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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이 회귀해버렸습니다-90화 (90/161)

90화.  < 썩은물은 천상의 제단을 공략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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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릉!

“우왁!”

천상을 향한 길. 성스러운 길을 나아가던 중 들린 천둥소리에 놀란 막내가 폴짝 뛰었다.

고작 천둥소리에 놀랄 만한 담력은 아니나 녀석은 지금 과도한 긴장 상태에 빠져 있었다.

“큰형님. 이거 정말 괜찮을까요? 녀석이 뭔가 수작을 부렸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요.”

긴장의 이유는 명백하다. 지금 우리가 향하는 곳이 천사의 본거지, 천상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지구로만 한정 짓는다면 막내를 비롯한 동료들이 두려워할 만한 존재는 없다. 그러나 상대가 천사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현재 녀석들의 전력으로는 기껏해야 중급 2위의 역천사와 대등한 정도. 그런데 지금 향하는 곳에는 역천사는 물론 주천사, 좌천사, 심지어 치천사와 같은 절대적인 존재가 득실거리고 있었다.

뇌가 제대로 돌아가는 이라면 당연히 긴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왜? 쫄았냐?”

평상시라면 그 말에 발끈해 온갖 허세를 부렸을 테지만.

“쫄리다 못해 지렸습니다요, 큰형님.”

본인이 소녀라는 자각이 없는 녀석이 아무 말이나 내뱉는다.

역시 우리 막내와 대화를 길게 끌어 나가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함정은 아니니까 안심해. 분명 이 길을 따라가면 천상이 나올 거야.”

동료들은 아직 파악하지 못한 것 같지만, 나는 진즉 느끼고 있었다.

신성한 기운을 통해 생성된 성스러운 길의 끝, 아주 먼 곳에서부터 느껴지는 희미한 기운을 말이다.

그것은 우리엘에게서 느꼈던 녀석의 본질적인 기운과 다르지 않았다.

장담하는데 이 길의 끝에는 천상이 존재한다. 그것이 어떠한 형태로 우리를 맞이할 것인지는 두고봐야 알겠지만.

“어? 막혔는데요?”

한참을 걸어 도착한 곳은 막다른 곳이었다.

성스러운 길을 막고 있는 건 구름의 벽. 창공을 모두 뒤덮어버린 그 벽으로 인해 더는 나아갈 수 없는 상태였다.

“흥! 이깟 구름 따위!”

콧방귀를 낀 막내 녀석이 대지의 창을 생성했다.

어마어마한 마력을 품은 대지의 창이 곧장 구름의 벽과 충돌했고.

퍼석!

예상과는 전혀 다른 광경이 펼쳐졌다.

구름을 흐트러뜨리기는커녕 그것과 부딪친 충격으로 인해 대지의 창이 부서지고 말았다.

“이런 쌍!”

놀란 막내가 경악했다.

하지만 그건 당연한 결과다.

구름을 보호하고 있는 건 미증유의 힘. 설사 내가 나선다 해도 파괴할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한 보호막을 형성하고 있었다.

“괜히 힘 빼지 말고 빠져, 인마.”

흥분한 녀석을 제지한 후 파트로나를 응시했다.

천상을 열 수 있는 열쇠. 오직 그녀만이 구름의 벽을 뚫고 가는 방법을 알고 있을 터였다.

"..."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한 파트로나가 구름의 벽을 향해 다가갔고,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녀와 구름의 벽이 가까워질수록 육신을 감싼 은은한 광채가 폭발적으로 빛나기 시작한 것.

느릿하게 다가간 파트로나의 손길이 구름의 벽에 닿는 순간.

화악!

폭발하듯이 뿜어져 나온 광채로 인해 눈을 뜨기 힘든 지경이 되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폭발하듯이 뿜어져 나온 빛이 옅어질 무렵, 나는 볼 수 있었다.

지이잉!

마치 레이저처럼 가늘게 모인 광채가 구름의 벽을 절단하고 있었다. 그 무엇으로도 파괴되지 않을 것만 같았던 구름의 벽에 네모난 입구가 생겨난 것이다.

[천상의 탑을 가로막고 있던 구름이 걷힙니다.]

