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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이 회귀해버렸습니다-111화 (111/161)

111화.  < 썩은물은 템빨 업그레이드를 시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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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냐, 깡패.”

퉁명스러운 모습으로 나를 맞이한 건 바빌론의 전속 대장장이인 파베르였다.

이 츤데레 드래고니안은 항상 차갑게 차갑다.

차갑기 그지없는 그 반응이 사라질 때는 한 가지 경우뿐.

대장의 재료, 그것도 녀석이 만져보지 못한 희귀 재료를 줄 때면 사람이라도 바뀐 것처럼 태도가 돌변한다.

그렇기에 이번에도 기대하는 바가 크다

과연 내가 준비한 선물을 본 녀석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지금까지 녀석에게 준 모든 재료와 선물이 무색할 만큼의 굉장한 반응을 보이리라.

“무슨 일이긴. 우리 전속 대장장이가 보고 싶어서 들렀지.”

“미친 새끼!”

이거다!

정색하는 저 반응이 너무도 찰지지 않은가.

“용건이 없으면 꺼져라. 네 녀석과 한가하게 담소를 나눌 시간은 없으니.”

“에이, 왜 그래. 무슨 기분 상하는 일이라도 있었어?”

"흥!"

물론 굳이 답을 들을 필요는 없었다.

녀석의 패턴을 파악하고 있는 바, 왜 이렇게 까칠하게 나오는지 이유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혹 대장간에 들르지 않아서 삐친 건 아니지?”

최근 바쁜 일이 많아 대장간에 들르지 못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오래도록 들를 계획이 없었다는 게 맞을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입신에 불과한 파베르의 대장 실력으로는 내가 쓸 만한 무구를 제작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녀석이 제작할 수 있는 최고 등급은 200레벨, 즉 신화 등급이 최고였다. 물론 신화 등급이 아예 필요없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굳이 그 엄청난 재료를 퍼줘가며 제작할 필요는 없었다.

내게 가장 필요한 등급이라면 불멸. 하지만 파베르의 실력으로는 불멸 등급을 제작하는 게 불가능했다.

이 모든 복합적인 요인 때문에 예전에는 뻔질나게 들렸던 대장간에 소홀할 수밖에 없었고, 우리 츤데레 대장장이가 단단히 삐친 건 이 이유일 확률이 99.99%였다.

“감히! 내가 깡패 네 녀석의 방문을 목 빼놓고 기다리기라도 했단 말이냐?”

목에 핏대를 세운 녀석이 소리쳤다.

“아니. 그렇게까지 말하진 않았는데. 설마 목 빼놓고 기다리고 있었던 건 아니지?”

"흥!"

토라진 모양새가 소녀가 따로 없다.

생긴 건 수염 난 변태 아저씨 같은 게 하는 짓거가 토라진 소녀라니.

극혐이다.

“그렇게 문전박대하지 말라고. 내가 아주 좋은 선물을 가져왔거든.”

은근한 눈빛으로 녀석을 응시했다.

하지만 선물이라는 말에도 녀석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후우. 깡패. 내가 마음이 상한 건 네 녀석 때문이 아니다.”

“그럼 뭔데?”

“자책이다.”

“자책?”

모처럼 진지한 녀석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내 형편없는 실력으로는 네가 원하는 무구를 제작해줄 수 없다는 자책 말이다.”

파베르는 알고 있었다.

입신에 이른 실력으로도 내게 필요한 무구를 제작해줄 수 없다는 사실을.

“그러니 더는 나를 비참하게 만들지 마라.”

짜식. 단단히 풀이 죽은 것 같다.

근데 그럴 만도 하다. 나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녀석을 찾을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특별한 계기, 구야자의 유품을 얻고 나서는 생각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짜식. 그렇게 상심하지 마. 말했잖아. 널 위해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다고.”

여기서 더 놀렸다간 큰 사달이 날 것이다.

그렇기에 준비한 선물을 꺼냈다.

“소용없다고... 음?!”

선물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던 녀석이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 이것을 어디서...?”

내가 꺼낸 건 구야자의 유품.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철괴의 지팡이로만 사용되었던 상자에서 꺼낸 정체불명의 기운으로 뭉쳐진 구체였다.

처음에는 정체를 파악하지 못했던 구체. 하지만 대장장이인 파베르는 그 용도를 단번에 파악한 모양이다.

“장인의 혼魂?!”

“정답!”

과연.

파베르는 그 정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장인의 혼

종류 : 소비용품

등급:Unknown

효과 : 대장장이들의 한계를 초월케하는 신비한 정수

설명 : 높은 경지에 이른 장인만이 남길 수 있는 특별한 기운. 장인의 혼을 흡수한 자는 한계라는 알을 깨고, 새로운 경지로 발돋움할 수 있다고 전해진다.』

오직 지고한 경지에 이른 장인만이 남길 수 있는 기술의 정수.

효과를 보면 알 수 있지만, 장인의 혼을 흡수한 이는 자신의 한계를 초월해 새로운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

“기운 너머로 고도의 기술이 전해지는구나! 도대체 이 혼을 남긴 장인이 누구였지?”

