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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이 회귀해버렸습니다-128화 (128/161)

128화.  < 썩은물은 담당자W로 임명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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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레벨이 있었구나...”

들려오는 알림에 멍하니 되뇔 수밖에 없었다.

사실 300레벨, 트리플 마스터의 경지도 에오스에선 제대로 구현되지 못했었다. 그런데 400레벨이란다.

어쩌면 영원히 나올 수 없었던 쿼드 마스터의 경지를 이룬 감격의 순간이었다.

그러나 놀라기는 아직 이르다.

알림 폭탄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졌다.

[쿼드 마스터 경지에 도달해 모든 시스템이 해금됩니다.]

[등급의 제한이 해제됩니다.]

[지금부터 최종 등급인 태초太初 등급의 아이템 획득 및 제작이 가능합니다.]

400레벨을 달성함과 동시에 그간 병아리 눈물처럼 조금씩 업데이트되던 시스템이 완전히 해금되었다.

시스템의 완전한 해금. 이것의 가장 큰 변화는 등급의 제한이 없어진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는 아무리 강력한 적을 처치해도 불멸 등급 이후의 아이템을 구할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다르다. 불멸 등급 이후, 최종 등급인 태초 등급의 아이템도 드롭이 되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기타 시스템도 마찬가지.

펫이나 탈 것 등등, 모든 부분에서 등급의 제한이 없어져 더욱 강력한 아이템을 손에 넣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솔직히 그간 지겨웠다.

말이야 바른말이지 그간 내 인벤토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대부분 아이템은 에오스 시절 구했던 게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 구석기 시대 유물들과 안녕이다.

글라키와 같은 강력한 적을 쓰러뜨릴 경우 그에 맞는 강력한 아이템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웅웅웅!

완전한 시스템의 해금에 기뻐하고 있을 무렵, 또 다른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다.

변화의 근원은 내 손에 쥐어져 있던 창세의 창이었다.

“넌 또 왜 이래?”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마력을 주입한 것도 아니고, 의지를 품지도 않았다.

하지만 창세의 창은 내가 그 어떤 행동을 했을 때보다 더욱 요란한 울음을 토하고 있었다.

“어어?”

급기야 내 손을 벗어나 허공에 뜬다.

갑작스레 창명權鳴을 토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허공에 뜬 창을 바라보던 중이었다.

“아!"

그리고 뒤늦게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요란한 변화의 범인이 존재했다. 그 근원이 있는 곳은 글라키가 소멸한 자리였다.

녀석이 드롭한 수많은 아이템 가운데 창세의 창과 같이 허공에 홀로 떠 있는 게 있었다.

마치 세상의 모든 검은 색을 모은 것처럼 칠흑의 빛을 띤 구체.

웅웅, 우우웅!

마치 서로를 부르듯 공명한다.

그리고 잠시 후.

쉬이익!

칠흑의 구체는 그것이 운명인 것처럼 내게 쇄도했다.

피해야 하나?

아니. 내 감이 말하고 있다.

칠흑의 구체는 내가 아니라 창세의 창을 향해 접근하고 있다고.

쩌억.

“우왁, 깜짝이야!”

믿기지 못할 광경이 벌어졌다.

마치 살아 있는 존재처럼 창세의 창이 반으로 갈라지며 거대한 입을 드러낸 것.

꿀꺽!

한껏 벌린 입으로 칠흑의 구체를 삼켰다.

[창세의 창이 코스모스 에테르를 흡수했습니다.]

[이미지의 무기를 강화할 수 있는 에테르가 모두 충족되었습니다.]

[창세의 창을 강화하시겠습니까?]

[강화하기 전에 주의 사항을 먼저 확인해 보길 권장해 드립니다.]

강화라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사실 전력을 강화하기 위해 창세의 창 강화를 시도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강화를 하려고 할 때마다 필요한 강화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말만 들을 수 있을 뿐이었다.

결국, 그 단서를 얻지 못해 강화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마침내 그 단서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어쩌면 전력을 수직상승할 수 있는 기회. 하지만 곧바로 그 기회를 이용하지 않았다.

알림이 말했다.

주의사항을 먼저 확인하라고.

아이템 강화에서 가장 중요한 건 운빨도 있지만, 먼저 아이템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대부분 아이템이 +6에서 날아가는 기존의 룰을 따르긴 하지만, 그중에는 변칙적인 것도 존재했다.

몇몇 아이템의 경우 +1에서부터 날아가기도 한다.

그렇기에 강화를 하기 전에 반드시 해당 아이템의 안전 강화 수치를 확인하는 게 우선이었다.

[창세의 창 강화 실패 시 아이템은 소멸하지 않지만, 강화 수치가 감소하거나 초기화될 수 있습니다.]

창세의 창이 가진 특성은 강화 수치 감소 및 초기화였다.

다행이다.

