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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이 회귀해버렸습니다-131화 (131/161)

131화.  < 썩은물은 최악의 투견을 맞이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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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아.

아마 조금 전, 신격을 손에 넣지 못한 나였다면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지구, 내 권역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이 강렬한 힘의 파장을 말이다.

지금까지 내가 경험했던 가장 강력한 상대는 글라키였다.

하지만 지금 피어나는 이 강렬한 기운을 감지한 순간, 그 순위는 25번째가 될 수밖에 없었다.

지구에 발생하기 시작한 24개의 기운. 그것은 글라키라는 존재를 잊게 할 정도로 강력한 것이었다.

불현듯 가이아의 말이 떠오른다.

그녀는 말했었다. 글라키는 셀 수 없이 많은 관람자 가운데서도 가장 저급한 존재에 불과하다고. 새삼 그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내가 손수 기른 투견關犬이다. 과연 네 녀석이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기쁜 마음으로 지켜보도록 하겠다.」

광기가 느껴지는 그 마지막 외침과 함께.

스스스.

장내를 지배하고 있던 절대의 존재감이 사라졌다.

“헉, 허억...”

본연의 존재로 돌아온 가이아가 거친 숨을 내뱉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녀의 존재 위에 덧씌워져 있었던 명명되지 않은 거대함은 책임자인 가이아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내던 녀석이었다.

아마 가이아 정도 되는 이가 아니었다면 그 존재를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영혼이 소멸하고 말았을 것이다.

“결국에는 이렇게 되는군요. 위대한 분께서 기간테스Gigantes를 부르다니...”

마치 넋이 나간 것처럼 중얼거리는 그 말을 흘려듣지 않았다.

“기간테스? 그 기간토마키아를 일으켰던 거인?”

기간테스라는 단어를 통해 연상할 수 있는 건 하나였다.

기가토마키아. 제우스를 중심으로 한 올림포스 신과 24명의 기간테스가 일으킨 전쟁.

그러고 보니 그 중심에는 가이아라는 이름이 언급된다.

기간테스라는 강력한 거인을 태어나게 만든 장본인이 바로 가이아였다.

“설마...?”

일부 거짓된 역사는 진실을 말하기도 했었다.

만약 그러한 사실이 여기에서도 적용된다면 가이아는 기간테스의 어미일 확률이 높을 것이다.

“그래요. 위대하신 분의 은총을 통해 낳은 제 자식들이죠,”

과연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탄생이 그리 축복받은 건 아닌 것 같다.

명색이 자기 자식들을 떠올리는 가이아의 몸이 격하게 떨린다.

그 탄생의 과정에서 겪어야 했던 가이아의 공포와 절망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끔찍한 악몽을 떠올리며 몸을 떨던 가이아.

하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은 듯 나를 직시했다.

“아직, 아직 늦지 않았어요. 서둘러 용서를 구하세요. 1,000만이든, 2,000만, 아니 1억의 제물을 바쳐서라도 위대한 분들의 화를 진정시켜야만 합니다.”

사정하듯이 말하는 가이아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그녀는 나를, 아니 인류를 걱정하는 자신의 심정을 절절히 표현하고 있었다.

물론 그건 진심 어린 걱정이 아니었다.

나를 통해 과거의 자신을 보고 있었다.

이것만이 동족을, 행성을 구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는 것이다.

하긴, 그들의 입장을 고려해 보면 그 생각이 틀린 건 아니다.

어차피 종말의 운명을 맞이할 바엔 구차하게라도 목숨을 연명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단, 내게는 해당하지 않는 사항이었지만 말이다.

“싫은데?”

내 확고한 결심에는 변함이 없다.

“너희는 굴복을 선택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러고 싶은 생각이 없어. 지금부터 내가 취할 태도는 하나야. 굴복이 아니라 대항.”

지구와 인류를 녀석들의 공물로 바치는 일은 결단코 없을 것이라 다짐한다. 하물며 그 대상이 관람자나 포식자도 아니고 녀석들이 기르는 투견 따위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자네가 해결할 수 있다는 건가? 저 강력한 힘을 지닌 투견을 상대로?”

여전히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나를 응시하는 환웅.

아무리 봐도 저 양반은 뭔가를 감추고 있다. 다만 그것을 캐내지 않는 건 내게 위해가 되는 종류가 아니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언젠가 때가 되면 스스로 밝힐 것이다.

