 위력적이었고, 그것을 증명하듯 기차에 탄 자들이 아이들을 상대로 겁을 주는 것 역시 총이라는 무기 하나로 충분히 가능했다.
기차 안에서 일부러 위협적으로 움직이는 인솔자들에 의해, 아이들은 겁먹은 표정으로 북부 사령부로 이동했다.
밥도 주고 충분히 잠을 잘 수 있게 해 주지만 이것이 마지막으로 느낄 수 있는 행복이라는 것을, 다들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그것을 증명하듯 며칠에 걸쳐서 북부 사령부에 도착하자마자 이제껏 아무 말 없었던 인솔자들의 표정이 사나워지기 시작했다.
“빨리 나와!”
“가장 늦게 오는 새끼들부터 박살 내 준다.”
“뭐 해! 이 새끼 반항하는 거야? 엉?”
“뛰어! 이 ×××들아!”
일부러 거친 말을 내뱉으면서 내리라고 하자 아이들이 겁먹은 표정으로 재빨리 뛰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두 밖에 나온 아이들을 향해 날카로운 인상의 남자가 고함을 쳤다.
“4열종대로 선다. 실시!”
“미적거리지?”
“뒈지고 싶어!”
“머리 없어? 이쪽에 서야 할 거 아니야!”
“정신 차려, 이 새끼야!”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4열종대가 어떤 것인지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욕설과 함께 가르쳐 주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훈련소로 향한다. 뒤떨어지는 새끼들은 지옥이 뭔지 알려 줄 테니 잘 따라오도록.”
날카로운 인상의 남자가 그렇게 말하면서 앞서가자, 양 옆에서 인솔자들이 험악한 인상으로 욕설을 내뱉으면서 아이들을 인솔했다.
제이든은 현실 세계의 군대를 다시 온 느낌에 속으로 엿 같다는 생각을 수없이 했다.
현실 세계에서도 군대를 다녀왔고 전생에서도 군대를 통솔하며 몬스터와 싸웠지만, 이렇게 밑바닥에서 구르는 건 언제 해도 기분이 참 엿 같았다.
그렇게 강제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대형 마동차에 타 북부 사령부의 훈련소에 도착했다.
“악!”
“겨우 그것밖에 못 내나!”
“악!”
“이 새끼 이거, 나약한 새끼였군! 엎드려!”
여기저기서 교관들에 의해 구르고 있는 아이들이 보였다.
성인들도 힘들다는 훈련을 아홉 살짜리 아이들을 데리고 하고 있었다.
물론 아이들인 만큼 어느 정도 사정을 두고 하고 있는 듯 보였지만 앉아 일어서와 엎드려 등의 기본적인 얼차려는 하고 있었다.
게다가 도저히 못 따라오는 아이들은 열외시켜서 열심히 굴리고 있었다.
아무리 신체 능력이 못 따라온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 정상인들만 걸러서 데려왔기 때문에 굴리면 따라오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하듯 열외되었던 아이들은 눈에 독기가 가득 찬 채 곧바로 합류해서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
“자! 집중.”
여기저기서 고통에 신음하는 동기들을 보면서 겁에 질린 아이들이 재빨리 날카로운 남자를 바라보았다.
“우린 여기까지 같이한다. 이제부터 너희들을 훈련할 교관님을 소개하겠다. 모두 집중하도록.”
인솔자가 그렇게 말하면서 가까이 다가온 교관과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는 사라져 버리자 아이들의 눈에 더 큰 두려움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나마 자신들이 아는 사람이 사라져 버리니 더욱더 겁에 질린 것이다.
“반갑다. 본 교관은 살모사 교관이라고 한다. 앞으로 여러분과 함께 훈련소 생활을 하게 돼서 기쁘게 생각한다.”
기쁘다면서 표정은 더 험악하게 구기는 살모사 교관을 보면서 아이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본 교관을 도울 하급 교관들이다. 앞으로 말만 잘 들으면 여러분에게 상냥한 교관들이 되어 줄 자들이니 친하게 지냈으면 한다.”
