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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이 회귀해버렸습니다-115화 (115/161)

115화.  < 썩은물은 주석과 마주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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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착각하고 있는 게 있다면 지금껏 진시황릉이 개방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에게 개방된 건 병마용갱兵馬桶坑. 즉 진시황릉 인근에서 발견된 갱도에 불과했다.

문하, 역사적으로 가치가 높을 것으로 판단되는 진시황릉이 지금까지 발굴되지 않은 건 중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 덕분이었다.

당대는 물론 이전부터 중국 정부는 일관 되게 진시황릉의 발굴을 진행하지 않았다.

왜?

항상 이유로 꼽은 건 무덤에 보관된 문화재의 손실을 막을 수 있는 발굴 시스템이 나오기 전까지는 손을 대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게 핑계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나를 비롯해 세상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바였다.

대격변을 통해 고도의 과학마저도 초월할 수 있는 초인이 등장했다.

이들이 가진 특별한 힘을 이용한다면 산소의 유입으로 발생하는 문화재의 부식과 손실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었던 것.

하지만 중국 정보는 그냥 귀를 닫은 것처럼 같은 말만 반복하며 진시황릉의 발굴에 손을 대지 않았다.

당연히 모종의 이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뭐, 할 수 있는 건 의심이 전부였다.

아무리 문화적으로 가치가 있다지만, 엄연히 남의 땅, 그리고 남의 역사였다.

중국이 아닌 다른 나라가 이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없는 입장이었던 것.

나 또한 이에 대해 의문을 품었으나 종말을 맞이하는 그 순간까지도 해답에 도달할 순 없었다.

“이제야 그 의문을 풀 수 있겠네.”

어디까지나 과거에는 그랬다는 이야기다.

나는 오랜 의문을 풀 수 있는 장소, 진시황릉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진시황릉 또한 태화산과 마찬가지로 공간의 권능이 사용되지 않는 장소였기 때문이다.

결국, 진시황릉이 있는 산시성 인근으로 이동, 쉬지 않고 달려 마침내 무덤의 표식이라 할 수 있는 기념비를 눈앞에 둘 수 있었다. 그래도 명색이 중국을 통일한 황제의 무덤인데 꼴랑 기념비 하나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무덤 한 번 더럽게 크네.”

사실 기념비는 그냥 기념비일 뿐 기념비 뒤로 보이는 산 전체가 바로 진시황의 무덤이었다.

위대한 업적을 쌓은 지배자인 만큼 그 봉분封境이 산과도 같이 높게 쌓인 것. 정면으로 보이는 산 전체가 바로 진시황의 무덤인 셈이었다.

그리고 그곳에 볼일이 있는 나는 기념비를 지나 공개된 적이 없는 진시황의 무덤을 향해 서서히 다가갔다.

“멈추십시오!”

기념비를 넘기 무섭게 일갈이 터져 나왔다.

척척척.

미리 준비하기라도 한 것처럼 내 사방을 포위한 이들.

하나같이 검은 정장과 선글라스를 착용한 일단의 무리였다.

뭐, 놀랍진 않다. 일찍부터 그들의 존재를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놀라는 대신 태연하게 주위를 살폈다.

건장한 체격을 자랑하는 그들 모두는 일반인과는 질적으로 다른 강렬한 기세를 발산하고 있었다.

초인. 그것도 개개인 모두가 한가락 하는 실력자들이었다.

"이곳부터는 접근할 수 없습니다.”

“중국 정부의 명령입니다. 돌아가십시오.”

중국 정부를 들먹이는 걸 보니 그들이 누군지 알겠다.

블랙 아미Black Army. 중국 측에서 막대한 자금력과 노력을 들여 육성한 요원.

미국과 러시아와 함께 초인 삼강을 형성했던 중국인만큼 요원들의 자질이나 실력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물론 내게는 예외 상황이지만 말이다.

“싫은데?”

저벅.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태연히 발걸음을 옮겼다.

중국이 자랑하는 요원? 놀고 있네.

중국이 아니라 중국 할아비, 아니 인류 전체가 덤빈다 해도 내게는 위협이 될 수 없다.

“겨, 경고합니다. 이곳은 중국 정부에 의해 폐쇄되었습니다. 더는 다가오지 마십시오. 이 이상 접근한다면 중국 정부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

태연한 내 행동에 당황한 듯, 리더로 보이는 듯한 선두의 사내가 말을 더듬었다.

아마 일반인의 접근이었다면 경고는커녕, 곧장 주먹부터 날렸을 것이다. 그러나 나이기에 이렇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인류의 정점.

이 수식어 하나가 모든 것을 설명해주고 있었다.

“자꾸 중국 정부를 들먹이는데 소용없어. 중국이 아니라 미국, 러시아를 다 데려와도 내 행사를 방해할 순 없을 테니까.”

그리 말하며 감춰둔 기세를 일부 발산했다.

솨아아-

안개처럼 퍼져나간 기세가 요원들을 압박한다.

“크흑!"

“으아아!”