“물론! 당신들과는 다르게 나는 지구와 인류를 지켜줄 만한 충분한 힘이 있거든.”

“말도 안 돼요! 그건 자신감이 아니라 오만...”

“그거야 지켜보면 알겠지.”

가이아의 말을 사뿐하게 무시했다.

사실 이렇게 대화할 시간이 없었다.

구구구!

세계 곳곳에서 발생한 힘의 파장이 마침내 완성된 존재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아아...”

뒤늦게 그 사실을 감지한 가이아의 육신이 안쓰러울 정도로 떨리기 시작했다.

“이젠 늦었어요. 그들이, 위대한 분들의 명령을 받은 투견이 당신의 세계를 소거할 테죠...”

“쯧. 호들갑은.”

사실 호들갑을 떨 만한 일이긴 하다.

그만큼 완성된 기간테스의 존재감은 압도적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어마무시했다.

하지만 신격을 얻은 지금은 다르다.

지금의 내가 녀석들, 24의 기간테스에게 느끼는 존재감은 그리 대단한 게 아니었다.

“깽판 칠 생각 하지 말고 헤쳐 모여!”

꽈아악!

마치 보이지 않는 줄을 잡아당기는 것과 같은 시늉을 해 보였다.

그것은 절대적인 의지와 함께 물리력을 발생시켰고.

쿵, 쿠웅!

곳곳에 떨어져 있었던 24의 기간테스가 내 앞에 모였다.

인류를 말살하려는 녀석들의 목적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함이었다.

“만나서 반갑다.”

물론 갑자기 끌려온 녀석들은 날 반기는 것 같지는 않았다.

고오오!

오히려 끈적한 살의를 뿜어대기 시작했다.

장내를 지배하는 강렬한 의지. 하지만 그것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녀석들을 주의 깊게 살폈다.

과연 거인이라는 말에 걸맞은 거대한 덩치의 괴물들이었다.

가지각색의 모습.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반드시 상반신은 인간의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이다.

인간의 관점에서 봤을 때 성별은 모두 남자였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인간으로 볼 수 없는 이유는 그들의 하반신이었다.

꿈틀거리는 촉수가 달려 있기도 하고 뱀이나 말과 같은 동물의 형태도 있다.

“주인님의 명이다.”

“우리는 이곳을 소거할 것이다.”

마치 대표라도 되는 것처럼 한 발짝 앞으로 나선 녀석들.

과연 모두를 대표할 수 있을 만큼, 다른 수준의 기운을 발산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그저 기운을 통해 그 힘을 감지하는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지잉.

상대를 바라보자 마치 스캔을 한 것처럼 특별한 정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름 : 알키오네우스

성별 : 중성

나이 : 추측 불가

사용 무기 : 창

무력 랭크 : -B

특징 : 기간테스를 이끄는 두 리더 중 하나. 증오의 창을 사용하여 대상이 인지하지도 못한 사이 죽음으로 이끈다.』

승리의 신격, 그리고 지구를 내 권역으로 삼으면서 특별한 권능이 생겼다.

바로 지금처럼 대상이 지닌 특징을 게임의 정보창처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적어도 권역 내에서는 게임의 시스템과 같은 특별한 권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상태창, 아이템의 정보창 등 이제는 그 모든 시스템을 필요할 때 언제든 열람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는 내가 게임의 시스템에 지배당하고 있었다면 지금은 반대로 내가 시스템을 지배하고 있는 셈.

그렇기에 한 차례 훑는 것만으로도 녀석들에 대한 간략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24의 기간테스를 이끌고 있는 건 조금 전 정보를 확인한 알키오네우스와 포르피리온 둘.

현재 측정되는 무력은 리더 둘이 -B, 그리고 나머지 22의 기간테스는 C였다.

사실 권능을 손에 넣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그 무력 수준이 어느 정도나 되는진 모르겠으나 한 가지 만큼은 분명히 알 수 있다.

적어도 내 상대는 아니라는 것.

“너무 늦어버렸군요...”

한숨을 내쉰 가이아의 모습이 흐릿하게 변한다.

그건 강제 퇴출이었다.

명색이 책임자라는 지위를 가진 그녀였지만, 이제 이곳은 나의 권역. 확고한 의지가 없다면 존재가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

의문인 건 환웅이었다.

