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화. < 썩은물은 전능의 혼을 각성합니다 >
쩌억!
날카로운 이빨이 돋아난 거대한 아가리가 크삭스클루트, 그리고 다크니스를 덮친다.
키잉, 키잉!
감각이 불길한 신호를 보내온다.
초월의 신격을 얻은 내 감각은 일반적인 감感이란 것과는 거리가 멀다.
불길한 신호를 보내온다는 건 곧 일어날 일을 예견하는 것.
“어딜!”
웅웅!
찰나의 순간 허공에 새겨난 오색찬란한 검은 내 의지를 담은 검, 초월의 권능에 의해 생성된 천둔의 검이었다.
내 의지가 움직인 이상 그것이 무엇이든 베지 못할 것이 없다.
서걱!
시공간을 초월한 천둔의 검이 안개 녀석을 베었다.
「크흐흐…」
그건 동시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천둔의 검이 육신을 벤 것, 그리고 녀석이 두 형제를 삼킨 것.
「늦었다. 이것은 예견된 운명. 나는 전능한 육신으로 다시 태어나리라!」
“좆까!”
녀석이 무엇을 계획하고 있는지 파악했다.
녀석들은 아자토스 할아버지의 성체를 탐하여 강력한 권능을 손에 넣었다. 강력한 힘을 나누어가진 것. 하지만 지금 안개 녀석은 두 형제를 먹어치워 온전한 하나의 힘을 얻고자 했다.
“흐읍!”
초월의 격을 얻은 이후 처음으로 집중했다.
구구궁!
부서진 도자기와 같이 산산조각난 하늘에서부터 떨어져 내리는 건 거대한 망치였다.
오색찬란한 휘광에 휩싸인 그 망치는 내 의지로 탄생한 것.
“여기서 끝이다!”
내 앞에서 허튼수작을 부리려는 안개 녀석에게 내리는 심판의 망치.
쿠웅!
마침내 지면에 닿은 심판의 망치가 차원 전체를 들썩이게 했다.
정면. 납작만두가 된 안개 녀석의 형체가 꿈틀거리고 있다.
내 전력이 담긴 권능에도 질긴 생명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건...?”
수상쩍은 기운을 감지한 니알라토텝이 신음한다.
"쯧."
녀석이 감지한 것을 내가 파악하지 못할 턱이 있나.
꿈틀꿈틀.
마치 슬라임처럼 꿈틀대던 안개,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형제를 삼켜 완전한 전능의 육신을 얻은 괴물이 변화하고 있었다.
파앙!
풍선처럼 팽창했다가 축소, 늘어났다가 줄어들었다가, 마치 누군가 찰흙으로 빗는 것처럼 형체가 뒤바뀐다.
어떻게 보면 웃어넘길 수 있는 광경. 하지만 장내의 분위기는 그렇지 못했다.
“아아..."
“이 정도 존재감이라니.”
나를 제외한 모두가 공포와 절망에 몸을 떨었다.
아직 완전한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였음에도 녀석이 내뿜는 기운은 모두에게 절망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초월의 격을 얻은 나도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니 따로 설명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진정해!”
다시금 발휘된 절대언령이 장내를 휩쓸었고.
“허억!”
그제야 공포에서 벗어난 이들이 참았던 숨을 토해냈다.
“변신 끝날때까지 기다려주는 착한 악당이 되고 싶지는 않으니까 빨리 힘 좀 써봐.”
그들의 정신을 깨운 건 단순한 호의가 아니었다.
녀석의 변신이 완성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측할 수 없다. 아니, 한 가지 만큼은 분명하다.
지금처럼 웃을 수 없다는 것. 최악의 적이 탄생하는 건 기정사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일은 막아야만 한다.
“용기, 행운, 에라, 몽땅 받아라!”
절대언령을 통해 녀석들에게 온갖 능력 향상의 축복을 내렸다.
“우오웃!”
“힘이 솟는다!”
비록 일순간에 한한 능력 상승이지만, 조금 전과 비교하면 족히 배 이상의 능력 향상이 있을 터.
