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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이 회귀해버렸습니다-134화 (134/161)

134화.  < 썩은물은 성전을 준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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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흐흐. 마침 힘이 필요하던 참이었는데, 여기서 잃어버린 권능을 찾게 될 줄이야.」

환희에 찬 의지를 전하는 발로르. 하지만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무것도 모르겠다.

그가 선물해 준 아이템을 사용하기 위해 마력을 운용했건만, 갑작스레 발로르라는 존재가 나타난 이유.

그래. 나타난 것까지는 그렇다고 해도 왜 죄 없는(?) 티폰을 소멸시켰는지 의문이었다.

「어디 그럼...」

차원의 홀에서 어떤 물리적인 힘이 작용했다.

파지직!

그리고 펼쳐진 놀라운 광경.

티폰이 소멸한 자리. 검은 잿더미만이 존재하던 그곳에 붉은 스파크를 튀기는 원형의 물체가 나타난 것이다.

그런데 거기서 느껴지는 기운이 낯설지가 않다.

조금 전, 티폰이 마안이라는 권능을 사용할 때 느꼈던 기운과 똑같았다.

「빌어먹을 빛의 자식들과 싸우다가 차원의 경계에 흘려버렸었지.」

아마 발로르 또한 설명충의 기질이 다분한 것 같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이야기를 저렇게 독백하듯이 중얼거리는 건 설명충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자세 중 하나였다.

「영영 찾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말이야. 으흐흐. 이렇게 되면 또 이야기가 달라지지.」

쑤욱!

차원의 홀에서 검게 물든 팔 하나가 빠져 나왔다.

마치 고무처럼 길게 늘어진 팔이 향한 곳은 붉은 스파크로 뭉쳐진 기운의 응집체.

「합체!」

늘어진 팔과 기운의 응집체가 닿은 그 순간.

펑!

작은 폭발이 일었다.

하지만 그건 환상이었던 것처럼 곧장 사라졌고, 허공에 떠 있던 기운의 응집체 또한 자취를 감추었다.

「크흐흐. 좋아, 이거야! 이 정도면 빛의 자식들에게 제대로 된 한 방을 먹일 수 있겠어.」

일련의 과정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명확하다.

구구궁!

차원의 홀에서 새어 나오는 발로르의 기세가 바뀌었다.

조금 전에도 거대한 산을 마주한 것과 같은 압박감을 느꼈는데, 지금은 그것을 넘어 태산이 되었다.

티폰이 가지고 있었던 잃어버린 조각, 자신의 권능을 찾아 한층 전력이 상승한 것이다.

그는 조각 하나를 찾았다고 했지만, 느껴지는 힘의 파동은 차원이 다른 존재라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꿀꺽.

마른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만약 녀석의 말이 사실이라면, 발로르가 모든 조각을 찾았다고 가정한다면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존재가 탄생하게 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내 당장 빛의 자식들을...이 아니지.」

금방 자리를 뜰 것처럼 중얼거리던 발로르가 태세를 전환했다.

차원의 홀 너머, 그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진다.

「미안. 내가 급한 일이 좀 있어서. 오랜만이다?」

신기하다.

조금 전부터 느끼고 있었지만, 발로르의 태도는 낯설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지금껏 만난 대부분의 초월자라는 것은 괜히 무게를 잡는, 똥폼만 잡는 녀석이 대부분이었는데 발로르에게서는 전혀 그러한 태도를 느낄 수 없었던 탓이다.

물론 아예 폼을 잡지 않는 건 아니지만, 친근한 동네 형 정도?

지금까지 만났던 관람자나 기타 초월자들과는 전혀 다른 성향을 보이는 존재라 할 수 있었다.

「네게는 고맙다는 말을 전할 수밖에 없겠다. 지난번 봉인을 풀어준 것에 이어서 잃어버린 권능까지 되찾아 주다니. 음. 너희의 언어로 해석하자면 복덩이? 그래. 복덩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겠군.」

전해지는 의지에서 진정으로 고마워하는 그의 감정이 느껴진다.

“다, 당신은 정녕 판테온의 발로르십니까?”

나와 발로르 사이에 끼어든 건 환웅이었다.

티폰을 마주했을 때보다 더욱 놀란 모습. 마치 있어서는 안 되는 존재를 바라보는 듯한 시선으로 차원의 홀을 응시하고 있었다.

「응? 날 알아?」

나를 향한 발로르의 시선이 환웅에게 옮겨졌고.

「가만. 네게서 익숙한 녀석의 냄새가 나는데. 킁킁. 이게 어디서 맡은 냄새였더라.」

그래도 초월자의 체면이 있지.

개처럼 코를 킁킁대는 시늉을 하던 발로르.

「아, 생각났다!」

하지만 그게 좋은 기억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썅! 너, 환인植因의 자식이구나!」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진 것처럼 파문이 일었다.

