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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이 회귀해버렸습니다-147화 (147/161)

147화.  < 썩은물은 손짓으로 기적을 행합니다 >

“맙소사 칼로쉬 대장이?”

“이, 이건 꿈인가...?”

허망한 칼로쉬의 죽음에 데바 녀석들은 말을 잇질 못했다.

왜 안 그렇겠는가. 다른 누구도 아니고 최약체 일족 중 하나인 프록, 그것도 듣보잡 데모라의 일격에 벌어진 일이었다.

작금의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데바가 있을 턱이 없었다.

“오지 않는다면 내가 가겠다.”

끔뻑끔뻑 눈만 뜨고 있는 데바를 향한 일갈과 함께 데모라가 움직였다.

스팟.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찬란한 황금빛 광채. 아니 그건 광채가 아니라 데모라의 손에서 피어난 검광이었다.

서걱!

검광이 공간을 가른 그 순간 살과 뼈가 갈라지는 섬뜩한 소음이 울려 퍼졌다.

후두둑.

놀랍게도 세로로 양단된 수십이 데바가 지상으로 세로로 양단된 수십의 데바가 지상으로 추락했다.

하지만 데모라의 놀라운 위용은 그것에 그치지 않았다.

파파팟!

아름다운 검광이 피어난다.

녀석의 손에서 검광이 피어날 때마다 어김없이 수십의 데바가 추락했다.

“무 무슨?!”

당황한 데바 녀석들이 주위를 둘러보지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파악하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지.

데모라의 공격은 지금 녀석들의 경지로는 인지할 수 없는 영역에 닿아 있었다.

실제로 대장인 칼로쉬도 한 방에 쓰러졌다.

상대적으로 경지가 부족한 녀석들이 데모라의 검격을 파악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툭, 투툭.

눈을 깜빡일 때마다 추락한 데바의 시체가 지면에 쌓이고 있었다.

자신감을 보인 데모라는 홀로 무쌍을 찍는 중이었다.

"쯧."

가볍게 혀를 찼다.

이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암담한 수준이다.

어떻게 된 게 신격이 개입할 수 있는 차원의 수준이 이따위지?

물론 현재의 인류와 비교해 보자면 우위에 있는 게 사실이긴 하다. 그러나 그 수준의 차이는 약간 앞서는 정도에 불과했다.

이 정도라면 내가 안라 휘하 신장 하나만 보냈어도 정복이 가능했을지도.

“아! 그건 아닌가?”

하지만 이내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데모라를 비롯, 나를 제외하면 그 누구도 감지할 수 없는 힘의 태동을 느낀 탓이다.

시선은 자연스레 태동이 시작되고 있는 근원지로 향했다.

수십, 아니 수백의 데바 일족 시체가 쌓인 곳 조금 전까지만 해도 미동도 없던 그곳이 미미하게 진동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시체가 움직이는 게 아니다.

처음, 시체의 밑에 깔린 ‘그것’이 움직이고 있었다.

「건방지구나!」

콰앙!

강력한 의지를 품은 외침과 함께 시체이 산이 폭발했다.

그리고 흩어지는 파편 사이로 의지의 주인공이 움직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쉬익!

흐릿한 잔상을 남긴 궤적이 곧장 데모라를 향해 쇄도했다.

“하압!”

하지만 내 사도, 데모라도 그렇게 만만한 녀석은 아니다.

심상치 않은 존재의 난입을 감지한 녀석이 기합성을 발하며 검을 휘둘렀다.

다른 이들은 볼 수 없겠지만, 내 눈에는 선명하게 보인다.

남다른 황금빛 광채를 발산하는 검, 천지개벽天地開關이. 그것은 영웅왕 길가메시가 애용했던 무기로 하늘과 땅을 처음 가른 신화의 검이었다.

주인의 의지에 반응해 초월의 속도를 부여하는 강력한 무기.

카앙!

그러나 처음으로 천지개벽의 궤적이 막혔다.

그 궤적을 가로막은 건 신병이기도 아닌 날개.

“카, 칼로쉬?!”

조금 전 데모라에 의해 소멸을 맞이했던 칼로쉬의 날개였다.

「쓸 만한 공격이긴 하지만, 내게는 소용없는 짓.」

세로로 양단된 육신은 멀쩡하다. 아니 완전 멀쩡하다고 표현할 순 없을 것이다.

꾸물꾸물.

