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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5화 (5/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5)

2. 가출 (1)

몇 개월이 지나고 드디어 아홉 살이 되었다.

그동안 막내 녀석을 가르치면서 미친 듯이 수련에 열중했다.

최근 아홉 살이 되면서 굉장히 바쁘게 움직였는데,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큰 것은 무력과 관련된 변화였다.

첫 번째로는, 2단계가 가까워져 오면서 수련에 집중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마력을 각성하고 얼마나 됐다고 2단계에 올랐냐고 물을 수 있겠지만, 가장 단순한 검로를 택한 것이 도움이 되었다.

기초 검술을 기반으로 검을 휘두를 때마다 마력이 근육에 쌓이면서 마력 심장과 공명을 일으키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이 더 빠르게 성장하게끔 도와주고 있었다.

즉, 검술 각인으로 인해 성장 촉진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그럼 모두들 기초 검술을 위주로 수련하면 되지 않느냐고 물을 수 있는데, 이 기초 검술은 결국 한계가 명확했다.

경지가 올라갈수록 한계를 드러내기 때문에 어렵더라도 처음부터 고위 검술로 각인 작업을 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가문에 들키지 않고 몰래 군부에 입영 신청서를 넣었다는 점이다.

북부군은 특이하게 아홉 살의 어린 나이임에도 부모의 동의서를 받지 않아도 되었는데, 북부군에 지원하려는 자가 부족하다 보니 그만큼 사연 있는 자들이 많이 입대할 수 있게 된 것이 그 이유였다.

정확히는 지원하려는 자는 충분히 있으나 매번 죽어 나가는 사람이 많다는 게 옳은 표현이었다.

그렇다 보니 항상 사람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치는 곳이 북부군이었다.

세 번째로는, 불완전한 재능이 뭔지에 대해 알았다는 것이다.

이건 정말 우연이었는데, 막내 녀석을 가르치다가 문득 신수에 대해 궁금해 물은 것이 시발점이 되었다.

“신수를 가진 건 어떤 느낌이냐? 정령사도 묘한 감각을 갖고 있다고 들었는데…….”

녀석과 대련할수록 점점 자신이 가진 것들이 바닥나고 있다는 느낌에 자괴감이 들었을 때 한 질문이다.

그랬더니 녀석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자연과 소통하는 느낌? 근데 동물들이랑 되게 친해진 것 같은 느낌?”

‘뭔 개소리야?’라는 표정으로 바라보자 녀석이 그 이상은 설명하기 어렵다며 곤란해했다. 그러다가 문득 백사자에게 자신에게도 신수에 대한 재능이 없냐고 물어보면서 알게 되었다.

시스템이 말한 불완전한 가문의 재능.

그것이 바로 신수에 관한 재능을 뜻한다는 것을.

“나한테도 신수에 관한 재능이 있다며!”

“그게…… 맹수들은 약한 자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유약한 너보다는 내가 강자 같지 않냐?”

“그건…… 그런데…….”

하도 어이가 없어서 말하자 옆에 백사자가 작게나마 실체화하면서 제이든에게 으르렁거렸다.

명백히 그보다 에이든이 훨씬 강자다운 기운을 품고 있다고 말하는 듯했다.

“어…… 어쨌든 형님도 신수에 재능이 있다고 하니까 잘 살펴보세요.”

“후…… 어떤 재능인지도 모르는데 무작정 찾을 수 있겠냐? 그냥 하던 거나 해야지.”

“그래도요. 아깝잖아요.”

“여유 있을 때 찾아볼게.”

이런 식으로 마무리되었던 기억이 있었다.

물론 그 이후로 몇몇 동물들을 찾아보았다.

솔직히 많이 찾아봤다.

다람쥐, 시궁쥐, 돼지, 소, 개, 고양이 등등 웬만한 건 다 찾아보았다.

근데 희한한 게 닭을 보았을 때 뭔가 친근감이 느껴지긴 했다. 그 이상 뭔가 없어서 포기했지만…….

혹시 새에 관련된 건 아닐까 싶었지만 시간이 없어서 아직 확실히 알아보진 못했다.

새는 잡기도 어렵고 교감하기도 짜증 났기에 차일피일 미루다가 이날까지 온 것이다.

어쨌든 이렇게 바쁜 나날들을 보내면서 결국 입대 예정일에 가까운 날까지 도달하고 말았다.

‘아홉 살에 입대라니…….’

그것도 무려 20년 복무 예정인 군대에 입대하는 꼴이었다.

