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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이 회귀해버렸습니다-127화 (127/161)

127화.  < 썩은물은 석유가 되기 직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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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휴. 오랜만에 세상 나들이 좀 하나 싶었는데, 처음 보는 면상이 이런 저급한 새끼라니. 아주 짜증이 난다, 짜증이 나!」

네크로노미콘을 탈출(?)한 요그 소토스.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것처럼 제자리에서 방방 뛰는 그 모습은 아무리 봐도 대단한 존재로 인식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그건 외형, 즉 껍데기만을 봤을 때의 이야기다.

그가 품은 미증유의 존재를 접한 자라면 글라키와 같은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드드득.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대지가 요동친다.

아니, 그건 대지가 요동치고 있는 게 아니었다.

덜덜덜.

두려울 것 하나 없어 보이던 절대적인 존재 글라키. 녀석이 요그 소토스를 본 두려움에 몸을 떨고 있었다.

「어, 어째서 당신이?! 분명 질서의 세대와 함께 혼돈의 소용돌이에 머물러 있어야 하거늘. 서, 설마. 인제 와서 맹약, 맹약을 어기겠다는 건 아니겠지?」

마음속에 품은 두려움의 크기가 얼마나 큰지 말도 제대로 잇지 못할 정도였다.

「여기나 저기나 그 망할 놈의 맹약 타령은. 그 염병할 맹약 때문에 좋아하는 나들이도 못 하는 판국인데 무슨. 아니, 그런데 이 새끼 봐라?」

글라키에 비해 한참이나 작은, 인간과 벼룩으로 비교할 수 있을 정도의 몸집을 지닌 요그 소토스가 눈을 부라린다.

「아니겠지? 이게 어디서 반말을 찍찍 내뱉고 지랄이야. 진짜 뒈지고 싶냐, 엉?」

역시.

그 할아버지에 그 손자라고 했던가.

크툴루의 욕설은 아무래도 저쪽에 있는 망나니 할아버지에게 다 배운 모양이었다.

누가 봐도 혈육이라고 느낄 수밖에 없는, 입에 착착 달라붙는 욕설을 시전하고 있었다.

「말을 돌릴 셈이냐? 빨리 말해라. 당신, 아니 그대는 혼돈의 소용돌이를 벗어나 외부에 개입할수 없다. 만약 그 맹약을 어긴다면 그 즉시 질서와 혼돈의 전쟁이 시작될 것이다.」

요그 소토스의 위협에도 쫄지 않는다.

그 말을 들어보면 요그 소토스가 어떠한 맹약에 묶여 제대로 활동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지미럴! 아, 세월이 야속하구나. 예전에는 내 기척만 느껴져도 엎드려서 벌벌 떨던 것들이 뭐? 당신? 그으대?」

인간이나 저 관람자들이나 다를 바 없는 것 같다.

왕년에 소 한 마리 안 잡아본 사람이 어디 있을까. 요그 소토스가 말하는 경우가 딱 그짝이었다.

「오냐. 네가 그렇게 좋아하는 맹약? 당연히 어길 수 없지. 저급한 네 녀석도 알고 있을 텐데? 내가 맹약을 어길 수 없는, 금제된 신세라는 것을.」

「그, 그렇지. 당신은 분명 맹약에 의해 관람이 아닌 이상에야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을 터인데. 그런데 어째서?」

내가 있다는 것을 신경도 쓰지 않은 채 긴밀한 대화를 이어간다.

내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다.

녀석들의 대화를 통해 많은 단서를 얻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녀석들의 대화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단어는 질서의 세대와 혼돈의 세대다.

아마도 이건 관람자들 사이에 생겨난 두 개의 파벌일 터.

이 두 세력이 갈등을 일으켰고, 아마도 유리한 고지를 점한 건 혼돈의 세대일 것이다.

전쟁을 벌였는지 논쟁을 벌였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어찌 됐든 녀석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맹약을 맺어 질서의 세대에 속한 모든 구성원에게 금제를 가한 모양이었다.

「쯔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머저리 같은 녀석. 그러니까 네 녀석이 저급하다는 것이다.」

「자꾸 말을 돌릴 셈이냐?」

「누가 말을 돌린다고. 네 녀석도 머리가 있으면 알지 않느냐. 모든 맹약을 무시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상황을.」

과연 멍청한 녀석인지 잠시 동안 머릴 굴리는 듯 세 개의 눈알을 데굴데굴 굴리더니.

「서, 설마?!」

「반응 참 빠르다. 그래. 네 녀석이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그것. 이제 곧 그것이 실현될 것이다.」

그리 말을 이어가던 요그 소토스의 시선이 내게 향했다.

「그, 그렇다면 저 녀석이...」

「호오. 저급한 주제에 그래도 꽤 눈치를 빠른가 보네. 역시 눈알 세 개가 괜히 달린 건 아닌 것 같네.」

「이상한 낌새를 느끼긴 했지만, 설마 그분의...」

「그만!」

나를 직시하던 글라키가 말을 내뱉으려고 했으나 쩌렁한 요그 소토스의 외침이 이를 방해했다.