“조져버려!”
선빵필승!
집중에 집중을 더해 의지의 검을 가다듬었다.
파파파팟!
주위를 장식한 건 내 날카로운 나의 의지로 벼린 검.
"전능하시 분을 위하여!”
내 의지에 반응한 동료들과 영광의 군대, 모두가 권능을 일으켰다.
쿠쿠쿠쿠쿵!
동시에 일으킨 기운으로 인해 차원이 격하게 요동쳤다.
강력한 에너지의 집중으로 차원이 요동치는 건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긴 하지만, 정도가 심했다.
차원의 붕괴가 가속화되고 있다.
빨리 렐름의 심장을 복원하지 못한다면 붕괴된 차원 속에 갇혀 영원히 그곳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가랏!"
주위를 장식한 무한한 의지의 검, 그리고 아군의 폭격이 변화하는 녀석을 향해 쏟아졌다.
쾅, 콰쾅, 콰콰콰쾅!
쉴 새 없이 울리는 폭음. 그건 일반적인 폭발과는 달랐다.
녀석을 향한 공격 하나하나에 깃든 기운은 나도 경시할 수 없는 위력을 담고 있었다.
파파팟!
그리고 내리꽂히는 의지의 검.
전능의 힘이 깃든 무한의 검은 벌겋게 속살을 드러낸 녀석의 육신을 사정없이 쑤셔댔다.
털썩.
분명 느낄 수 있었다.
공격 도중에 소멸하는 녀석의 기운을 말이다.
하지만 내가 누구인가.
“확실하게 끝을 보자.”
돌다리를 두들기다 못해 새로 건설하는, 치밀한 녀석이다.
비록 녀석의 기운이 소멸했다고는 하나 안심할 수 없다. 무슨 짓을 벌일지 알 수 없는 녀석이기에 좀 더 확실하게 할 필요성이 있는 것.
웅웅!
내 의지와 함께 사방을 장식한 의지의 검이 하나로 합쳐졌다.
눈을 뜰 수 없이 찬란한 광채를 발하는 그 검은 그야말로 나의 의지를 대신하는 검.
팟!
눈부신 광채를 발하던 찬란한 검이 사라졌다.
푸욱!
검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곳은 차갑게 굳어버린 안개 녀석의 정수리였다.
정확히 녀석의 정수리를 관통한 검은.
지이잉.
격렬한 진동과 함께 검에 깃든 기운이 불안정하게 뒤섞이기 시작했다.
마치 원자핵 반응과 같이 뒤섞인 기운은 충돌을 일으켰고, 그 결과는 한 가지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콰콰콰콰콰쾅!
어마어마한 폭발. 강력한 그 폭발은 차원을 통째로 날려버릴 수도 있을 정도로 강력했지만, 폭발의 범위를 줄여놓았다.
범위를 좁혀 놓은 덕에 영향력 내에 있는 존재는 더욱 강력한 폭발에 휘말릴 수밖에 없는 것.
폭발의 여파로 인해 주변을 자욱한 안개가 감쌌다.
그것은 안개 녀석의 실체가 흩어지면서 생긴 변화.
완벽하다. 나와 동료들의 공격으로 인해 안개 녀석은 그냥 안개가 되어 흩어졌다.
스윽.
가볍게 손을 휘저어 시야를 방해하는 안개를 거두었다.
마침내 드러난 광경.
"음?"
분명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아야 할 그곳에 무언가 남아 있다.
"알?"
“형님. 저건 알인 것 같은데요?”
그렇게 간단한 건 나도 안다.
폭발의 여파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점박이 알이었다.
하얀 바탕에 검은 반점이 새겨져 있는 얼룩무늬 알. 물론 보통의 알이 아니라는 건 단번에 알 수 있다.
“그냥 사라져.”
가까이 다가가 확인할 이유가 없다.
수상쩍은 모든 건 제거한다. 특히 그게 안개 녀석의 존재가 소멸한 장소에 나타난 것이라면 더더욱이.
콰앙!
