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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이 회귀해버렸습니다-65화 (65/161)

65화.  < 고인물은 뜻밖의 레벨업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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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준. 나이 21세.

초인이 되어 일약 스타가 되기를 꿈꾸고 있으나 정작 현실은 편의점의 새벽 파트를 책임지는 아르바이트생일 뿐이었다.

「권주의 전쟁에서 최후의 승리자가 된 템빨의 왕 이하윤은 교세를 확장...」

「과연 이하윤, 그는 종말을 구원할 구세주인가? 아니면 모두를 속이는 사이비 교주인가?」

TV, 라디오 할 것 없이 모든 매체가 이하윤에 관한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

불과 얼마 전, 최후 권주가 된 그는 기자회견을 열어 인류가 처한 상황에 관해 설명했었다.

신비의 음성에서 말한 것처럼 종말이 다가오는 중이며 이를 막기 위해서는 인류가 하나로 뭉쳐야만 한다고. 그리고 그 일의 일환으로 자신의 신도가 되어 힘을 보태 달라고 말이다.

간곡한 그 말에 넘어간 이들도 많지만, 성준은 그 말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들 중 하나였다.

‘종말은 무슨. 보나 마나 신도 수를 늘리려는 수작질이지.’

그가 절대적인 힘을 지닌 초인이라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지만, 종말이 다가온다는 것과 구세주라는 부분은 철저하게 부정했다.

어딜 봐도 신도 수를 늘려 힘을 얻으려는 수작질이다.

이 같은 생각은 성준만의 것이 아니었다.

틱틱.

스마트폰을 조작해 가입된 카페에 접속했다.

메뉴의 상단을 장식한 건 ‘정의는 우리의 손으로’라는 문구. 일명 정우손이라 불리는 하윤의 안티 카페였다.

게시판에 등록된 건 세간의 화제인 하윤에 관한 비난과 비판, 그리고 온갖 음모론이었다.

『이하윤은 고대로부터 존재해 온 악마였다!』

대부분 중복되는 내용이었지만, 그중에 성준의 이목을 끄는 제목이 있었다.

“흥미로운데?”

어그로는 그것이 어그로라는 것을 알면서도 끌릴 수밖에 없어야만 한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이 제목은 만점에 가깝다고 평할 수 있겠다.

틱!

홀린 것처럼 해당 게시글을 클릭했다.

『이건 내가 아는 초인에게 들은 건데. 사실 이하윤 그 새끼가 악마라는 거야. 형들 생각해 봐. 세상에 믿음을 주는 것만으로 힘을 얻는 사람이 누가 있어? 아무리 초인이어도 이건 말이 안돼. 하지만 악마라면? 사람을 현혹시켜서 그 믿음을 통해 힘을 얻는 게 가능하다는 말이지.

쉽게 말해 신도 모집이라는 것도 단순한 믿음을 주는 게 아니라 일종의 계약이라고 볼 수 있어.

왜 그런 말도 있잖아. 악마와 계약하면 특별한 보물이나 힘을 얻을 수 있지만, 이후에는 영혼을 빼앗기는 그런 내용 말이야.

이건 친한 초인 형이 일단은 나만 알고 있으라고 말해 준거긴 한데, 내가 또 의리가 있지.

우리 정우손 회원들은 저 간악한 악마의 꼬임에 넘어가 영혼을 파는 어리석은 짓을 벌이지 않길 바랄게.

아, 그리고 헛소리네 뭐네 하는 말은 사양이야.

괜히 나한테 시비 걸었다가 초인 형이 찾아갈 수도 있으니까 말조심하고.』

악마와의 계약이라. 생각하지도 못했던 발상이다.

‘하긴. 아무리 봐도 그놈은 보통의 초인과는 다른 속셈이 있는 것 같긴 해.’

인간은 참으로 어리석은 생물이다.

한 번 그렇다고 믿기 시작하면 다른 가능성은 아예 닫아버린 채 그것만 맹목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성준도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악마라고 단정 짓기 시작하고서는 ‘이하윤 악마’와 같은 연관 검색어를 두드리며 이에 대한 정보를 탐색하고 있었다.

“그러면 그렇지. 이 나쁜 새끼. 내가 힘만 있었어도 이걸 두고 보지는 않았을 텐데. 아오, 진짜. 힘이 없는 게 한이다.”

탐색의 시간이 지나고, 어느새 하윤은 악마로 둔갑해 있었다.

“헤에...”

공상 속에서 그는 마왕 하윤으로부터 인류를 구하는 영웅이었다.

한창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미소를 짓고 있을 무렵이었다.

덜덜덜.

돌연 건물이 격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지, 지진?”

와장챵!

편의점 내부는 위험 요소가 너무 많다.

성준은 위험 지역을 벗어나기 위해 편의점 문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덜컥, 덜컥!