만약 아이템이 소멸하는 경우라면 아무리 나라도 강화를 시도하진 못했을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창세의 창, 정확히는 백치의 창을 구할 방법이 요원하기 때문이다.

에오스라는 게임이 사라진 마당에 어떻게 배후의 왕을 찾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어차피 강화 상태가 아니다. 감소하거나 초기화될 염려가 없으니 망설이지 않고 강호를 시도할 수 있었다.

[흡수한 코스모스 에테르로 강화를 시도합니다. ]

[예상 강화 수치는+1~3입니다.]

지이잉!

갑작스레 발생한 빛이 창세의 창을 감쌌다.

마치 고치를 만드는 것처럼 창세의 창을 꼼꼼하게 감싼 그것이 점차 절정을 향해 치달았고.

화악!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찬란한 빛이 터져 나왔다.

“떴다!"

아마 게임에 대한 경험이 많은 이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찬란한 빛이 성공을 암시하는 특수 효과라는 사실을 말이다.

[창세의 창 강화에 대성공했습니다.]

[창세의 창이 +3 창세의 창으로 강화됩니다.]

[강화를 통해 창세의 창에 봉인되어 있던 특별한 권능이 해금됩니다.]

역시 성공이었다.

그리고 기쁜 소식. 단순히 위력만 강해지는 게 아니라 특수한 권능이 생겼다는 점이다.

아마도 일정 수치의 강화에 성공하면 특별한 능력이 추가되는 모양이었다.

그 말인즉 강화를 하면 할수록 사기적인 창세의 창은 개사기로 변모한다는 것이다.

물론 창세의 창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기운, 코스모스 에테르라는 게 더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지금은 없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그 에너지를 얻을 방법을 찾았기 때문이다.

“관람자를 쓰러뜨리는 것.”

외부의 존재, 즉 글라키와 같은 외계인 녀석들을 처치할 경우 창세의 창을 강화할 수 있는 코스모스 에테르를 얻을 수 있다.

뭐, 녀석들을 상대하는 게 그리 쉽기야 하겠냐마는 그래도 조금은 희망이 생겼다.

분명 조금 전 나는 글라키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하지만 네크로노미콘이라는 히든카드가 생겼고, 더불어 시스템 해금 및 아이템 마스터라는 쿼드 마스터의 권능을 손에 넣었다.

이 정도 전력 상승이라면 충분히 녀석들에게도 비벼볼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내가 얻은 건 그게 다가 아니다.

정면을 응시하자 나를 향해 손짓하고 있는 보물의 산을 볼 수 있었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건 글라키의 드롭 아이템이었다.

요그 소토스의 도움이 없었다면 절대 쓰러뜨릴 수 없었던 강력한 존재. 녀석이 드롭한 아이템의 산을 향해 다가갔다.

"음?"

하지만 가까이 다가간 그 순간.

[당신의 꿈에 반응한 환상이 신기루가 되어 사라집니다. 마치 모든 게 꿈이었던 것처럼...]

보물 산이 사라졌다.

어마어마한 보물 산을 대신해 자리한 건 핑크빛 안개와 같은 기운을 발산하는 보주賣珠였다.

“이건 또 뭐야?”

기대에서 실망으로 바뀌는 건 한순간.

당황한 마음을 금하지 못한 채 핑크빛 보주에 손을 가져갔다.

『꿈의 보주

종류 : 소비 아이템

등급:Unknown

효과 : 상상의 능력을 꿈의 능력으로 강화한다

설명 : 죽은 꿈들의 지배자 글라키가 남긴 근원의 힘.』

“임수아?!”

그 효과를 확인하는 순간 곧장 누군가를 떠올릴 수 있었다.

“아!"

새삼 둘을 떠올린다.

어마어마한 결과에 현혹되어 두 사람을 잊고 있었다.

타탓.

부지런히 발을 놀려 두 사람이 쓰러진 장소에 도착했다.

"..."

둘을 지배하던 글라키가 소멸했지만, 여전히 의식이 없다.

[‘권좌의 권능 : 관찰’을 발휘합니다.]

내 휘하, 신도나 사도, 신장에 한해 발휘할 수 있는 능력.

[글라키의 권능에 잡아 먹혀 미망空妄을 헤매는 중입니다. 미망에서 깨울 수 있는 강력한 힘이 필요합니다.]

곧장 둘의 상태를 진단할 수 있었다.

육신의 상태는 멀쩡하다. 문제는 정신이었다.

죽은 꿈들의 지배자라는 이명을 가진 존재답게 글라키에게 지배당한 두 사람은 벗어날 수 없는 꿈, 미망을 헤매고 있었다.

이게 골치가 아프다.

차라리 어디 한 군데가 부러지거나 잘린 거라면 쉽게 치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신의 영역은 그 누구도 쉽게 건드릴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특히 그게 관람자와 같은 절대적인 권능을 자랑하는 존재가 벌인 일이라면 더더욱이.

