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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이 회귀해버렸습니다-136화 (136/161)

136화.  < 썩은물은 썩은 각성을 이룹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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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어둠의 투사, 판테온의 두 수장 중 하나인 사안의 발로르를 흡수했습니다.]

[온전하지 못한 존재를 흡수한 탓에 그 효과가 반감됩니다.]

[승리의 격이 더욱더 강력한 권능을 발휘합니다.]

[발로르가 소유하고 있었던 일부 아이템이 당신에게 이전됩니다.]

[발로르가 영겁의 시간 동안 쌓은 권위가 일부 이전됩니다.]

[발로르가 지니고 있었던 권능 중 무작위를 습득하게 됩니다. 눈앞에 나타난 황금 카드를 개봉하시기 바랍니다.]

녀석은 내 육신을 차지할 절호의 기회라며 희희낙락했겠지만, 사실은 반대다.

나는 알고 있었다. 위기 상황이 온다면 어떤 식으로든지 네크로노미콘이 반응하리란 사실을.

물론 그 결과가 발로르를 흡수하는 것으로 이어질 줄은 몰랐지만 말이다.

그건 내 예상을 한참이나 앞서가는 기연奇緣이었다.

“마, 맙소사. 바, 발로르를 흡수했단 말인가?!”

용케 그 변화를 파악한 환웅이 소리쳤다.

하긴. 나도 이렇게 놀랐는데 저 양반의 심정은 오죽할까.

“뭐, 살다 보면 종종 우리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생기기 마련이거든.”

하지만 겉으로는 태연한 척 티를 내지 않았다.

대신 격앙된 감정을 감추지 못한 환웅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사실 발로르의 경우 그 흑심을 어느 정도는 파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환웅은 도무지 모르겠다.

분명 뭔가 꿍꿍이를 품은 것 같긴 한데, 그게 내게 나쁜 쪽 같지는 않다.

도대체 저 녀석은 무엇을 위해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거지?

[황금 카드를 선택해 주십시오.]

하지만 그에 대한 의문을 오래 이어갈 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특별한 현상. 발로르의 권능을 선택할 수 있는 황금 카드가 선택을 재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황금빛 찬란한 광채를 발하고 있는 6개의 카드.

[발로르의 무작위 권능 3개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6개 중 선택할 수 있는 건 3개였다.

시간만 허락된다면 각 카드에 어떠한 특징이 있는지, 혹은 뭔가 규칙은 없는지 차분히 살폈겠지만, 지금은 한가롭게 카드를 살필 시간이 없었다.

유성우, 외부의 존재가 지구에 떨어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사실 고민할 이유가 없다.

어차피 무작위. 그렇다면 모든 건 운에 맡길 뿐이다.

스륵.

손을 가져가는 순간 환상처럼 카드가 사라졌다.

그것은 곧 선택을 의미하는 것.

[이런! 오늘은 불행한 하루로군요. 꽝입니다.]

“뭐?!"

귓가로 파고드는 알림에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과, 꽝이 있었어?

“씨부럴. 무작위 권능이라며. 은근슬쩍 꽝을 집어넣는 경우는 도대체 어디...아!”

말을 하면서 뒤늦게 깨달을 수 있었다.

은근슬쩍 꽝을 집어넣는, 이런 빌어먹을 상황은 내게 익숙한 것이었다.

“에오스!”

과거, 온갖 귀찮은 심부름과 어려운 임무를 완수한 후 최종 보상을 선택하는 기로에 선 적이 있었다.

당시만 해도 몰랐다. 이런 엄청난 퀘스트를 주고 설마 꽝이라는 극단적인 보상을, 아니, 엿을 선물할 줄은.

지금의 경우가 그때와 다르지 않다.

사안의 발로르라는 강력한 적을 흡수해 얻은 보상에 꽝이라니.

내게 적용된 이 시스템은 아직도 에오스라는 게임의 영향력 안에 있는 게 분명하다.

그렇게 생각하니 의문이 든다.

도대체 에오스를 개발한 녀석들의 정체가 뭘까.

임수아의 구현화 능력을 통해 개발했다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말이 안 된다.

당시 임수아의 능력이라고 해봐야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아무리 구현화 능력이 대단하다고 해도 마치 또 하나의 세계와도 같은 가상현실 세계를 구현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음. 에오스를 개발한 기업이 에이션트Ancient였었지.

이번 일을 마무리하는 즉시 조사할 필요성이 있겠어.

[황금 카드를 선택해 주십시오.]

