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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이 회귀해버렸습니다-116화 (116/161)

116화.  < 썩은물은 시황제가 가소롭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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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옆집 아저씨를 보는 것처럼 푸근한 인상을 지닌 반백의 중년인. 조금은 넉넉한 품의 남색 정장을 입고 있는 그가 바로 중국이라는 거대 국가의 수장인 주석主席 장 샤오페이였다.

중국이 미국, 러시아와 함께 초인 삼강의 면모를 갖출 수 있었던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탁월한 지도자였다.

물론 내가 놀란 건 그의 유명세 때문이 아니다. 사실 유명세로 보자면 지금의 내가 장 샤오페이보다 배는 더 유명할 테니까.

내가 놀란 건 주석이나 되는 국가의 수장이 왜 이곳에, 그것도 왕좌에 앉아 있냐는 거다. 그것도 꽤 강력한 기운을 줄기줄기 발산하면서 말이다.

“알고 있겠지만, 난 장 샤오페이, 중국의 주석이다.”

의문에 휩싸여 있을 무렵, 갑자기 자기 소개가 시작되었다.

이건 또 뭐하는 짓이지. 자기 소개 시간이라도 가져보자는 건가?

“그리고 후앙 보엔이다.”

"응?"

후앙 보엔. 장 샤오페이가 집권하기 전전의 주석.

그렇기에 말이 안 된다. 이 양반 정신 분열증이라도 앓고 있는 게 아닐까.

“뿐만 아니라 장쩌민, 리셴넨이며, 마오쩌둥이기도 하지.”

중국의 주석에 올랐던 인물들의 이름이 나왔다.

“도대체 무슨 소릴...”

“하지만 그 진실한 모습은 혼란한 천하를 통일한 위대한 황제 시황제이니라.”

음. 중국의 주석으로도 모자라 시황제라.

솔직히 다른 누군가 그 말을 했다면 미쳤다고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의 말을 그냥 흘려들을 수가 없었다.

쿠쿠쿵!

고작해야 중국의 주석 따위(?)로 생각할 수 없는 엄청난 기세. 장 샤오페이는 대기를 떨게 할 정도의 막강한 기세를 발산하는 중이었다.

그 기세만 봐도 어느 정도의 힘을 감추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굳이 수준을 나눠보자면 나를 제외하면 능히 인류의 정점이라 부를 만한 것.

그 모든 말이 진실은 아닐지라도 뭔가 정체를 감추고 있는 게 틀림없다.

“혼란한 천하를 통일한 짐은 알고 있었느니라. 현세에 아무리 영광을 누린다 해도 천명天命이 다하면 그 모든 권세를 놓아야 함을.” 어째 말투가 점점 사극 배우 같아지는 건 기분 탓만은 아닐 것이다.

“감히 하늘이 나보다 높을 수 있는가. 짐은 천하의 주인. 그렇기에 천명이라는 것을 거역하고자 불로불사의 방법을 찾기 시작했노라.”

그의 입에서 나오는 건 내가 알고 있는 시황제의 이야기와 다를 바 없었다.

그건 막강한 권세를 누린 모든 지배자들의 공통점이다.

불로불사.

지금 누리는 권세가 끝나지 않도록, 천명을 거역할 방법을 찾는 건 지배자들의 숙명이었다.

시황제 또한 어렵사리 손에 넣은 권세를 유지하고자 그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고 역사에 나와 있었다.

“천하에 존재하는 모든 술사와 영단 제조자들을 불러 불사의 방법을 내놓으라 닦달했다. 그러나 짐의 재촉에도 불구하고 소기의 성과만 있었을 뿐, 진정으로 원하는 불로불사의 권능을 손에 넣지는 못하였지.”

폭군으로도 유명한 양반이 었으니 그들의 최후는 보지 않아도 빤했다.

“함부로 혀를 내두른 그들을 모두 거열형車製刑에 처했지만, 그건 짐의 화풀이에 불과했을 뿐. 그럼에도 짐은 여전히 불로불사의 꿈을 놓지 않았으니.”

