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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2화 (2/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2)

1. 가출을 위한 준비 (1)

-갓 게임의 첫 번째 유저가 되셨습니다. 오스리아 대륙을 멸망으로부터 구원하세요.

-베타테스터 특전으로 제이든 레온하르트의 여덟 살 무렵으로 동기화됩니다.

-레온하르트가 혈통의 고유 능력이 불완전하게 발현됩니다.

-메인 퀘스트 ‘가문의 주인이 되어라’가 주어집니다. 메인 퀘스트를 깨고 대륙 멸망의 저지에 한 발자국 다가가세요.

여러 개의 알림음과 함께 어린 제이든의 몸으로 들어온 이정후는 한동안 패닉 상태에 빠졌다.

자신이 이때까지 했던 모든 것들이 신이 만든 게임의 베타테스트였다는 충격적인 결과를 듣고 이틀 정도를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았다.

어린 시절 본 적 있는 시녀가 걱정스레 식사를 가져다주었지만 먹는 둥 마는 둥 하면서 멍하니 틀어박혀 있던 제이든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지금 자신의 상황을 차분히 정리했다.

제국 최고의 가문 중 하나인 공작가도 결국 무너졌다.

북부는 멸망한다.

제국도 시간문제일 뿐 결국엔 멸망할 것이다.

베타테스트와는 다르게 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올지도 모르지만 그렇다 해도 멸망을 막지는 못할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한 제이든은 한 가지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서른다섯 살까지 버티는 것.

대륙 멸망을 저지하는 것보다 일단 생존하기 위한 전략을 짤 수밖에 없었다.

“메인 퀘스트는 버려야겠네.”

베타테스트에서 메인 퀘스트를 깨기 위해 움직이다가 철저히 박살 난 경험이 있기에 곧바로 버린다고 결론을 내린 후 그는 생존하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현실 세계에서 교통사고로 죽음이 임박한 그에게 왔던 빛덩이.

아마 그를 제외한 다른 베타테스터들도 저마다 사연이 있는 자들일 것이다.

그런 자들이 보상을 바라고 악바리같이 움직였음에도 결국 막기는커녕 흐름에 쓸려 내려갔다.

“내가 죽은 나이가 서른한 살이니까…….”

베타테스트 때보다 4년을 더 버텨야 했다.

만약 베타테스트와 똑같이 흘러간다면 제국의 수도에서 숨죽이고 산다 하더라도 2년을 버티지 못하고 죽을 것이다.

일찍부터 타 대륙으로 넘어간다 한들 과연 4년을 더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쪽도 북부에서 공허의 게이트가 열리는 건 똑같았기 때문이다.

“못 버티겠네.”

제이든은 깊은 한숨을 쉬면서 안전한 곳에서 몸을 숨기고 버텨 보려는 생각을 폐기했다.

가주가 되고 몰려오는 몬스터를 막기 위해 그렇게 발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버틴 시간은 2년도 되지 못했다.

제국의 수도라 한들 개떼처럼 몰려오는 몬스터 웨이브를 1~2년 더 막으면 다행일 것이다.

그나마 타 대륙은 좀 더 버틸 것 같다는 소문을 들었으나 그래 봤자 약간의 차이일 것이다.

“그렇다면 제국의 남부 지방으로 피해야 한다는 건데…….”

그러려면 일단 이 오스리아 대륙이 어느 정도는 버텨 줘야 한다.

그래야 남부로 넘어간다 해도 서른다섯 살까지 버텨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공허의 게이트 최전선인 제국 북부와 야만의 땅에 사는 야만족들이 버텨 줘야만 한다는 전제 조건이 필요했다.

‘그때처럼 단번에 쓸리면 안 돼.’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제이든은 자연스레 북부의 최강자로 군림하는 가문을 생각해 보았다.

고대의 신수인 백사자를 따르며 만들어진 이 가문은 사자를 신성시하는 가문답게 굉장히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곳이었다.

잔혹하고 강함만을 숭배하는 이 야만적인 가문은 능력조차 사기적이었다.

이런 곳에서 장남으로 태어난 제이든은 혈통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는지 지극히 평범한 재능을 가졌고, 현실 세계의 자신 역시 평범했기에 살아남기 힘들었다.

그런 자신이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주가 되기 위해 황궁을 끌어들이면서 결국 가주가 되었다.

“곧바로 말아먹었지만…….”

제이든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면서 과거를 회상했다.

전쟁터에서 현 가주이자 아비가 죽고 황궁의 힘을 빌려 가주가 된 자신이지만 고작 2년을 버티지 못하고 가문을 말아먹었다.