절망하기엔 이르다.

신에게는 아직 두 번의 기회가 있사옵니다.

설마 남은 두 번 모두 꽝이 나오지는 않겠지.

조금 전과는 달리 조금은 여유로운 마음으로 두 번째 카드를 골랐다.

[이런! 흉조凶此가 들었나 봅니다. 또 꽝입니다.]

두 번 연속 꽝. 다시 없을 똥손이 탄생했다. 문제는 그 똥손의 당사자가 나라는 점이다.

“미친!”

환장하겠다.

첫 번째가 꽝이어서 두 번째는 당연히 권능이 당첨될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꽝. 그리고 또 꽝.

이렇게 되면 안심할 수 없다.

세 번째도 꽝이 될 확률이 존재한다는 것.

“그런데 아까부터 도대체 무엇을...”

“쉿! 조용히 해.”

환웅에게 사정을 설명할 틈이 없다.

간과하고 말았다. 이 빌어먹을 시스템, 에오스의 시스템은 유저를 농락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그렇기에 방심할 수 없다.

하나를 까더라도 간절한 마음을 담아, 우주의 기운을 모은다면 분명 좋은 보상이 나올 것이다.

다른 모든 관심을 껐다.

마치 이 우주에 존재하는 건 나와 눈앞에 있는 황금 카드 4장이 전부라는 듯,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번쩍!

착각이었을까?

3장씩 위아래로 구분된 카드중 가장 오른쪽 밑의 카드가 광채를 발한 것 같았다.

아니. 착각이 아니다.

내 감이 말해주고 있다. 저거다. 저것이야말로 우주의 기운이 담긴 황금 카드라고 말이다.

그렇기에 선택하는데 망설임은 없다.

오른쪽 밑의 카드를 선택했고, 지금까지와 달리 특정한 문양이 그려진 카드의 앞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축하합니다! 발로르를 대표하는 권능 중 하나인 ‘투안關眼’을 획득했습니다.]

됐다!

"읔!"

하지만 기쁨도 잠시였다.

알림과 함께 안구로 시큰한 감각이 파고들었다.

처음에는 시큰했으나 나중에는 누군가 눈을 후벼파는 듯한 고통이 밀려들었다. 그러나 고통에 찬 신음을 흘리지 않았다.

이것은 하나의 과정이다. 발로르가 지니고 있었던 권능 중 하나인 투안을 얻는 과정.

[당신의 눈동자에 투안이 새겨졌습니다.]

고통은 그리 길지 않았다.

나는 무사히 투안을 이식 받았고, 곧 이 강력한 권능에 대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었다.

『투안(Active):투쟁의 역사를 반복한 판테온. 특히 암신의 수장인 발로르는 셀 수 없이 많은 전투를 경험했고, 이것을 자신이 눈에 저장했다. 투안. 모든 전투를 저장한 이 눈을 통해 발로르는 필승必勝의 권위를 세울 수 있었다.』

“왔구나!”

투안의 정보를 확인한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이 권능이야말로 피로 얼룩진 길을 걸어야만 하는 내게 꼭 필요한 권능이라는 것을.

사실 내게 가장 부족한 부분은 전투 경험이었다.

이건 재능이나 템빨로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 영역의 것이 아니었다.

반면 내가 상대해야 할 적들은 어떤가.

수명이라는 것을 초월한 그들은 셀 수 없이 많은 날 동안 싸웠고, 그 전투 경험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만약 내가 압도적인 템빨, 그리고 힘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대등한 상대에게도 형편없이 밀리고 말았을 것이다.

그건 조금 전 발로르가 했던 말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나 활용하지 못한다.

그의 말처럼 승리의 격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닌 격이었지만, 정작 인간인 내가 그것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는 게 문제였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내 유일한 단점인 경험을 채워줄 수 있는 투안이라는 권능이 생겼기 때문이다.

쾅, 콰콰쾅!

세계를 강타하는 굉음.

마침내 외부의 존재가 납시었다.

“과연 정화의 전사! 엄청난 기운이로구나!”

역시 리액션 담당인 환웅.

외계인 녀석들의 등장에 다시금 경악한다.

이제는 익숙하다. 그리고 그의 반응은 그리 과장된 것도 아니었다.

구구궁!

멀리서부터 느껴지는 기의 파동은 그들이 잔챙이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조금 전 발로르에 의해 소멸한 티폰을 가지고 놀 정도?

아마 두 명 이상 모이면 영체 상태의 발로르를 상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팟!