[‘탑 : 천상의 탑’에 입장하겠습니까?]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낸 건 은은한 빛의 소용돌이가 몰아치고 있는 천상, 아니 탑의 입구였다.

와, 탑이라니. 이거 뒤통수 쎄게 맞은 기분인데?

예상외의 결과에 조금은 놀랐다.

당연히 지옥과 같이 필드 형태라고만 생각했건만, 정작 드러난 건 탑이었다.

조금은 생소하다. 탑이라고 하면 일전에 겪었던 스톤헨지를 제외하면 사실상 경험은 전무했기 때문이다.

「주군. 입구에서부터 무척 위험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나도 여기는 좀...”

좀처럼 말을 꺼내는 일이 없는 아만, 그리고 무서울 게 없어 보였던 바포르가 주저하는 기색을 보였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객관적인 전력을 봤을 때 천상의 탑은 동료들이 갈 만한 난이도가 아니었다.

사실상 나를 제외하면 자격을 갖추지 못한 셈.

“이것들이 고인물 주군을 뭘로 보고.”

그래서 준비했다.

“아만, 앞으로.”

「하명하십시오.」

호명에 반응한 아만이 내 앞에 부복했다.

“자, 받아.”

녀석에게 건넨 건 미리 선별해 놓은 아이템 세트였다.

「이것은...?」

“보면 몰라. 무구잖아. 너희는 진짜 잘난 주군 만나서 호강하는 줄 알아라.”

현재 전력으로만 보자면 동료들은 천상에 갈 자격이 없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마력의 정수를 통해 각성까지 마친 아이템 세트를 갖춘다면 어떨까?

치천사나 되는 존재가 나서지 않는 이상 녀석들을 감당할 만한 존재는 없을 거로 장담할 수 있다.

“아이템 분배 시작할 테니까 빨리 줄 서.”

그리고 내게는 동료 모두에게 나눠줄 만한 아이템이 마련되어 있었다.

무릇 고인물의 동료라 하면 버스는 물론 아이템도 빵빵해야 하는 법 아니겠는가.

*

[천상의 탑, 제1천 샤마인Shamain에 입장했습니다.]

[샤마인의 관리자 가브리엘이 침입자를 감지했습니다. 천상의 매뉴얼에 따라 재앙 시스템을 가동합니다.]

[가브리엘의 수족인 수리아, 투트레키엘, 조르테크, 무프가르가 지구에 떨어질 재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재앙이 떨어지기까지 48시간 남았습니다.]

[무한의 바다, 천해天海를 항해하며 동서남북의 끝에 위치한 신전을 찾으십시오.]

[재앙을 준비하고 있는 가브리엘의 수족을 처치해야만 지구로 떨어질 재앙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들려오는 알림에 욕설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종말?

아니, 종말을 막으려고 그렇게나 동분서주하고 있는 와중에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린가.

“어후, 개새끼들. 지구에서는 그렇게 착한 척 선비질을 해대더니 결국, 망하게 하려는 건 악마 녀석들과 다를 바 없잖아. 에라이, 똥물에 튀겨 죽일 녀석들 같으니. 퉤퉤퉤!”

감정이 욱한 막내 녀석이 거친 말을 쏟아냈다.

“그보다 걱정이로군요. 어떻게 이 망망대해를 헤쳐 나가야할지...”

눈앞에 펼쳐진 망망대해를 바라보던 무신 할배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

현재 우리가 밟고 있는 대지는 작은 섬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온통 바다다. 무한히 펼쳐진 바다를 항해하는 게 그렇게 순조로워 보이진 않았다.

“있다. 배.”

젤루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한 곳에 모였다.

서쪽으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 밧줄로 고정된 채로 물 위에 떠 있는 배를 발견할 수 있었다.

“에게?”

“씨부럴, 진짜 미친 거 아냐?”

불합리한 상황에 터져 나온 욕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항해할 수 있는 배는 마련되어 있었으나 문제는 크기였다.

어떻게 알고 준비했는지 모르겠지만, 30명 가량이 탑승할 수 있는 조그만 카라벨이 준비되어 있었다. 그거도 엔진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노를 저어야만 움직일 수 있는 구식 배였다.