그 아찔한 기세에 곳곳에서 신음이 터져 나왔다.

그래, 이거지!

내가 외계인(?) 기준에서 봤을 때야 약해빠진 필멸자 나부랭이지, 같은 인간 처지에서 보자면 괴물이 따로 없다.

사실 마음 독하게 먹고 살의를 품는다면 기세만으로도 숨을 끊을 수 있을 정도다.

물론 그렇게까지 거칠게 나갈 마음은 없었다.

요원들이라고 해봐야 상부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이들. 족쳐야 할 건 그들이 아니라 위에서 명령만 하는 일부 꼰대들이니까 말이다.

그렇기에 적당히 기세를 조절하며 길을 트게 했다.

"..."

침묵에 휩싸인 현장.

내 기세에 겁을 집어먹은 요원들은 감히 접근하지 못했다.

마치 홍해가 갈라지 듯 갈라진 인파의 길을 통해 진시황릉을 향해 다가갔고.

“이것들 봐라?”

의외의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폐쇄되어 있었던 곳을 지나 마침내 도착한 그곳에 보이는 건 무덤으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였다.

입구가 있다? 그간 알려졌던 내용과는 달리 이미 발굴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

뭔가 뒤가 구리다고 생각하던 중이었는데, 과연 추측은 틀리지 않았다. 중국 정부는 뭔가 거대한 비밀을 숨기고 있었던 게 틀림없다. 그 비밀을 풀기 위해서는 한창 발굴이 진행 중인 진시황의 무덤에 들어가야만 할 터.

그렇게 막 무덤 안으로 발을 들일 무렵이었다.

“멈춰라!”

장내에 쩌렁하게 울리는 한 줄기 외침과 함께.

쉬익!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어떤 물체를 감지할 수 있었다.

분명 빠르다는 영역에 들어갈 수 있는 속도였으나 지금의 내게는 논할 가치도 없는 수준이다.

척.

가볍게 손을 뻗어 날아오는 그것을 낚아챘다.

손 안에 들어온 건 단검이었다. 아니 단검이라기 보다는 투척용 무기인 비도非刀의 형태에 가까웠다.

휙, 휘익!

곧이어 장내에 모습을 드러낸 건 적과 청의 무복을 입은 사내 둘이었다.

“위대한 황제의 무덤에서 물러나라!”

“선택받지 못한 자여, 돌아가라.”

매서운 표정을 지은 채 일갈하는 두 사람. 그런데 그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순시앙, 왕 샤오?!”

그리고 그 이름을 떠올리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중국 출신 초인. 랭킹이 높지 않은 그들이 내 뇌리에 각인된 사건이 있었다.

한때 중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병마용兵馬桶의 침공.

던전화가 진행된 병마용갱을 빠져나온 흙인형 병사들에 의해 중국 일대가 쑥대밭이 될 수밖에 없었다.

당시 가장 강력한 초인들이 모인 중국도 어떻게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병마용의 힘이 강력했기 때문이다.

차원이 다른 병마용으로 인해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는 커졌다. 수많은 초인과 일반인, 그리고 도시가 사라졌다.

자존심이 남달리 강했던 중국도 결국, 다른 나라에 지원을 요청해야만 했다. 그러나 정작 그 지원 병력이 중국 땅을 밟는 일은 없었다.

병마용의 습격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종결지은 건 눈앞의 두 사람, 순시앙과 왕 샤오였다.

단 한 번도 초인계에 이름을 알리지 못했던 무명. 그러나 그들의 무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안시성 진시황릉 부근을 침입한 병마용 전부를 두부처럼 베어버렸다.

어쩌면 중국 전체를 집어삼킬 수도 있었던 병마용의 습격은 그렇게 무명 초인들에 의해 정리되었다.

경악할 만한 일이었다.

병마용 하나가 지닌 힘은 상위 랭커에 버금가는 정도. 그것도 한둘이 아니고 수백에 이르는 수를 자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작 두 명이 수백의 상위 랭커를 물리친 결과니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

혜성처럼 등장한 초인의 소식으로 종일 매스컴이 떠들어댔지만, 이후로 그들의 소식을 들을 일은 없었다.

마치 할 일을 다 했다는 듯 종적을 감춰버린 탓이다.

어, 가만?

지금 생각해 보니 과거 종말이 실현되었을 때도 녀석들을 보지 못했던 것 같다.

상위 랭커 수백을 씹어먹을 수 있을 정도의 녀석들이 쉽게 당할 리도 없고, 종말의 순간까지 침묵을 지켰다고?

킁킁. 뭔가 냄새가 난다.

어쩌면 녀석들과의 대화는 매우 유의미할지도 모르겠다.

“설마 내게 꺼지라고 말하는 건 아니지?”

삐딱한 자세로 녀석들을 바라봤다.

이건 자만이나 오만이 아니다.

내가 누구인가. 고인물의 권좌에 앉은 템빨의 왕이다.

인류 90% 이상의 신도를 흡수한, 말 그대로 유일무이한 존재인 것이다.

"흥!"

