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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이 회귀해버렸습니다-149화 (149/161)

149화.  < 썩은물은 니알라토텝을 부릅니다 >

「현신을 무효화 하다니. 도대체 이게 무슨...」

크다니드 녀석이 당황하다 못해 허망한 눈길로 나를 응시했다.

놀랍겠지.

어떻게 놀라지 않겠는가.

현신이란 건 존재의 모든 것을 드러내는, 이른 바 전력을 다하겠다는 의미와 마찬가지다.

크타니드가 어디 보통의 신인가.

사실상 최고의 격인 대신격을 제외하면 가장 강력한 권능을 가진 중신격. 현신하게 되면 웬만한 행성 하나는 가볍게 날려버릴 수 있다는 절대적인 존재였다.

그런 녀석의 현신을 무효화했다.

규칙을 손에 쥐고 있는 맹약의 수호자가 개입한 것도 아닌, 별 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내 의지에 의해서 말이다.

놀라는 정도가 아니라 현실을 부정하려는 저 심정을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네, 네 녀석. 설마...?」

하찮은 칼로쉬의 육신에 갇힌 녀석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래. 멍청하다고 해도 아주 바보는 아니었구나.

“이제 좀 감이 와?”

돌고래 정도의 지능만 있어도 새로이 탄생한 대신격과 눈앞에 있는 괴물, 나와의 상관관계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제길!」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녀석이 욕설을 내뱉는다.

그러나 그의 행동을 욕설에 그치지 않았다.

파스스.

녀석의 존재가 먼지가 되어 흩어진다.

맹약을 맺지 않은 대신격. 그 존재의 의미를 깨달았기에 선택할 수 있는 답은 하나였다.

본래 있어야 할 곳, 실체가 있는 천궁으로 도망갈 수밖에 없는 것.

“어딜!”

하지만 어림 없는 시도다.

내가 왜 굳이 녀석의 재롱(?)을 지켜봤는데.

양념이 제대로 발린 소중한 먹잇감을 여기서 놓칠 순 없지 않겠는가.

파앙!

내 의지가 주위를 감쌌다.

그 반경은 그리 넓지 않으나 크타니드 녀석과 나를 둥글게 감쌀 정도의 영향력은 발휘할 수 있었다.

「흐읍?!」

고유 결계가 완성됨과 동시에 거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천궁으로 빤스런을 시도하던 크타니드 녀석의 의도가 저지된 것.

힘을 방출해 한정된 공간을 나의 권역으로 만들었다.

속박과 차단의 결계.

나와 동급, 혹은 그 이상의 격을 가진 신격이 아닌 이상에야 도주할 수 없다. 물론 외부의 모든 시선을 차단하는 건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그 말인즉 지금 이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나와 녀석을 제외하면 그 누구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이게 무슨 짓이냐. 설마 맹약을 어기고 제멋대로 행동하겠다는 건 아니겠지?」

불리한 상황을 깨달은 녀석이 맹약을 꺼냈다.

“왜? 이제야 상황이 심각한 걸 알겠어? 그런데 이를 어쩌나. 네 녀석도 잘 알고 있겠지만, 내가 그 맹약이란 것에 얽매여 있지 않은 존재라서 말이야.”

「아니. 그 누구도 맹약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설혹 네 녀석이 맹세를 하지 않았다 해도 무분별한 신격 간의 전투는 공적의 대상. 설마 그 모든 신격에게 전쟁을 선포하는 건 아니겠지?」

일부는 정답이고 일부는 오답이다.

나는 맹약에 묶여 있지 않으나 외부의 존재들이 다른 건 사실이다.

신격 간의 전투, 특히 그게 신격을 소멸하는 행위라면 용납받기 힘든 행위.

내가 녀석을 소멸시킨다면 비로서 맹약에서 벗어난 신격의 군대를 맞이해야만 할 것이다.

“쯧.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녀석 같은니.”

하지만 녀석의 협박은 내게 먹히지 않는다.

“문제. 내가 이곳에 권역을 펼친 이유는?”

「뭐, 뭣이?!」

은밀하게 펼쳐진 권역을 뒤늦게 깨달은 것 같다.

빠르게 주위를 살피던 녀석의 안색이 절망적으로 변한다.

“속박과 차단. 설혹 네 녀석이 여기서 뒈진다 해도 아무도 네가 왜 죽었는지, 혹은 누가 죽였는지 모를 걸.”

「...」

잠깐의 침묵.

하지만 이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녀석은 희망을 놓지 않았다.

「나를 어찌할 생각이냐?」

“알면서 뭘 묻고 그래.”

녀석의 물음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저벅.

느릿한 걸음을 떼었다.

「자, 자자자잠깐!」

기겁한 녀석이 펄쩍 뛴다.