“씨부럴. 이 조잡한 배로 저길 건너야 한다고?”

어처구니 없었던 막내가 실소를 흘렸다.

저 정도 크기면 평범한 바다를 항해하라고 해도 불만이 나올 판이다. 그런데 천해는 평범한 바다와는 거리가 멀었다.

철썩!

날씨는 맑은 데 마치 폭풍우가 치는 것처럼 사납게 파도가 넘실대고 있었다.

장담하는데 저기 놓인 카라벨 정도로 항해를 했다간 10초만에 전복되고 말 것이다.

“어떻게 하죠. 마스터?”

일부러 엿을 먹이려고 작정한 듯한 환경.

파트로나를 비롯한 모두의 시선이 내게 향했다.

“쯧. 고작 이정도에 좌절해야 쓰나.”

걱정이 태산인 동료들과는 달리 나는 태연할 수 있었다.

큰 소릴 뻥뻥 치며 인벤토리를 열었다. 이 무한한 공간에서 꺼낸 건 황금빛 찬란한 모형 배였다.

고작해야 손바닥 위에 올라갈 만한 작은 크기의 배.

“큰형님. 설마 그걸로 항해를 하겠다고 하는 건 아니겠지요?”

막내가 나를 보며 황당하다는 듯이 물었다.

“응. 탈 거야."

"..."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가디언을 제외한 모두가 불신의 눈동자로 나를 응시했다.

쯔쯔. 그렇게 겪어봐도 나를 모르는군.

그럼 어디.

[스키드블라드니르의 크기를 조정합니다.]

[확대를 선택했습니다. 현재 확대할 수 있는 크기는 2배, 4배, 8배, 16배, 32배, 64배...10,000배...100,000배가 있습니다.]

내가 선택한 건 최종 크기인 100,000배.

쑤욱!

선택이 끝난 순간 황금의 배는 자신의 몸집을 어마어마하게 불렸다.

“허어!”

“우와왓!”

조금 전까지 불신의 눈빛을 보내던 동료들이 감탄사를 쏟아냈다.

전함을 방불케하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범선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놀라운 건 규모만이 아니다. 내부에 마련된 각종 편의시설을 초호화 크루즈를 연상케할 정도.

신들의 배 스키드블라드니르.

신화 속에서 등장한 이 마법의 배는 이발디의 아들들이라는 난쟁이의 손에서 탄생한 대규모 탈 것 중 하나였다.

일전의 지옥 정벌에서 얻은 건 무장 아이템만이 아니었다.

지옥에서도 최고 부자에 속하는 맘몬 녀석이 드롭한 아이템 중 하나가 스키드블라드니르였다.

크기를 임의로 늘이고 줄일 수 있 물론 마력만 주입하면 별다른 노동없이도 운행할 수 있는, 그야말로 마법의 배였다.

“이 정도 규모라면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겠군요!”

감탄한 무신 할배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문제는 시간이네요. 48시간 이내에 어디에 있을지 모르는 적을 찾아야 한다니...”

우리가 발견한 단서는 동서남북의 끝이라는 것뿐이다.

임수아가 걱정하는 게 뭔지는 다들 공감하고 있을 터였다.

“그것도 아무 문제 없지.”

여전히 나는 걱정하지 않는다. 왜냐면 이런 상황에 필요한 특별한 아이템을 구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촤르륵!

내 손에서 돌아가고 있는 건 나침반이었다.

안에 든 방향침부터 시작해서 온통 황금색으로 물든 그것의 정식 명칭은 ‘진실을 알려주는 황금 나침반’이었다.

[황금 나침반이 당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표시합니다.]

나침반의 침이 명확히 한 곳을 가리켰다.

아무리 흔들고 돌려도 고정된 침은 결고, 움직이는 일이 없었다.

고장난 게 아니다.

황금 나침반을 쥔 상태로 가고자 하는 길을 물으면 이렇게 방향을 가리키는 것.

고정이 됐다는 건 오히려 정확한 답을 내놓았다는 뜻이다.

“키야! 역시 큰형님. 클라스는 영원하십니다!”

조금 전까지만 불안해 죽을 것만 같았던 막내의 얼굴이 활짝 폈다.