메인 퀘스트를 하나씩 깨 나가면 뭔가 달라질 줄 알았는데 그딴 건 없었다.

보상은 없었고, 달라지지 않는 그의 재능은 결국 가문을 말아먹게 된 원흉이 될 수밖에 없었다.

갓 게임이라고 하지만 말이 게임이지 상태창도, 스킬도 없이 그냥 몸으로 때우는 이건 그냥 또 하나의 현실과 다를 바 없었다.

고유 능력 역시 혈통에서 나오는 힘이니 사실상 칭호가 게임의 힘을 빌릴 유일한 수단인데, 얻는 게 무지막지하게 어려웠다.

즉, 칭호를 제외한 어떠한 게임적 요소도 없는 것이다.

이런 곳에서 살아남으려면 스스로 노력해서 힘을 쌓을 수밖에 없었다.

“내 재능은 바닥이니 동생들의 손을 빌릴 수밖에 없다는 건데…….”

레온하르트 가문이 제대로 굴러가려면 결국 동생들 중 하나가 가주가 되어야 하는데, 이놈의 자식들이 가주가 된다면 해충보다 못한 자신을 무조건 죽이려 들 것이다.

그렇다고 또다시 가주가 될 수는 없었다.

일단 가문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야 미래에 조금이라도 더 버틸 테니까.

“답은 가출인가?”

동생들을 피해 달아나려면 어린 나이에 가출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하지만 가문의 눈길을 피해 도망갈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북부의 특수성이 생각났다.

수없이 많은 몬스터들을 막기 위해 어릴 때부터 살인 병기로 키우는 특수부대를 육성하는 곳.

검술, 마법, 전략 등 재능이 있다면 어떻게든 키워 내는 곳.

북부군 양성소.

남들은 아홉 살의 나이에 기초 아카데미에서 숫자와 글자, 기초 학문을 배울 때 검을 휘두르고 죽이는 방법을 가르치는 곳이었다.

하지만 신분을 따지지 않고 오로지 재능만을 따지는 곳이기도 했다.

평민과 멸문 직전의 귀족 가문엔 부활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고, 일반 귀족 가문의 가주가 되지 못한 자제들 역시 그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원자는 저조했다.

지원 요건이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일단 지원하게 되면 최소 20년 이상 복무할 자.

오직 북부의 최전선에서만 복무할 자.

이 두 가지만 하더라도 미칠 지경인데 심지어 이름마저 가명으로 써야 했다.

지원하는 것과 동시에 어떤 가문에서 오든 번호를 부여받고 훈련받으며, 훈련이 끝나고 자대에 배치되는 순간 군대에서 부여한 이름으로 군에서 복무해야 했다.

즉, 전역 전까진 그는 세상에서 지워진 사람이 되는 것이다.

명예도 뭣도 없는 살인 병기가 되는 것을 달가워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선택지가 없네.”

엿 같은 재능충들을 피해서 달아나려면 그도 어느 정도 위험은 감수해야만 했다.

20년 복무 기간이라는 게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적어도 가문에서 그에게 호의적인 놈 하나는 만들어 둬야 안전했다.

게다가 그보다 두 살 어린 쌍둥이 놈들은 개망나니들이니 그들을 견제할 녀석들이 필요했다.

자신보다 두 살이나 어린 놈들이 벌써부터 마력을 깨우며 시종들을 패고 다니는 녀석들이었다.

그런 미친 녀석들을 견제하려면 심성이 고운 건 둘째 치고 재능이 있어야 했다.

문제는 이곳이 사자 가문이라는 것이다.

재능은 다들 출중하겠으나 어딘가 나사 하나씩 빠진 놈들이라는 게 문제였다.

“하…… 돌겠군.”

사자 중에서 특히 백사자를 신성시하는 레온하르트는 백사자의 특징조차 닮으려 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많은 부인들에게서 단기간에 많은 자식을 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중 가장 우월한 자에게 가문을 맡기는 것이 관례였는데,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었다.

사자 가문답게 부인을 일곱 명이나 둔 그의 아비 밑에는 같은 나이대의 자식들이 여럿 존재했다.

자신이 몇 달 차이로 간신히 홀로 여덟 살일 뿐 바로 아래의 일곱 살만 봐도 두 명이었으며 여섯 살은 네 명이었다.

이렇게 된 이유는 부인당 단 한 명의 자식만 낳겠다는 현 가주의 다짐 덕분이었다.

그게 아니었으면 다른 가주들처럼 자식들만 서른 명 이상이 되었을 것이다.

