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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이 회귀해버렸습니다-94화 (94/161)

94화.  < 썩은물은 낚시질에 넘어가지 않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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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또 뭔 개소리야?”

선물? 그래 공짜 선물은 언제나 환영이다. 그러나 선물을 준 대상이 누구인지 모를 때는 섬뜩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지금 내 심정이 딱 그랬다.

관람자?

위대한 옛 지배자?

기다리는 어둠의 존재는 누구이며 극권의 군주는 누구인가.

갑작스레 귓가에 파고든 알림은 의혹만을 증폭시킬 뿐이었다.

“마스터. 저기 계단이!”

혼란에 빠진 내 귓가에 들린 건 파트로나의 음성이었다.

그녀가 가리킨 곳으로 시선을 돌리자 빛으로 만들어진 계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창공으로 이어지는 그 계단은 분명 제2천으로 가는 길이 틀림 없다. 그러나 지금은 2층으로 가는 계단에 신경쓸 새가 없었다.

[기다리는 어둠의 존재가 자신이 가장 먼저 제안했다며 생색을 냅니다.]

[극권의 군주가 일단 구경만 해보라고 회유합니다.]

[지하를 파고다니는 자가 자신의 선물을 자랑하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심연의 거주자는 자신의 선물이 1+1 이라고 허세를 부립니다.]

잠깐 선택을 망설인 사이 관람자들의 호객 행위가 더욱 과열 되었다.

어떤 집단이 내 뇌에 들어와 수다를 떨고 있는 것처럼 정신이 사납다.

혼란한 머릴 흔들며 일단은 차분하게 가라앉혔다.

자, 일단 정리를 해보자.

그러니까 관람자, 내가 몰랐던 관음증 환자들이 존재하고 있다.

짐작하건데 이 관람자라는 녀석들은 초월자와 같은 존재일 테고, TV를 시청하듯 지금껏 내 행적을 지켜보고 있었을 것이다. 나의 의사와는 상관없는, 마치 몰래 카메라와 같은 형식으로 말이다.

사실 그건 어느 날부터 등장한 관리자, 그리고 담당자 또한 마찬가지였다.

가득이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 당하고 있다는 생각에 불쾌하건만, 이렇게 직접적인 간섭까지 해온다면 곤란하다.

특히 녀석들의 목적이 무엇인지 모르니 더더욱 불안할 수밖에.

[담당자 R이 망설이는 당신을 위해 선물의 ‘미리보기’를 제안합니다.]

[관리자 Z가 탁월한 의견이라고 엄지를 들어 올립니다.]

[관리자 Y는 담장자 R의 의견에 반대를 표합니다.]

[담당자 R은 관리자 Y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습니다. 대신 관람자에게 의견을 묻습니다.]

[기다리는 어둠의 존재가 찬성을 표합니다.]

[극권의 군주가 찬성을 표합니다.]

[지하를 파고다니는 자가 찬성을 표합니다.]

[심연의 거주자가 반대를 표합니다.]

[관람자의 과반수 이상이 찬성을 표해, 미리보기가 제공됩니다.]

연이어 울리는 알림을 통해 한 가지를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담당자와 관리자는 거의 동등한 위치, 혹은 관리자가 약간 높은 자리라는 것. 그리고 이 두 존재보다는 관람자라는 녀석들이 더 높은 위치에 있다는 사실이다.

[담당자 R이 당신에게 미리보기의 권능을 부여합니다.]

[미개봉의 선물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제야 볼 수 있었다.

내 눈앞, 허공에 떠 있는 4개의 상자를 말이다.

마치 게임 속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고전적인 보물상자와도 같은 모양새. 그리고 그 모든 상자에는 물음표가 표시되어 있었다.

아마 미리보기의 권능이라는 건 선물의 내용물을 확인할 수 있는 능력일 터.

공짜 선물을 마다할 생각은 없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가장 왼쪽에 있는 상자를 향해 손을 가져갔고.

화악!

상자에서부터 뿜어져 나온 빛과 함께 특별한 정보를 담은 정보창이 나타났다.

『심연의 거주자의 선물 : 자신의 몸 일부에서 나온 기생충을 넣어두었습니다. 당신의 이지를 제압하고, 자신의 하수인으로 삼으려는 것 같습니다.』

“미친 새끼!”

나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고 말았다.

선물은 개뿔. 이거 완전 함정 카드를 준비해 놓았다.

어쩐지 허세는 있는데로 부리더니 미리보기 권능을 부여할 때는 반대하더라.

심연의 거주자라는 새끼. 아주 속이 시커먼 녀석이 분명하다.

[심연의 거주자가 제안한 선물을 거부했습니다.]

[머쓱한 심연의 거주자가 슬며시 퇴장합니다.]