“아무리 네가 권좌를 차지했다 해도 위대한 황제와 비교하면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무명武名일 뿐이다.”

오호라.

위대한 황제라는 녀석이 그렇게 대단한 모양이지?

뭐, 대강 짐작 가는 바가 있다만 나를 이렇게 홀대하는데 그냥 넘어갈 순 없지.

구구구궁!

감춰두고 있었던 기세를 방출했다.

아마 이곳에 블랙 아미 요원들이 있었다면 그 살벌한 기세만으로 의식을 잃었을 테지만.

"..."

두 녀석에게 반응은 없었다.

과연 병마용의 습격을 막아냈던 전설(?)의 초인답게 기세에 위축되지 않은 것.

“네 녀석의 위세가 아무리 대단하다 한들 위대한 황제를 따르는 우리에게 위협이 될 수 없다.

의기양양한 말을 내뱉은 후.

촤악!

지면에 새겨지는 깊은 상흔을 볼 수 있었다.

“우리는 위대한 황제의 무덤을 지키는 수호자.”

“정해진 선을 넘어선다면 목숨을 보전하지 못할 것이다.”

아!

그러니까 이 선을 넘어가면 날 가만히 두지 않겠단 소리지?

저벅.

하지만 나는 녀석들의 말을 무시한 채 발걸음도 가볍게 선을 넘었다.

“감히!"

분노를 담은 짧은 외침과 함께.

스슥, 스스슥.

그들의 무복과 같은 색인 적색과 청색 궤적이 허공을 수놓았다.

찰나에 발휘되는 그 궤적을 보는 순간 파악할 수 있었다.

위대한 황제의 부하, 무덤의 수호자라 스스로를 칭하는 녀석들의 수준이 상당하다는 사실을.

이 정도면 과거 초인 랭킹을 뒤엎어버릴 수 있는 굉장한 수준이 분명했다.

카캉!

그러나 감상은 감상일 뿐.

가볍게 창을 휘두르며 그 모든 궤적을 막아냈다.

“에게. 이게 다야?”

놀릴 작정을 한 게 아니다.

위대한 미치광이, 그리고 고대의 존재들과 허구한 날 싸워대다 보니 수준 높은 인간의 힘은 내게 어떠한 위협도 될 수 없었다.

“이익!”

“하압!”

제대로 열이 받았는지 적색 기운의 도와 청색 기운의 검을 휘둘러 절정의 무예를 선보인다.

스스슥!

공간을 장악하는 그 현란한 궤적. 그러나 검선이라 불린 여동빈의 변화마저도 파훼했던 내가 아닌가. 이딴 얕은 변화에 별다른 감흥을 느낄 수 없었다.

팟!

가벼운 찌르기 한 번.

콰챠챵!

그것으로 녀석들의 변화를 끝냈다.

"큭!"

항거할 수 없는 저항력에 뒤로 밀려난 녀석들이 두 눈을 부릅떴다.

“어, 어떻게?”

“도대체 이 힘은...”

이제야 알았냐.

내가 비록 인간이긴 하지만, 실력은 탈 인간급이란다.

“대충 다 본 것 같으니까 끝내자.”

녀석들의 수준은 충분히 파악했다.

미달. 현재 인류의 수준으로 보자면 최정상이지만, 그래 봐야 인간에 한한 수준이다.

퍼퍽!

날이 없는 창의 뒷부분으로 녀석들의 관자놀이를 후려쳤다.

힘없이 쓰러지는 둘을 뒤로한 채 열린 입구, 진시황릉을 향해 진입했다.

저벅저벅.

햇볕 한 점 들어오지 폐쇄된 공간을 걸었다.

어둠은 내 시야를 방해할 수 없다. 그렇기에 거침없이 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흐음..."

전해 듣기로는 무덤 곳곳에 함정, 그리고 암기가 설치되어 있다고 했는데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단 한 번의 위협도 받지 않았다.

이미 발굴 작업이 진행됐기 때문일까?

뭐, 귀찮은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면야 나야 좋지만.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여전히 긴장을 놓지 않은 채 한참을 걸었고, 마침내 막다른 길에 도착할 수 있었다.

거대한 석벽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보통의 경우라면 힘으로 부숴버렸겠지만, 벽을 감싸고 있는 절대적인 기운이 그러한 행동을 막았다.

평범한 기운이 아니다.

어떤 단서를 얻기 위해 벽에 손을 가져갔을 때.

지잉!

벽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진동이 있었다.

그리고.

「오랜 기다림 끝에 인연이 이어졌도다!」

그그긍!

귓가에 울려 퍼지는 낯선 의지와 함께 앞을 가로막고 있던 석벽이 밀려났다.

그리고 드러나는 전경에 놀랄 수밖에 없다.

황금과 보석으로 치장된 공간. 그 중에서도 화려함의 절정이라 볼 수 있는 왕좌에 앉은 이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장 샤오페이?”

낯선 인물이 아니기에 더욱더 놀랍다.

장 샤오페이. 현재 중국 국가의 주석인 그가 나를 향해 미미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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