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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이 회귀해버렸습니다-158화 (158/161)

158화.  < 썩은물은 천궁을 무너뜨립니다 >

휘오오!

대기를 빨아들이는 차원의 구멍, 천궁으로 직행할 수 있는 입구가 개방되었다. 대신격 상태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기운을 감지하여 곧장 그 길을 뚫어버린 것이다.

이것이 모든 것을 초월한, 신격을 넘어선 진정한 전능신全能神의 경지다.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새로운 감각, 전신을 휘감아 도는 미지의 기운은 무한대로 용솟음치고 있었다.

"..."

곧장 천궁으로 향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 발걸음을 멈췄다.

이 무한한 힘을 활용한다면 충분히 천궁에 막대한 타격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건 깽판이 아니다.

소멸.

궁극의 목표는 천궁과 그곳에 기거하는 모든 외부의 존재를 소멸시키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녀석들이 낌새를 느끼기 전에 파도처럼 한 번에 몰아쳐야만 한다.

그러나 그 일이 가능하려면 동료가 많은 동료, 세력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내겐 믿을 만한 동료가 없었다.

그건 신뢰와는 별개의 것. 물론 믿을 수 있는 동료는 많지만, 전력에 도움이 될 만한 동료는 전무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초월의 신격을 얻으면서, 정확히는 아자토스가 전해준 태초의 역사서를 읽으면서 한 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일어나.”

한 차례 주위를 훑으며 말했고.

스윽.

기다렸다는 듯 육신을 일으키는 이들.

“전능의 좌를 차지하신 것을 경하드립니다.”

크툴루. 비록 오체투지는 아니었지만, 무릎을 꿇은 그가 내게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다.

태초의 역사서를 통해 크툴루의 위상을 확인했다.

르뤼에라는 강자들의 영역을 차지한 주인이며 한 때는 그레이트 올드 원을 이끌었던 수장인 그가 무릎을 꿇은 것이다.

게다가 내게 충성과 복종을 맹세한 건 크툴루만이 아니었다.

“후회로 점철된 과거를 깨끗하게 청산해 주십시오!”

노덴스. 몽환의 집을 지배했으며 엘더 갓의 수장이었던 절대자. 그 또한 과거의 잘못을 바로 잡기 위해 내게 복종을 맹세했다.

쿠웅!

이어서 거대한 산, 태산이 무릎을 꿇었다.

요그 소토스. 아자토스를 제외한 모든 외부의 존재를 이끌었던 아우터 갓의 수장.

모든 차원과 공간을 연결하며, 그 모든 곳을 감독하는 차원의 열쇠지기.

사실상 외부의 존재를 다스렸던 그 절대자는 무릎을 꿇는 것이 그치지 않고, 자신의 존재를 더욱더 낮췄다.

아자토스를 영접했을 때처럼 무릎을 꿇은 채 지면에 몸을 밀착한다.

오체투지. 가장 높은 곳에 있던 그가 가장 낮은 자세를 취한 것.

“크, 큰 형님?”

“으음...”

예상치 못한 요그 소토스의 행위에 크툴루와 노덴스 모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유한 듯 보이지만, 그 누구보다 자존심이 높은 존재다.

그런 그가 아버지인 아자토스가 아니라 내게 존경을 보인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전능하신 분이시여. 당신의 시작은 보잘 것 없었으나 결국에는 가장 높은, 지고한 자리에까지 올랐습니다. 당신은 나를 포함한 모든 존재에게 존경을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당신에게 나의 아버지 아자토스와 같은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하리라. 요그 소토스는 그런 나의 성장을 높게 샀다.

“전능하신 분이시여.”

그리고 또 하나.

아자토스의 강림이 끝남과 동시에 자신의 존재를 찾은 니알라토텝이 오체투지했다.

“부디 우리들을 이끌어 렐름을 혼돈에 빠뜨린 패악한 이들에게 심판을 내려주시길 바랍니다.”

그들이 원하는 바는 하나였다.

천궁, 가장 높은 차원의 궁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현 렐름의 지배자를 떨어뜨리는 것.

물론 그건 내가 원하는 바이기도 하다.

“물론 그래야지.”

이 순간을 위해 달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 역시 이들과 같은 마음이다. 빌어먹을 외계인 녀석들을 쓸어버릴 수 있다면 못할 것이 없다.

“전능하신 분이시여. 일단 천궁으로 향하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알고 있어.”

니알라토텝의 말을 끊었다.