물론 훈련소를 나온 후에는 6년간 군사 아카데미에서 교육을 받을 예정이지만 그래도 다른 아카데미보다 훨씬 규율이 심하고 군대처럼 상하 관계가 있는 곳이다 보니 그냥 어린이 군대라는 생각이 드는 곳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그 6년도 군 복무 생활에 포함된다는 점이다.

그게 아니었으면 26년이니 바로 선택지에서 지웠을 것이다.

“사자의 길…….”

수련을 마치고 쉬고 있던 제이든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처음엔 20년 예정이라는 생각에 차라리 가문에 남아 있을까 싶었지만, 잘 생각해 보니 곧 레온하르트 가문에서 미친 일이 벌어진다는 생각이 들어 곧바로 머릿속에서 지웠다.

어린아이들을 맹수의 숲에 처박아 두고 일주일 이상 생존하게 만드는 것이 사자의 길이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매번 숲에 들여보내 기간을 늘리고 임무를 하나씩 부여한다.

사자는 자신의 새끼를 절벽에 떨어뜨려 강하게 키운다는 이야기에 감명받은 레온하르트의 한 조상이 만든 육성법이었다.

실로 미친 육성법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혈통이 보통 혈통인가?

그 미친 육성법을 통해 더 강해지는 놈이 수두룩하게 나오다 보니 그것이 정말 좋은 육성법인가 싶어서 따라 하는 가문들도 생길 정도였다.

실제로 현 가주 역시 열세 살의 나이에 맹수의 숲에서 세 달을 버텨 냈다.

심지어 오크의 목 100개를 가져온 인물이었다.

그 후로 얼마 지나지 않아서 4단계에 진입했으니 전혀 효과가 없다고 할 수 없지만 사자의 길을 진행할 때마다 아이들이 죽어 나가는 걸 생각하면 미친 짓임은 틀림없었다.

“역시 여긴 미친 곳이야.”

생각하면 할수록 여긴 미친 곳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군대가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지금은 어리고 그에게 쓰레기라는 이미지가 박혀 있어서 자유롭지만, 사자의 길이 시작되고 나면 본격적으로 가문의 본색이 드러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흉포한 동생 놈들의 본성 역시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전생에 그렇게 겪어 봤던 놈들이니 다시 녀석들을 마주하게 된다면……. 생각만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수밖에 없었다.

“형님, 대련 한판 어떠십니까?”

“좀 쉬자.”

“그동안 쉬시던 거 아니었습니까?”

요즘 들어 자신감이 붙었는지 자신에게 대련을 요청하는 일이 잦아진 에이든이 목검을 깔짝거렸다.

그 모습을 본 제이든이 동생의 도발에 참지 못하고 그대로 일어나 대련을 했다.

그리고 어김없이 승리.

“아가야, 아직 멀었다.”

“힝! 이번엔 가능성이 있었는데…….”

오늘도 패배한 에이든이 아쉽다는 듯 울상을 지었다. 저번에 당한 잡기술을 파훼하면서 빈틈을 노려 보았지만 애초에 그것을 유도한 제이든이 여유롭게 막아 내면서 승리를 거머쥔 것이다.

‘살아온 세월 차이가 있는데 몇 개월 만에 따라잡히면 억울해서 못 살지.’

아직 2단계에도 들어서지 못한 녀석에게 실전으로 다져진 5단계 기사가 진다면 그것도 쪽팔린 일이다.

어쨌든 제이든은 다시 한번 가볍게 에이든을 눌러 준 후 나무둥치에 앉아서 명상에 잠겼다.

마력 호흡을 통해서 소모된 마력을 완전히 채워야 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검술 훈련을 하더라도 몸에 항상 마력이 넘쳐 났었는데 이제는 마력 소모가 상당히 많이 일어났다.

그건 점차 검술에 육체가 맞춰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검술을 펼칠 때마다 온몸의 근육이 사용되면서 동시에 마력 역시 그에 반응해서 움직이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마력 소모량이 늘어난다.

이것이 극한까지 일어나면 검마저 신체 연장선으로 마력이 발출되는데 이것이 3단계였다.

즉, 훈련할 때 마력 소모량이 늘어날수록 실력이 상승하고 있다는 증거가 되었다.

“후…….”

마력 호흡법을 끝마친 제이든이 나무둥치에 앉아서 주머니에 챙겨 온 해바라기씨를 꺼냈다.

간식으로 먹기엔 제격인 말린 씨앗은 물과 함께 먹으면 체력 보충으로 좋았다.