그는 내 권역의 간섭을 받으면서까지 계속 존재를 유지했다.

가이아와 같이 할 일이 남아 있지 않음에도 여전히 자리를 지키는 것을 보면 무언가를 계획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하지만 이내 그 상념을 거둘 수밖에 없었다.

“이 세계와 함께 사라져라!”

지이잉!

오와 열을 맞춘 기간테스가 눈에서 광선을 발사했기 때문이다.

오직 파괴의 의지만을 실은 광선은 엄청난 힘을 품고 있었다.

[전투 상태에 돌입합니다.]

[당신에게 깃든 승리의 격이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합니다.]

[형용할 수 없는 전투의 고양감이 생겨나 당신에게 강력한 힘을 부여합니다.]

[현재 위치한 곳은 당신의 권역 지구입니다.]

[권역에 대한 특별 보너스가 추가되어 능력치가 비약적으로 상승합니다.]

전투 시작과 동시에 몸속을 지배하는 건 나조차도 가늠할 수 없는 절대적인 힘이었다.

달리 왜 승리의 격이겠는가.

약속된 승리를 보장하는 사기적인 격. 그것이 바로 승리의 격이었다.

게다가 이곳은 내가 생성한 권역 안. 그 고유의 결계를 깨부수지 않는 이상은 내게 너무도 유리한 전장일 수밖에 없었다.

콰콰콰콰콰!

빠르게 쇄도하는 파괴의 광선을 바라본다.

사실 별다른 위협을 느낄 수 없다.

승리의 격을 통해 얻은 고양감.

그리고 권역을 통해 주어지는 보너스.

그 모든 것이 나를 더욱 위대한 존재로 만들어준다.

휘이잉.

바람의 흐름을 느낀다.

보통은 그냥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권역 안에서 자연의 모든 것은 나의 손발이 된다.

스스스.

양손을 느릿하게 움직여 바람을 빚었다.

찰나의 순간을 지나 그것은 나를 보호하는 바람의 방패가 되었다.

스륵.

연녹색 바람의 방패는 기간테스가 발사한 파괴의 광선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였다.

“너희 거니까 다시 가져가."

손을 휘휘 저으며 바람의 방패에 의지를 실었다.

쿠콰콰콰콰!

더는 나를 보호하는 방패가 아니다.

파괴의 광선을 품은 거친 소용돌이가 기간테스를 향해 날아갔다.

그 소용돌이의 위력만 해도 대단한 것이었지만, 내부에는 파괴의 광선을 품고 있다.

그야말로 가공할만한 위력.

하지만 기간테스는 그리 호락호락한 녀석들이 아니었다.

“감히!"

챠챠챵!

조금 전과는 달리 저마다의 무기를 빼어든 녀석들이 힘을 합쳐 소용돌이를 베어냈다.

과연 그렇게 쉽게 쓰러지진 않겠다는 거지?

뭐, 별다른 감상은 없다.

바람의 권능은 그저 탐색을 위한 공격에 지나지 않았다.

진짜는 지금부터다.

“그럼 이건 어때?”

쿠르릉!

내 의지가 실린 순간 천둥이 거친 괴성을 뿜었다.

"쳐라."

파직!

내 의지를 실은 순백의 뇌전이 기간테스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크흡!"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당황한 듯했지만, 그리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과연 기간테스!

그럼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볼까?

“매우 쳐라!”

파직, 파지지직!

타르타로스의 해방으로 어둠에 물들어 있던 세계가 백색으로 물들었다.

수백, 수천, 수만.

눈 깜짝한 사이 셀 수도 없이 많은 뇌전이 기간테스에게 떨어졌고.

“마, 맙소사!”

경악한 환웅의 비명을 들을 수 있었다.

파즈즉.

아직도 뇌전의 여운이 남은 자리.

조금 전까지만 해도 엄청난 위용을 자랑했던 기간테스는 사라지고 없었다.

녀석들을 대신한 건 잿더미와 같은 작은 흔적뿐.

"쯧!"

하지만 나는 이 결과에 만족할 수 없었다.

구구궁!

세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내가 처치한 24의 기간테스는 단지 전초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지상 최악의 투견, 티폰이 깨어난다!”

24 기간테스의 존재를 먹어치운 거대한 괴물이 탄생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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