멀찍이 떨어져 있던 녀석들이 이동을 시작했다.

명색이 초월자들이다. 이동을 시작했다는 건 이미 원하는 장소에 도착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낸 건 35나 되는 외부의 존재들이었다.

각양각색의 외형. 글라키와 티폰을 보면 알 수 있듯 괴물이라고 지칭할 수 있는 생김새였다.

셀 수 없이 많은 다리를 가진 문어 괴물.

붉은 지렁이가 모여 뭉쳐진 징그러운 괴물.

그리고 가장 선두, 이들을 이끌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존재가 있었다.

「지금부터 무법지대로 지정된 지구의 정화를 시작하겠다.」

마치 갈기오 같이 목 주변에 붉은 깃털이 돋아나 있는 뱀 인간.

“이그 Yig...”

녀석을 본 환웅이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그는 뱀 인간의 정체를 알고 있는 듯했다.

「관리자 Z. 네게서 반역의 의도를 보았노라. 고대의 맹약을 어긴 너 또한 신성한 정화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사악함의 상징과도 같은 붉은 혀를 날름거린다.

흠. 환웅도 이제 나와 같은 배를 탄 건가?

그가 한 일이라고 해봐야 입을 놀린 게 전부였지만, 문제는 그게 고대의 맹약이니 혹은 외부의 존재들에 관한 비밀이 대다수였다는 점이다.

입을 잘못 놀린 대가로 그 또한 죽음을 피하지 못할 것 같다.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은데?”

물론 그건 내가 허락해야 가능한 일이다.

「네 녀석의 허락 따위는 필요치 않다. 자, 정화의 전사들이여 무법지대의 정화를 시작하겠다.」

뒤를 돌아본 이그가 외쳤고.

쿠쿵, 쿠쿠쿠쿵!

대지와 대기, 지구 전체가 격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요동치는 것만으로는 그 상황을 설명할 수 없다.

나는 느낄 수 있다. 지금의 이 변화는 단순히 요동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지구를 박살 내려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 원인은 눈앞에 있다.

이그를 비롯한 정화의 전사 35. 녀석들이 일으킨 기운이 공명하며 지구를 갉아먹는다.

「정화의 불꽃이 타오른다. 이제 모든 것이 소멸을 맞이하리라!」

알고 보니 정화라는 게 참으로 쉬운 작업이 었다.

특별한 기운을 가진 그들은 공명을 통해 힘을 더욱 증폭시켰고, 그 기운이 얼마나 강력한지 지구라는 행성 하나를 산산조각내고 있었다.

"으으으..."

그 엄청난 기세의 압박을 이기지 못한 환웅이 무릎을 꿇었다.

어디 환웅뿐이겠는가. 지구 전체를 장악한 그 힘을 견딜 수 있을 만한 존재는 없을 것이다.

단 한 명, 나를 제외하면 말이다.

「흐음?」

역시 리더다.

가장 먼저 이상 현상을 발견한 건 이그 녀석이었다.

「어째서?」

의문일 것이다.

자신들이 발산하는 기운, 그 절대적인 힘 앞에서 태연하게 서 있는 내가 이상하게 보이겠지.

“응. 소용 없어.”

허세가 아니다.

조금 전의 나와는 다르다. 지금의 나는 녀석들이 상상할 수 없는 영역에 닿아 있다.

“사라져!”

일갈하며 내 몸 안에 잠재된, 승리의 격이라는 괴물을 끄집어냈다.

파아앗!

지구 전체를 휩쓴 절대적인 명령.

「이, 이럴 수가!」

이그를 비롯한 모든 정화의 전사가 경악한다.

그들이 일으키던 공명의 힘, 정화의 권능은 내 일갈에 의해 소멸했다.

“그리고 너희도.”

나는 착각하고 있었다.

승리의 격은 반드시 승리할 수 있는 희대의 사기적인 격.

그러나 얼마 전까지 인간의 범주에 있던 나는 그 힘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물론 지금은 다르다.

번뜩!

[투안이 활성화됩니다.]

[영겁의 시간 동안 쌓인 발로르의 전투 경험이 당신의 능력을 무한히 성장시킵니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승리의 격에 걸맞는 영역을 볼 수 있다.

스으.

느릿하게 팔을 움직이며 횡으로 그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이었다.

서걱.

섬뜩한 소음이 울려퍼졌고.

털썩.

내 앞을 막은 정화의 전사 모두가 양단된 채로 쓰러졌다.

이제야말로 승리의 격에 어울리는 영역에 도달한 것을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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