하긴, 쩔에 템에. 내가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지.

“자, 출항이다!”

촤아악!

마력만 주입하자 스키드블라드니르가 힘차게 물살을 갈랐다.

*

쉬이익!

주변의 거친 환경에 일절 영향을 받지 않은 스키드블라드니르가 쾌속하게 질주했다.

그 속도는 배의 범주를 벗어난 것.

흔들림 없는 편안함을 만끽하며 전방을 주시하던 중이었다.

보이는 건 망망대해밖에 없었던 공간에 나타난 이상현상.

“빛?”

안구에 마력을 집중하자 그제야 그것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창공을 뚫을 것만 같은 빛의 기둥이 자신의 존재를 여실히 뽐내는 중이었다.

스키드블라드니르에 주입하던 마력을 더욱더 올렸다.

촤아아!

무한할 것만 같던 마력이 바닥을 보이고 있었지만, 괜찮다.

꿀꺽!

마력 회복 물약을 생수 마시듯 들이키며 속도를 높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빛의 기둥의 근원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빛의 기둥 사이로 보이는 건 일곱쌍의 찬란한 날개를 자랑하는 천사였다.

악마의 무력을 뿔의 개수로 알 수 있듯 천사는 날개의 개수로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일곱쌍의 날개는 상급 2위, 지천사를 나타내는 것.

치천사를 제외하면 사실상 가장 높은 서열의 천사였다.

끼릭, 끼리릭!

작은 섬 위에 홀로 선 녀석은 도르래를 돌리는 중이었다.

안간힘을 다 쓰는 게 보통 도르래가 아닌 건 확실하다. 그런데 도대체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내 그 의문을 풀렸다.

[홍수를 부르는 천사 수리아가 재앙을 준비합니다.]

[홍수의 도르래를 멈추십시오. 도르래를 통해 수문이 열리게 되면 지구 대부분을 물에 잠기게 할 홍수가 도래합니다.]

“멈춰, 이 새꺄!”

알림을 들은 막내가 궁극의 마법, 키르켄을 펼쳤다.

내가 제공한 각성 아이템을 통해 전력이 한층 상승한 녀석은 8개의 속성을 융합할 수 있는 경지까지 도달한 상태였다.

쿠쿠쿠쿠!

놀랍도록 빠르게 완성된 속성 융합 마법으로 인해 대기가 떨린다.

“이거나 쳐먹어!”

완성된 키르켄. 8개의 띠가 회전하는 궁극의 마법이 막내의 손을 떠나 수리아를 향해 쇄도했다.

퍼엉!

그러나 드러난 결과는 모두의 예상을 빗나가는 것이었다.

수리아는 여전히 도르래를 돌리는 중이었고, 막내가 발현한 키르켄은 허공에서 작은 폭발을 일으키며 소멸했다.

[수리아의 권역을 가브리엘의 갑옷이 보호하고 있습니다.]

[가브리벨의 갑옷에 깃든 권능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동쪽 어딘가에 숨겨진 천해의 진주를 구해야만 합니다.]

“아니, 이게 말이야, 방귀야!”

이 탑을 창조한 새끼는 어떻게든 시련을 통과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서쪽 끝에 도착한 지금에서야 동쪽으로 가서 진주를 구해오라는 미친 짓은 시키지 않을 테니까.

이 빌어먹을 시련은 반드시 실패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었다.

“침입자들이여, 명심하라. 너희의 오만으로 중간계는 홍수에 잠기게 될 것이니.”

빛에 휩싸인 수리아. 하지만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난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뒤틀린 녀석의 입가는 명백히 나와 동료들을 비웃고 있었다.

“지랄하고 자빠졌네.”

반드시 실패할 수밖에 없는 시련. 하지만 나는 웃었다.

피잉!

내 손을 떠난 궁니르가 너무도 선명한 적빛의 궤적을 그렸고.

“어리석은...”

태연히 이를 바라보며 말을 잇던 수리아. 하지만 녀석은 뒷말을 이을 수 없었다.

푸욱!

절대관통의 권능이 발현된 궁니르가 정확히 녀석의 미간을 꿰뚫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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