그렇게 말하면서 교관들을 하나하나 설명했다.
노랑 살모사부터 빨강, 파랑, 초록, 검정 살모사 등으로 자신들을 소개한 교관들이 뒤로 물러나자 살모사 교관이 다시 입을 열었다.
“여러분들이 과거에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지금부터 너희들은 그저 한 명의 훈련생일 뿐이다. 여기서 버텨 내면 훌륭한 후배님들이 될 것이고! 그러지 못한다면 패배자로 이 훈련소를 나가게 되겠지.”
그렇게 말하면서 싸늘하게 죄중을 둘러본 살모사가 양손을 허리에 얹으며 말했다.
“본 교관은 여러분들을 전부 훌륭한 군인으로 만들 것을 약속하겠다. 잘 못해도 의지만 있으면 훌륭한 군인이 될 수 있으니 절대 포기하지 말고 본 교관을 믿고 따르도록. 알겠나?”
“악!”
제이든이 눈치 빠르게 대답을 했으나 멍하니 바라보던 아이들은 갑자기 저 녀석이 왜 대답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빤히 바라볼 뿐이었다.
“1223번 훈련생 빼고 모두 엎드려.”
“엎드려! 이 새끼들아!”
“여기가 너희 집인 줄 알아!”
“정신 못 차려!”
얼타는 아이들이 전원 엎드리면서 교관들에게 욕설을 듣고 있을 때 제이든은 눈에 힘을 꽉 주고 살모사를 바라보았다.
그런 제이든이 마음에 들었는지 살모사는 살짝 고개를 끄덕인 후 설명을 이어 나갔다.
“지금부터 조를 나눌 거다. 열 명씩 25개의 조로 나뉘게 될 것이고 그 조는 이제부터 한 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한 명이 잘못해도 조 전체가 벌을 받게 될 것이니 조원들에게 폐가 되고 싶지 않으면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도록.”
살모사의 말이 끝나는 순간 제이든이 가장 먼저 자신의 자리로 찾아갔다.
눈치 빠른 자신이 마음에 들었는지 다른 교관들 역시 제이든에게 호감 가는 표정으로 작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다른 아이들을 족치기 시작했다.
어떤 곳이든 말귀를 못 알아먹고 느릿느릿하게 움직이는 녀석들이 있는 법이었고, 그 아이들은 당연히 교관들의 화풀이 대상이 되었다.
“군대가 니 집 안방이야!”
“엎드려! 이 새끼야!”
교관들이 욕설을 내뱉으면서 열심히 굴리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멍청하게 구는 아이들이 있었다.
그런 아이들을 제대로 굴릴 필요가 있다고 느낀 것인지 살모사 교관이 중저음으로 말했다.
“지금부터 1223번 빼고 저기 깃발이 보이는 곳을 찍고 이곳으로 온다. 선착순 백 명. 뛰어!”
살모사 교관의 말에 아이들이 미친 듯이 뛰어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살모사와 제이든 둘만이 남겨졌으나, 살모사 교관은 홀로 남은 그에게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첫날부터 상당히 빡세게 굴리는 교관들에 의해 기진맥진한 아이들이 정해진 조대로 서자 기초적인 제식 등을 가르쳐 주기 시작했다.
당연히 아이들 중에 못 알아먹는 사람이 존재했고 그중 하나가 제이든의 조에도 있었다.
“앉을 때 우리는, 일어설 때 하나다. 앉아!”
“우리는!”
“일어서!”
“하나다!”
“앉아!”
몇 번을 말해 줘도 못 알아먹는 자신의 조원 때문에 몇 차례 얼차려를 받은 제이든은 속으로 이를 갈며 힘겹게 훈련소의 입소식―입소식이라 쓰고 구른다라고 읽는다―을 끝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