확실한 소멸을 위해 내가 선택한 건 파괴였다.
순수한 에너지를 방출해 알에 충격을 가했고, 충격을 이기지 못한 점박이 알이 산산이 부서졌다.
뭔가 나올지 모른다.
혹 눈으로 보이지 않는 존재라 해도 내 감각을 벗어나진 않을 것이다.
장내를 지배한 건 정적.
알을 깨고 나온 건 무엇도 없었다.
혹시 뭔가 내가 놓친 게 있나 싶어서 고유의 감각을 활성화했지만, 마찬가지.
알은 단순한 장식, 혹은 속임수에 지나지 않았던 건가?
“아무래도 여기가 종착역이었던 것 같습니다.”
무신 할배가 합장하며 긴 여정의 끝을 알렸다.
나 또한 그 말에 동의한다.
최후의 발악으로 완전한 전능의 육신을 가지고자 했으나 폭격을 맞고 장렬히 산화한 것 같다.
“그래. 아무래도 여기서 끝...”
푸확!
하지만 아직 끝은 아니었다.
“뭣?!"
합장하던 무신 할배의 육신이 양단된 채로 지면에 허물어졌다.
그건 우연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쓰러지던 무신 할배의 상반신이 내 쪽을 바라봤고.
씨익.
그 어느 때보다 환하게 웃고 있는 무신 할배, 아니 갸초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놈이다!”
니알라토텝이 부르짖었다.
씨발!
하지만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녀석을, 기척이나 존재감조차 느낄 수 없었다.
키잉, 키잉!
집중, 그리고 또 집중.
고유 감각의 영역을 좁게, 하지만 아무 세밀하게 퍼뜨렸다.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육신이야 얼마든지 존재한다. 하지마 존재마저 숨길 수는 없는 법.
자, 나와라, 나와라!
“컥!"
“커헉!”
사방에서 비명이 터져 나온다.
비록 나와 함께한 시간은 길지 않으나 그래도 뜻을 함께 하기로 했던 아군. 영광의 군대가 쓰러지고 있었다.
“대체 이게 무슨...”
“어디냐, 나와!”
“어째서 느껴지지 않는 것인가...”
장내를 물들인건 혼돈과 공포였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빠른 속도로 아군을 죽이고 있다.
이 빌어먹을 사태가 당황스러운 이유는 그게 단순한 육신의 죽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어나.”
전능의 격을 손에 넣었기에 생과 사도 간섭할 수가 있다.
물론 창조의 권능을 사용하는데 막대한 에너지가 소모되지만, 소중한 동료를 살리는데 그런 게 뭐가 중요하겠는가.
“일어나, 일어나라고!”
몇 번에 걸쳐 창조의 권능을 사용했으나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갸초는 소멸했다. 그것도 완전한 소멸. 렐름에도 영혼이 묶이지 않은 채 완전히 소멸하고 말았다.
“크악!”
누군가의 비명이 나의 상념을 깨웠다.
갸초의 죽음을 슬퍼할 시간이 없다.
지켜야 할 소중한 동료들이 죽어가고 있다. 여기서 무너진다면 그들도 모두 잃게 될 것이다.
“흩어져. 다들 다른 방향으로 흩어져!”
당장 생각나는 방법은 분산이었다.
만약 적이 안개 녀석 하나라고 한다면 사방으로 도주하는 아군을 모두 죽일 순 없을 것이다.
어차피 최종 목표는 나. 그렇기에 흩어진다며 나를 대상으로 찍을 확률이 높다.
슈욱!
내 명령을 들은 아군이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나 또한 의지를 움직여 공간을 뛰어넘으려고 하던 그 순간.
스스슥.
장내를, 아니 영역 전체를 뒤덮는 미지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쓰읍!"
불길한 기운. 다급히 그 기운을 몰아내기 위해 귀능을 발휘했지만.
퍼퍼퍼펑!
내 영향력이 지배하기 직전에 상황은 종료되어 있었다.