「더는 언급하지 마라. 금기를 잊은 건 아니겠지?」

「...」

요그 소토스의 말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

이상하다.

분명 저 녀석들이 나를 보고 무언가를 속닥거린 것 같은데.

「이럴 때가 아니다!」

꿀렁.

무언가 떠올린 것처럼 갑자기 몸을 움직인다.

촤악!

글라키의 육신을 꿰뚫고 나온 가시가 빠른 속도로 날아간다.

그런데 이상한 건 가시가 향하는 방향이었다.

나나 요그 소토스를 향해 발사한 게 아니라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향해 쐈다.

쉬이익!

내가 인지할 수 없는, 맹렬한 속도로 날아간다.

하지만 녀석의 수상쩍은 시도는 허무한 결말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터엉!

보이지 않는 벽에 가로막힌 가시가 지면으로 떨어졌던 것.

「어이쿠, 머저리 같은 자식아. 내가 그 정도 사실을 알려줬는데도 너를 살려 보낼 것 같으냐? 외부의 모든 시선은 물론 네 녀석도 내 영역을 벗어날 수 없다.」

새삼 놀랍다.

그의 말을 들어보면 일정 영역에 결계를 생성한 것 같다. 하지만 언제 결계를 형성했는지 낌새조차 느끼지 못했다.

내 기감을 속일 수 있을 정도로 은밀하고, 글라키의 권능을 가로막을 수 있을 정도로 견고하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요그 소토스가 지닌 힘을 짐작할 수 있었다.

「흥! 과거라면 몰라도 현역에서 물러난 존재를 내가 두려워할 것 같은가!」

수상쩍은 일을 포기한 듯 강렬한 기세를 발산한다.

콰콰콰!

어우야.

엄청난 기운이, 마치 해일과도 같은 그 절대적인 기운이 장내를 휩쓸었다.

이것 하나로도 알 수 있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사실을.

만약 녀석이 마음만 먹었다면 나를 없애는 건 일도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게 노력해서 여기까지 올라왔건만, 아직도 이런 수준이라니.

솔직히 말해 자괴감이 밀려오지만, 그렇다고 절망의 늪에 빠지진 않았다.

기회가 없는 건 아니다.

이번 위기를 넘겨 담당자의 자릴 차지할 것이다.

장삼봉이 말했던 것처럼 신격을 손에 넣은 후 녀석들에게 대항할 만한 힘을 키울 테다.

오히려 의지는 더욱더 뜨겁게 불타올랐다.

「어이쿠. 무서워라. 너무 무서워서 안구가 다 떨리네.」

요그 소토스가 장난스럽게 몸을 떨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여유를 부릴 수 있는 걸 보면 글라키를 상대하는 것에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놈!」

그래도 꼬박꼬박 당신이라는 호칭을 붙이던 글라키의 분노가 폭발했다.

촤촤촤촤촥!

육신을 꿰뚫고 나온 가시가 세상을 뒤덮었다.

그 가시 하나하나에 깃든 힘은 내 수준을 한참이나 벗어난 것.

전력을 다한다 해도 겨우 1개를 막을 수 있을까?

「쯧!」

하지만 그 엄청난 공격을 바라보는 요그 소토스는 혀를 찰 뿐이었다.

「너희 혼돈의 세대가 그렇지. 꾸역꾸역 사육장을 만들어가며 힘을 키웠음에도 이 정도가 고작이라니. 너희는 정말 구제 불능이구나.」 그 순간 나는 기적과 대면할 수 있었다.

"..."

시간이 멈췄다.

예전처럼 세계의 시간이 멈춘 게 아니라 일정한 영역, 일정한 대상의 시간을 빼앗았다.

요그 소토스의 기적이 향한 곳은 글라키가 발현한 가시였다.

가시가 쇄도하는 영역의 시간을 동결시켜 모든 움직임을 멈추게 만들었다.

「맙소사!」

글라키의 눈동자에 경악의 감정이 새겨진다.

「어, 어떻게? 네 녀석은 본체를 강림시키지도 못했을 텐데?」

「설마 이게 다는 아니지? 좀 더 노력해 봐. 혹시 모르지. 내 권능을 이겨내고 멈춰진 시간을 다시 되돌릴 수 있을지도.」

「이이익!」

요그 소토스의 도발에 넘어갔다.

쿠쿠쿠쿵!

글라키가 내뿜는 기세가 가시를 휘감았다.

어떻게든 멈춰진 시간을 되찾고자 하는 의지였으나 변하는 건 없었다.

아무리 봐도 사기다.

시간을 빼앗을 수 있는 능력이라니.

이게 사기가 아니면 무엇이 사기겠는가.

그것도 시간을 빼앗은 대상은 관람자, 즉 초월의 존재인 글라키였다.

