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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이 회귀해버렸습니다-122화 (122/161)

122화.  < 썩은물은 강림한 글라키를 상대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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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포르. 무슨 일이야?」

「...」

임수아와 함께 중국으로 파견한 바포르에게 의지를 전달했으나 정작 그 대답을 들을 순 없었다.

내 말에 대답이 없다니.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상황이다.

하지만 당황하지 않는다.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다.

차가운 물을 부어버린 것처럼 머리는 차갑게, 냉정을 유지했다.

분명 마지막에 비명이 들렸다.

비명이 들렸다는 건 그 상황이 발생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는 것. 그건 아직 늦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실이었다.

[‘권능 : 권좌의 집결’을 발현합니다.]

다급히 권능을 발현했다.

원하는 신도나 사도, 그리고 신장을 즉시 내가 있는 곳으로 소환하는 권능이다.

물론 그 대상은 청해호에 있는 바포르와 임수아였지만.

[권능이 취소되었습니다.]

[현재 권능의 대상이 되는 바포르와 임수아는 강력한 결계에 의해 묶여 있습니다.]

역시 안 되나.

우려했던 상황에 직면했음을 깨달았다.

차분히, 그리고 빠르게 상황을 되뇌어 본다.

글라키의 계획이라는 건 권로를 이용해 나를 묶어두고, 청해호에서 모종의 계획을 실행하는 것일 터.

방법은 하나다.

그들을 이곳으로 부를 수 없다면 내가 간다.

슈슉!

의지를 움직이자 공간이 어그러졌다.

어그러진 풍경이 제자리를 찾았을 때, 나는 새로운 장소에 도착해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공간 이동의 권능을 이용해 청해호 인근으로 이동한 것.

휘이잉!

차가운 바람이 뺨을 스치고 지나간다.

주변을 살핀다.

눈에 들어오는 건 노랗게 물든 유채꽃이었다.

청해호 인근에 펼쳐진 유채꽃밭. 하지만 그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시간은 없다.

쉬익!

빠르게 발을 놀려 멀찍이 펼쳐진 호수를 향해 달렸다.

많은 시간은 필요하지 않았다.

눈깜짝할 사이 호수의 위용을 확인할 수 있는 거리까지 닿을 수 있었다.

하지만 더는 전진하지 않았다.

“결계로군.”

걸음을 멈춘 채로 손을 뻗었다.

텅!

투명한 벽에 부딪쳐 더는 나아갈 수 없다.

결계다. 그리고 결계의 용도를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느껴지는 기운으로 보건데 외부의 적이 영역 내로 들어올 수 없도록 방어하는 형태였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아주 강력한 결계이나 안중에 없다.

파직!

파괴력 하나만큼은 발군인 묠니르를 꺼내 마력을 주입했다.

푸른 빛의 스파크가 어지러이 튀었다.

“결계는 개뿔!”

일갈과 함께 결계를 내리쳤다.

콰앙!

결계와 묠니르의 충돌 지점에서 어마어마한 폭발이 일어났다. 하지만 결과는 그리 신통치 않았다.

지금까지 실패를 몰랐던 파괴의 망치는 결계를 파괴하지 못했다.

호오?

평범한 결계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아마도 이건 고유 결계 이상의 권능일 터. 그렇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파직, 파지직!

내 의지를 읽은 듯 묠니르가 더욱더 강렬한 스파크를 발산하기 시작했다.

[메긴기요르드를 착용했습니다.]

[최초의 공격에 한해 파괴력이 두 배 상승합니다.]

[전격의 장갑 야른그레이프를 착용했습니다.]

[묠니르에 깃든 전격의 권능이 증폭됩니다.]

한층 강력한 마력과 더불어 천둥의 신 세트를 착용했다.

웅웅!

그리고 당장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강화된 묠니르의 힘을 한 점에 집중했다.

준비는 끝!

쿠아앙!

묠니르와 결계가 만나자 굉음이 터져 나왔다.

조금 전과는 달리 효과는 확실했다!

쩌적!

정면 공간에 균열이 일었고.

콰챠챵!

요란한 소리와 함께 결계가 산산이 부서졌다.

그제야 결계에 가려져 있던 본래의 광경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맙소사!”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거대하긴 하지만, 평범한 호수에 불과했던 청해호는 본래의 모습을 잃은 상태였다.

호수를 채운 건 맑은 물이 아니라 붉은 액체였다.

에이, 설마.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건 아니겠지?

머릿속에 떠오른 의문을 애써 부정하며 호수에 손을 가져갔다.

질퍽.

그리고 이내 그 성분을 파악할 수 있었다.

붉은 액체는 물이 아니었다. 끈적하고 진득한, 그리고 묘한 비린내를 풍기는 피였다.

"미친!"

더불어 호수 안을 바라본 순간 욕설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호수 바닥을 장식한 건 시체였다.

