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화. < 고인물은 아바돈에게 도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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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거 꿈은 아니지?”
나와 같이 +12 진 궁니르를 바라보던 파베르가 자신의 볼을 꼬집었다.
“아픈 걸 보니 꿈은 아닌데. 깡패. 도대체 무슨 방법을 쓴 거냐?”
아마도 녀석은 내가 어떤 특별한 방법을 통해 강화를 한 줄 아는 것 같다.
“개뿔. 내가+12로 띄울 수 있는 방법이 있었으면 진즉에 썼지.”
“그럼 이건 뭐냐?”
녀석이 손으로 오색의 광채를 발산하는 무기를 가리켰다.
“뭐긴 뭐야. 운빨이지. 이놈의 운빨좆망겜은 현실이 되어서도 여전하네.”
사실 운빨이 아니면 뭐라 설명할 만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생각해 봐라.
+9에서 +10으로 가는 확률이 0.01%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은총의 강화석으로 +3이 될 확률은 0.1 %였다.
확률로만 보면 결코, 나올 수 없는 상황.
그러나 이 모든 건 운빨이라는 단어 아래 설명이 가능했다.
가만 내가 확률이나 따지고 있을 때가 아니지.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멍하니 있다 퍼뜩 떠오르는 생각에 몸을 움직였다.
목표는 모루 위의 진 궁니르.
혹여 누가 훔쳐갈 새라 단 번에 다가가 궁극의 무기를 손에 쥐었다.
“키야!”
취한다.
단지 손에 쥐고 있는 것만으로도 무적의 군단을 등에 업은 듯 하다.
아니. 기분이 아니라 실제로 그렇구나.
+12, 그것도 불멸급의 아이템이라면 내가 바로 군단이다!
그리고 여기서 하나 더.
더욱더 놀라운 사실은 +12로 강화되면서 새롭게 부여된 강화 효과였다.
『강화 효과(1):모든 능력치 300% 증가
강화 효과(2) : 공격 시 모든 방어 권능을 효과적으로 파괴하는 ‘쉴드 브레이크Shield Break’ 발동 강화
효과(3) : 공격 시 모든 방어구를 효과적으로 파괴하는 ‘아머 브레이크Arm our Break’ 발동』
+9까지만 해도 고작(?)해야 100%의 능력치 증가 뿐이었지만,+12가 되면서 2개의 추가 효과가 생성되었다.
쉴드 브레이크와 아머 브레이크.
“미쳤네.”
추가 효과를 보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사실 그 능력은 꿈속에서나마 간절히 바라던 것이었다.
일곱 괴물을 비롯해 천사나 악마, 그리고 최후에는 일곱 죄악의 군주들까지. 녀석들이 상대하기 까다로운 이유는 위엄이라는 괴랄한 능력 때문이었다.
한 점에 힘을 폭발시켜 그것을 파괴할 수도 있지만, 높은 격의 존재일수록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게 문제.
그런데 웬일?
마침 그것을 효과적으로 파괴할 만한 무기가 나타난 것이다.
불멸급에 +12 강화가 이루어진 진 궁니르라면 일곱 군주가 아닌 웬만한 적의 위엄은 우습게 박살낼 수 있을 터였다.
“자, 그럼 이 기세를 몰아서!”
뭔가 흐름이 좋다.
그렇기에 파베르 녀석을 쉬게 해줄 생각이 없었다.
“이것, 그리고 이것, 이것도.”
주로 사용하는 방어구와 액세서리를 차례로 꺼냈다. 물론 그 목적이야 아이템의 강화를 위한 것이었다.
“으휴..."
바닥에 쌓인 아이템을 바라보던 파브레가 한숨을 내쉰다.
“하필이면 이런 깡패를 만나서는. 정말 쉬지도 못하고 일만 하다 죽겠구나.”
깡, 까앙!
물론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진지하게 작업에 임하고 있었다.
이 좋은 흐름을 이어가자.
많이도 안 바란다. +7 세트 한 번 가즈아!
