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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이 회귀해버렸습니다-75화 (75/161)

75화.  < 고인물은 베헤모스에게 도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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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뭐, 대략 만족인가?”

지옥의 낮과 밤이 10번 바뀌었을 때, 마침내 내 거점의 윤곽(?)이 잡혔다.

정면. 대단한 위세를 자랑할 법한 귀족의 영주성이 자리하고 있었다. 마치 오두막집을 연상케하는 초기의 회관은 발전을 거듭해 성과 같은 모습으로 탈바꿈 한 상태였다.

자랑거리는 회관만이 아니다.

언제든 이주민이 정착할 수 있도록 거점 곳곳에 안락한 거주지를 마련했고, 생활에 필요한 중요 편의시설 및 각종 물품을 판매하는 상점도 완성되었다.

믿을 수 없지만, 이 대규모 거점을 완성하기까지 정확히 10일이 걸렸다.

지옥 시간으로 정확히 10일간 단절된 차원 속에서 머물렀고, 조금 전에야 튜토리얼을 완수한 후 그 공간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누군가가 봤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고래고래 소리칠 일. 하지만 내게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주인님. 명령을.」

할 일을 모두 끝낸 52기의 마스터 골렘, 휴식 따윈 필요 없는 절대의 일꾼들이 거점 공사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뭐하나. 주민이 하나도 없는데...”

빠른 시일에 굉장한 거점을 완성하긴 했지만, 정작 문제점은 따로 있었다.

인구. 아, 악마를 인간이라고 분류할 수는 없을 테니 마구魔□라고 하는 게 맞겠다.

어쨌든 완성된 내 거점에 머무르는 악마는 하나도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조금 전 튜토리얼을 완료했기 때문이다. 튜토리얼에서 제공된 것 중에 악마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게다가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차원 이동 통로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특수 재료 ‘지옥의 심장’을 획득해야만 합니다.]

애초에 목적했던 차원 이동 통로도 건설할 수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지금과 같은 대규모 거점을 완성하기까지 단 한 번도 재료가 부족할 일은 없었지만, 특수 재료만큼은 다르다. 짐작하건대 지옥의 심장이라는 건 다른 고위급 악마의 영지를 점령하는 등의 어려운 임무를 통해 획득할 수 있을 터. 지금은 언강생심 꿈꿀 수 없는 재료라 단정지을 수밖에 없었다.

역시 이 망할 놈의 시스템이 내가 쉽게 빠져나가도록 내버려둘 턱이 없다.

[축하합니다. 모든 튜토리얼 과정을 무사히 완수했습니다.]

유일하게 잔업에 열중이던 마스터 골렘이 내게 돌아오는 순간 한 동안 잠잠하던 알림이 파고들었다.

우스운 일이다.

고작 튜토리얼을 완수했을 뿐인데 이런 거점, 아니 요새라니.

내가 생각해도 지금의 나는 고이 다 못해 썩은물이다.

[튜토리얼 완료 성과를 판별중입니다...]

[ 담당자 X가 당신의 보상을 결정하다 말고 침묵에 빠집니다. ]

응? 담당자?

관리자도 모자라 이제는 담당자도 생긴 건가?

새로운 등장인물의 출현에 의문을 느끼고 있을 무렵이었다.

[담당자 X가 관리자 Z에게 자문을 구합니다.]

나왔다!

줄곧 내게 편애를 보여왔던 관리자 Z가 등판하는 순간, 내 마음은 온통 기대로 가득 차 올랐다.

[관리자 근가 담장자 X에게 화려한 언변을 선보입니다.]

[담당자X가 관리자 Z의 언변에 꿈뻑 넘어갑니다.]

[ 담당자 X가 마침내 보상을 결정합니다. ]

[담당자 X가 당신에게 ‘심연의 사육장’ 권한을 승인했습니다.]

[일꾼 사역마를 통해 새로운 심연의 사육장을 건설할 수 있습니다.]

튜토리얼 완수 보상으로 얻은 건 심연의 사육장이라는 특수한 건물이었다.

“골렘 1호!”

곧바로 마스터 골렘을 호출했고, 메뉴를 활성화 했다.

『New! 심연의 사육장

효과 : 지옥에 서식 중인 마수魔獸를 등급의 제한 없이 사육할 수 있는 특수한 사육장

설명 : 튜토리얼에서 완벽한 성과를 보인 당신에게 허락된 아주 진귀한 사육장이다.』

메뉴에 새롭게 추가된 건설물을 확인할 수 있었다.

흥미롭다. 아마도 이 사육장이라는 건물은 지옥에 서식하는 마수를 제한없이 테이밍할 수 있게 해주는 특별한 건물인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건 등급의 제한이 없다는 거지.”

그리고 이 사육장이 지니고 있는 가치도 곧장 파악했다.