연달아 들리는 폭음과 함께 수많은 아군, 영광의 군대에 포함되어 있던 병력 대다수가 소멸을 맞이했다.
“개새끼!”
흥분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채 뛰었다.
강렬한 기운을 발산하고 있는 근원지, 그 근원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뒈져버려!”
분노를 담았다.
그건 나의 전력, 모든 권능을 집중시킨 의지의 창이었다.
캉!
하지만 내가 기대했던 소릴 들을 수 없었다.
중간에 끼어든 어떤 방해에 의해 의지의 창은 소멸했다.
「보아라. 이것이 진정한 전능의 육신, 유일한 존재의 완성된 실체다!」
파아앙!
근원지에서 뿜어져 나온 충격파가 장내를 휩쓴다.
위험하다. 이 충격파가 예정대로 뿜어져 나온다면 나를 제외한 다른 동료 모두가 소멸에 이르고 말 것이다.
두 형제를 먹어치운 안개 녀석의 권능은 나에 버금가는, 아니 솔직히 지금 상태로는 그 이상이었다.
“씨발!”
막아야 하다.
쿠쿠쿠!
전신에 깃든 힘을 방출했다.
치칙, 치치칙!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 무형의 기운이 충돌하며 요란한 스파크를 발생시켰다.
그리고 스파크 사이로 언뜻 나타나는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전능의 힘을 얻은 내게도 그 실체가 정확히 보이지 않는다.
확인할 수 있는 한 가지는 마치 그림자와 같은 실루엣, 인간의 형체를 한 존재였다.
「네 녀석이 비록 전능의 혼을 얻었을지라도 전능의 육신을 얻은 내 상대가 될 순 없다.」
실루엣이 섬뜩한 미소를 짓는다.
「네게 축하의 선물을 주지.」
파앙!
실루엣의 육신이 기이하게 일그러지더니 셀 수 없이 많은 가시를 발사했다.
치치칙.
녀석이 발산한 기운을 견제하느라 대응이 늦었다.
그 찰나의 순간은 내게 영겁과도 같이 길고, 느리게 흘러가고 있었다.
퍼억, 퍼퍽!
최초로 쓰러진 이들은 갸초의 제자들, 오랜 시간 동안 윤회하며 수련을 쌓았던 고행자들이 가시에 꿰뚫렸다.
그들 또한 갸초와 마찬가지로 마지막 순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씨익.
갸초와 다르지 않다.
그들은 미소를 보였다.
푸욱!
아흐메디가 심장을 관통 당했다.
가시에 주입된 기운, 모든 생명을 말살하는 독과 같은 기운이 전신에 퍼졌고, 막내의 존재가 사라진다.
막내 녀석 또한 쓰러지는 순간 나를 응시하며 미소를 보였다.
임수아, 젤루, 바포르, 아만.
쓰러지는 그들 모두가 내게 미소를 보였다.
퍽!
섬뜩한 소음과 함께 가녀린 육신이 허물어진다.
그녀 또한 나를 바라보며 담긴 마지막 미소를 보여주었다.
‘마스터를 만나 행복했어요.’
모두가 같은 뜻.
마지막으로 쓰러지는 그녀를 바라보며 내 이성의 끈이 끊어졌다.
「너의 분노는 생명을 불사르는 힘이 될지니.」
할아버지의 의지가 나의 머릿속에서 울려퍼졌고.
[마지막 알림이 될 것 같습니다.]
[당신은 키워드, 분노를 해방하여 전능의 혼을 완전히 각성했습니다.]
[숨겨진 히든 키워드를 발견하였기에 시스템은 완전 소멸하게 됩니다.]
[‘초월기 : 전능의 무구’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태초부터 전지전능한 이와 함께했던 강력한 무구를 사용해 보십시오.]
[부디 당신의 앞날에 무궁한 축복이 가득하기를.]
소멸한 줄 알았던 알림과 함께 내 안에서 깨어나는 강대한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아니, 그건 내 안이라고 표현할 수 없다.
인벤토리. 그곳에서부터 강력한 기운이 흘러나오며 장내를 지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