저 멀리서 수련하고 있는 에이든 역시 언젠가부터 그를 따라 하기 시작했는데, 그의 훈련 방식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녀석…….”

귀여운 에이든을 보면서 피식 웃고는 씨앗을 한 움큼 집어서 입에 털어 넣으려는 순간.

옆에서 귀여운 뱁새 한 마리가 파드득 날아들었다.

보기만 해도 귀여워 보이는 뱁새가 자신을 향해 다가온 것도 이상했지만,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것인지 자신에게 성큼 다가와 빤히 바라보았다.

-짹!

“응?”

그의 손에 살포시 안착한 뱁새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한 움큼 움켜쥔 손을 부리로 콕콕 쪼면서 어서 손을 열라고 재촉했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잠시 지켜보던 제이든은 손바닥을 펴서 녀석이 먹기 쉽게 만들어 주었다.

그러자 파드득거리면서 손바닥에 올라온 뱁새가 씨앗을 콕콕, 맛있게 집어 먹기 시작했다.

“이거 힐링 되네.”

귀여운 뱁새를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 잡생각이 사라지면서 멍하니 바라보게 되는 힐링 시간이 되는 것 같았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게 만드는 마성의 뱁새님을 영접하는 순간, 훈련이고 뭐고 그저 뱁새님이 먹는 장면 하나하나를 눈동자에 담았다.

그러다 ‘작은 몸뚱이로 어떻게 저렇게 많이 먹지?’ 싶을 정도로 씨앗을 해치운 순간 뱁새가 이번엔 그의 코 위로 날아올랐다.

절묘하게 콧잔등에 올라온 뱁새는 빤히 그를 바라보다가 부리로 이마를 콕 찍었다.

“어?”

이마에 뱁새 녀석의 부리가 톡 하고 부딪치는 순간 갑자기 주변의 감각이 이상해졌다.

시원하게만 느껴지던 바람이 흐름을 타고 이동하는 것이 느껴졌고, 나무가 바람과 소통하는 것이 느껴졌다.

내리쬐는 햇빛에 반응하는 대지의 기운도 느껴졌는데, 가장 충격적인 것은 주변에 날아다니는 새들의 의지가 느껴지는 것이었다.

“이거 설마……?”

제이든이 설마 하는 표정으로 뱁새를 바라보는 순간 녀석의 깃털이 푸르스름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붉은 오목눈이의 깃털 사이사이에 푸르스름한 기운이 망울망울 맺혀 있는 것이 보였다.

그 순간 이 세상에서 둘만 남은 것처럼 그와 뱁새는 서로만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마치 시공간에 둘만이 살아 있는 것 같은 묘한 느낌이 들었다.

둘 사이에 교감이 일어나고 동시에 영혼의 끈이 서서히 얽혀 들어가는 순간, 제이든은 둘만이 존재하던 세상에서 빠져나왔다.

자연력이 풍부한 현계로 돌아온 순간 정신이 멍해지면서 뱁새의 감각이 그에게도 느껴졌다.

자신과 뱁새의 감각이 동시에 느껴지는 이 묘한 느낌에 제이든이 정신을 차리지 못할 때였다.

-불완전한 가문의 재능을 개화했습니다. 당신의 재능은 ‘조류 박사’입니다.

-오직 조류에 한정해 누구보다 높은 신수 감응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첫 계약자인 뱁새를 예쁘게 키워 주세요.

-푸른 뱁새(일반) : 마나 회복력, 활력에 탁월한 재능이 있다. 좀 더 성장하면 내․외상의 치유 능력을 개화할 수 있다.

-일반 등급 계약 칸이 꽉 찼습니다. 더 이상 일반 등급과 계약하실 수 없습니다.

-첫 능력 개화로 특전을 드립니다. 보상 : 전설종 계약 칸 수 1개

-남은 계약 가능한 숫자 : 희귀(1)-전설(2)-신화(1)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기계음과 함께 허공에 푸르스름하게 떠오른 글자들을 멍하니 바라보던 제이든이 서서히 글자가 사라지자 정신을 차렸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자신의 신수 능력이 개화될 줄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그는 멍청하게 뱁새를 바라보았다.

“너…….”

능력을 개화시켜 준 뱁새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그를 예쁘게 바라본다.

그러자 순간 뭐라고 묻고 싶었던 것들이 모조리 머릿속에서 지워지며, 그는 그저 뱁새를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그래, 뭐가 중요하냐? 우리 예쁜 뱁새가 있는데…….”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