확인할 가치도 없는 선물, 아니 함정은 거부했다.

이것으로 한 가지 더 알 수 있는 사실이라면 이 위대한 옛 지배자들이 내게 호의만을 보여주진 않는다는 점이다.

분명 날 이용해 뭔가를 이루려고 한다.

그 목적을 모르는 나로선 녀석들의 호의를 계속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최초의 함정은 제거했다.

시선은 심연의 거주자가 준 선물 오른쪽 선물로 옮겨갔다.

『지하를 파고다니는 자의 선물 : 자신이 사는 차원의 지하 가장 깊숙한곳에서 얻은 광석입니다. 이 광석을 무구에 사용할 경우 ‘아주 특별한’ 효과 한 가지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수상쩍다.

일단 이건 보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녀석들이 내게 호의만 보이지 않는단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특별한 효과? 좋지. 그런데 그게 축복인지 저주인지 확인할 길이 없다는 게 문제다.

[지하를 파고다니는 자가 절대 아니라고, 자신의 가슴을 치며 단언합니다.]

[관리자 Y가 지하를 파고다니는 자의 말에 힘을 실어줍니다.]

응. 관리자 Y야.

네가 말을 보태니까 확실히 알겠다.

지하를 파고다니는 자. 이 새끼도 확실히 걸러야겠다는 사실을 말이다.

[지하를 파고다니는 자가 괜한 짓을 벌인 관리자 Y에게 한 소리 합니다.]

[관리자 Y가 풀이 죽어 아무 말도 못합니다.]

[관리자 Z가 매우 고소해하며 소리 죽여 웃습니다.]

쯧.

명색이 선물이라고 해놓고 2개가 꽝이다.

과연 나머지 녀석들이라고 해서 멀쩡한 선물을 준비했을까?

사실 모두 거부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행동으로 옮기진 않았다.

선물을 확인하는 것. 그래봐야 조금의 시간이 지체될 뿐이다.

혹시 모르는 의외의 행운을 위해 다시금 상자에 손을 가져갔다.

『극권의 군주의 선물 : 자신의 몸 일부에서 떼어 낸 ‘빙하의 정수’입니다. 모든 것을 얼려버리는 빙하의 권능을 가진 그의 정수인 만큼 강력한 권능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

그래도 양심은 있는지 마냥 꽝을 준비한 건 아니었다.

[극권의 군주가 봤냐는 듯이 어깨를 으쓱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것도 보류.

여전히 불안한 마음이 남아 있는 것도 있지만, 아직 한 가지 선물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기다리는 어둠의 존재의 선물 : 자신의 촉수 하나를 떼어 내어 창의 형태로 만들었습니다. 위대한 옛 지배자의 육신 중 일부인 만큼 그 효과는 굉장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아마도 당신의 주 무기가 창이라는 것을 알고 특별히 준비한 것 같습니다.』

이건 망설일 여지가 없다.

기다리는 어둠의 존재. 녀석이 누군진 모르겠지만, 내 취향을 확실히 파악하고 있다.

이것이 호의적인 선물이 확실하다면 굳이 다른 것으로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이걸 선택할 게.”

당연히 선택을 받은 건 기다리는 어둠의 존재가 준 선물이었다.

[기다리는 어둠의 존재가 셀 수 없이 많은 촉수로 파이팅 포즈를 취합니다.]

[극권의 군주가 당신에게 굉장히 실망한 것 같습니다.]

[관리자 Y가 두고보라며 이를 갈고 있습니다.]

[지하를 파고다니는 자가 관리자 Y의 뒤통수를 강하게 칩니다.]

[담당자 R이 이제 볼 일 다 끝났다며 관리자와 관람자들의 퇴장을 명합니다.]

[관리자 Z가 그래도 아직은 안심하지 말라며 조심스레 당부를 남기고 퇴장합니다.]

의미심장한 관리자 Z의 마지막 메시지와 함께 뇌에서 일어나던 소란이 사라졌다.

눈앞에 날 기다리고 있는 건 기다리는 어둠의 존재가 남기고 간 선물.

“어? 이게 어디서...?”

갑자기 나타난 상자를 본 동료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기다리는 어둠의 존재와 관계를 형성합니다.]

[현재 기다리는 어둠의 존재와의 관계는 ‘희미한 연결’입니다.]

역시.

아무래도 녀석들이 내게 선물을 준 이유는 마냥 호의 때문만은 아니었다.

관계 형성이라. 후에 이것이 어떤 식으로 작용할지는 모르겠으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리라.

새삼 다짐하며 정면을 응시했다.

보는 것만으로도 기대감을 불러 일으키는 보물상자가 자신을 열어달라고 외치고 있다.

딸칵!

마침내 봉해져 있던 상자의 문을 열었고.

툭.