“뭐,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

불과 조금 전이였다면 둘의 이상 상태에 당황했을 테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쪼르르르.

녹색 액체가 든 물약 병을 기울여 두 사람에게 부었다.

아침을 깨우는 비약. 상태 이상 ‘수면’을 해제할 수 있는 물약이었다.

[아침을 깨우는 비약으로는 상태 이상을 해제할 수 없습니다.]

역시.

아침을 깨우는 비약 정도로는 글라키의 지배를 벗어날 수 없다.

하지만 아이템 마스터가 출동한다면 어떨까?

[아침을 깨우는 비약에 아이템 마스터의 권능, 진혼을 부여합니다.]

아이템 마스터의 능력을 각성해 무구 뿐만 아니라 물약과 같은 소비 아이템의 효과도 강화할 수 있게 되었다.

[아침을 깨우는 비약이 ‘아침 6시에 울리는 기상나팔’로 강화됩니다.]

쪼르르.

진혼을 통해 강화된 물약을 부었다.

“으악!"

“꺄악!”

효과는 굉장했다!

마치 기나긴 악몽에서 깨어난 것처럼 두 사람이 벌떡 일어난 것.

“이, 이게 어떻게 된...?”

“분명히 글라키에게 지배를 당했는데.”

의식은 회복했으나 여전히 나사 한 군데가 빠진 듯하다.

“걱정하지 마. 끔찍한 악몽은 끝났으니까.”

그리 말하며 소멸한 글라키의 육신을 녀석들에게 확인시켜 주었다.

“대, 대단해요!”

“칫. 이제는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네.”

이제야 정신이 돌아오는지 상황을 파악하곤 감탄사를 내뱉는다.

“걱정하지 마. 내가 강해졌다는 건 너희들도 얼마든지 강해질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니까."

아이템의 능력을 강화할 수 있는 건 내게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나를 돕는 모든 동료의 전력도 강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또 하나의 가능성이 있으니.

“수아 씨. 이걸.”

조금 전 얻은 꿈의 보주를 건넷다

상상의 능력을 가진 임수아. 그녀야말로 꿈의 보주를 사용할 수 있는 선택받은 이였다.

“이건?!”

“수아 씨의 능력을 강화해줄 특별한 아이템이죠.”

아마 그녀 또한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을 것이다.

예전에 얻었던 여의주와 같이 이 꿈의 보주가 그녀 자신의 능력을 강화해 줄 것이라는 사실을. 물론 여의주 따위와 꿈의 보주를 비교하는 건 어불성설이겠지만 말이다.

다른 설명이 없었음에도 그녀는 홀린 듯 꿈의 보주를 향해 손을 뻗었다.

화악!

그녀의 손에 닿는 순간 꿈의 보주는 더욱 강렬한 핑크빛 기운을 발산했다.

“아아아!”

환희가 느껴지는 감탄과 함께.

쉬리릭!

꿈의 보주가 내뿜는 기운이 그녀의 코로 흡수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초월적인 힘에 의해 구현의 마녀 임수아의 직업이 변경됩니다.]

[클래스 체인지! 구현의 마녀에서 꿈의 여왕으로 직업이 변경됩니다.]

오옷!

놀랍게도 클래스 체인지가 발생했다.

일부 특별한 아이템이나 퀘스트를 통해 NPC의 직업이 변경되는 경우가 있었다.

정말 소수를 제외, 나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클래스 체인지가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놀라워요. 엄청난 힘이 샘솟는 것 같아요.”

굳이 그 말이 없어도 알겠다.

내 눈에는 똑똑히 보인다.

그녀에게서 발산되는 기운이 한층, 아니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는 것을.

물론 글라키와 같은 절대적인 권능은 아니지만, 예전과 비교하면 괄목상대할 만한 변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그녀의 능력이 얼마나 성장했는진 모르겠지만, 차차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녀의 성장으로 일어날 가능성을 말이다.

아니. 굳이 기다릴 필요가 있나.

당장 그녀의 변한 능력을 확인하고자 말문을 열려고 할 때였다.

[회의장에 모인 관리자 및 책임자가 마침내 당신의 보상을 결정했습니다.]

까맣게 잊고 있었다.

어려운 임무를 완수할 때마다 주어지던 특별한 관리자의 보상.

이번에는 관람자를 쓰러뜨린 만큼 그 보상 또한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책임자가 당신에게 보상 안건이 통과되었음을 알립니다.]

[회의에 나온 안건, ‘이연우를 담당자 W로 임명한다’는 관리자의 과반수 이상 찬성으로 가결되었습니다.]

"뭐, 뭣?!”

설마 그 보상이라는 게 모든 과정을 무시한 담당자 위임일 줄이야!

[책임자가 당신을 호출합니다.]

[절대적인 명령에 의해 당신의 혼이 ‘지배의 원탁’으로 이동됩니다.]

팟!

믿을 수 없는 알림과 함께 내 몸이 붕 뜨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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