“씨발, 이게 왜 안 열려!”

분명 잠기지 않은 문이 열리지 않았다.

당황한 상태에서도 어떻게든 빠져나가기 위해 몸통박치기를 시도했지만, 유리문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들리는가?」

꼼짝없이 죽는 건가, 얼굴이 새파랗게 성준에게 들리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것은 평범한 음성과는 달랐다.

마치 뇌에 직접 전달하는 것처럼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런데 이상하다. 처음 듣는 목소린데 포근한, 마치 태아가 엄마의 목소리를 들은 듯한 온기가 느껴졌다.

“누구, 누구십니까?”

하지만 아무리 주변을 둘러봐도 음성의 주인을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뒤늦게야 한 가지 사실을 깨닫는다.

진동은 사라졌고, 천장에 설치된 형광등에서 새하얀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빛이 점차 강해져 편의점 안을 순백으로 물들이고 있다는 것도 말이다.

「나는 희망의 천사Angel 아드리엘. 그대의 희망을 실현시키기 위해 찾아온 존재다.」

“처, 천사? 지금 천사라고...?”

천사라니.

아무리 지금 세상이 초인이나 괴물이 나타나기 시작했다지만, 천사는 너무 나간 것 아닌가?

「그대, 의심하지 말라. 나는 위대한 분의 의지를 전하는 천사가 분명하다.」

다시금 들려오는 그 말에 의심은 눈 녹듯 사라졌다.

형광등에서 뿜어져 나온 포근하고 성스러운 기운은 천사라는 존재가 아니면 설명할 수 없는 기운이었기 때문이다.

「그대는 인류를 구원하고자 하는 희망을 지닌 영웅. 그 소원을 이루어주기 위해 내가 현신한 것이다.」

“그 말씀은 제가 선택을 받았다는 겁니까?”

그리 말하는 성준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났다.

항상 꿈꾸곤 했다. 자신은 선택받았고, 그리고 인류를 구원할 수 있을 거라고.

「물론. 그대는 선택 받았다. 나 아드리엘과 함께 신성한 임무를 완수할 유일한 이로 말이다.」

선택받았다는 그 말은 마치 구원을 받았다는 말과 다름없었다.

“제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말씀해 주십시오.”

단 한 톨의 의심도 없다.

성준은 자신이 신성한 임무를 수행할 유일한 이가 되었다는 사실을 기쁠 뿐이었다.

「성준. 그대의 육신이 필요하다.」

“제 육신 말입니까?”

「그렇다. 나를 비롯한 천사가 중간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선 그대와 같은 특별한 이의 육신에 현신해야만 한다. 물론 강제로 빼앗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그것은 악마와 같은 저속한 이들이나 하는 행동. 나는 그대의 허락을 얻어 중간계에서 더욱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길 원한다.」

그것은 이들에게 주어진 법칙이었다.

천사가 중간계에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육신에 현신해야만 한다.

앞서 말했던 대로 강제로 육신을 빼앗는 것도 가능하지만, 그렇게 되면 본래의 힘이 제약된다. 물론 인간의 동의를 구한다고 해도 본래의 힘을 모두 발휘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강제로 빼앗는 것보다는 훨씬 강력한 힘을 행사할 수 있었다.

“사명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제 육신을 빌려드리겠습니다.”

「천상계는 성준, 그대의 노고를 잊지 않을 것이다.」

화악!

성준의 육신에서 뿜어져 나온 찬란한 빛이 편의점을 장악했다.

그리고 잠시 후.

무표정한 얼굴의 성준이 아직 빛을 잃지 않은 형광등을 응시하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곧바로 그에게 가겠습니다.”

푸른색으로 물든 눈동자로 답한 성준, 아니 그의 몸에 현신한 아드리엘이 기운을 일으켰다.

화악!

어깻죽지에서 솟아난 빛의 날개. 그것이 미세하게 움직인 순간 아드리엘의 모습은 이미 그곳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

최후의 권주를 가리는 전쟁은 싱겁게 끝이 났다.

나름 피곤한 전쟁이 끝났지만, 편히 쉴 틈이 없었다.

전쟁이 끝나고 울려 퍼진 알림. 그것은 명백히 새로운 적의 등장을 알리는 것이었다.

일곱 괴물을 떠올려 보면 새로운 적 또한 만만치 않을 터.

그래서 고민했다. 녀석들을 상대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

답은 간단했다. 인류 전체를 나의 신도로 만들어 권좌의 격을 올리는 것이었다.

[고인물의 권좌에 앉은 템빨의 왕의 신도 : 41,984,190]

“쯧."

신도 수를 확인하고서는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최후의 권주가 되고도 벌써 보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일주일 전만 해도 4천만을 달성하며 쭉쭉 치고 올라가는 줄 알았는데, 그 이후는 지지부진이었다.