한 가지 더 특이한 건 자식들이 전부 다 살아 있는 것과 달리 부인은 고작 두 명만 살아남았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레온하르트의 어린 혈통을 지키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외부에서 온 부인은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다.

그 때문에 이 몸의 어미 역시 죽었고, 남은 두 부인들 역시 독에 중독된 여파로 몸 상태가 썩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한마디로 개판이라는 거지.’

생각하면 할수록 답이 없는 이 가문에서 하루라도 빨리 나가고 싶었다.

“하…… 그나마 정상이라면 막내뿐인데…….”

막내에 대해서라면 딱히 기억나는 게 없었다.

그가 동기화되기 전에 죽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분명 다른 놈들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동기화된 이후 막내에 대해 알아봤을 때 유약했고 지원받지 못해 안타깝게 죽어 나간 인물로 남겨졌기 때문이다.

아마 동생 놈들 중 하나가 죽였을 가능성이 높았다.

둘째 놈은 광전사 기질을.

셋째 놈은 사이코패스.

쌍둥이 녀석들은 변태적인 살인마 취향이 가득했고.

여섯째 녀석은 음흉한 놈이었다.

이 미친놈들 중 하나가 분명 막내를 죽였을 것이다.

그 당시 기록에 막내의 재능이 너무 뛰어나 질투심에 누군가가 죽였을 거라고 소문이 돌았다고 했으니 어쩌면 그게 사실일지도 몰랐다.

막 이 몸에 동기화되어 막내에 대한 소문을 들었을 때, 사실 소름 돋았었다.

재능도 없는 이 몸이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유는 머지않아 알 수 있었다.

바로 장남의 특권.

아무리 강자존을 외치는 레온하르트 가문이라 하더라도 귀족 가문답게 장남의 권한은 상당했다. 바로 그것 하나로 여태껏 목숨을 부여잡았고, 결국 황궁의 힘을 빌려 잠시지만 가주 자리에도 앉았다.

여기까지 회상하자 베타테스트에서 여기저기 굴러 가면서 고생했던 것이 생각나 제이든은 잠시 눈시울이 붉어졌다.

“후! 막내 녀석의 소문이 사실인지부터 확인하자.”

그는 장남의 특권으로 어린 나이부터 레온하르트의 비전 검술을 익힌 데다 과거의 기억으로 가문의 가주에게만 내려진 검술까지 죄다 알고 있었기에, 소문대로 막내 녀석의 재능이 미친 녀석들을 발라 버릴 정도로 뛰어나다면 전부 가르쳐 줄 생각이었다.

이왕이면 미친놈들보단 유약하지만 착한 녀석이 가주가 되는 게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도 좋았다.

막내 녀석에게 빚을 지워 두면 후에 자신을 죽이러 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게다가 미래에 마스터라도 된다면 북부를 지키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아!”

방 밖으로 나가려던 제이든은 몸 상태를 확인했다.

동생 놈의 재능을 확인하려면 일단 그 자신부터 어느 정도 실력을 갖고 있어야 했다.

쪼그려 뛰기부터 시작해 스트레칭을 하면서 대충 몸 상태를 확인한 제이든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쓰레기네.”

베타테스트에서 재능이 없다고 확인할 때부터 느꼈지만, 원래 이 몸의 주인은 재능이 없는 건 둘째 치고 의욕조차 없었던 게 분명했다.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 몸에 근육 한 점 없는 게 말이 되지 않았다.

“재능이 없으면 노력을 해야지. 쯧! 노력이 부족하네.”

어르신들의 말씀 하나 틀린 거 없다.

실력이 없으면 노력을 하고, 그래도 부족하면 노오오오력을 하면 된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재들의 재능을 따라갈 순 없겠지만 10년 20년 노력하다 보면 범재로도 수재들이 노는 근방까진 따라잡을 수 있었다.

그것을 증명한 것이 베타테스트 시절의 그 자신이었다.

“마력 각성도 못 했고, 몸도 개판이네.”

몸이 개판이어도 마력 각성이라도 했으면 비벼 볼 여지라도 있겠지만 이 몸은 현재 그것조차 아니었다.

이 몸이 처음 마력 각성을 한 것이 열세 살 때였다.

범재보다 빠르지만 영약을 그렇게 처먹으며 지원받은 결과가 범재보다 약간 나은 수준이라는 건 둔재라는 뜻이다.

“후…… 일단 몸부터 만들어야겠어.”

제이든은 한숨을 쉬면서 방 안에서 간단한 몸풀기 작업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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