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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이 회귀해버렸습니다-92화 (92/161)

92화.  < 썩은물은 만마의 주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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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은 말한다.

어차피 게임은 ‘될놈될’이라고.

될 놈은 뭘 해도 되고, 안 될 놈은 뭘 해도 안 된다는, 운빨을 빗대어 한 말이다.

많은 이들이 착각하는 게 있는데 에오스 시절 난 안 될 놈 중에 하나였다.

월드 랭킹 1위에 빛나는 유저가 안 될 놈? 분명 코웃음을 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사실 1위를 달성한 건 피나는 내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적어도 운, 특히 운빨이 많이 필요한 강화에 관해서 나는 할 말이 많다.

당시 랭커 대부분이 8~9, 심지어 몇몇은 10 강화를 성공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난 7이 한계였다.

흔히 말하는 안전빵 강화를 넘기지 못했다.

물론 내가 가지고 있는 무기가 세계관에 존재하는 유일한 신기였던 탓에 강화를 꺼린 탓도 있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많이 터뜨려 먹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7로 강화한 신기를 +8로 만들기 위해 총 20번 시도했고, 모두 터뜨리고 말았다.

이후 +8 강화를 시도하는 일은 없었다.

어차피 +7 신기만 해도 게임을 진행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었기에 선택한 일이었다. 물론 종말이 다가와 더는 게임을 할 수 없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말이다.

게임에서 난 운도 지지리 없는, 흔히 말하는 안 될 놈이었다.

그런데 게임이 현실화 된 순간부터 나는 될 놈이 되었다.

+9에서 +12로 대성공을 이룬 진 궁니르에 이어 1%에 불과한 강화권이 성공한 것이다.

게임을 플레이할 때만 해도 강화의 신에게 저주를 받은 게 아닐까 생각한 적도 있었건만, 막상 현실이 되니 그간 못 받았던 사랑을 한번에 받는 느낌이다.

역사상 누구도 성공한 적이 없는 +15 강화 아이템. 그것도 불멸급 부적인 발로르의 사안을 손에 넣었다.

그리고 이제 그 결과물을 살펴볼 시간이었다.

강화를 마친 칠흑의 보석, 발로르의 사안을 손에 쥔 그 순간이었다.

움찔.

단단한 금속과 같았던 보석이 꿈틀거렸다.

강화로 인한 변화인가?

살짝 놀란 마음도 있었으나 여전히 손에서 놓지 않은 채 그 변화를 주시했다.

번뜩!

그리고 다음 순간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워, 씨발 깜짝이야!”

“누, 눈알?”

동료들 또한 놀라기는 마찬가지.

겉껍질에 감춰져 있었던 눈을 드러내며 눈동자를 굴리고 있었다.

이리저리, 마치 무언가를 찾는 듯 돌아가던 눈동자가 내게 고정되었다.

[발로르의 사안이 당신을 주인으로 인정합니다.]

별안간 울려 퍼지는 알림과 동시에.

화악!

세상이 붉게, 푸르게, 그리고 백색의 순서대로 물들었다.

[발로르의 사안이 당신에게 적안의 권능을 부여합니다.]

[발로르의 사안이 당신에게 청안의 권능을 부여합니다.]

[발로르의 사안이 당신에게 백안의 권능을 부여합니다.]

눈이 시큰거리는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찰나에 불과했고, 이내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사라졌다.

[권능을 부여한 발로르의 사안이 다시금 잠에 빠집니다. 더욱 강력한 권능을 얻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강화가 필요합니다.]

+15 강화를 통해 얻을 수 있었던 건 단 3개의 권능. 그것을 전해준 발로르의 사안은 평범한 보석의 형태로 돌아갔다.

“마스터. 눈이...”

혹시 내게 문제가 발생한 게 아닌가 걱정하고 있었던 파트로나가 내 눈을 가리켰다.

“왜? 뭐, 문제라도 있어?”

“큰형님. 눈까리...는 아니고, 눈동자 색깔이 이상한데요?”

“눈동자. 변한다. 색.”

“빨갛다가, 파랗다가, 하얗네?”

동료들의 말에 손거울을 꺼냈다.

인벤토리라는 게 워낙 보관이 용이해 온갖 잡동사니가 보관되어 있었다.

“엌?!"

그제야 동료들이 본 내 눈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본래 검은색이었던 눈동자는 순간순간마다 변화하며 다른 색채를 띠었다.

적, 청, 백. 3개의 색이 무작위로 나타났다가 사라지길 반복했다.

그리고 나는 그 변화가 무엇을 나타내는지 발로르의 사안을 보고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적안 : 적안으로 바라본 대상은 약점이 노출, 평상시보다 3배에 달하는 피해를 받는다

청안 : 청안으로 바라본 대상의 시간을 빼앗아 동작을 굼뜨게 한다

백안 : 백안을 활성화 해 시야의 영역을 확장한다. 주입하는 마력이 양에 따라 그 범위는 무한히 확장될 수 있다』

“워우!”

그제야 내게 부여된 권능을 확인하곤 감탄을 내뱉었다.