음.

처음에는 그래도 사극 배우 같이 현대 말을 뒤섞어 사용하더니 이제는 완전 시황제로 돌아간 것 같다.

“그렇게 절망에 시름하던 날, 그가 짐을 찾아왔노라.”

지금부터다.

지금부터 뭔가 중요한 이야기가 나올 타이밍이다.

“여불위. 천하제일의 술법을 자랑하는 대술법사가 마침내 짐에게 왔으니.”

대술법사 여불위?

이거 내가 알고 있던 사실과 많이 다르다.

여불위라면 어린 시황제를 내세워 진나라를 주무르던 재상이 아닌가.

심지어 시황제의 설명을 들어보면 어렸을 때도 아니고 천하를 통일한 이후 여불위를 만났음을 알 수 있다.

쯧. 이 외계인 녀석들이 얼마나 많은 부분에서 역사를 조작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짐을 찾아온 여불위는 천하에 오직 자신만이 불로불사의 대법을 시행할 수 있다고 말했지. 물론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으나 그의 몇 가지 대법을 통해 달라진 육신을 체험하고나서야 짐은 깨달았노라. 그가 진정한 불로불사의 대법을 알고 있음을.”

여불위는 사기꾼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하긴. 시황제라 자칭하는 저 자가 아직까지 살아 있는 걸 보면 그 대법이 꽤 성공적으로 끝났음을 짐작할 수 있다.

“비록 그 일을 위해 수만의 동남동녀童男童女를 희생해야 했지만, 어찌 그것이 헛된 일이겠는가. 그 공양을 통해 짐은 환생의 힘을 손에 넣을 수 있었으니.”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의문이 풀렸다.

환생.

그렇다. 시황제는 여불위가 발휘한 대법을 통해 환생의 힘을 손에 넣어 지금껏 생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환생 때마다 중국의 주석, 즉 지배자의 삶을 살아왔다.

과연 지배자의 운명을 타고난 자는 다르긴 다르다.

환생마다 중국이라는 거대 국가의 주석이 되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아마 따로 설명하진 않았지만, 고대 중국의 황제도 모두 그의 환생일 가능성이 높다.

“수차례의 대법을 통해 환생의 힘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건 짐이 진정으로 원하는 불로불사와는 다른 길. 재촉하는 짐에게 여불위는 말했다. 대법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단 하나의 재료가 남았다고.”

“아마 그게 불로초겠지.”

가만히 듣고만 있던 중에 끼어들었다.

“그렇다! 불로초. 여불위의 대법을 완성할 수 있는, 짐에게 불로불사의 축복을 내릴 수 있는 영초. 하지만 그것을 얻기 위해서는 바다 어딘가에 떠오르는 삼선산三仙山인 봉래蓋菜, 영주篇州, 방장方丈에 들어가야만 했노라.”

외계인 녀석들이 완전히 다 조작만 한 건 아닌 것 같다.

역사에 의하면 진시황은 불로초를 찾기 위해 삼선산을 찾아 헤맸다고 되어 있었다.

“그러나 천하의 대술법사인 여불위도 삼선산의 위치를 몰랐으니. 하여 짐은 만민萬民을 풀어 천하를 모두 뒤졌지만, 삼선산을 찾지는 못하였다.”

물론 거기서 포기했으면 녀석의 여정은 그냥 그것으로 끝났을 테지.

“하지만 희망은 있었다. 장삼봉. 강호를 살아가는 무지렁이가 짐을 찾아온 것이다.”

그리고 장삼봉이라는 익숙한 이름을 들을 수 있었다.

“천하를 통일한 짐은 외부의 존재들에 자격을 얻었으니. 그건 바로 특별한 이에게 시험을 부여할 수 있는 시험관의 자격이었다.”

오호라!

드디어 내가 그토록 고대하던 정보가 나오기 시작했다.