등급에 상관없이 마수를 테이밍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은 곧 아주 강력한 마수를 테이밍해서 데리고 다닐 수 있다는 의미였다.

그렇지 않아도 동료들의 부재로 인해 전력의 감소를 우려하고 있었는데, 마침 잘됐다.

이제 튜토리얼도 끝났겠다, 본격적으로 지옥을 탐험할 시간이다.

“크하하하! 자, 어서 나와 새로운 주인을 맞을 준비를...”

막 거점 밖으로 발을 떼려던 그 순간, 쩌렁하게 울리는 외침이 있었다.

“벌써?”

난이도를 뭐 이따구로 설계를 해놨는지.

아니, 어떻게 된 게 튜토리얼이 끝나자 마자 적이 침입할 수 있단 말인가.

아마 다른 보통의 악마였다면 이번 침공으로 게임오버 당하고 말았을 것이다. 물론 나는 예외지만.

탓!

지면을 박차며 성루에 올랐다.

아직 나를 발견하지 못한 머저리 악마들이 거점을 향해 다가오는 광경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감의 영역을 확장해 녀석들이 가진 기를 파악한다.

흠. 이 정도로 나약한(?) 녀석들이라면 굳이 내가 나설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철컥철컥!

마침내 녀석들이 성벽 근처에 접근했을 때, 설치되어 있었던 마력포, 아니 지옥포가 모습을 드러냈다.

콰콰콰쾅!

적을 감지한 지옥포는 녹색의 마력 탄환을 발사했고,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예상했던 대로 내가 나서지 않아도 해결되었다.

지옥포의 공격으로 거점으로 접근한 모든 악마가 전멸하고 말았다. 그러나 기대했던 레벨업 알림은 없었다.

하긴. 250레벨 부터는 요구 경험치가 정말 극악하게 변한다.

에오스 시절, 250레벨을 달성하는 시간보다 250레벨에서 300레벨로 가는 시간이 더 걸렸을 정도니 말 다했지.

고작해야 이런 허접한 악마 수백 처리했다고 오를 레벨이었으면 내가 그 개고생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북풍의 악마, 남작 리베살을 처치해 소량의 명성을 획득했습니다.]

[당신의 명성은 ‘몰락한 귀족’에서 ‘볼품없는 귀족’으로 상승합니다.]

[주의하십시오! 당신의 명성을 강탈하기 위해 더욱 강력한 악마가 찾아올 지도 모릅니다.]

명성?

지금까지 몰랐던 새로운 정보였다.

『명성 : 볼품없는 귀족

효과 : 명성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설명 : 당신의 지옥의 척박한 영지를 다스리는 볼품없는 귀족 나부랭이입니다.』

명성이란 단어를 떠올리는 즉시 나타나는 상태창이 있었다.

오호라. RTS로 장르가 바뀌더니 이러한 명성 시스템이 도입되었구나.

게임으로 쉽게 비유를 해보자면 랭킹제라 할 수 있겠다.

침공이든 수비든, 승리를 할 경우 일정량의 명성을 얻어 랭킹을 높이는 형식.

과연 적자생존의 법칙이 지배하는 지옥답다.

실력만 있다면 얼마든지 바닥에서도 천상계로 올라갈 수 있는 구조가 아닌가.

[남작 리베살의 패배로 안개속에 가려져 있었던 그의 영지 위치가 나타납니다.]

눈앞에 나타난 건 지옥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표시해 놓은 월드 맵이었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체크 표시가 된 녹색 표시, 그러니까 내 거점과 붉은 색으로 점멸하고 있는 리베살의 영지였다.

녀석의 패배와 함께 그 위치가 고스란히 나타나고 말았다.

올 때야 초보 악마 하나 털어먹겠다고 신나게 왔겠지만, 정작 드러난 결과는 그 반대였다.

이래서 사람이건 악마건 자신의 행동에 신중을 가할 필요가 있는 거다. 뭐, 결과적으로 보자면 내게는 좋은 기회였지만 말이다. 가난한 영지에서 무얼 털어먹을까 싶었지만, 이내 생각을 달리할 수밖에 없었다.

“녀석이 소유한 악마 녀석들을 이주시키면 되겠구나!”

쓸쓸하게도 이 대규모 거점에는 주민이 없었지만, 리베살이란 악마 녀석의 영지는 다를 것이다.

녀석의 영지를 장악, 그곳에 머물고 있는 악마들을 이주시킨다면 유령 도시와 같은 영지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

망설일 이유가 없다.

타타탓!

월드 맵에 보이는 녀석의 영지를 향해 빠른 속도로 내달렸다.

*

꽤 가까운 거리라고 생각했지만, 월드 맵에서 보는 것과 실제의 거리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쉬이익!

날카로운 바람이 뺨을 스치고 지나간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지금 이 속도는 경악할 만한 수준이다. 그런데 이렇게 한참을 내달렸는데도 녀석의 영지는 나올 생각을 하질 않았다.