*
“듣거라, 이제 곧 나락의 악마께서 깨어나시니!”
지하 공동. 그곳에 울려퍼지는 건 낮고 스산한 음성이었다.
오직 어둠만이 지배한 그 공간을 밝히고 있는 건 단 하나의 횃불뿐. 그런데 타오르고 있는 횃불은 보통의 것과는 달랐다.
초록색. 놀랍게도 횃불은 짙은 녹색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인위적인 힘에 의해 만들어진 횃불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건 제단이었다.
끈적한 피로 적셔진 붉은 제단 위에는 다부진 몸매의 갈색 머리칼 중년인이 누워 있었고, 그의 곁에 보이는 건 검은 로브로 정체를 감춘 의문의 이였다.
“오거라! 너희의 희생을 통해 나락의 악마가 이곳에 강림할 것이다!”
검은 로브 사내의 말이 끝나고.
저벅저벅.
뭔가에 홀린 것처럼 걸음을 옮기는 이들이 있었다.
몽롱한 눈빛과 힘없는 걸음은 그들 모두가 이지를 상실한 상태라는 걸 나타낸다.
의식이 사라진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검은 로브 사내의 말에 따라 제단을 향해 가는 것.
그렇게 의지를 지배 당한 수백 명이 느릿하게 제단을 향해 나아가던 중이었다.
털썩!
제단에 접근하던 한 명이 쓰러졌다.
아니. 한 명이 아니다. 제단에 접근한 사람은 예외없이 지면에 허물어졌다.
웅웅웅!
그리고 일어나는 놀라운 현상.
육신에서 빠져 나온 희미한 빛의 구체가 제단을 향해 날아갔고.
쑤욱!
의식조차 없는 중년인에게 흡수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희생자는 늘어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제단을 향해 걸어가던 수백 명 모두가 목숨을 잃고 말았다.
“제물을 모두 바쳤나이다. 나락의 악마시여 제 부름에 답해 주소서!”
격정이 어린 음성이 터져 나오자.
저벅.
제단의 네 방위를 점하고 있었던 검은 로브의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
“!#%#!$!#!”
모습을 드러낸 그들은 양손을 앞으로 뻗은 채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아바돈 Abaddm!”
제단 중앙의 검은 로브 사내.
한 차례의 격앙된 외침을 터뜨린 그가 양손에 쥔 단검을 내려 찍었다.
푸욱!
날카로운 단검이 중년인의 심장을 관통했다.
보통의 경우라면 상처 사이로 붉은 피가 흘러내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파고든 단검의 날 사이로 흘러내리는 건 진득한 녹색의 피였다.
뚝뚝.
제단의 틈 사이로 흘러내린 녹색 피가 지면을 적시고.
휘오오!
갑작스레 일어난 녹색 돌풍이 장내를 지배했다.
아니. 그건 바람이 아니었다.
부우웅!
수십만, 수백만의 메뚜기 떼가 만든 끔찍한 현상이었다.
「아스베엘. 네게 주어진 임무를 완수했구나.」
메뚜기 떼 사이에서 흘러나온건 지하에서 울리는 듯한 저음이었다.
“미천한 종, 아스베엘이 아바돈 주인님을 뵙습니다.”
검은 로브의 존재들이 무릎을 꿇었다.
놀랍게도 무릎을 꿇은 그의 정체는 악마 아스베엘. 본래는 천상계 소속이었으나 검은 유혹에 빠져 타락해 버린 타락 천사 중 하나였다.
전투 악마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무력을 가진 존재. 하지만 그의 격도 아바돈이라는 이름 앞에서는 한 없이 초라할 수밖에 없다. 나락의 악마 아바돈. 아폴리온이라고도 불리는 이 악마는 지옥에서도 자신의 군단을 소요할 수 있는 백작의 위치에 있는 고위급 악마였다.
그리고 아스베엘은 아바돈에게 충성을 맹세한 그의 추종자 중 하나이기도 했다.