“구야자라고. 대장장이 사이에서 전설의 레전드로 남은 양반이야.”

설명해준다고 알 것도 아니고. 대충 요약했다.

중요한 건 혼을 남긴 이의 정체가 아니었다.

장인의 혼을 습득해 얻을 수 있는 변화. 아마도 파베르는 미지의 영역으론 남아야만 했던 입신 이후의 경지를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정말 내가 가져도 되겠냐?”

대장장이에게는 절세의 보물이다.

좋다고 넙죽 받아먹을 줄 알았더니, 그래도 한가닥 양심이 남아있던 모양이다.

하긴 인간이라면, 아 정정한다.

아무리 드래고니안이라도 양심이라는 게 있다면 눈치를 보는 게 당연하다.

“그러니까 앞으로 잘해. 매일 그렇게 틱틱대지만 말고.”

“알겠다. 앞으로는 깡패, 아니. 너를 내 인생의 동반자로 여기겠다.”

호오?

인생의 동반자라니.

누군가 들으면 오해할 수 있겠지만, 드래고니안의 생태를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자라면 놀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보통은 부부의 연을 맺는 경우에 사용하는 말. 그러나 드래고니안의 세계에서 그것은 ‘주종主從’의 관계를 의미한다.

아무리 반쪽이긴 하지만, 드래곤의 피가 흐르고 있는 그들에게 인생의 동반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건 하늘의 별을 따는 것보다 힘든 일

그간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았던 파베르가 마침내 그 벽을 허무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정도면 오케이!”

은은한 황동빛을 내는 구체를 녀석에게 건넸고.

번쩍!

주인을 알아본 듯 강렬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오오옷!"

혼을 받아든 녀석이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파삭!

그와 동시에 구체를 형성하던 모양이 깨졌고, 깨진 틈새로 흘러나온 형형색색의 기운이 파베르를 감쌌다.

[축하합니다. 당신의 전속 대장장이 파베르가 한계를 초월했습니다.]

[대장장이 파베르가 입신의 경지를 초월해 ‘화신化神’의 경지에 도달했습니다.]

[파베르의 한계 초월 달성을 통해 ‘직업의 한계 초월’이 업데이트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미지의 영역을 넘어서면서 이와 관련된 분야의 업데이트가 완료되었다.

“깡패, 아니 연우. 무엇을 원하는가. 원한다면 세상을 파괴할 절대의 병기를 제작해줄 수도 있다.”

화신의 경지를 손에 넣더니 자신감이 넘치다 못해 오만하다.

“똥폼은. 그래봐야 재료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잖아.”

“흠. 하긴 그렇지.”

녀석이 한계를 초월한 건 분명 축하할 일이다.

하지만 공과 사는 분명해야 하는 법. 녀석은 그에 맞는 재료가 준비되어야만 제작이 가능한 대장장이였다.

그 말인즉 내게 300레벨 제한의 아이템을 제작할 만한 재료가 없다면 모든 게 말짱 도루묵이라는 것.

“하지만 너는 분명 그것을 가지고 있을 텐데?”

마치 뭔가를 알고 있기라도 한 듯 눈을 빛낸다.

나와 꽤 오랜 시간을 같이 생활하더니 눈치가 많이 늘었다.

녀석의 말이 맞다. 지금 내 인벤토리 안에는 지금껏 사용하지 못했던 희귀 재료가 보관되어 있었다.

신기를 제작할 수 있는 최종 재료로는 플람메우스와 테네브레의 부속품이 있다. 그러나 이 두 마리의 용가리는 내가 상대했던 레이드 보스 중 세 번째에 꼽히는 존재였다.

두 번째에 해당하는 존재라면 일전에 언급했던 검은 사신 흑과 하얀 사신 백이 있다.

대륙을 죽음의 공포로 몰아넣었던 이벤트 보스.

그 막대한 전리품을 얻기 위해 많은 이들과 세력이 도전했으나 모두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흑과 백은 당시 누구도 넘보지 못했던 트리플 마스터급에 이른 존재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냥 평범한 몬스터도 아니고 레이드 몬스터. 그 강함은 일반 유저들이 감당할 수 있을 만한 것이 아니었다.

절망의 대륙을 구한 건 나였다.

물론 이벤트 아이템 덕분에 능력치 및 스킬이 강화되어 겨우 상대할 수 있었지만, 과정이 뭐가 중요하겠는가. 결과가 중요하지. 어떻게든 녀석들을 쓰러뜨렸고, 그 모든 전리품을 독차지할 수 있었다.

문제가 있다면 이때 획득한 재료를 가공할 NPC가 구현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었는데, 장인의 혼을 통해 그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

“자, 받아.”

곰팡이가 필 정도로 오래 보관되어 있었던 재료가 마침내 세상 밖으로 나왔다.

방어구에 필요한 흑과 백의 로브 자락

무기의 뼈대를 구성하는 데 필요한 데스 사이드의 파편.

그리고 액세서리를 제작할 수 있는 각종 기운과 정수.