다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본래 강림 상태에서의 죽음은 신격의 소멸로 이어지지 않지만, 그 대상이 나, 대신격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보다 상위의 격을 지닌 존재의 공격은 강림한 녀석의 일부만이 아니라 아득히 멀리 떨어져 있는 본체에도 막대한 타격을 가할 수 있다.

「살려다오.」

털썩!

무릎을 꿇은 녀석이 급기가 머리까지 조아렸다.

나를 대신격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해도 존재의 소멸 앞에서는 비굴해질 수밖에 없었다.

"맨입으로?”

녀석의 굴욕이 통쾌하긴 하지만, 그것이 녀석의 목숨에 대한 적절한 값이 될 수 없다.

「물론 그냥 봐달라는 게 아니다. 만약 내 존재를 지켜만 준다면 너에게 내가 가진 모든 신물을 양도하겠다.」

신물. 신격이 가진 보물을 일컫는 말이다.

신격에 이르러서도 굳이 물질적은 것에 탐을 내는가? 그렇다.

신물은 보통의 물건이 아니다.

신격에게도 막강한 권능과 힘을 주는, 그야말로 신의 보물. 그리고 수중에 가진 보물이 많을수록 휘하의 신도나 사도들에게 더욱 막강한 힘을 전해줄 수 있었다.

"신물이라...”

의도적인 미지근한 반응.

「무, 물론 그게 끝이 아니다. 신물은 물론 내 소유의 권역을 너에게 넘기겠다.」

“권역?”

예상치 못한 제안에 솔깃할 수밖에 없었다.

“이곳 말고도 다른 권역이 있었어?”

이게 무슨 부동사 투기도 아니고, 다른 이들 몰래 감춰둔 권역이 있다고?

「물론이다. 대다수 신격은 꾸준히 믿음을 얻을 수 있는 자신만의 고유 권역을 소유하고 있다.」

“그으래?”

건물 올려 놓고 몰래 월세를 받고 있었군!

「그러니까 내 존재를 보장해다오. 그리하면 억겁의 시간 동안 모은 신물과 그 누구도 모르고 있었던 비밀의 권역을 너에게 양도하겠다.」

이 정도면 자신이 가진 전 재산을 주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왜 안 그렇겠는가.

아무리 신물과 권역이 중요하다고 해도 신격의 존재만큼이나 중요한 건 없다.

어차피 소멸하면 그 모든 것은 없던 게 되어버린다.

하지만 살아 있다면? 존재를 유지할 수만 있다면 그까짓거 얼마든지 다시 쌓을 수 있다.

그리고 복수라는 것도 살아 있을 때나 가능한 것 아니겠는가.

“음. 좋아. 마음에 들어. 신물과 권역을 넘긴다면 네 녀석의 존재를 보장해 주지.”

「그렇다면 맹세해라.」

역시 그냥 넘어가지는 않는군.

하긴 녀석도 바보가 아닐 텐데 넙죽 자신의 패를 넘기진 않을 것이다.

“정 원한다면 그렇게 하지. 이렇게 하면 되려나?”

잠시 목을 가다듬은 후.

“승자의 신 이언우는 신격에 맹세한다. 거스를 수 없는 존재 크타니드가 신물과 권역을 양도할 경우 그의 존재를 보장한다고.”

신격이 내뱉는 말은 그냥 말이 아니다.

이것은 절대의 규칙과 같아서 함부로 어길 수가 없다.

만약 신격에 대고 맹세를 했는데 어기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그것은 스스로 존재 자체를 부정해버리는 것. 신격을 잃어 평범한 존재로 돌아가게 된다.

「좋다!」

맹세가 마음에 들었는지 의식을 집중한다.

휘이잉!

녀석의 의지는 차원의 구멍을 만들었다.

은은한 빛이 새어 나오는 구멍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건.

쿠웅!

지면에 떨어진 건 은빛을 발산하는 궤짝이었다.

보통의 궤짝과는 달리 아주 거대한, 그야말로 작은 산이라고 봐도 될 정도로 거대한 궤짝.

「단 하나도 남김없이 신물을 담았다.」

“어, 그래. 그리고 이게 다가 아니잖아?”

「...」

뭔가를 기대하는 녀석에게 시큰둥하게 반응했다.

적어도 신물이나 아이템에 한해서는 내게 감동을 줄 수 없다는 사실을 녀석은 모를 것이다.

파앗!

아어지는 보상 퍼레이드.

마치 TV 영상처럼 녀석과 나와의 공간에 영상이 나타났다.

마치 거울과 같이 선명하게 보이는 그곳은 거대한 둥지였다.

끝없이 이어지는 둥지, 그리고 그곳을 활보하는 거대한 독수리.

저 영상에서 보이는 게 크타니드 녀석의 비밀 권역인 것 같다.

「공을 들여 창조한 나의 권역이다. 빼앗기는 일만 없다면 네게 꾸준한 디바인 파워를 제공할 것이다.」

딱 봐도 알겠다.

