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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이 회귀해버렸습니다-106화 (106/161)

106화.  < 썩은물은 후원을 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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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고부 - 혼돈을 가르는 도끼

효과 : 태초부터 존재했던 반고가 자신을 구속한 혼돈을 갈라버렸던 도끼. 그 혼돈의 힘이 깃들어 신선계 적에게 강력한 피해를 준다.』 아이템의 성능에 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내게 주어진 웨폰 마스터의 권능, 아이템 검색을 이용해 반고부의 능력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진품이다.

이 반고부야 말로 신선을 찢어 죽이라는 누군가의 계시.

하지만 선뜻 그것을 구매할 수는 없었다.

“가격은 어떻게 형성 되어 있지?”

나와 반고부 사이를 가로막은 건 가격이었다.

특히 은하 상점의 경우에는 기존의 세상과는 다른, 좀 더 특별한 화폐를 필요로 했다.

“어디 보자...”

살짝 내 눈치를 보면서 생각하는 척하는 게 어딜 봐도 후려치려는 의도가 분명하다.

“43만 2천 5백 코인 되겠습니다. 하지만 특별히 개시 손님이기도 하시니 2천 5백 코인 할인 들어가서 43만 코인만 내시면 됩니다. 이히힛."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반고부는 그 능력에 걸맞게 어마어마한 몸값을 자랑하고 있었다.

“당연히 스타 코인이지?”

“어이쿠, 두말하면 잔소리입죠. 은하 상점에서는 오직 스타 코인만을 취급하고 있습니다.”

스타 코인.

은하 상점이라는 이 신비의 상점이 개방하면서 나타난 특수 화폐였다.

얻는 경로는 몬스터 사냥이다.

조금 전 처치한 손오공에게서 120개의 스타 코인을 획득하기도 했고, 그 이전의 적에 대한 스타 코인은 일괄 정산되어 받을 수 있었다.

수많은 적, 심지어 지옥과 천상을 정복하기도 했으나 내가 획득한 건 25만 코인.

"흠..."

25만 코인. 반고부를 구매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액수였다.

“말로만 개시 손님이라고 하지 말고 좀 싸게 해줘.”

사정할 수밖에 없었다.

선계의 군단을 맞이하기 위해선 반고부가 필요했다.

물론 이게 없다 해도 어찌어찌 막을 순 있겠으나 그 피해가 커진다는 게 문제였다.

어떻게든 피를 흘리지 않고 선계를 제압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선계 적에게 특화된 반고부의 역할이 중요했다.

“아이고, 이것도 특별 할인가가 들어간 상태입니다. 여기서 더 떼면 저는 뭘 먹고 살라는 말씀이신지...”

그러면서 눈치를 본다.

시장의 상점주들에게서 많이 볼 수 있었던 눈빛이다.

이놈이 호구인지, 가격을 후려쳐도 이것을 살 만한 녀석인지 재단하고 있는 것.

“좋습니다. 그렇다면 특별히 3만은 더 떼어 드리죠. 40만. 눈 딱 감고 40만! 40만만 내시면 반고부를 드리겠습니다.”

“그래도 비싼 데...”

“어이쿠. 비싸다뇨. 이건 완전 거저입니다.”

거저는 개뿔!

이 새낀 어딜 봐도 악덕 상인. 저기에서 40~50% 더 깎아도 녀석에게는 손해가 아닐 게 분명했다.

“그러지 말고 25만 코인 어때?”

실랑일 해 봐야 시간 낭비일 뿐.

결국, 내가 보일 수 있는 패를 까야만 했고.

"..."

정색하는 녀석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 표정은 찰나에 불과했다.

거지라면 모를까 그래도 25만 코인을 가진 손님. 어떻게든 날 벗겨 먹으려고 작정한 것 같다.

“손님. 절 때려죽인다 해도 25만으로는 반고부를 구매하는 건 무립니다. 차라리 이것 말고, 음, 이건 어떻습니까?”

얼른 다른 상품을 추천했다.

“아!”

그리고 녀석이 추천한 상품을 보는 순간 깨달을 수 있었다.

벨루코는 알고 있다. 내가 선계를 상대로 한 바탕 싸우려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곤선승拙仙織 - 신선을 구속하는 밧줄

효과 : 본래는 곤륜십이선 중 하나인 구류손이 소유하고 있었으나 벨루코에게 사채를 사용, 탈취당하고 말았다. 영력이 깃든 밧줄로, 신선계 적 다수를 구속할 수 있다.』

그것은 던지는 것만으로도 신선계 적을 포박하는 신비한 밧줄이었다.

당장 내게 필요한 상품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주 무기인 반고부에 비해서 활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자, 특별 세일가! 20만 코인만 주시면 곤선승을 얻을 수 있습니다.”

녀석의 말이 맞다.

현재 내가 지닌 코인을 보면 반고부가 아니라 곤선승을 선택해야하지만, 미련을 떨치기가 어려웠다.

“반고부를 더 싸게...”