흑과 백에게서 얻은 모든 재료를 파베르에게 넘겨주었다.

“흠. 다른 재료는 괜찮은데, 무기를 완성하는 건 힘들어 보인다.”

재료를 살펴보던 녀석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

녀석의 말이 맞다. 내가 준 재료는 방어구나 액세러리를 만들기에는 부족함이 없지만, 무기를 완성하기엔 결정적인 재료가 빠져 있었다.

소울 Soul.

무기를 제작하고자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소울이다.

사실 내게는 백과 흑을 처치해 얻은 소울이 있었지만, 그것을 꺼내지 않았다.

“여기.”

미리 준비해 놓은 그것을 꺼냈다.

휘오오!

주변의 대기를 흡수하는 무색의 소울. 그것을 드롭한 주인공은 내가 최악이라고 생각한 ‘배후의 왕’이었다.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종종 히든 요소, 이스터 에그Easter Egg라 부르는 걸 발견할 수 있다.

개발자가 재미 혹은 메시지 전달을 위해 숨겨 놓은 요소.

당연히 에오스의 고인물이었던 나 또한 이러한 이스터 에그를 찾은 적이 있었다.

아무도 찾지 않는 절망의 마을에 쓰러져 있던 소년.

희귀병을 앓고 있는 이 소년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게임 내내 어마어마한 노력을 기울여야만 했다.

처음에는 뭔가 대단한 퀘스트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그 병을 낫게할 수가 없었다.

많은 이들이 점점 난해해지는 재료 요구에 포기를 선언했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오기. 퀘스트고 나발이고 반드시 끝을 보겠다는 일념하에 끝까지 퀘스트 라인을 쫓아갔고, 마침내 그 최종 퀘스트에 진입할 수 있었다.

그렇게 나타난 이스터 에그는 소년의 각성이었다.

알고 보니 소년은 어떤 대단한 존재의 영혼 파편을 흡수한 상태였고, 내가 지금까지 노력했던 것은 이 힘을 완전히 깨우기 위함이었다.

각성을 이룬 소년은 배후의 왕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무작정 전투에 들어갔다.

결과는 처참한 패배였다.

당시 트리플 마스터를 달성한 나를 가지고 놀 수 있을 정도로 녀석은 강했다.

다행한 사실은 죽어도 아무런 페널티가 없다는 정도.

그렇기에 수천, 수만번 도전했고, 셀 수 없이 많은 도전 끝에 파악한 패턴을 통해 겨우 녀석을 쓰러뜨릴 수 있었다.

사실 녀석을 쓰러뜨리면 어마어마한 보물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드러난 결과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녀석이 드롭한 건 소울 하나.

모든 것이 ‘???’로 표시되어 있는 정체불명의 소울이 내 손에 쥐어져 있었다.

“흐음. 아주 기이한 힘이 느껴지는군. 어쩌면 이 소울이라면 생각했던 것 이상의 무언가를 완성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당연히 그래야지.”

혹여 실패작이라도 나온다면 내 어마어마한 원망을 들어야만 할 테니까.

"무기의 종류는 무엇으로 할 생각이냐?”

“창."

“그렇군. 알겠다.”

비록 다른 종류의 무기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되었지만, 아직도 나는 창을 주무기로 사용할 생각이다.

이제 조금만 더 정진한다면 창신이 이루지 못했던 그 너머의 경지에 도달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작업은 얼마쯤 걸릴 것 같아?”

“10일. 10일만 준다면 세상을 놀라게 할 굉장한 무구를 완성할 수 있다.”

“오케이.”

10일이라면 그리 오랜 기다림이 아니다.

*

정정한다.

10일은 아주 오랜 기다림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10일 동안 뭔가 큰 사건이 생길 줄 알았다.

그런데 그건 내 오판이었다.

당연히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선계는 첫 번째 침공 이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관람자나 담당자, 그리고 책임자와 같은 초월자의 움직임도 없었다.

그냥 그렇게 한가롭게 지냈으면 더욱 지루했을지도 모른다.

그나마 내 유일한 심심풀이가 되어준 건 천둔의 검 연마 시간이었다.

의지를 갈고 닦을수록 위력은 강력해진다.

충분한 재능과 실력을 갖추고 있었던 터라 내 성장은 빨랐다.

『천둔의 검 (Lv 6/Lv 10)』

예전의 허접했던 모습은 사라졌다.

완연한 검의 형태를 갖춘 건 물론, 그 위력도 무시할 게 못 된다.

물론 여동빈에 비하면 아직 부족하긴 하지만, 그래도 웬만한 상대와의 전투에서도 써먹을 만한 수준은 될 정도였다.

“조금만 더...”

그렇기에 욕심이 생긴다.

이제 조금만 더하면 천둔의 검이 레벨 7로 발전할 수 있을 터. 부단히 연마하며 그 한계를 초월하기 위해 힘을 쓰던 중이었다.

「깡패, 아니 연우. 빨리 와봐라. 긴급상황이다!」

10일 동안 단 한 번도 먼저 말을 걸어온 적이 없었던 파베르가 다급히 나를 호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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