부연 설명이 필요없다. 나는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

“거짓된 맹약 아래 맺은 금제를 해한다!”

내 몸속에 소용돌이치는 기운을 음파에 실어 보냈다.

천둥처럼 요란한 음성은 아니었으나 그 음성은 렐름 전체에 울려퍼지는 것. 조금 전 아자토스가 발휘했던 절대언령이라는 전능의 힘이었다.

“마침내!”

“우오오오!”

변화가 시작되 었다.

사르르.

마치 전대물을 보는 것처럼 색색의 기호 인간이었던 그들의 외형이 변했다.

아마 보통의 존재라면, 아니 웬만한 신격도 그 진실한 모습을 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다르다.

색색의 기운으로 뭉쳐진 안개, 일전에 봤던 현 세력의 수장들과 마찬가지의 형상이었으나 나는 그 실체를 꿰뚫어 볼 수 있었다.

크툴루. 그는 수없이 많은 다리가 꿈틀거리는 문어 머리에 물고기의 하반신을 가진 어인魚人이었다.

그리고 노덴스. 사실 그가 가장 의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인간이다. 체형은 보통의 인간이 아니라 거인이었지만, 완벽한 인간의 외형이었다.

장발에 하얀 수염을 기른, 마치 어디 옥좌에 앉아 있을 것만 같은 중년인.

앞서 본 크툴루와 노덴스가 인간과 닮아 있다면 요그 소토스는 전혀 다른 종류의 외형을 자랑했다.

거대한 황금 열쇠가 움직이고 있다.

그 열쇠가 요그 소토스의 실체. 차원을 관리하는 열쇠라고 하더니 정말 열쇠와 같은 형체일 줄은 예상도 하지 못했다.

“감사합니다. 전능하신 분으로 인해 진실된 힘과 실체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게 실체였냐?”

니알라토텝의 실체에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할아버지, 아자토스의 메신저라고 해서 사실 가장 큰 기대를 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정작 드러난 녀석의 실체는 조금 전과 다를 게 없다.

“물음표 인간이잖아?!”

그렇다.

환영이었을 때는 검은 물음표, 그 환영을 간파했을 때는 황금색 물음표, 그리고 금제를 해제했을 때는.

“오색 물음표?”

오색 영롱한 빛을 발산하는 물음표 인간이 눈앞에 서 있었다.

“그렇습니다. 전능하신 분이시여. 이것이 저의 실체. 영겁의 시간 동안 가려져 있었던 진실된 모습입니다.”

굳이 본래의 모습을 찾을 게 있나 의문이 들지만, 그건 그냥 넘어가자.

중요한 건 녀석들의 외형이 아니라 금제가 사라짐으로 인해 상승한 그들의 전력이었다.

초월의 격을 얻은 지금에야 상세히 파악할 수 있다.

눈앞에 있는 존재, 금제를 푼 그들의 권능은 조금 전 맞닥뜨렸던 안개 녀석과 그 형제들에 비해 손색이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게 전부가 아닙니다.”

환한 미소를 지은 니알라토텝.

따악!

녀석이 특유의 손가락 튕기기를 시전했다.

슈슈슉!

차원을 넘어 다수의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전능하신 분을 뵙습니다!”

“전능하신 분을 뵙습니다!”

니알라토텝, 아니 정확히는 요그 소토스와 펼친 권능을 통해 나타난 그들은 반란군, 그들의 말을 빌리자면 영광의 군대라 불리는 조직이었다.

감지와 간파를 통해 그 모든 존재를 살폈다.

“오!”

솔직한 감상평이 입을 뚫고 나왔다.

예상 외다. 솔직히 말해 반란군이라고 해서 어중이 떠중이만 모아놨을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대부분이 중신, 간간히 대신격에 다다른 이들도 보였다.

중신 이상의 존재가 무려 수천. 이 정도 세력이라면 천궁을 뒤집는 것도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패악한 무리를 심판할 모든 게 갖추어졌습니다.”

“부디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질서를 혼돈으로 이끈 그들에게 전능하신 분의 심판을!”

모든 준비가 끝났다?

“아니. 아직 아니야.”

녀석들은 만전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내 기준에서는 아니었다.

따악!

니알라토텝을 흉내 내어 손가락을 팅겼다.

“어, 어...?”

“여긴?”

공간을 넘어 내 앞에 나타난 건 오랜 시간 나와 함께 지구를 지켰던 동료들이었다.

“마스터!”