「빙의를 이룰 육신과 제물. 그러나 아직 완전하지는 않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신선한 제물을...”
「어리석구나. 아스베엘. 내가 하찮은 필멸자의 제물을 원하는 것 같으냐?」
로브 속, 아스베엘의 눈동자게 의문이 깃든다.
“그렇다면 더 무엇을 바쳐야만 하는 것입니까?”
「그것은 바로 너와 같은 악마다.」
아바돈이 원하는 건 필멸자 따위가 아니었다.
모처럼 얻은 값진 정보. 그것은 동족인 악마를 제물로 바쳐 더욱 완벽한 빙의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하, 하지만 그렇게 되면...”
「그래. 너희는 연옥에 갇히고 말겠지.」
빙의한 악마는 소멸하지 않는다.
육신의 본래 주인이었던 필멸자의 영혼만 소멸할 뿐이다.
물론 그 소멸의 과정 중 본체에도 어느 정도의 타격이 있으나 지옥에서 조금만 요양하면 되는 수준에 불과했다.
그들은 중간계에서만큼은 무적이었다. 그러나 제물이 되면 다르다.
고위급 악마를 소환하기 위해 바쳐진 영혼은 연옥Purgatorium에 갇히고 만다.
소위 말하는 영혼의 감옥. 그곳에 갇힌다는 건 곧 완전한 소멸과 다를 바 없는 말이었다.
「너희의 충심은 내 잊지 않으마.」
“아, 안돼!”
그러나 아스베엘을 비롯한 그들의 저항은 무의미했다.
부우웅!
5개 무리로 흩어진 메뚜기 떼가 그들을 덮쳤고.
사각사각
살점을 뜯어먹는 끔찍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나는 보다 완전한 힘을 얻을 것이다!」
한 차례 외침을 토한 메뚜기 떼가 하나로 뭉쳐졌다.
쩌억!
그와 동시에 심장을 관통 당한 중년인이 입을 벌렸고, 길게 줄을 만든 메뚜기 떼가 중년인의 입속으로 빨려들어갔다.
번뜩!
모든 메뚜기 떼를 삼킨 중년인이 눈을 떴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 중년인은 자신의 심장을 관통한 단검을 빼냈다.
“좋군. 이 정도면 본신의 1/10 정도 힘을 쓸 수는 있겠어.”
일반적인 빙의였다면 1/50도 감지덕지다.
하지만 지금 그는 자신에게 충성을 맹세한 악마들을 먹어치워 그보다 더욱 강력한 힘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마침내 기회가 찾아왔다.
지옥에서는 백작에 불과했으나 이제는 다르다,
인간들의 영혼을 흡수, 더욱 강력한 힘을 손에 넣어 중간계를 자신의 거점으로 만든다. 종내에는 마왕의 힘을 얻어 중간계는 물론 지옥마저도 발 아래에 굴복시키고 말 것이다.
“크하하하하하!”
중간계를 피로 물들일 고위급 악마 아바돈의 강림.
강렬한 그의 웃음 소리가 아폴론 신전 내부를 뒤흔들고 있었다.
*
까앙!
심금을 울리는 맑고 고운 소리!
망치와 강화석이 충돌해 찬란한 빛을 발산했고, 이내 귓가로 반가운 알림을 들을 수 있었다.
[+5 에키온이 찬란한 빛을 발산합니다.]
[+5 에키온이 +6 에키온으로 강화되었습니다.]
[+6 에키온이 +7 에키온으로 강화되었습니다.]
“좋았어!”
마지막 차례였던 에키온은 희박한 확률을 뚫고 +2가 강화되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다.
“이 정도면 만족하겠냐, 깡패?”
연이은 강화 작업으로 이마에서 땀을 흘리는 파베르를 응시했다.
“그래. 고생했다.”
그건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이었다.
강화 작업은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결과를 냈다.