발로르의 사안은 부적이다. 따로 착용할 필요도 없이 인벤토리에 보관하는 것만으로도 이 막강한 권능을 발휘할 수 있는 것.

특히 내가 주목한 건 백안이었다.

내게 있어서 시야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는 건 아주 큰 의미를 가진다.

파앗!

곧장 백안의 권능을 활성화했다.

내 마력을 실은 파장이 사방으로 퍼져 나간다.

그건 신비한 경험이었다. 나는 분명 수리아가 머물고 있던 작은 섬에 있었지만, 내 시야는 마력의 파장을 따라 계속 동쪽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지났지만, 계속 영역을 확장하는 백안의 권능을 거두지 않았다.

오히려 마력을 더욱 집중하며 영역을 확장하고 또 확장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빙고!”

동쪽 지역 전체를 내 시야의 영역에 두었고, 그 끝에 자리한 두 번째 가브리엘의 수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수리아와 마찬가지로 여섯 쌍의 날개를 가진 천사. 녀석은 내가 바라보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열심히 눈덩이를 굴리는 중이었다.

[폭설을 부르는 천사 투트레키엘이 재앙을 준비합니다.]

[눈덩이가 뭉쳐지지 않도록 방해하십시오. 투트레키엘이 모든 작업을 마칠 경우 지구에 유례없는 대폭설이 시작됩니다.]

녀석을 시야에 두면서 알림을 들을 수 있었다.

수리아가 대홍수였다면 투트레키엘이란 녀석은 대폭설을 담당하고 있는 모양이다.

뭐, 고민할 것도 없다.

녀석들이 무슨 재앙을 준비하건 죽어야 할 녀석들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으니 말이다.

꽈악!

천상에 오면서 내가 전력을 다했던 적은 없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나는 궁니르를 쥔 손이 떨릴 정도로 힘을 주었다.

아득히 멀리 떨어져 있는 적, 투트레키엘에게 벌을 내리기 위해서다.

“흐압!”

힘찬 기합성을 터뜨리며.

콰앙!

진각을 밟으며 양손에 쥔 궁니르를 힘껏 투창했다.

팟!

내 손을 떠난 순간 궁니르는 자취를 감췄다.

“맙소사!”

“초월의 힘이로다!”

그것에 깃든 힘을 깨달은 동료들이 감탄했다.

그럴 수밖에 없다. 궤적조차 보이지 않는, 그야말로 초월의 힘을 품은 궁니르가 시공간을 초월했기 때문이다.

동료들이 인지할 수 있는 영역을 한참이나 벗어난 궁니르가 맹렬한 속도로 날아가고 있었다.

내가 목표로 한 일이 벌어지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쐐액!

“뭐, 뭣?!”

뒤늦게야 궁니르의 쇄도를 눈치 챈 투트레키엘이 경호성을 발했다.

그러나 늦었다.

절대명중, 그리고 절대관통의 권능은 그것을 넘어서는 초월의 힘이 아닌 이상에야 피할 수 있는 영역의 것이 아니었다.

퍼억!

아득히 멀리서부터 날아왔지만, 그 파괴력은 여전했다.

“커흑!”

그대로 심장을 꿰뚫었다.

콰콰쾅!

그리고 나서도 힘을 주체하지 못한 궁니르가 섬의 지면에 파고들며 엄청난 파괴의 현장을 만들었다.

크, 이거지!

백안이 내게 주는 효과란 건 단순히 탐색의 의미를 넘어서는 것이었다.

무한한 마력을 통해 같은 차원에 머무는 이상 그곳이 어디든 내 시야에 둘 수 있다. 그리고 나는 절대명중과 관통의 권능이 깃든 궁니르를 소유하고 있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아득히 먼 거리까지 창을 날려보낼 힘만 있다면 어디에 있든 적을 죽일 수 있다는 말이다.

[폭설을 부르는 천사 투트레키엘을 쓰러뜨렸습니다.]

[‘위업 : 대폭설을 막은 구원자’를 획득했습니다.]

[최고위의 적을 쓰러뜨려 추가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폭설의 눈덩이가 부스러집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나왔다.

천해의 서쪽 끝에서부터 날린 궁니르로 동쪽 끝에 있는 투트레키엘을 쓰러뜨렸다.

“어?”

“이게 무슨?”

「주군?!」

알림을 들은 동료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물론 그 일을 저지른 범인(?)이 나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

“고인물이 고였을 뿐인데, 뭘 그리 놀라고 그래.”

태연하게 말했지만, 솔직히 기쁨을 감추기 어려웠다.

처음 이 미치광이 임무를 받았을 때만 해도 곤란한 난이도에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발로르의 사안을 얻는 순간 지금까지의 모든 고민이 하찮게 변했다.

“그리고 아직 두 번 더 남았어.”

꿀꺽!

그리 말하며 마력 회복 물약을 삼켰다.

백안을 통해 시야를 확장하는 건 생각보다 많은 마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아마 다른 이였다면 소모한 마력을 회복하는데만 해도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럴 필요가 없다.