“놉! 절대 안 됩니다. 손님. 자꾸 그렇게 무리한 부탁을 한다면 이제 그만 폐점하는 수가 있습니다?”

녀석이 배짱을 부리기 시작했다.

내게 곤선승이라는 선택권 하나를 던져준 채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

당연한 현상이다. 급한 건 녀석이 아니라 나였으니까.

제길!

저 재수 없는 표정을 보고 있노라면 그냥 폐점하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온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다.

인정하기 싫지만, 곤선승 하나만 해도 내게는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후우. 별 수 없지.”

이내 반고부에 대한 미련을 접었다.

코인을 모아 산다? 말도 안 되는 발상이다.

지금 당장 일어날 선계와의 전투 때문에 구매하려는 것이지, 저 상품이 대단해서 사는 게 아니었다.

“그럼 곤선승을...”

어쩔 수 없이 곤선승을 선택하려던 그 순간.

지이잉!

뜻밖의 현상과 마주할 수 있었다.

“어어?”

기어다니는 혼돈의 등장 이후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던 목걸이, 소원의 목걸이가 다시금 은은한 녹광을 발산하기 시작한 것.

[주인의 분함을 감지한 소원의 돌이 미미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합니다.]

그 알림을 들은 순간 직감할 수 있었다.

왔구나!

[소원의 돌에 깃든 근원의 힘에 의해 미지의 존재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근원의 힘을 쫓아 기어다니는 혼돈이 자신의 존재를 나타냅니다.]

다시금 등장한 기어다니는 혼돈.

“어이쿠, 이게 누구십니까. 모처럼 큰 손이 방문해 주셨군요!”

놀랍게도 벨루코는 기어다니는 혼돈과 안면이 있는 듯했다.

역시 평범한 녀석이 아니다.

한 번 날 잡아서 깽판을 치겠다는 생각은 고이 접어야만 했다.

[기어다니는 혼돈이 당신을 지그시 응시합니다.]

또다.

이 양반은 변태처럼 매일 지그시 바라보기만 한다.

[기어다니는 혼돈이 당신에게 영문을 알 수 없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그것은 고대의 언어입니다. 완전하지 않은 의지를 통해 유추할 수 있는 건 ‘Z’라는 발음입니다.]

이어지는 메시지 전달.

A와 Z. 물론 이 두 개의 발음으로 무언가를 유추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기어다니는 혼돈이 이번 메시지 전달에 만족하며 미미한 미소를 짓습니다.]

나는 전혀 만족스럽지 않은데?

“그런데 큰 손께서 이곳에는 어인 일이십니까. 아직 물품 정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부끄러운 상품밖에는 없습니다만?”

이 망할 새끼.

그 부끄러운 상품을 그렇게 비싸게 팔고 있었던 거냐?

[기어다니는 혼돈은 상품에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눼이, 눼이. 그러시겠죠. 그러니까 무슨 볼 일로 방문하셨는지?”

벨루코의 궁금증은 내 궁금증이기도 했다.

당장 적이 나타난 것도 아니고 기어다니는 혼돈은 왜 등장한 거지?

[기어다니는 혼돈이 전지전능한 존재의 이름을 언급하며 담당자 W의 후보 이연우에 대한 후원 모금을 시작합니다.]

후원 모금?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이야. 손님. 꽤 대단한 배후를 두셨군요.”

벨루코가 다시 봤다는 듯 눈빛을 빛낸다.

하지만 지금 내 관심사는 녀석의 태도 변화가 아니었다.

기어다니는 혼돈이 후원 모금을 시작함과 동시에 쉴 새 없이 알림이 울리기 시작했다.

[경계에 잠복한 자가 후원에 동참했습니다.]

“와우!”

아마도 지금의 변화를 알고 있는 듯 벨루코가 감탄사를 내뱉었다.

[경계를 감시하는 자가 질 수 없다는 듯 후원에 동참했습니다.]

“오우!”

이번에도 꽤 대단한 양반이었는지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고작해야 두 관람자의 동참. 하지만 이 관람자의 후원은 엄청난 파급력을 일으켰다.

[외부의 존재 일동이 경계에 잠복한 자를 따라 후원을 시작합니다.]

[고대의 존재 일동이 경계를 감시하는 자를 따라 후원을 시작합니다.]

[위대한 옛 지배자 일동이 기어다니는 혼돈을 따라 후원을 시작합니다.]

경계에 잠복한 자, 경계를 감시하는 자, 그리고 기어다니는 혼돈. 이 세 관람자의 후원은 다른 많은 관람자의 후원을 이끌었다.

다만 의문인 건 도대체 이 후원이 무엇을 위한 것이냐는 것이다.

[담당자 W의 후보 이연우의 후원 모금이 마감되었습니다.]

[후원 모금을 통해 모인 금액은 총 2,950,761 스타 코인입니다.]

“엌?!”

그 알림을 듣는 순간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후원금의 정체는 다름아닌 스타 코인이었다.

더욱더 놀라운 사실은 그 금액이 300만 코인에 육박한다는 것 .