각종 동물은 물론 사지가 갈기갈기 찢긴 인간의 시체도 보인다.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호수를 가득 채운 건 그들의 피였다.

도대체 누가?

하지만 그 의문에 대한 답은 이미 알고 있었다.

“글라키!”

호수 전체에 울리는 분노한 외침.

이 모든 일의 배후에는 글라키가 있다.

파아앗!

기감을 넓게 확장했다.

내 의지가 담긴 마력이 무한히 뻗어 나가 호수 전체를 탐색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불길한 기운, 적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

쉬이익!

한 줄기 바람이 되어 호수를 가로지른다.

상황 파악? 그딴 여유를 부릴 틈이 없다.

무엇보다 바포르와 임수아의 소재를 파악해야만 한다.

그들에 대한 단서는 멀찍이서 느껴지는 이 불길한 기운의 존재들이 알고 있을 터.

그래서 더욱 속력을 높였으나.

촤악!

훼방꾼의 방해로 목적을 달성할 수 없었다.

수면, 아니 혈면血面 위로 솟아오른 건 길쭉한 가시였다.

촤악, 촤촤촥!

하나가 아니다.

내가 가는 곳마다 솟아난 가시가 위협적으로 쇄도했다.

찰랑.

마치 단단한 지면처럼 호수 위를 뛰어다니며 그 모든 가시를 피했다.

기감으로도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존재다.

그래서 안구에 마력을 집중하자 가려져 있었던 호수 내부를 확인해야만 했다.

꾸물꾸물.

보이는 건 뭉쳐진 젤리를 연상케 하는 거대한 가시 달팽이.

안 봐도 빤하다. 호수 밑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글라키의 부하들이었다.

글라키의 본체와 흡사한 외형을 보니 일반적인 감염자와는 다른 무언가일 것이 분명하다.

“꺼져!”

녀석들이 무슨 존재건 그건 내 알 바가 아니다.

적이 확실하다면 없앤다. 다행히 인근에서 느껴지는 건 불길한 적의로 가득한 글라키의 부하들뿐.

의지를 움직여 인벤토리에서 무기를 꺼냈다.

그러나 당장 눈앞에 나타나는 일은 없었다.

피우웅!

창공에서부터 떨어지는 무언가.

화르륵!

마침내 모습을 보인 건 백화白火에 휩싸인 거대한 불꽃 검이었다.

레바테인. 한 번 불이 붙은 순간 잿더미가 될 때까지 생명을 불태워 버리는 멸살減殺의 검이었다.

콰앙!

눈 깜짝할 사이 피의 호수를 강타한 레바테인이 엄청난 폭발을 일으켰다.

그건 호수에 일어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결말이었다.

모든 것을 태워버리는 불길은 글라키의 부하들은 물론 피로 가득했던 호수 일부분을 증발시켜버렸다.

솨아아.

그 열기의 여파가 남아 여전히 남은 피를 증발시킨다.

대살상 병기 레바테인. 불의 속성을 지닌 이 불꽃의 검은 주입하는 마력에 따라 위력이 달라지는, 그야말로 살상 병기라는 말에 걸맞는 위력을 자랑했다.

특히 내 무한한 마력과 합쳐지면 그 위력은 무한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

물론 피아를 가리지 않는 위력 덕분에 주변에 보호할 아군이 없을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는, 제한된 무기기도 하다.

여전히 거센 불길을 발산하고 있는 레바테인에서 시선을 옮겨 주변을 훑었다.

멀리서 움직이는 몇몇 달팽이(?)가 발견되기도 했지만, 내 이동을 막을 정도는 아니다.

아무래도 누군가의 명에 의해 중앙 호수 부근을 지키고 있었던 것 같다.

탓.

다시금 속력을 높였다

지나갈 때마다 글라키의 부하가 공격했으나 한 곳에 몰려 있지만 않다면, 충분히 피할 수 있을 정도였다.

시간을 지체하지 않기 위해 녀석들을 무시하며 내달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근본적인 기운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

눈앞에 드러난 광경에 할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호수 위에는 제단이 놓여 있었다.

그러나 그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목재, 석재로 만든 제단이 아니었다.

시체. 그것도 인간의 시체를 엮어서 만든 거대한 제단이 호수 위에 떠 있다.

스걱, 스걱.

그 주변에서 열심히 시체를 엮는 건 인간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권로와 같이 글라키에게 지배된 숙주라고 해야 할 것이다.

검은 동공, 육신을 뚫고 나온 검은 가시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권왕에 수왕, 화왕, 그리고 음왕까지. 정말 미쳐돌아가고 있구나.”

글라키의 숙주가 된 그들은 내게 익숙한 인물들이었다.

한 때는 인류의 정점을 다투었던, 왕의 위를 부여받았던 강자. 하지만 지금은 권로와 같이 인류를 배반한 배신자일 뿐이다.