“정우손은 개뿔.”

순탄한 신도 증가를 방해한 건 일부 물을 흘리는 미꾸라지였다.

선동질이 무서운 이유는 소수의 목소리로도 많은 이들을 현혹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기자회견을 통해 진심을 전하기도 했지만, 그 효과도 잠깐에 불과했다.

안타까운 일이다.

세 번째 대격변은 이미 시작되었건만 인류는 내게 도움을 주지 않고 있었다.

“소식이 없는 이것들도 불안하고 말이야.”

예고되었던 천상과 지하의 존재들에 대한 소식이 없다.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불안을 안고 있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새삼 깨닫고 있는 요즘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창고 대방출로 가야겠다.”

이미 아티팩트 약빨이 많이 줄어들었다.

길가메시가 준 하늘의 창고를 통해 재료도 가득 채웠겠다, 창고 대방출을 통해 분위기 전환을 꾀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삐이이!]

상념을 깨운 건 흘리드스걀프가 내는 경고음이었다.

[강력한 마력을 품은 존재가 접근 중입니다.]

공중요새를 향해 다가온다?

어떤 녀석인지 모르겠지만, 내게 볼 일이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영상을 출력해.”

지잉-

내 시선이 닿는 곳에 나타난 건 TV 화면과 같은 영상. 바빌론에 설치된 탐지 마법을 통해 발현된 것이었다.

“이건 또 뭐야?”

한 줄기 빛의 궤적이 되어 날아오는 건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였다.

저 정도 속도로 공중을 나는 게 보통의 평범한 인간이지는 않을 거다. 문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얼굴이라는 것이었다.

“어, 잠깐?”

영상 속 상황이 급변했다.

「콰콰쾅!」

빛의 궤적이 되어 날아오는 이를 향한 공격이 이어지고 있었다.

「도망 못 간다!」

「아드리엘, 이곳에서 소멸해라!」

빛에 휩싸인 그와 반대되는, 어둠에 휩싸인 이들이 추격 중이었다.

마찬가지로 처음 보는 얼굴이다.

특이점이라고 하면 박쥐 날개와 같은 형상의 검은 날개를 펄럭이고 있다는 것. 그리고 눈동자가 온통 붉게 물들었다는 점이다. 「어떻게 벌써 병력을...」

어딜 봐도 당황한 티가 역력한 빛의 사내. 그래도 추격 중인 녀석들보다는 실력이 월등한 듯 속도를 높여 조금씩 바빌론을 향해 다가 오는 중이었다.

「더는 못 간다!」

쩌렁한 외침과 함께 빛에 휩싸인 사내의 움직임이 멈췄다.

바빌론 주위. 마치 빛의 사내가 접근할 걸 알고 있었다는 듯 검은 기운을 가진 수십의 병력이 포위한 상태였다.

「아즈라...」

빛의 사내가 응시한 곳에는 주변을 포위한 다른 녀석들보다 1.5배는 커 보이는 검은 날개의 존재가 있었다.

아무리 봐도 저 녀석이 추격조를 이끄는 대빵인 것 같다.

「어리석구나 아드리엘. 너희 치졸한 빛의 종자들이 무엇을 계획하고 있는지 그분이 모르는 줄 알았더냐?」

「…」

대빵의 말에 아드리엘이라 불린 사내는 절망한 표정으로 침묵을 지켰다.

「자, 보아라. 희망을 외치는 너희 종자들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선물이다!」

응?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간다.

갑자기 등을 돌린 대빵과 검은 무리 녀석들이 엄청난 기운을 발산해 어마어마한 기운이 응집된 마력의 구체를 만들었다.

「빛의 종자와 함께 사라져라!」

대빵의 외침과 함께 생성된 검은 구체가 바빌론을 향해 쇄도했다.

콰콰콰쾅!

엄청난 폭발과 함께 바빌론 전체가 흔들렸다.

“건드렸네?”

어이 없는 상황에 웃음만 나온다.

사실 이딴 건 위기도 아니었다. 바빌론에 설치된 방어 마법이 얼마인데.

「응?」

당연히 소멸할 줄 알았던 바빌론의 멀쩡한 모습에 대빵이 당황한다.

그리고 그게 내가 볼 수 있는 녀석의 마지막 얼굴이었다.

[모든 방어 시스템을 활성화해 적을 섬멸하겠습니다.]

콰콰콰콰콰콰!

일전에도 본 적 있던 섬광이 일대를 뒤덮었고.

[충분한 경험을 쌓아 레벨이 상승합니다.]

[능력치 포인트 8개를 획득했습니다.]

[충분한 경험을 쌓아 레벨이 상승합니다.]

[능력치 포인트 8개를 획득했습니다.]

...

뜻밖의 레벨업 알림을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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