“장삼봉이란 무지렁이 또한 외부의 존재에게서 자격을 부여받은 자. 짐의 역할은 그에게 시험을 내리고, 그 시험의 결과를 통보하는 것. 어찌 기뻐하지 않겠는가.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삼선산의 불로초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제발로 찾아왔으니 말이다.”

그 시험관의 자격을 어떻게 부여 받았는지 묻고 싶었지만, 참았다.

사실 지금 이렇게 자세히 이야기해주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다. 괜히 딴지를 걸었다가는 얻을 수 있는 정보도 놓칠 수 있으니 화를 자초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그자는 실패하였다.”

갑작스레 시황제의 안광이 강렬하게 변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실패가 아니라 어리석은 탐욕으로 일을 그르쳤다는 말이 맞겠지.”

알고 있다.

장삼봉은 자신의 역량을 파악하지 못해 불로초를 들고 튀었다.

“여불위를 통해 무지렁이가 짐을 속였음을 깨달았노라. 감히, 천하의 주인인 짐의 물건을 탈취하다니!”

일단은 장삼봉이 불로초를 직접 획득했으니 주인은 그가 맞지만, 여기서 그 사실을 언급할 순 없었다.

“무지렁이가 빼앗아 간 불로초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다. 그러나 하늘로 꺼진 것인지 그 자를 찾을 순 없었지.”

당시 인류의 정점은 장삼봉이었다.

만약 그가 숨고자 마음 먹는다면 당시의 누구도 그를 찾을 순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짐은 수백, 수천 번 환생을 거듭하며 마침내 그대와 만나게 되었노라.”

“내가 불로초를 가지고 있단 사실은 어떻게 알았지?”

“때가 되었기 때문이다.”

"때?"

“대술법사 여불위. 그의 예언이 정확히 들어맞았으니.”

아마도 그 여불위라는 녀석은 정말 대단한 능력을 소유했던 술법사였던 모양이다.

몇만 년 후에나 있을 일을 예언한다고?

그게 사실이라면 그는 인간의 경지를 벗어난 대단한 존재가 틀림없다.

“그대여. 그대가 예전 무지렁이와 같은 시험을 치르고 있음을 알고 있노라. 자, 어서 짐에게 불로초를 진상하라. 그리하면 마땅히 시험에 합격했음을 공표할 것이니.”

장삼봉 덕분이 일이 수월하게 풀렸다.

그가 아니었다면 시황제와의 만남, 그리고 삼선산에 들어가 불로초를 가져오는 험난한 시련을 거쳐야만 했을 것이다.

[천하의 주인 시황제가 시험을 내립니다.]

[‘시험 : 불로초 획득’이 생성됩니다.]

[‘시험 : 불로초 획득’이 갱신됩니다.]

[‘시험 : 시황제에게 불로초 진상’으로 이어집니다.]

덕분에 많은 과정을 생략할 수 있었다.

귓가에 파고드는 알림을 확인하며 인벤토리를 열었다.

“오오오!”

즉시 시황제의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그는 알고 있는 것이다. 내 손에 쥐어진 이 불꽃을 형상화한 꽃이 불로초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것만, 그것만 있다면 짐은 완전한 불로불사의 힘을 얻게 될 것이다!”

감격과 환희로 가득찬 말.

저 표정을 보고 있으면 어쩐지 불로초를 들고 튈 생각이 들었으나 생각은 생각일 뿐이었다.

장삼봉의 말을 떠올린다.

반드시 담당자가 되어 신명을 얻으라는 당부. 나는 그것을 어길 생각이 없었다.

외계인 녀석들과 대등한 자격을 얻지 못한다면, 그 깊이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모든 게 부질없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황제라는 폭군에게 불로초를 건네는 게 그리 내키지는 않지만, 그의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다시금 불로초를 바라봤다.

사실 욕심이 별로 생기진 않는다.

장삼봉은 미처 깨닫지 못했지만, 이 불로초는 이벤트 아이템이다.

정해진 주인이 아니라면 복용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는 아이템. 그렇기에 미련을 버릴 수 있었다.

“드디어, 드디어 불로불사의 권능이 짐의 손에 들어왔구나!”