사이크라노쉬 행성과는 달리 저곳에 머무는 녀석의 피조물은 대단한 신앙과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아마 지구가 전해주는 디바인 파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에너지를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설마 몰래 꽁쳐둔 건 더 없겠지?”

「없다.」

“못 믿겠는데?”

「거스를 수 없는 존재 크타니드는 신격에 걸고 맹세한다. 지금 전해주는 신물과 권역 이외에는 그 무엇도 없음을.」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고.”

누구와는 달리 진짜(?) 신격에 대고 맹세를 했으니 거짓은 아니겠지.

[거스를 수 없는 존재 크타니드가 당신에게 신물이 든 궤짝과 권역 이레아를 양도하고자 합니다.]

소유권에 대한 확실한 이전을 위한 시스템의 개입이 있었다.

뭐, 물어보나 마나다.

당연히 오케이!

「약속한 대로 모든 것을 넘겼다. 그러니 이제 권역을 풀어다오.」

그래. 녀석이 약속했던 모든 것을 받아냈다.

단 하나를 제외하면 말이다.

“아니. 아직 받아야 할 게 더 남아 있는데.”

「...무슨 말이냐. 분명 나는 약속한 모든 것을 넘겼다.」

태세 전환에 녀석이 동요한다.

“그럴리가. 가장 큰 게 남아 있잖아.”

내가 생각하기에도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으로 녀석으로 가리켰다.

「네, 네 녀석 설마...?」

“그래. 신물이고 뭐고 신격을 흡수하는 것보다 더 큰 게 있을 턱이 있냐?”

신격을 소멸시킬 경우 상대가 지니고 있던 격을 고스란히 흡수할 수 있다.

이보다 더 큰 게 어디 있을까.

「어리석은! 네 녀석은 신격에 맹세를 하지 않았더냐. 아무리 근본이 없어도 그렇지. 신격의 맹세를 어기면 어떻게 되는지 모르진 않겠지?」

“신격의 맹세 좋지. 맹세를 어기게 되면 격을 상실할 수도 있지.”

「그걸 아는 녀석이...」

“미안하지만, 나는 내 신격에 맹세한 적이 없거든.”

풉!

멍청한 녀석에게 통할 줄 알았다.

내 신격은 승리. 하지만 조금 전 맹세에선 승자를 언급했다.

게다가 진명도 이연우가 아니라 이언우. 어떻게 보자면 말 장난 같지만 그건 가벼운 말 장난이 아니다.

맹세는 계약서와 같다.

꼼꼼히 확인하지 않으면 백지장과 마찬가지인 것.

녀석은 내 신격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가 없었고, 나는 그러한 점을 적절히 이용했다.

「감히, 감히 신성한 신격의 맹세를...」

“응. 당한 놈이 바보.”

「으아악!」

뿌드득!

녀석의 육신이 변화했다.

갑자스러운 변화의 근원은 존재의 힘이었다.

신격의 생명 에너지라고 할 수 있는 존재의 힘을 끌어올려 최후의 저항을 펼치는 것.

하긴. 녀석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잘 가!"

최후의 저항을 펼치는 녀석을 향해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아수운 작별의 인사와 함께.

우우웅!

칠색의 빛을 내뿜는 의지의 검이 완성되었다.

여동빈에게 전수받은 천둔의 검. 하지만 그건 예전 그 천둔의 검이 아니다.

대신격이 되어 얻은 깨달음과 의지를 담은 새로운 검.

스팟!

천둔의 검이 움직 인 그 순간 상황은 끝이 났다.

파스스.

조금 전 먼지가 되어 도주하려던 녀석이 진짜로 먼지가 되어 흩어졌다. 그건 신격의 소멸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거스를 수 없는 존재 크타니드를 처치했습니다.]

[신격을 가진 존재를 쓰러뜨려 그 격을 흡수합니다.]

[거스를 수 없는 존재 크타니드의 모든 기억과 경험, 그 지식의 보고가 전이됩니다.]

“으읍!”

뜻밖의 알림과 함께 방대한 지식이 주입되었다.

그것은 크타니드가 겪었던 모든 것. 내가 알 수 없었던 과거의 역사이자 지식이었다.

"..."

아마 보통의 존재였다면 그 지식을 받아들이지 못해 백치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다르다.

대신격을 이룰 정도로 성숙했던 나는 크타니드의 모든 지식을 쌓을 수 있었다.

[지식의 보고를 통해 격이 상승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완전하지 못한 대신격. 하지만 크타니드의 격과 지식을 흡수하면서 좀 더 안정된 격으로 발돋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보고 있는 거 다 아니까 얼른 나와.”

"..."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허공에 대고 외쳤다.

아니.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니다.

스르륵.

장막을 벗기며 모습을 드러내는 존재.

“축하드립니다. 드디어 저를 찾을 수 있게 되었군요.”

물음표로 얼굴을 가진 존재의 정체는 니알라토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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