분명 맵을 확인해도 다 온 것처럼 보이는데 쉽사리 그 영지를 확인할 수가 없었다.

길을 잘못 들었나?

그러한 의문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을 무렵.

“아!

내가 단단히 착각한 게 있었다.

리베살, 녀석의 영지는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거대하지 않았다.

얼기설기 만든 나무 울타리는 한 대만 툭 쳐도 부서질 것 같은 모양새였고, 집이라고 해봐야 구멍난 천막만이 자리하고 있을 뿐이었다.

영지라기에 그래도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도시로 생각했건만, 정작 드러난 모습은 화전민촌에 불과했다.

처음에는 실망감이 들었지만, 실망할 이유가 없다.

어차피 내 목적은 이곳에 있는 주민, 악마들을 이주시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끼익.

경비 하나 없는 나무 울타리를 지나 영지에 진입했다.

“여기 대표가 누구지?”

마력을 실은 내 음성이 쩌렁하게 영지에 울려 퍼졌다.

이상한 건 녀석들의 반응이었다.

갑자기 이방인이 찾아와 소리를 질러대면 어떤 감정의 변화가 있어야 하건만, 태연하기 그지없다.

나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느껴지는 건 익숙함이었다.

아! 그제야 나는 녀석들이 악마라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지옥은 적자생존의 세계다. 언제든 강자가 나타나 기존의 영주를 죽이고 영지를 강탈할 수 있는 것.

이들에게 새로운 영주를 받아들이는 건 아주 익숙한 일일 수밖에 없었다.

“리베살님은 죽었습니까?”

붉은 피부와 박쥐 날개, 전형적인 악마의 생김새를 한 놈이 다가와 물었다.

“물론.”

간결하게 대답했다.

“그렇군요. 그럼 당신이 새로운 영주시군요.”

내 말에 어떠한 의심도 품지 않는다.

녀석들도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침략을 떠난 영주는 돌아오지 않고 이방인이 왔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새로운 영주님을 뵙습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주변에서 서성이던 악마들이 무릎을 꿇었다.

“새로운 영주님의 이름을 알려주십시오.”

녀석의 말에 살짝 머뭇거렸다.

이연우라는 본래의 이름은 아무래도 지옥에서 사용하기엔 부적합한 것.

“바포메트.”

그렇기에 바포메트의 이름을 빌렸다.

지옥에서 녀석이 활동하는진 모르겠지만, 같은 이름 하나 더 있는 게 무슨 대수랴.

“바포메트 영주님을 뵙습니다.”

“바포메트 영주님을 뵙습니다.”

영혼이 1도 느껴지지 않는 무덤덤한 말과 함께 복종을 맹세한다.

“형식적인 인사는 됐고 너희는 지금 당장 이 형편없는 곳을 떠날 준비를 해.”

“이주입니까?”

“그래. 내가 있는 영지로 이동한다. 기대해도 좋아. 이딴 형편없는 영지보다 훨씬 살기 좋은 곳이니까.”

녀석들이 내 영지를 본다면 놀라 자빠질 게 분명하다.

“혹 영지의 위치를 알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대표라는 녀석이 자꾸만 꼬치꼬치 캐묻는다.

“여기서 한참북쪽으로 올라가면 보이는 황무지. 그곳이 내 영지다.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어. 그곳에 새로운 어마무시한거점을 완성 했으니까.”

아마 이곳보다 더 척박한 곳이 아닐까 걱정하는가 본데, 그것이 기우라고 설명해줬다.

하지만 녀석들은 내 말에도 찡그린 인상을 풀지 않았다.

“붉은 황무지를 말씀하시는 거라면 이주는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뭐?”

대표 악마뿐만이 아니다.

주변에 있는 모든 악마가 이주할 수 없다는 의지를 얼굴로 피력하는 중이었다.

“말했잖아. 그곳에 쓸만한 거점이...”

“거점이 문제가 아닙니다. 붉은 황무지에 살고 있는 괴물 때문입니다.”

“괴물?”

“그렇습니다. 붉은 황무지를 배회하는 그 괴물이 있는 이상 이주는 절대 불가합니다.”

명색이 악마라는 녀석들이 고작해야 마수를 무서워하다니.

이것들이 가기 싫어서 지금 핑계를 대고 있는 건가?

아니. 표정을 보면 그게 아닌 건 확실하다. 녀석들은 진심으로 그곳에 가면 죽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도대체 그 괴물이 뭔데? 이름이나 들어보자.”

궁금증을 참지 못해 그 이름을 물었고.

“고대의 짐승 베헤모스Behemoth입니다.”

"응?"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에 놀라는 것도 잠시.

[고대의 짐승 베헤모스가 당신의 거점을 공격중입니다.]

"엌?!"

귓가에 파고든 알림은 베헤모스라는 괴물의 이름을 다시 한 번 언급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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