지면에 떨어진 건 온통 검게 칠해진 길쭉한 무언가였다.

분명 미리보기를 통해 나온 정보에 의하면 창이라고 했는데, 막상 드러난 그것은 창보다는 그냥 나무 작대기에 가까운 모양새였다. 『알 수 없는 아이템입니다.』

내 소유가 되었기에 당연히 창(?)에 대한 정보가 나올 것으로 생각했지만, 정작 알 수 없는 아이템이라는 정보창을 볼 수 있을 뿐이었다.

습관적으로 검은 작대기에 손을 가져가려던 중이었다.

“워!”

문득 떠오르는 생각에 화들짝 놀라며 행동을 멈췄다.

마지막 관리자 Z의 메시지를 떠올랐다.

분명 아직까지 안심하지 말라는 당부를 남겼다.

사실 정체를 모르는 건 관리자 Z 또한 마찬가지였지만, 지금까지의 행적을 봤을 때 그가 내게 호의를 가지고 있는 건 명백한 사실이다.

굳이 모두가 괜찮다는데 마지막 당부를 남긴 것을 보면 확실하다.

조심하라는 그의 말을 들어서 나쁠 건 없지 않은가.

창에 가져가려던 손 대신 준비한 건 마법 스크롤이었다.

나는 시스템의 영향을 받는 유저다.

보통은 아이템을 손에 쥐는 것으로 그 효과를 파악할 수 있겠지만, 나는 다르다.

찌익!

[감정 스크롤(Lv 10)이 ‘알 수 없는 아이템’을 확인합니다.]

감정 스크롤. 그것도 레벨 10, 갓급의 스크롤이 확인할 수 없는 아이템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둠을 기다리는 자의 촉수 종

류 : 소비용품 등급:Unknown

효과 : 창 종류의 무기에 깃들어 무작위 효과 하나를 부여한다 강력한 저주가 깃들어 손을 대는 이의 정신을 지배한다

설명 : 위대한 옛 지배자 중 하나인 어둠을 기다리는 존재가 누군가를 위해 준비한 선물. 하지만 그 진실된 정체는 미끼, 촉수에 손을 대는 자의 정신을 제압하는 강력한 저주가 깃들어 있다.』

와,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네?

혹여나 이 창을 가장한 촉수에 손을 댔으면 정신 지배를 당해 이지를 상실하고 말았을 것이다.

이것들이 내 육신을 지배해 뭣을 벌이려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당하진 않을 거다.

그리고 이 미끼는 감사하게 사용하마.

저주? 그깟짓 수작은 내게 아무런 위해도 가할 수 없다.

찌익!

인벤토리에서 꺼낸 마법 스크롤을 다시금 찢었다.

찢긴 스크롤 사이에서 뿜어져 나온 푸른 기운이 어둠을 기다리는 존재의 촉수를 향해 접근했다.

크아아-

울부짖는 듯한 울음과 함께 촉수에서 빠져 나온 검은 기운과 푸른 기운이 치열한 영역 싸움을 펼쳤다.

크아아아아-

하지만 결국, 승리한 건 푸른 기운이었다.

레벨 10, 갓급의 저주 해제 스크롤이 저주 따위에 질 턱이 없지 않은가.

푸시시.

마치 꺼지듯 촉수에 머무른 검은 기운이 사라졌다. 그것은 저주가 해제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다시금 촉수의 정보를 확인하자 정신 지배의 저주 항목이 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디 그럼.”

건방진 관람자 녀석들의 함정은 모두 제거했다.

이제는 녀석이 준 선물의 효과를 확인하는 일만이 남은 셈.

오른손에는 궁니르를, 그리고 왼손에는 어둠을 기다리는 존재가 남겨준 촉수를 들었다.

파앙!

양손에 든 그것을 손뼉 치듯 충돌시켰고.

[어둠을 기다리는 존재의 촉수가 궁니르와 융합합니다.]

[어둠을 기다리는 존재의 촉수가 궁니르에 무작위 효과 하나를 부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축하합니다. 어둠을 기다리는 존재의 ‘무한한 촉수’ 능력이 부여되어 ‘무한한 창의 그림자’ 능력이 생성됩니다.]

뜻밖의 선물은 뜻밖의 능력을 부여했고.

“워, 씨벌 깜짝이야!”

새로이 궁니르에 각인된 능력을 확인한 난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무한한 창의 그림자 : 마력을 주입해 창의 그림자를 생성한다. 생성된 창의 그림자는 본체가 되는 창의 위력을 똑같이 복사하며, 마력의 양이 늘어날수록 더욱 많은 그림자를 생성한다.』

그렇지 않아도 미사일과 같은 위력을 자랑했던 궁니르가 다연발 미사일, 아니 다연발 핵미사일로 진화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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