인벤토리에 가득한 마력 회복 물약을 삼키는 것으로 소모한 마력을 회복할 수 있다.

꿀꺽, 꿀꺽!

연속으로 세 병을 들이킨 후에야 바닥을 보였던 마력을 회복할 수 있었다.

“자, 그럼 시작해 볼까?”

내 의지에 따라 다시금 손아귀로 돌아온 궁니르를 바라보며 웃었다.

어쩌면 이 작전(?)의 가장 큰 결함이라 할 수 있는 무기 회수에 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궁니르는 투창을 하고 난 이후 반드시 주인의 손에 돌아오는 복귀의 권능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처음에는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던 불가능의 임무. 하지만 지금은 많은 게 달라졌다.

“가브리엘 녀석의 면상을 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네.”

곧이다.

재앙을 준비하는 네 명의 수족을 제거하는 순간 나타날 게 틀림 없다.

제1천 사마인의 관리자이자 치천사인 가브리엘. 녀석의 등장 시기는 모두의 예상보다 더욱 빠르게 이루어질 것이다.

*

"꿰엑!”

경쾌(?)한 비명이 울려퍼졌고.

[폭풍을 부르는 천사 무프가르를 쓰러뜨렸습니다.]

[‘위업 : 대폭풍을 막은 구원자’를 획득했습니다.]

[최고위의 적을 쓰러뜨려 추가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서서히 세력을 키우던 폭풍이 흩어집니다.]

대홍수의 재앙을 담당하는 수리아를 시작해서 대폭설의 투트레키엘, 대화재의 조르테크, 그리고 마지막 대폭풍의 무프가르가 쓰러졌다.

사실 처음 수리아를 제외하면 가만히 앉아서 뒤통수를 쎄게 갈긴 셈이다.

제1천 사마인에 진입한 지 고작해야 5시간이 지났을 때 벌어진 일이었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천해의 동서남북의 수호하던 빛의 기둥이 모두 소멸했습니다.]

[당신은 자비의 천사 가브리엘과 대면할 자격을 얻었습니다.]

「그대는 결국, 자격을 증명하였군요.」

사방에서 울려퍼지는 음성은 부드러운 감정을 담고 있었다.

스르르.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 빛의 입자가 모여 마침내 형태를 이룬 건 온전한 여덟 쌍의 날개를 가진 찬란한 빛의 인간, 치천사 가브리엘이었다.

「그 용맹한 무용을 칭찬해주고 싶지만, 아쉽게도 당신의 여정은 이곳에서 끝입니다. 그 누구도 위대한 메타트론님이 머물고 계신 아라보트에는 접근할 수 없으니...」

쿠쿠쿵!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세계 전체가 매섭게 요동쳤다.

「천해의 마수들과 천상의 군대는 그대들의 안식을 이끌 것입니다.」

가브리엘 녀석은 혼자가 아니었다.

촤악!

주변의 수면 위로 떠오르는 건 한 번도 본 적 없는 천해의 마수들.

펄럭펄럭!

그리고 마수들 뿐만이 아니라 지상으로 하강하고 있는 천상의 병력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놀고있네!”

잔챙이는 관심없다.

어차피 전쟁이라는 건 우두머리 하나만 제거하면 끝나는 것.

스팟!

내 손을 떠나간 궁니르가 붉은 궤적을 그리며 가브리엘에게 쇄도했다.

"악!"

그리고 울려 퍼지는 단말마의 비명.

가브리엘 녀석이 인지할 시간도 없이 궁니르는 정확히 심장을 관통했다.

"음?"

보통은 그것으로 게임이 끝났겠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스스스.

빛의 입자로 흩어지던 가브리엘이 다른 곳에서 육신을 재구성했다.

말살의 권능이 먹히지 않은 건가?

그리고 나는 내 의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자비의 천사 가브리엘을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제1천, 그의 권역 내에 있는 모든 마수와 천사를 반드시 제거해야만 합니다. 생명을 공유한 그들이 생존해 있는 이상 가브리엘은 무한히 재생하게 됩니다.]

미처 모르고 있었던 사실. 고맙게도 신비한 알림은 가브리엘의 공략 포인트를 상세하게 알려주었다.

하지만 아는 것과 그것을 실행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셀 수도 없이 많은 마수와 천사를 모두 처치해야만 가브리엘을 쓰러뜨릴 수 있다.

“간단하네.”

다른 이에게는 불가능한 일일지 모르겠지만, 내게는 너무도 쉬운 일이었다.

“만마의 주인이 명하니, 모습을 드러내라 지옥의 악마들이여!”

휘오오!

격전의 중심지에 생성된 심연의 구덩이야말로 내가 사탄이 되면서 얻은 권능 중 하나.

「사탄의 지엄한 명을 받듭니다.」

「사탄의 지엄한 명을 받듭니다.」

심연의 구덩이에서 속속 모습을 드러내는 건 베엘제붑을 비롯해 내 손에 소멸을 맞이한 악마들.

마침내 발현된 만마萬魔 소환. 그것은 엄선된 10,000의 악마를 소환할 수 있는 사탄의 고유 권능을 말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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