그 누구보다 빠르게 나를 발견한 파트로나가 품속에 안겼다.

이 아가씨. 못 본 사이에 꽤 대담해졌구나.

「주군, 대체 이곳은...아니 이들은 누구입니까?」

장내를 지배한 존재감에 잔뜩 움츠러든 상태다.

그럴 수밖에 없겠지. 중신, 그리고 대신격의 존재가 이렇게 많은데, 아무리 녀석들이 담대하다고 해도 겁을 먹지 않는다면 그게 비정상일 것이다.

“소개가 늦었지. 내 부하. 앞으로 너희와 함께 싸울 동료들이지.”

“에엑?!”

놀란 아흐메디가 비명을 토했다.

“이, 이 많은 신격들이 전부 부하라고요? 큰형님 살짝 맛이 간 건 아니죠?”

괜히 미친놈이 아니다. 우리 막내 녀석은 이 상황에서도 농을 지껄일 정도로 미친 녀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녀석의 농담을 받아 줄 시간이 없었다.

“나의 신장이라면 그에 걸맞는 격을 갖춰야지.”

현재 녀석들의 전력으로는 천궁으로 향하는 길에 방해만 될 뿐이다. 그러나 나는 녀석들을 내칠 생각이 없었다.

생사고락을 함께하며 사선을 넘었던 소중한 동료들이다.

최후의 전쟁에서 그들을 빼놓는다면 동료라고 부를 자격도 없을 것이다.

따악!

손가락 팅기기. 이게 참 마음에 든다.

니알라토텝이 그랬던 것처럼 내 손가락 튕기기 또한 강력한 권능 발현의 신호였다.

“흐읍?!”

“우왓!”

“맙소사!”

조금 전까지 긴장으로 몸이 굳어 있었던 동료들의 긴장이 풀렸다.

긴장이 풀린 이유?

그건 간단하다. 지금 상황에서도 여유로울 수 있는 전력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마, 마스터. 이건?!”

놀라 동그랗게 눈을 뜬 파트로나의 물음에 고갤 끄덕였다.

“그래. 이제 너희도 대신의 권능을 발휘할 수 있게 된 거지.”

태초의 역사서를 통해 깨우친 무한한 힘을 일부 나눠주었다.

그건 아무에게나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이들은 나의 신장, 내가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왔기에 그만한 보상을 받은 것이다.

비록 요그 소토스와 삼형제, 그리고 니알라토텝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천궁에 가서 얻어맞을 정도는 아니었다.

영광의 군대와 내 동료들이 모두 모였다.

사실상 함께할 모든 병력을 모은 셈.

“그럼 이제 출정 명령을...”

“아니. 아직 하나 더.”

자꾸 말을 끊어서 미안하지만, 아직 내 준비는 끝난 게 아니다.

따악!

이번에 내가 소환한 건 살아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바빌론...?”

천공성 바빌론. 본래는 이동이 불가능한 요새였지만, 초월의 격을 얻은 지금에 와서 그 모든 법칙은 무의미했다.

“큰 거 한 방 가자.”

그것은 단순한 말이 아니라 절대언령.

[전능한 존재, 이연우 주인님이 명령어를 입력했습니다.]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합니다.]

[대살상 무기 ‘초전박살’을 발사합니다.]

[발사 시간까지 3, 2, 1...0.]

[초전박살포 가동합니다.]

초월의 격을 통해 천공성 바빌론도 업그레이드 되었다.

가장 먼저 업그레이드한 부분은 공격 무기. 일명 초전박살포라 불리는 대살상 무기였다.

쿠아아아앙!

바비론에서부터 뿜어져 나온 섬광이 장내를, 세계를 뒤덮었다.

그 섬광은, 절대적인 에너지를 담은 광선은 차원과 차원을 뛰어 넘어 가장 높은 차원이라 할 수 있는 백색의 궁, 천궁까지 날아갔다.

콰콰콰콰쾅!

그와 함께 볼 수 있는 광경.

내가 열어놓은 차원의 입구, 그곳에 자리하고 있던 웅장한 백색의 성이 무너지고 있었다.

영겁의 시간이 지나도록 그 누구의 침입도, 그 어떤 타격도 받지 않았던 절대자의 성이 무너지는 중이었다.

“다 쓸어버려!”

선전포고는 확실히 했다.

이제 남은 건 탐욕에 물든 권력자를 처단하는 것.

힘찬 함성을 내지른 나는 차원의 입구를 넘어 무너진 천궁을 향해 돌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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