2개를 제외한 모든 방어구와 액세서리의 +7 강화. 은총의 강화석이 모처럼 귀한 몸값을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열 두 번의 강화를 성공한 덕분에 실력이 많이 향상되었다. 이것도 깡패, 네 녀석의 운이라고 볼 수 있겠지.”
그건 단순히 운이 좋아서 발생한 일이 아니었다.
아지트에 소속된 대장장이는 특정 작업을 할 때마다 경험치를 얻어 실력이 향상된다.
조금 전 파베르는 불멸급 무기의 +12 강화를 이뤄냈다. 어마어마한 경험치가 쌓였고, 그 실력은 방어구와 액세서리 강화에서 유감없이 드러났다.
“이 정도 전력이라면 웬만한 놈은 문제없겠어.”
한층 강력한 힘을 손에 넣었다는 기쁨에 함박미소를 짓고 있을 무렵이었다.
[고인물의 권좌에 앉은 템빨 왕의 신도 수가 감소합니다.]
[고인물의 권좌에 앉은 템빨 왕의 신도가 120 감소했습니다.]
[사악한 기운의 출처는 그리스 파르나소스 산, 아폴론 신전입니다.]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처음 들어보는 알림에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한 번 신도가 되면 무슨 일이 있어도 되돌리는 게 불가능하다. 설혹 신도가 죽음에 이른다 해도 수치가 감소하는 일은 겪지 못했다. 그런데 웬걸?
갑작스레 120명이나 되는 신도가 감소했다는 알림이 전해진 것이다.
심히 불길하다.
혹여 인위적으로 신도를 감소시킬 방법이란 게 존재한다면 내 전력 약화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뜻밖의 소식에 다급히 움직여야만 했다.
곧장 달려간 곳은 흘리드스칼프가 있는 왕좌의 홀이었다.
[흘리드스칼프가 왕좌의 주인, 이연우에게 반응합니다.]
[현재 사용 가능한 능력은 ‘확성’, ‘공간 전이’, ‘천리안’이 있습니다.]
“확성...음, 아니다.”
확성을 통해 동료들을 모으려고 했으나 이내 마음을 바꿨다.
아이템 강화를 통해 상승한 전력을 확인할 좋은 기회였다.
물론 전투가 벌어질지 확신할 수 없지만, 이 끈적한 감각은 그곳에서 반드시 전투가 일어날 것만 같은 확신을 심어주고 있었다. 치천사나 마왕 정도가 아닌 이상 내 한 몸 지키는 건 어렵지 않다.
각자의 일로 바쁜 동료들을 굳이 끌고갈 필요는 없을 것이다.
“공간전이.”
[어디로 이동하겠습니까?]
“그리스, 파르나소스 산 아폴론 신전.”
[검색 중...]
[검색 완료! 그리스, 파르나소스 산의 아폴론 신전으로 이동하겠습니까?]
“가즈아!
슈슉!
공간을 뛰어 넘은 현상을 느낀 그 순간이었다.
“크하하하하하!"
응?
뭐지, 이 기분 나쁜 웃음 소리는.
뭔가 듣는 것만으로도 불쾌한 소리에 마력을 넓게 퍼뜨려 기감을 확장했다.
진 궁니르의 강화 능력 덕분일까.
엄청난 속도로 뻗어 나간 기감 덕분에 재수 없는 근원을 금방 찾아낼 수 있었다.
어둡고, 불길한 이 기운은 익숙한 것이었다.
악마다. 그것도 일전에 상대했던 최하급이나 전투 악마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는 기운을 품고 있다.
“크하하하하하하!”
뭐가 저렇게 기쁜 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저 재수 없는 웃음을 더 듣고 싶은 마음이 없다.
“시끄러, 이 새끼야!”
일갈하며 손에 쥐고 있었던 진 궁니르를 투창.
핏!
300%나 증가한 진 궁니르. 이 궁극의 무기가 그린 붉은 궤적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적을 향해 쇄도했다.
퍼억!
귓가에 울리는 건 육신을 관통하는 섬뜩한 소리와.
“끄으악!”
그리고 고통에 찬 누군가의 비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