고오오오!

금방이라도 폭풍이 몰아닥칠 것처럼 장내의 공기가 무겁게 변했다. 물론 그 근원지는 발로르. 그가 발산하는 기가 장내를 살벌하게 만들고 있었다.

“지, 진정하십시오, 암신暗神의 수장이시여.”

「진정? 너는 광신光神의 아들 녀석이 눈앞에 있는데 진정할 수 있겠냐?」

“알고 있습니다. 광신과 암신이 운명의 숙적...”

「진짜 뒈지고 싶냐? 감히 광신 따위를 우리 암신의 앞에 둬?」

음. 지금까지의 생각을 달리 해야 할 것 같다.

고작 명칭의 선후 여부로 저렇게 발광을 하다니. 생각보다 쪼잔한 놈이 틀림없다.

“죄, 죄송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노여워하지 마십시오. 저는 그분의 수많은 핏줄 중 하나일뿐, 광신에 소속되어 있지는 않으니 말입니다.”

「…」

마치 환웅의 말에서 진실을 가려내려는 듯 한 동안 침묵을 지켰다.

「그래. 네 말이 사실인 것 같군. 아무리 찾아봐도 빛의 자식들과 연결된 고리를 찾을 수 없단 말이야.」

위기를 모면하기 이해 지어낸 말이 아닌 것 같다.

그나저나 광신...아니, 암신과 광신. 도대체 녀석들이 무슨 대화를 나누고 있는 거지?

「대신 아주 불쾌한 녀석들의 기운이 느껴진단 말이야. 설마 네 녀석...외부의 존재들과 붙어 먹은 건 아니겠지?」

내가 알 수 있는 유일한 단어 하나가 나왔다.

외부의 존재. 그것이 말하는 건 글라키와 같은 괴물 녀석들을 지칭하는 단어였다.

“...그렇습니다.”

입술을 꽉 깨문 환웅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뭐, 뭣?!」

차원의 홀에 변화가 일어났다.

칠흑으로 뒤덮여있던 그 알 수 없는 공간에 붉은 눈이 번뜩이기 시작한 것.

쿠웅!

단지 눈동자 하나를 드러냈을 뿐이지만, 장내를 감싸던 공기는 더욱 무겁게 변했다.

마치 거대한 산 하나를 등에 지고 있는 듯한 느낌. 아니, 그건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 발로르라는 존재가 주는 무게감이었다.

「크하하하하!」

이어지는 건 장내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웃음이었다.

「재밌군. 재밌어. 명색이 광신의 후예라는 게 외부의 괴물들에게 붙다니. 이 얼마나 우스운 일이란 말이냐. 아마 네 녀석의 아비가 알면 당장 네 녀석을 소멸시켜 버릴 것이다.」

“아마 아버지에게 발각되어 제가 소멸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환웅은 발로르의 말에 반박했다.

「하! 그렇다면 환인, 그 녀석이 너의 행동을 용인이라도 한다는 말이냐? 어리석은. 아무리 운명의 숙적이라곤 하나 나는 광신 녀석들을 아주 잘 알고 있다. 그 무엇보다 명예를 중요시하는 녀석들은 자신들의 수치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발로르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전제 조건이 빠져 있습니다.”

「전제 조건?」

“광신들이 존재한다는 조건 말입니다.”

「뭐라?」

차원의 홀에 드러난 발로르의 눈이 더욱더 커졌다.

물론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지금 환웅은 나는 물론 발로르도 모르고 있었던 한 가지 진실을 말하고 있었다.

“제가 알기로 발로르님은 빛과 어둠이 격돌하는 혼돈의 전쟁에서 치명상을 입고 오랜 시간 잠에 빠졌다고 들었습니다.”

「그랬지. 하필이면 루 라바다 녀석에게 치명적인 공격을 허용해서 말이야. 부끄럽게도 녀석의 공격 이후 권능이 갈가리 찢겨 봉인되고 말았지. 영겁의 세월 동안...」

어휴.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는 것도 상당히 힘든 일이다.

냉탕과 온탕을 왔다갔다하는 발로르의 기분 덕분에 장내의 분위기가 수시로 바뀌고 있었다.

조였다가 풀었다가, 또 조였다가 풀었다가.

아주 죽을 맛이다.

“발로르님이 잠드신 동안 판테온이라는 집단, 암신과 광신은 전멸했습니다. 봉인되어 있었던 소수의 신을 제외하면 말입니다.”

「뭣이?!」

장내 분위기가 절정을 향해 치달았다.

차원의 홀 너머로 보이는 발로르의 눈동자. 그것이 붉다 못해 검게 변하기 시작했다.

쿠쿵, 쿠쿠쿠쿵!

중력이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말해 봐라. 정녕 그게 사실이냐?」

쩌렁한 발로르의 의지가 울려 퍼진다.