배신의 이유 또한 권로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나를 비롯한 동료들의 등장, 그리고 격변에 격변을 더해가며 달라져버린 현재 상황에 극심한 박탈감을 느꼈겠지.

물론 그렇다고 해서 괴물의 유혹에 넘어간 그들의 행동이 잘했다는 건 아니다.

녀석들 또한 순간의 유혹을 참지 못한 머저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나저나 의문인 건 이 머저리들의 행동이었다.

분명 나를 감지했을 텐데도, 이쪽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은 채 제단을 쌓기 바쁘다.

마치 그것만이 자신들의 소명인 것처럼 열심히, 열심히 제단을 완성하는 데 최선을 다한다.

결국, 내 관심은 제단에 옮겨질 수밖에 없었다.

“엇?!"

놀라운 광경에 신음이 나왔다.

시체로 엮었다고 생각할 수 없이 네모 반듯한 제단 위. 그곳에 누워 있는 건 그토록 찾아 헤맸던 바포르와 임수아였다.

그리고 그게 시발점이었다.

“당장 떨어져!”

휘오오!

휘오오!

표출하는 분노와 함께 대기의 흐름이 바뀌었다.

엄청난 마력의 방출은 내 주변에 소용돌이를 만들 정도였다.

뚝!

나를 속박하고 있던 쇠사슬이 끊어졌다.

[절대적인 기운에 의해 리미트가 해제되었습니다.]

[각성 : 템신템왕을 이루었습니다.]

템혼을 흡수해 각성 상태를 이루었다.

웅웅!

그와 동시에 궁니르의 고유 권능을 흡수, 외살의 창에 부였다.

“뒈져버려!”

그건 혼신을 다한 투창이었다.

쐐액!

무조건 명중할 수밖에 없는 절대의 권능이 부여된 외살의 창이 아름다운 한 줄기의 궤적을 그렸다.

퍼억!

열심히 제단을 쌓던 권왕의 육신을 꿰뚫었다.

하지만 내 혼신이 담긴 외살의 창은 권왕을 꿰뚫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퍽, 퍼퍽!

지그재그,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과 같은 궤적을 그리며 수왕, 화왕, 그리고 음왕의 육신을 모두 꿰뚫었다.

척.

다시금 주인의 손에 돌아온 외살의 창을 쥐며 정면을 바라본다.

푸확!

가슴에 거대한 구멍이 생겨난 글라키의 숙주 모두가 검은 피를 게워내는 중이었다.

「흐흐흐. 때가 되었다...」

「주인님의 의지가 이어지니...」

그런데 적을 쓰러뜨린 기분이 나지 않는다.

녀석들은 웃고 있었다. 마치 이런 일을 짐작이라도 했다는 듯이 이죽이며 웃는 모습은 불안감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마침내 주인님이 현세에 강림하리라!」

퍼엉!

그게 마지막 말이었다.

광소를 터뜨린 녀석들의 육신이 풍선처럼 터졌다.

그 순간 나는 알 수 있었다.

저것 또한 계획의 일부라는 것을.

그들의 육신이 터짐과 동시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기운이 제단을 휘감았다.

아니 정확히는 제단이 아니라 그 위에 누워 있는 임수아와 바포르를 보호하기 위한 연막을 피웠다.

“어림 없어!”

녀석의 계획대로 흘러가도록 두고볼 수 없는 일.

탓.

힘을 주며 박차며 도약, 제단을 향해 뛰었다.

스스스.

하지만 시야를 확보할 수 없다.

검은 안개와도 같은 기운이 사방에 가득했기 때문이다.

시각, 청각, 그리고 후각마저도 마비시키는 일종의 환각제와도 같은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그렇기에 감각에 의존했다.

자욱하게 퍼진 기운 사이를 파고들며 감각을 최대한 동원했다.

느껴진다.

미약하지만 분명 이건 바포르와 임수아의 것이다.

어둠 속에 비친 한 줄기 빛과도 같은 그 기운을 따라 몸을 움직였다.

생각할 겨를이 없다.

희미하게 느껴지는 그 기운이 점차 변질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물에다 기름을 부은 것처럼, 섞일 수 없는 두 개의 기운이 공존하고 있었다.

이 기운이 사라지기 전에 둘을 찾아내야만 한다.

그렇게 감각을 최대한 동원해 자욱한 기운의 안개를 헤치며 나아가던 중이었다.

“제기랄!”

조금 전까지만 해도 희미하게 느껴지던 바포르와 임수아의 기운이 사라진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죽은 꿈들의 지배자 글라키가 인과에 개입할 명분을 얻었습니다.]

[글라키의 세 개 눈 중 두 개가 개안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조금 전 숙주 녀석들이 했던 말의 의미 또한 깨닫는다.

저벅.

호수 위를 지면처럼 걸어오는 두 사람.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내 동료가 분명했으나 지금은 절대적인 기운에 집어삼켜진 바포르와 임수아가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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