아무리 녀석이 급이 떨어지는 존재라 해도 지금의 상황은 좀처럼 믿기 힘든 것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글라키는 완전한 강림을 이루어 본체를 현세에 가지고 온 반면 요그 소토스는 불안정하기 그지없는 소환이었기 때문이다.

외형을 봐도 알 수 있지만, 네크로노미콘을 통해 소환된 그는 일부의 힘만을 소지한 상태였다.

이 불안정한 소환으로도 이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한다?

꿀꺽.

나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키고 말았다.

만약 그가 완전한 강림을 이룬다면 어떻게 될까?

그것은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일 수밖에 없었다.

「머저리 같은 녀석아. 아무리 내 존재가 완전치 않다고 해도, 이 눈알의 혈관 하나만 빠져나온다 해도 네 녀석을 제압하는 건 일도 아니다. 도대체 넌 내가 누군지 알고 있기는 한 거냐? 내가 바로 모든 경계에 있는 자, 모든 문을 다스리는 지배자니라!」

소리친 그가 내재되어 있던 힘의 일부를 방출했고.

쿠콰콰콰콰!

「으으으...」

그가 내뿜는 적의에 글라키의 몸이 굳었다.

포식자를 본 먹이처럼, 녀석의 사고가 정지한 것이다.

「자, 그럼 묻겠다, 성전의 주인이여. 이 저급한 녀석을 어찌하고 싶지?」

이미 의지를 상실한 글라키를 내버려 둔 채 내게 물었다.

“어쩌긴 뭘 어쩝니까. 당연히...”

스윽.

목을 긋는 시늉을 해 보였다.

완전한 강림을 이룬 글라키를 살려둘 마음이 없다.

녀석은 존재 자체가 해악. 지구에서 살아 있어서는 안 될 녀석이었다.

「알겠다. 그럼...」

내 결정과 함께 요그 소토스의 눈이 붉게 변했다.

그와 함께 놀라운 변화를 목격할 수 있었다.

그그극!

공간이 뒤틀렸다.

「으윽.」

뒤틀리는 공간에 갇힌 글라키가 비명을 질렀다.

뒤틀리는 그 방향에 따라 녀석의 거대한 육신이 찢어지고, 꺾인다.

시간을 지배하는 힘에 이어 공간마저도 지배하고 있었다.

시간과 공간. 그중 하나만 가져도 충분히 사기적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그는 두 가지 능력을 모두 소유했다.

이런 괴물이 나를 돕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끼면서도 후에 이를 상대해야 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불안함을 느껴야만 했다.

「아, 안돼. 어떻게 손에 넣은 기회인데...」

존재의 근원 자체가 찢기고 있었다.

녀석의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뜻하는 것.

「저급한 녀석아. 어차피 때가 되면 너희 모두는 소멸을 면치 못하리라.」

그그그그!

요그 소토스의 살의와 함께 공간의 뒤틀림을 절정에 달했다

「끄으으으악!」

절대 들을 수 없을 거로 생각했던 글라키의 비명과 함께.

퍼엉!

그 힘을 감당하지 못한 녀석의 육신이 폭발하고 말았다.

후두둑.

찢긴 파편이 아무렇게나 떨어진다.

허무할 정도의 결말이다.

지구를 먹기 위해 억겁의 세월 동안 세웠던 계획은 요그 소토스의 눈짓에 의해 종말을 고하고 말았다.

「끄읕!」

속이 후련한 듯 개운한 의지를 전한 요그 소토스의 시선이 내게 향했다.

「궁금한 게 많겠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다. 언젠가 성전의 주인, 네게도 진실이 찾아올 날이 있겠지.」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전한 요그 소토스.

스르륵.

회색의 구체로 변한 그가 다시금 네크로노미콘에 흡수되었다.

하지만 아직 상황이 마무리가 된 건 아니다.

[축하합니다. 죽은 꿈들의 지배자 글라키를 쓰러뜨렸습니다.]

[‘위업 : 쓰러진 그레이트 올드 원Great Old One’을 획득했습니다.]

[‘위업 : 태초의 사냥꾼’을 획득했습니다.]

[태초부터 존재해 왔던 위대한 이를 쓰러뜨려 예상할 수 없는 막대한 추가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충분한 경험을 쌓아 레벨이 상승합니다.]

[능력치 포인트 8개를 획득했습니다.]

...

[축하합니다. 400레벨을 달성했습니다.]

[쿼드Quad 마스터가 되어 새로운 특성이 해금됩니다.]

[초월 각성, 아이템 마스테tem Master가 오픈되었습니다.]

[아이템 마스터로 각성합니다.]

[모든 아이템에 진혼眞魂을 이끌어 내어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됩니다.]

[죽은 꿈들의 지배자 글라키를 쓰러뜨려 1,000의 플레넷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을 목격한 관리자 Z가 책임자에게 보고합니다.]

[모든 구역의 관리자와 책임자가 모여 이번 임무에 대한 보상을 논의하기 시작합니다.]

내가 들을 수 있었던 건 어마어마한 알림의 폭탄.

그리고 그 내용이란 건 하나같이 경악할 수밖에 없는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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