조금 전까지만 해도 25만 코인을 소유해 40만의 반고부 하나를 사는 것도 불가능했었다. 그러나 상황이 역전, 순식간에 벼락부자가 될 수 있었다.

[후원금은 불로소득입니다.]

[불로소득세율 40%를 제외한 나머지, 총 1,770,456 코인을 지급합니다.]

미친!

이 망할 놈의 불로소득은 초월자들의 세계에서도 적용되는 모양이었다.

덕분에 처음의 300만 코인은 획득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177만, 거기에 기존에 있던 25만 코인을 터해 총 200만의 코인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기어다니는 혼돈이 모인 후원금에 불쾌감을 드러냅니다.]

[경계에 잠복한 자가 요즘 사정이 어렵다며 선처를 호소합니다.]

[경계를 감시하는 자가 그래도 자신이 더 많이 냈다며 생색을 냅니다.]

[외부, 고대, 위대한 옛 지배자 일동이 눈치를 보기 바쁩니다.]

나는 충분히 만족하고 있는데 기어다니는 혼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기어다니는 혼돈이 당신에게 미안함을 표합니다.]

“어...그러실 필요까지는 없는데. 지금 후원금도 충분히 만족합니다.”

이렇게 도움을 받는 것도 감지덕지인데, 자꾸 저렇게 미안함을 표하니 내가 몸둘 바를 모르겠다.

[기어다니는 혼돈이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이 다 되어 갑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소원의 목걸이가 발하는 녹광이 옅어지기 시작했다.

역시 그렇다.

기어다니는 혼돈. 정확히 정체를 파악할 수 없는 이 관람자는 소원의 목걸이가 영향력을 발휘할 때마다 나타난다.

이 목걸이가 도대체 무엇이기에?

시간이 날 때 사라진 할아버지와 목걸이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해 둘 필요성이 있으리라.

[기어다니는 혼돈이 단단히 화가 난 듯 위대한 옛 지배자 일동을 집합시킵니다.]

[위대한 옛 지배자 일동이 두려움에 몸을 떱니다.]

사라지기 전, 후원 모금에 대한 뒤끝을 보여준 기어다니는 혼돈.

스스스.

그렇게 기어다니는 혼돈 및 관람자의 영향력이 장내에서 사라졌다.

"..."

"..."

나는 벨루코를 응시했고, 녀석 또한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중이었다.

“혹시 기어다니는 혼돈이나 후원에 동참했던 존재들...”

“쉿!"

벨루코가 손가락을 입에 가져갔다.

“손님이 감당할 수 없는 분들입니다. 지금은 모르고 있는 게 나을 겁니다.”

그래. 안 가르쳐줄 줄 알았다.

익히 예상했던 반응에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상점 주인인 녀석과 내가 할 일이란 건 간단했다.

“여기 신선과 관련 있는 상품 전부 다 내놔 봐.”

“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대령합죠!”

후원 모금을 통해 획득한 200만 코인. 이 모든 코인을 투자해 선계와의 전투를 대비할 것이다.

*

모든 상품을 구매한 후, 은하 상점과의 차원 연결이 끊겼다.

「감히 신선을 건드린 죄. 미천한 죄인을 벌하라!」

시간의 흐름이 정상적으로 돌아왔고, 열린 선계의 문으로부터 엄청난 기운을 품은 존재, 신선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랄하고 자빠졌네!”

휘리릭!

내 손을 떠난 금빛의 밧줄. 고작 한 마디에 불과했던 밧줄의 길이가 늘어나 문을 박차고 나온 신선들을 포박했다.

“아닛?!”

“곤선승?!”

신선계 적이라면 절대로 벗어나 수 없는 구속의 밧줄 곤선승. 곧장 그것을 알아본 녀석들이 당황한 음성을 토했다.

“놀라기는 이를 텐데?”

그래. 아직 놀라기는 너무 이르다.

구구구!

인벤토리에서 꺼낸 건 갑자기 특별 세일가가 더해져 38만에 구매할 수 있었던 흑백의 도끼 반고부.

“으헉!"

“혼돈을 가른 도끼!”

“반고부가 어째서 인간의 손에?”

내 손에 쥐어진 반고부를 알아챈 신선 녀석들이 경악을 토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촤악!

반고부를 휘두른 그 순간, 포박당해 있던 신선 모두가 반으로 갈라져 소멸을 맞이했다.

[선계의 이등二等 투선을 쓰러뜨렸습니다.]

[고대의 적을 쓰러뜨려 대량의 추가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당신과 ‘파티’ 상태인 파티원 모두에게 경험치가 분배됩니다.]

[충분한 경험을 쌓아 레벨이 상승합니다.]

[능력치 포인트 8개를 획득했습니다.]

[이등 투선을 쓰러뜨려 50 스타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이등 투선을 쓰러뜨려 55 스타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곤선승과 반고부. 그리고 은하 상점에서 각종 아이템을 구매한 이상 신선 녀석들은 내게 위협이 되는 적이 아니다.

내게 있어서 선계의 침공은 폭렙과 각종 전리품을 얻을 수 있는 이벤트에 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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