건네받은 불로초를 감격스럽게 바라보던 시황제.

와그작.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그것을 씹어 삼켰다.

그 모습을 유심히 응시했다.

솔직히 궁금하긴 하다. 정말로 저것을 먹는다면 시황제는 불로불사의 권능을 손에 넣을 수 있을까.

그거 지금부터 두고보면 알 수 있으리라.

드득!

그리고 일어난 변화. 시황제의 관절이 제멋대로 꺾이며 살점은 멋대로 부풀고 있었다.

"끼익, 끼끽!”

기괴한 자세와 소름끼치는 소리가 이어지던 중.

쑤슈슉.

부풀어올라 있던 살점의 바람이 빠지며 점차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조금 전의 시황제, 아니 장 샤오페이란 불린 중년인은 없었다.

강렬하게 빛나는 안광, 오똑 선 콧대, 그리고 강직하게 다물어진 입술. 어딜 봐도 지배자라고 볼 수밖에 없는 위압감을 자아내는 황제가 나타났다.

변화는 육신에만 국한된 게 아니었다.

복장이 바뀌었다.

용이 수놓아진 황금색 곤룡포와 옥과 보석을 주렁주렁 달아놓은 관을 쓴 그는 어딜 봐도 황제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천하의 주인이 돌아왔노라!”

쿠르릉!

마치 천둥이 치듯 시황제의 음성이 무덤 안에 메아리쳤고

드드드.

이에 호응하듯 한 차례의 지진이 일어났다.

푸확!

그리고 땅에서부터 솟구치는 무언가를 볼 수 있었다.

“병마용?”

흙을 구워 만든 인형, 병마용이 그 위용을 드러내는 중이었다.

시황제의 주위로 모습을 드러낸 병마용은 보통의 것과는 외형이 많이 달랐다.

완전한 무장을 갖춘 그들은 어딜 봐도 범상치 않은 면모를 뽐내고 있었다.

그리고 지면을 딛고 선 병마용 5기에 변화가 생겼다.

쩌적!

단단하게 굳은 점토에 균열이 일며, 마침내 산산이 부서진 것.

마침내 점토 안에 갇혀 있던 그들의 본 모습이 드러났다.

“소개하지. 짐이 가장 총애하는 오대장군, 몽무, 왕전, 왕분, 몽염, 그리고 이신이니라.”

그 이름은 익히 알고 있다.

거짓 역사에도 기록된 바 있는 시황제의 휘하의 대장군 다섯 명. 천하를 통일하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위대한 장군들이었다.

“그리고 네 녀석을 죽음으로 이끌 사신이기도 하지.”

어딜봐도 음흉해 보이는 웃음을 짓는 시황제.

스릉!

그리고 오래 전 무위를 떨쳤던 오대장군 모두가 각자의 무기를 빼어들었다.

“짐의 자랑스러운 병사들이여 깨어나라!”

문제는 눈앞의 오대장군만이 아니었다.

조금 전과 마찬가지의 진동과 함께 지면에서부터 일어나는 어마어마한 병력을 볼 수 있었다.

“짐은 후환을 남겨두지 않겠노라.”

충분이 예상한 전개다.

욕심이 많은 시황제 녀석이 자신보다 더 높은 위치에 올라갈 후보자를 살려둘 턱이 없지 않은가.

"응. 나도 그래.”

그러나 그건 예상한 일에 불과했다.

사람이 놀랄 때는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을 때에 한해서다.

너무도 빤히 예상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오히려 웃을 수 있다. 바로 지금처럼.

“만마의 주인, 그리고 천상의 지배자가 명한다!”

내게 복속된 휘하 부하들을 소환하는 마법의 단어가 터져 나왔고.

「만마의 주인에게 복종을!」

「천상의 지배자에게 영광을!」

화악!

어둠과 빛이 공존하는 심연의 구멍이 열리고.

슈슈슉!

지옥과 천상을 지배하면서 얻을 수 있었던 휘하 병력, 천사와 악마 대군을 소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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