그의 분노는 자연재해와 같은 절망을 선사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사, 사실입니다. 그들의 공격으로 거의 모든 암신과 광신은 소멸. 사실상 판테온은 해체되었습니다.”

후웅!

장내를 지배하던 발로르의 존재감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하지만 어떤 의미로는 그게 더 두렵다.

폭풍전야. 거대한 재앙이 일어나기 전의 고요와 같은 그 침묵이 나를 더 힘들게 만들었다.

「누구냐.」

환웅의 말에서 진실을 감지한 발로르가 물었다.

광신만 소멸했다면 모를까, 그의 휘하에 있었던 모든 암신이 소멸했다.

원치 않는 잠을 자고 있다가 깨어나 보니 모든 지인들이 죽은 것과 진배없는 것. 당장 그 원수를 갚지 않는다면 발로르의 분노는 진정 되지 않을 것이다.

「당장 말해라. 그들이 누구냐.」

굳이 환웅의 답을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현재 모든 차원을 지배하고 있는 이. 당연히 그들을 연상할 수밖에 없었다.

“그레이트 올드 원과 엘더 갓, 그리고 아우터 갓으로 구분되는 외부의 존재들입니다.”

「감히!」

하지만 그건 발로르에게 만족스러운 대답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하찮은 외부의 존재들 따위가 판테온을 괴멸시킨다? 지금 그 말을 나보고 믿으라는 것이냐!」

역시 믿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발로르의 그 말에서 알 수 있는 사실은 과거 판테온이라 불렸던 암신과 광신이 외부의 존재들을 하찮게 생각했다는 걸 알 수 있다.

도대체 그들이 얼마나 강력했기에?

물론 발로르가 대단한 존재감을 가진 건 사실이지만, 현재 상태만 봐서는 그 사실을 선뜻 믿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사실입니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느냐. 판테온의 전력은 그 미개한 외부의 존재를 아득하게 압도한다. 그런데 고작 내가 잠들어 있는 동안 그게 역전되었다고? 그걸 나보고 믿으라는 건 아니겠지?」

분위기가 험악해진다.

좀처럼 믿을 수 없었던 발로르는 환웅을 향한 살의를 발산하고 있었다.

덜덜덜덜.

존재를 부정해 버리는 강렬한 의지에 의해 환웅이 몸을 떨었다.

“미, 믿을 수 없으시겠지만, 제, 제 말에는 한 치의 거짓도 없습니다. 발로르님이 잠들어 계신 동안 놀라울 만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변화?」

그제야 발로르가 자아내던 살벌한 기세가 감소했다.

“외부의 존재가 막강한 힘을 얻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다.”

「빅뱅과 같은 태초의 변화가 아니고서야 그 전력의 차이를 좁힐 만한 변화가 있을 턱이 없는데...」

여전히 믿지 못하는 발로르.

그리고 그런 그를 향해 환웅은 결정적인 한 마디를 남겼다.

“그들은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전지전능한 그분의 힘을 탐했습니다.”

「마, 맙소사!」

차원의 홀에 나타난 발로르의 눈동자가 더할 수 없이 커졌다. 그 감정의 격앙됨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정녕, 정녕 녀석들이 전지전능한 그분의 힘을 탐하였단 말이냐? 하지만 어떻게? 그분의 곁에는 혼돈을 다스리는 분이 항상 함께하시지 않던가.」

“그 연유에 대해서는 정확히 들은 바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전지전능한 그분의 힘을 탐했고, 절대의 힘을 얻어 판테몬을 괴멸시켰다는 사실은 확실합니다.”

환웅의 말을 불신하던 태도가 바뀌었다.

여전히 의구심이 남아 있는 거 사실이지만, 그 모든 가정을 사실로 받아들인 듯했다.

“나도 궁금한 게 있는데...”

알아듣지 못할 내용이 태반이었다.

짐작할 수 있는 건 대단히 중요한 사실이 오고갔고, 그것은 내게도 상당 부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그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물음을 던지려고 했으나.

쿠쿵!

세계, 아니 지구 전체가 요동치는 충격에 말을 이을 수 없었다.

“그, 그들이 온다!”

「이 기운은?!」

뭔가를 감지 한 듯 경악하는 환웅과 발로르.

“씨발..."

그리고 나 또한 놀라운 사실에 욕설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명명되지 않은 거대함과 대다수 위대한 존재들의 선언에 의해 지구가 무법지대로 판단되었습니다.]

[무법지대를 정화하기 위해 정화의 전사들이 개입합니다.]

[주의하십시오. 지구를 정화하기 위한 성전聖戰이 시작됩니다.]

피우웅!

굉음과 함께 창공을 장식한 건 각양각색의 색을 띤 유성의 비, 아니 강대한 힘을 가진 수많은 존재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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