갈라진 흔적 사이로 보이는 건 수만 가닥으로 연결되어 있는 하얀 촉수였다.

「내게 대항하는 어리석은 것아. 지금 당장 무기를 버리고 고개를 조아려라. 존경을 표한다면 특별히 고통 없는 죽음을 선사하마.」

주르륵.

데모라의 귀에서 선혈이 흘러나왔다.

부활한 칼로쉬의 음파가 데모라의 방어를 넘어 고막에 상처를 입힌 것.

그 단편적인 광경 하나만으로도 둘의 수준 차이를 직감할 수 있다.

“칼로쉬가 아니로군. 누구냐?”

「네 녀석이 머리를 조아려야만 하는 위대한 존재.」

그제야 칼로쉬의 육신에 깃든 거대한 존재를 느낀 것일까.

“거스를 수 없는 존재...”

신음하듯 그 한 마디를 내뱉는다.

「그렇다. 나야말로 모든 이들이 거스를 수 없는 자.」

“위대하신 분이 강림하셨도다!”

“버러지들아. 너희는 그분의 손에 몰살을 면치 못하리라!”

거스를 수 없는 존재의 등장에 데바 녀석들이 환호했다.

비록 현세에 실체를 드러낸 것은 아니지만, 죽어버린 칼로쉬의 몸을 빌려 강림했다. 아마도 칼로쉬와 특별한 계약을 맺었던 게 아닐까.

「나의 종복들은 들어라!」

특별한 힘을 담은 음파가 장내에 퍼져 나간 그 순간.

꾸득, 꾸드득.

변화가 시작되었다.

날개를 이용해 공중을 장악하고 있던 데바. 녀석들의 육신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본래 데바 일족의 생김새는 독수리와 인간을 합친, 독수리 인간 정도라 정의할 수 있었다. 하지만 거스를 수 없는 존재의 권능이 더해지면서 좀 더 독수리에 가깝게 변했다.

갈고리와 같이 튀어 나온 부리, 붉게 충혈되다 못해 핏빛으로 물든 눈동자, 가장 괄목할 만한 변화는 거대한 날개였다.

조금 전보다 족히 3배는 거대해진 날개를 펄럭이며 위협적인 비행을 선보이고 있었다.

이것들 봐라?

변화한 건 외형만이 아니었다.

녀석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가 급변했다.

이 정도라면 조금 전과 비교해 5배 이상의 능력 가 상승했다고 봐도 될 것이다.

「이제 심판을 받으라!」

쉬이익!

공중에 머물러 있던 데바 일족의 활강을 시자했다.

“바, 방어를...”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에 뒤늦게 움직이는 신도들.

그러나 늦었다. 진화를 이룬 데바 일족은 현재의 신도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아무리 나, 대신격의 신도가 되었다곤 하지만, 불과 조금 전이었다.

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신격과 신도의 관계는 주인과 종이 아니라 주고 받는 관계. 그들이 내게 믿음과 신앙을 줄수록 더욱 강력한 힘을 얻을 수 있는 형태였다.

하지만 이제야 신도가 된 그들에게는 별다른 힘이 없었다.

오랜 시간 동안 거스를 수 없는 존재의 종복으로 활동하면서 축복을 받은 데바 일족의 상대가 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

“삐이익!”

힘은 얻었으나 반대로 이지를 상실한 녀석들이 날카로운 울음을 토해내며 쇄도했다.

키잉, 키잉!

당황하는 신도. 그리고 그들을 향해 짓쳐드는 데바 일족의 움직임이 슬로우 비디오처럼 흘러간다.

손을 쓴다면 단숨에 녀석들을 통닭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굳이 내가 손 쓸 이유는 없다.

로드 골렘이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요새다. 고작해야 이따위 독수리 녀석들에게 함락 당할 일은 없다.

「삐이이! 적대적 존재를 감지! 모든 시스템이 방어, 적의 저지를 위한 태세로 전환합니다.」

귓가에 울리는 의지는 거점에 부여한 시스템의 자아였다.

내게 주어진 자아의 창조 권능을 통해 명령이 없어도 알아서 상황을 판단 분석, 적절한 방향을 제시하는 천재 자아, 앨리스가 시스템을 담당하고 있었다.

「적의를 가진 모든 존재를 말살합니다!」

앨리스의 의지가 전해지고 난 후.

드드드득!

거점 지면을 뚫고 솟아오르는 게 있었다.

지금까지 모습을 감추고 있었던 그건 탑이었다. 물론 방어 태세에 위용을 드러낸 만큼 평범한 탑은 아니다.

화르륵!

붉게 물든 탑에서 거대한 화염구가 발사되었다.

쾅, 콰쾅!

유도 기능을 갖춘 화염구는 쇄도하는 데바 일족을 통구이로 만들었다.

홍염의 탑. 모든 것을 불태우는 영겁의 불꽃으로 뭉쳐진 화염구를 발사해 주위의 적을 말살하는 강력한 방어 무기.

물론 홍염의 탑 하나로 방어를 자신하진 않는다.

쩌저적!

푸른 색, 혹한의 탑에서 뿜어져 나온 냉기가 수십의 데바 일족을 냉동 과자로 만들었다.

파직, 파지직!

하늘색, 뇌전의 탑이 신호를 주자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좌표가 찍힌 곳이면 어기없이 푸른 뇌전이 떨어져 데바 일족을 감전시켰다.

방어 시스템이 가동될 경우 나타나는 마법의 탑은 아무리 진화한 데바 일족이라 해도 감당할 수 없는 위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

신도와 데바 일족의 대치로 떠들썩하던 장내가 고요한 침묵에 잠겼다.

방어 시스템의 가동으로 침입하던 데바 일족의 대다수가 소멸했다.

「호오?」

하지만 정작 그들을 이끄는 거스를 수 없는 존재는 흥미롭게 눈을 반짝일 뿐이었다.

「정교한 마법 장치로군. 이래서야 어찌 탐이 나지 않겠는가.」

일족, 어떻게 보자면 자신이 창조한 자식들의 몰살에도 태연하다.

뭐, 당연한 반응이다. 녀석들은 피조물을 장난감 그 이상으로는 생각하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이곳을 나의 신전으로 삼으리라.」

이미 그렇게 마음 먹었으면서 새삼스럽게 뭘.

“어딜!”

분노한 데모라가 지면을 도약했다.

상대가 신격, 그것도 꽤 격이 높은 존재라는 걸 알면서도 움직이는데 망설임이 없다.

과연 내 사도.

신격을 향한 도전 정신은 내게 대단한 만족감을 주었다.

“쓰러져라!”

스슥, 스스슥.

눈 깜짝할 사이 수천, 수만 번의 베기가 이루어졌다

화려하게 피어나는 검광이 공간을 어지러이 수놓았고, 그 모든 공격은 거스를 수 없는 존재를 향한 것이었다.

「하하하!」

천지개벽으로 피어난 검광에도 녀석은 웃었다.

카카카캉!

웃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녀석의 손짓 한 번으로 피어난 검광이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비록 내 사도가 되어 막강한 권능을 손에 넣었으나 그래봐야 준신 정도와 겨룰 수 있을 정도다.

아무리 강림의 형태, 제한된 힘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해도 중신의 격을 가진 거스를 수 없는 존재에게는 애초에 상대가 되지 않는 것.

「종말의 시간이다!」

쿠구궁!

종언을 내뱉은 녀석에게서 막강한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

펄럭!

돌연 날개를 펼쳤다. 그런데 그 날개라는 게 일반적인 상상과는 거리가 멀다.

“맙소사!”

신도들 또한 처음 보는 광경에 아연실색했다.

고작해야 날개를 펼쳤을 뿐인데 세상이 가려졌다.

거스를 수 없는 존재가 품은 날개는 사이크라노쉬 행성 자체를 휘감을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것이었다.

「그만 사라져라, 벌레들아!」

파파파파팟!

세상을 덮은 날개에서 깃털이 쏟아졌다.

“아아..."

감히 추측할 수 없는 절대적인 권능에 데모라를 비롯, 신도들이 신음을 토했다.

그 심정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나 또한 평범한 인간(?)이었을 적 신격들과 대면했고, 자신의 무력감을 뼈저리게 깨달았으니까.

하지만 지금 녀석들과 당시의 나와는 아주 큰 차이점이 있다.

“응. 아니야.”

손 안에 기운을 모아 가볍게 내리 그었다.

스윽.

어떻게 보면 허공에 긋는 단순한 손짓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이, 이런?!」

내 장난과도 같은 손짓에 거스를 수 없는 존재는 당황을 금치 못했다.

녀석이 발현한 권능, 그 절대적인 힘이 단숨에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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